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지질공원은 풍경이 아니라 ‘배움·보전·사람’이 만드는 공간”
이윤수(경북동해안지질공원센터 팀장)
경주에서 포항, 영덕, 울진까지 이어지는 경북 동해안은 중생대 화산활동과 퇴적, 침식의 지질사뿐 아니라 신라 문화와 해양 문화가 교차하는 독특한 자연·문화 복합지대를 이룬다. 최근 이 지역이 국가지질공원 및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 인증을 향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 지질공원이 낯설던 시절부터 준비를 해온 경북동해안지질공원센터 이윤수 팀장에게 세계지질공원 인증의 의의와 추진 과정,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들어보았다.
세계지질공원 인증 준비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저희는 꽤 이른 시기부터 준비해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지질공원’이라는 개념이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어요. 제주도, 청송, 무등산 정도가 알려져 있었던 상황이라 더더욱 ‘인프라보다 프로그램’이 중요했습니다. 지질공원은 단순히 ‘좋은 자연경관’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의 활동, 교육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 운영 능력이 핵심이에요. 그래서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며 기반을 다졌습니다.
2023년에 제출하셨다는 신청서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신청서는 2023년도에 제출했습니다. 제출 즉시 전 세계에 공개돼요. 국제지질공원 네트워크가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나라의 신청서를 공개하는데, 이는 아주 투명한 시스템입니다. 다른 국가들이 서로의 신청서를 보며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공공연히 지적될 수 있습니다.
신청 과정에서 독도 문제가 언급됐다면서요?
예, 독도를 포함해 세계지질공원 신청을 하면, 아무래도 일본에서 즉각적인 이의 제기가 들어옵니다. 국제지질공원기구는 국가 간 영토 분쟁이 있는 지역은 양국이 해결한 뒤 신청하라는 원칙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외교부와 협의하며 논의를 진행했었죠.
현장 평가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현장 평가는 정말 중요한 단계입니다. 저희 현장을 방문한 분들은 그리스에서 온 국제평가위원 두 분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질자원과 탐방로, 주민 프로그램, 센터 운영까지 모두 직접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울진의 역할이 정말 컸어요. 울진은 주민 참여도 높고 지질자원 품질도 뛰어나 평가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국가지질공원 제도는 반드시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국가지질공원은 한 번 지정되면 끝나는 제도가 아니에요. 4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처음 인증을 받는 데만 준비 기간이 최소 3년 정도 필요합니다. 평가 요소가 워낙 많고, 국제 규정에 맞춰 모든 자료를 준비해야 하거든요. ‘한 번 지정되면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체계 구축이 정말 중요합니다.
지난해 개관한 지질공원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지질공원센터는 말 그대로 ‘허브’입니다. 관광객·학생·연구자 모두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이고, 지질 해설사 교육도 이루어지는 곳이죠. 지질공원은 관광지라기보다 ‘교육기관에 가까운 시스템’을 요구하기 때문에 센터에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입니다.
지질공원이 갖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크게 세 가지라고 봅니다. 먼저 지질 자연유산의 보전입니다. 수백만 년의 지질 기록을 안전하게 보전하고 연구·교육에 활용하는 공간입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이 자연유산을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설사, 가이드, 프로그램 강사 같은 역할은 대부분 지역 주민이 맡습니다. 관광 수익이 지역에 순환됩니다. 또한 지질공원은 ‘배우는 장소’입니다. 초중고·대학·일반인 대상 교육이 체계적으로 준비돼야 하죠. 따라서 국제 기준의 교육·체험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질공원은 ‘보이는 풍경’보다 보이지 않는 과정이 더 중요한 장소입니다. 지질을 해석하고, 배우고, 주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관광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지질공원의 가치입니다.
동해안 지질공원이 가진 대표적인 관광 포인트를 소개해주세요.
제 생각엔 네 지역이 모두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요.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토함산 화강암 지형, 감은사지~문무대왕릉 해안 지질, 신라 문화와 지질이 결합된 지역입니다. 포항은 흰디기 해안길, 화산활동 흔적과 해안침식 지형, 구룡포 해양문화와 연계, 화산·해안 지형의 교과서 같은 지역이죠. 영덕은 영덕 해안단구, 대게마을의 해양문화, 해안단구 스케일이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울진은 왕피천·불영계곡 지질, 금강송 숲 생태, 지질공원센터 지질·생태·문화가 함께 있는 자연 박물관 같은 지역이고요. 경북 동해안은 울진과 영덕의 자연 생태와 경주와 포항의 세련된 도시 관광 자원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관광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란?
지난 4월 27일, 포항·경주·영덕·울진을 포함한 경북 동해안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으로 공식 지정됐다. 총 2,600여 ㎢ 규모의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은 육상과 바다를 아우르며 한반도 최대의 신생대 화석 산지와 다양한 지질 시대의 암석 분포를 갖춘 지역이다. 유네스코는 이곳의 학술적 가치, 교육적 활용도, 관광 잠재력을 모두 높게 평가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란 자연유산을 지역이 함께 지키고 활용하는 국제 인증 제도이다.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암석·지층·해안·산지 등 지구과학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을 보전하고, 이를 교육·탐방·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연결하는 지역 중심의 국제 제도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가치, 교육적 활용도, 지역사회 참여, 지속가능한 발전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이 보유한 자연을 단순 보호가 아닌 지식 기반 자산(Knowledge Property)으로 활용하게 하는 글로벌 발전 모델이다.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문화유산과 함께 유네스코 3대 자연·문화유산 제도이다.
이번 경북 동해안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의 의미는 경북 동해안의 암석·지층·지형이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한 기록으로 자연유산의 국제적 가치를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이는 학술·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자료로 활용될 수준의 자연사적 가치를 갖췄다는 뜻이다. 또한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지식재산 모델’ 확립이 요구된다. 세계지질공원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관리하는 보호구역이 아니다. 지역 주민·지자체·전문가가 지질유산을 직접 보전하고, 해설·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경제와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국제 제도다.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지연환경을 보존하며 지질 해설사 탐방 프로그램, 환경친화적 관광 서비스 같은 지속 가능한 관광체계를 중심으로 지역의 발전을 유도한다. 이는 관광 수익이 지역 주민에게 되돌아가게 하기 위한 선순환 구조다.
유네스코는 인증 후 4년마다 다시 평가를 실시해 보전·교육·탐방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지역사회 참여가 활발한지를 검증한다. 따라서 세계지질공원 지정은 단발적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품질 유지와 관리가 필수적인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번에 지정된 경북 동해안 일대 이외에도 제주도 세계지질공원(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용머리해안 등 13개 지질 명소 포함), 경북 청송(주왕산국립공원 포함),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무등산 주상절리대,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화순 적벽, 화순 운주사 등), 한탄강 세계지질공원(경기 연천군, 강원 철원군 한탄강 주상절리, 용암대지, 협곡 등)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