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아내가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셨다. 난 못 가봤다. 몇 달 뒤 아내가 또 떠나셨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었다. 난 못 가봤다. 그녀의 이탈리아 여행은 다 부러웠지만 피렌체가 특히 간절했다. 그즈음에 읽은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의 여운이 길었나 보다. 스페인은 바르셀로나, 포르투갈은 호카곶이 아찔할 것 같았다. 가우디와 까보다로까(Cabo da Roca) 때문이었다.
가까운 친구가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중이시다. 난 여전히 못 가봤다. 또 간절하고 아찔하다. 이번엔 배도 아프다. 젊은 날 꽤 쏘다닌 화려한 출장 이력이 있어 티내지 못하지만, 뱃속 한구석이 보글보글 간지럽다. 문명을 응시하는 ‘호기심 천국’ 사피엔스, 예술을 사랑하는 이 몸의 창조적 시선이 닿을 곳 아직 무궁무진할진대, ‘난 못 가봤다’ 타령만 길어진다. 해 바뀌면 ‘뱅기’에 매달려서라도….
오물조물 만든 드로잉 시리즈 중 ‘그려서 세계 속으로’가 있었다. 내 이럴 줄 알고 일찌감치 마련한 대체재다. 그림은 어디여도 상관없을 유럽의 골목이다. 피렌체일 수도 까보다로까일 수도 있다. 정작 떠오르는 건 20여 년 전 다녀온 프랑스 생폴드방스(Saint-Paul-de-Vence)이긴 하다.
profile
이상문은… 여성조선 선임기자. 일간지, 주간지 기자를 거쳐 각종 매거진 편집장으로 오래 일했다. 2023년 첫 전시를 열고 펜드로잉 작가로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