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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배운 김치 수업 ②

  • 기자명 강부연 기자
  • 입력 2025.11.20 08:00
  • 댓글 0
  • 사진(제공) : 여성조선 DB
K-푸드 열풍 속에 이제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 세계인이 ‘김치 담그기’를 배우고, 직접 숙성의 맛을 즐기는 시대다. 김치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은 에디터가 김장철을 맞이해 고르고 또 고른 ‘김치 마스터북’을 소개한다.

명인의 손맛 비법 
<김치명인 강순의의 계절 김치> 

솜씨 좋은 종갓집 종부이자 김치 명인 강순의가 들려주는 사계절 김치 레시피. 우리 밥상에 365일 빠지지 않는 김치를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장김치로 나누어 소개하며 50년 이상 쌓아온 장인정신과 손맛의 비법을 아낌없이 전한다. 책에는 좋은 재료를 고르는 법, 절이는 법, 젓갈의 종류와 쓰임새, 숙성의 최적 시점 등 김치 담그기의 전 과정이 세밀하게 담겨 있다. 강순의 명인 김치의 핵심은 ‘풀국’에 있다. 찹쌀가루·고구마가루·콩물에 다시마 우린 물을 부어 말갛게 쑤어 넣는 이 풀국은 김치의 영양을 높이고 양념이 재료에 고루 스며들게 하며, 잡맛을 잡아준다. 또 강순의표 김치는 칼칼한 맛을 더하기 위해 고추씨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명인은 전통 방식 그대로 ‘학독’에 재료를 갈아 양념을 만든다. 기계로 갈 경우 발생하는 열이 맛과 영양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의 온도와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김치에는 세월의 내공이 스며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레시피에 너무 얽매이지 마라”라는 명인의 조언이다. 김치는 주재료인 채소의 수분과 절임 상태, 날씨와 온도에 따라 맛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따라서 매번 똑같은 레시피보다 손끝의 감각과 경험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완벽한 김치는 정답이 아니라 ‘감각’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중앙books.

 

몸이 먼저 반응하는 치유의 김치 
<항암 요리 전문가 황미선의 치유식>

2002년 유방암 3기, 이어 2005년 자궁경부암 진단. 두 차례의 암 투병을 거친 황미선 선생은 병마와 싸우는 긴 시간을 지나며 깨달았다. “병을 고치는 길은 결국 음식에 있다.” 그중에서도 제철 재료로 만든 신선한 김치는 항암 치료 후 메스꺼운 속을 달래주고, 잃은 기력을 회복하게 해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그 경험은 그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김치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저염 김치와 치료식 김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황 선생의 김치는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만큼 염도를 낮췄고, 설탕이나 인공첨가물 없이 재료 고유의 맛으로만 완성된다. 수없이 김치를 담그고 맛을 본 끝에 그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김치’를 완성했다. 책에는 배추·무로 담근 기본 김치는 물론 토마토, 콜라비, 양배추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45가지 김치 레시피가 실려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 토종배추로 담근 ‘가난한 김치’. 다시마물에 찹쌀죽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생강, 조기젓국물, 멸치액젓, 다진 새우젓을 더해 만든 양념으로 담근 이 김치는 담백하고 시원하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깊은 맛이 맴돈다. 조선뉴스프레스.

 

100년의 시간을 담은 김치 
<반찬등속> 

1913년, 고조할머니가 쓴 고조리서 <반찬등속(飯饌等俗)> 속 김치가 100년 만에 다시 책으로 부활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고손녀 강신혜 씨. 30여 년 동안 여러 잡지의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일했던 저자는 “김치를 먹다가 자부심이 생길 때, 김치의 뿌리가 궁금할 때, 그리고 우리 집 김치가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고조할머니의 레시피를 되살리기 위해 방대한 고조리서를 찾아 역사 순으로 검토하고, 집안 어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김치의 전통과 맥락을 복원했다. 이해되지 않는 조리 과정은 논문과 사료를 통해 해석했다. 그 결과 <반찬등속>은 단순한 레시피 복원집을 넘어 한 세기를 뛰어넘어 전해지는 김치의 문화사적 기록이 되었다. 책에는 조상의 김치 담그는 법과 함께 집안 어른들의 ‘맛있는 김치’ 비법도 공개된다. 전통을 지키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추김치의 핵심은 “양념을 아끼는 담백함”이다. 무채를 적게 넣는 대신 일부를 갈아 양념에 섞어 부드럽게 풀고, 젓갈은 새우젓만 사용해 깔끔한 감칠맛을 살린다. 육수는 황태·다시마·건새우를 달여 사용해 깊이를 더했다. 이렇게 만든 김치는 김치찌개로 끓여도 국물이 맑고 시원하다. 청주부엌.

 

세계로 향하는 김치  
<배양자의 김치와 찬> 

전통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된 김치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다. 봄에는 향긋한 나물, 여름에는 채소와 과일, 가을에는 구근 작물, 겨울에는 깊이 오른 배추와 무, 갓 등 사계절 제철 재료로 빚은 32가지 김치 레시피가 담겨 있다. 특히 외국인도 반할 만큼 세련된 모던 김치가 돋보인다. 저자는 6~7년 전부터 크로아티아, 영국, 벨기에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한식 홍보 행사에 참여했고, 그 경험을 통해 각 나라의 로컬 채소에 한국의 김치 양념을 더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고수, 토마토, 가지, 참외, 파프리카, 연근 등 세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김치를 만드는 법을 소개하며 한국의 김치가 국경을 넘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모든 레시피에는 재료의 손질법부터 정확한 양념 비율, 불 조절과 조리 시간까지 세세한 설명이 더해져 있어 요리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다. 생새우와 청각, 고추씨를 넣어 담근 저자의 김장 배추김치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조화로운 풍미를 자랑한다. 특히 다시마·멸치·양파·대파를 달여 만든 육수를 더해 김치의 감칠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조선뉴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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