
엔비디아가 최근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주요 투자자에게 발송했다. 올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보였음에도 시장의 우려가 끊이질 않자 회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주주에게 7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보내 엔비디아를 둘러싼 각종 우려에 대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답변했다. 이 반박문은 지난 20일 비공개 행사로 열린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의 직원 간담회 직후 전 세계 투자자에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이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고, 순이익도 60% 늘어난 319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 매출도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650억 달러로 제시했지만, 매출채권과 재고 증가 등이 부각되며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매출채권 회전 일수 증가, 재고 자산 증가, 엔비디아가 투자한 기업이 다시 엔비디아 제품을 사들이는 ‘순환 금융’ 등은 AI 거품론의 핵심 쟁점이다.
우선 엔비디아는 3분기 재고가 전 분기 대비 32% 증가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제품(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재고를 비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요가 둔화하거나 고객으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에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미리 생산해 놓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가이던스 650억달러를 맞추려면 재고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재고 증가는 고객의 지불 능력과 무관하고 엔비디아는 엄격한 신용 평가를 거쳐 제품을 출하한다”고 설명했다.
손정의∙피터 틸 엔비디아 전량 매도? “개인 결정일 뿐”
매출채권 회전 일수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도 “수금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매출채권은 상품을 판매했지만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발생하는 채권이다. 매출채권 증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주요 고객사가 돈을 제때 지불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신호 중 하나로, AI거품론의 대표적 근거로 꼽힌다. 이와 관련 엔비디아는 “매출채권 회수 기간은 53일로 과거 평균(52일)은 물론 전분기(54일)보다 감소했다”며 “연체된 매출채권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주장하는 ‘순환 금융’ 구조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매출의 극히 일부인 3~7%만 스타트업 투자에서 나온다”며 “구조적으로 매출 부풀리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피터 틸, 손정의 등 대형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엔비디아는 “그들은 회사 내부자가 아니며 개인의 투자 결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임박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어떠한 조사 통보도 받은 바 없으며 미국 금융당국의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가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많이 지급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2018년 이후 직원들의 자사주 평균 매입 단가는 51달러로, 직원들이 주가 상승으로 이득을 본 것이지 애초 과도한 주식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AI 거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황 CEO는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시장의 반응은 신경 쓰지 말고 일에 집중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