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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의 음식 문화 차이의 원인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한국 밥상의 맛

  • 기자명 강부연 기자
  • 입력 2025.11.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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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밥상은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맛을 빚는 방식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는 조리법, 양념 사용, 식재료 선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한국 밥상의 맛

전라도와 경상도의 음식 문화 차이의 원인은?

 

한국의 밥상은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맛을 빚는 방식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는 조리법, 양념 사용, 식재료 선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단순한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각 지역의 지형·기후·생산 환경이 만들어낸 음식 문화의 결과다.

전라도 음식, 풍성함과 감칠맛이 특징

경북 안동시 퇴계 세째 손자의 종택인 동암고택 '수졸당'의 한식 차림. 15대 종부 윤은숙 씨의 손님 차림상이다.
경북 안동시 퇴계 세째 손자의 종택인 동암고택 '수졸당'의 한식 차림. 15대 종부 윤은숙 씨의 손님 차림상이다.
'서울 사람도 알고있다'는 전남 구례 화엄사 입구 '혜성식당'의  백반 차림. 버섯전골이 메인이다.
'서울 사람도 알고있다'는 전남 구례 화엄사 입구 '혜성식당'의 백반 차림. 버섯전골이 메인이다.

 

전라도는 서해의 갯벌과 남해의 깊은 바다를 동시에 끼고 있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사계절 식재료가 매우 풍부하다. 갯벌에서 나는 낙지·꼬막·바지락, 서해의 조기·민어·전어, 남해의 참돔·갈치·우럭 등 다양한 해산물이 밥상에 오르며, 매생이·김·미역·파래 같은 해조류도 흔하다.

전라도 김치는 이러한 풍부한 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새우젓·멸치액젓·까나리액젓 등 두세 가지 이상의 젓갈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고춧가루·마늘·생강을 듬뿍 넣어 양념의 층이 깊고 풍미가 강한 김치를 만든다. 익기 전에도 감칠맛이 도드라지며, 전체적인 음식의 방향도 양념이 주도하는 풍성한 스타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전라도 밥상은 ‘인심이 후한 맛’, ‘풍요의 맛’으로 표현된다.

경상도 음식, 절제와 담백함의 조리 방식

경상도는 절제된 양념과 단정한 맛이 특징이다. 김치에서부터 그 차이가 잘 드러난다. 고춧가루 사용량이 적고, 멸치액젓 한 가지만으로 간을 잡는 경우가 많아 맛이 깔끔하고 단정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원한 향과 개운한 신맛이 살아나는 것이 경상도 김치의 특징이다.

또한 부산·거제·통영 등 영남 해안 지역에서는 생선을 통째로 김치에 넣어 발효시키는 독특한 문화가 전해진다. 갈치·볼락·전갱이 등을 배추 속에 넣어 숙성시키면 뼈와 살에서 우러나오는 감칠맛이 자연적인 육수 역할을 하여 국물 맛이 더욱 깊어진다. 젓갈 사용이 많지 않더라도 감칠맛이 충분히 살아나며, 전체적으로 과한 양념보다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는 조리 방식이 중심이 된다.

결국 두 지역 맛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지역의 지형과 기후, 식재료의 접근성, 지역 주민들의 식습관과 미각적 선호, 오랜 세월 이어진 발효 그리고 해산물 활용 문화 등이 결합해 형성된 결과다. 전라도는 풍부한 해산물 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양념과 복합적인 맛을 만들어왔고, 경상도는 상대적으로 단단한 식재료와 효율적인 조리 방식을 통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추구해왔다.

맛의 차이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에도 차이가 있다. 전라도의 ‘풍성함’과 경상도의 ‘절제됨’은 각 지역의 삶과 기후 그리고 자연 환경이 만들어낸 작은 문화적 풍경이다. 같은 배추김치라도 조리 방식이 달라지면 맛과 향, 숙성 과정까지 완전히 달라지듯, 지역 음식은 한 지역의 역사와 생활 방식이 녹아 있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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