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향후 5년간 약 8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대미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증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화답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요 그룹 민간 합동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이 같은 국내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면서 국내 투자와 지역 균형 발전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들을 하는데, 그 걱정들은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총수들은 대규모 국내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밝히며 화답했다. 이 회장은 “(국내 투자 위축과 같은) 그런 일이 없도록 저희 삼성은 국내 투자 확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중소·벤처기업과의 상생에도 더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450조∙현대차 125조∙SK 128조… 국내 투자 위축 우려 ‘불식’
삼성은 이날 회의 종료 후 앞으로 5년간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 국내 투자다. 우선 최첨단 반도체 공장인 평택사업장 5라인 공사를 개시하고, 전남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 지역 투자에 나선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의 국내 생산 거점을 울산에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내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직전 5년간 국내 투자액(89조1000억원)보다 36조1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AI·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에만 50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SK그룹은 2028년까지 4년간 128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밝힌 가운데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급증 등으로 투자 규모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매년 8000명 이상으로 진행 중인 채용 규모도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G그룹은 5년간 100조원의 국내 투자를 AI, 바이오, 클린, 우주산업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이끌 한화그룹과 HD현대도 향후 5년간 국내에 각각 11조원, 15조원(에너지·AI 8조원, 조선·해양 7조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5000억원인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1조원까지 키우는 등 3년간 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