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주마산간이 되곤 한다. 여러 장소를 꼼꼼하게 둘러보지 못하는 이유는, 어차피 봐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제대로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렘브란트 하우스나 고흐 박물관은 암스테르담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Amsterdam) 방문을 추천한다.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만큼 훌륭한 곳이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주로 도보로 여행한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국립 미술관에 들어간다. 티켓 구매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하루 전에 여행사를 통해 미리 구입했다.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다 보니 가는 곳마다 물길을 만난다. 국립미술관이 있는 곳에는 싱겔흐라흐트(Singelgracht) 운하가 있고, 그곳에서는 보트 투어가 가능하다. 운하 옆으로 늘어선 호텔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국립미술관의 역사
국립미술관 외관을 보며 또 한 번 놀란다. 신고딕 스타일의 붉은 벽돌 건물은 규모가 크고 고풍스러우며 화려하다. 1885년, 네덜란드 건축가 피에르 카이퍼스(Pierre Cuypers, 1827~1921)의 작품이다. 그는 교회 건축가로서 종교적인 색채를 많이 넣어 미술관과 중앙역을 지었다.

국립미술관은 1800년 국립 콘스트 갤러리(Nationale Konst-Gallery)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가, 루이 나폴레옹(Louis Napoléon Bonaparte, 1778~1846)이 홀란트 왕국 왕위에 오르자 왕립 박물관으로 불렸다. 1808년에 암스테르담으로 이전되었고, 나폴레옹이 몰락한 뒤 프랑스에 의해 옮겨진 중요한 작품들을 다시 전시했다. 1817년에 빌렘 1세(Willem Frederik Prins van Oranje-Nassau, 1772~1843)가 즉위하면서 작품들은 17세기에 건축된 트리펜하위스(Trippenhuis)로 옮겨졌다. 역사적 유물들은 헤이그에 설립된 왕립 희귀품 보관소로 옮겨졌다. 당시 박물관장이었던 아포스툴은 전임자 루스와 달리 작품을 구매 하지 않았다. 1854년, 암스테르담 은행가 아드리안 반 데르 후프가 224점의 작품을 시에 기증하면서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국립미술관 건물이 완공된 1885년에 하를렘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거장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는 컬렉션 일부가 다른 장소로 안전하게 이관되었고, 1939~1940년에는 비워진 전시실에서 현대 미술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1942년 4월, 상당수의 소장품이 마스트리흐트(Maastricht) 근처 신트-피터스베르크(Sint-Pietersberg) 지하 통로에 있는 금고로 옮겨졌다. 이후 네덜란드 철도박물관의 작품을 전시할 동관 공간이 마련되었다. 1958년 박물관 개관 150주년 기념식이 열렸고, 1995년에 독립 기관으로 전환되었다.

미술관 복원 및 리노베이션
오랜 세월에 걸쳐 박물관 건물은 여러 차례 개조되었다. 그 결과 내부의 원래 특징들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박물관은 더 이상 국제적인 수준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2003년부터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이 시작되어 2013년 4월 재개관했다. 12개월 동안 27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고, 그중 3분의 2는 네덜란드인이었으며 나머지는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 방문객 중에는 미국인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독일인이 이었다. 재개관 이후 방문객 수는 이전보다 30% 증가했으며, 2년 후에는 리노베이션과 확장을 인정받아 ‘유럽 올해의 박물관상’을 수상했다.

8000여 개의 작품들
창설 당시 200점 남짓이었던 소장품은 꾸준히 늘어나 현재 약 8,000점에 달한다. 19세기 후반 이후의 작품 대부분은 시립 미술관에서 이관되었는데, 유화와 데생을 합쳐 약 250점이다.
1200년부터 현재까지, 약 800년에 걸친 네덜란드 미술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작품 수만 놓고 보면 세계 유수 미술관에 비해 적지만, 질적 수준이 높아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메카’라 불린다. 렘브란트, 얀 베르메르, 빈센트 반 고흐의 컬렉션이 특히 유명하다.

미술품 감상하기
본격적인 내부 관람을 시작한다. 3층으로 구성된 미술관에는 80개의 전시관이 있다. 전시된 그림들은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네덜란드 회화를 보여준다. 남부 네덜란드 및 이탈리아 거장들의 소규모 컬렉션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2층 명예의 갤러리(Gallery of Honor)에는 프란스 할스, 얀 스틴, 요하네스 베르메르, 렘브란트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 끝에는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 이 있다. 작품 앞에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지나칠 염려는 없다.

조각, 가구, 도자기 등이 전시된 조각품 및 공예품 컬렉션도 있다. 이는 네덜란드 예술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국제적인 구성을 띤다. ‘역사관’에는 정치·군사와 관련된 그림, 선박 모형,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눈길을 끄는 작품이 많다. 일일이 설명하진 않겠다. 직접 눈으로 봐야 할 일이니 말이다. 필자 역시 열심히 감상했지만 놓친 작품이 더 많다. 베트예 볼프와 아흐예 데켄(Betje Wolff&Aagje Deken)의 ‘유리잔’은 미리 알아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꼼꼼히 관람하고 싶다면, 미리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작품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국립미술관에는 전시관 이외에도 카이퍼스 도서관(Cuypersbibliotheek)이 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미술사 도서관으로, 약 45만 권의 소장 도서를 누구나 열람하고 연구할 수 있다. 1891년에 설립된 그림학교(Teekenschool)나, 야외 정원, 아트리움, 회랑도 있다. 정원은 네오 르네상스 스타일 둘, 바로크 스타일 하나, 자연풍 조경 하나로 구성되며, 거대한 코카서스 나무는 정원 조성 이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4대 째 이어오고 있는 하이네켄 맥주
암스테르담에서 하이네켄 맥주 체험관(Heineken Experience)을 빼놓을 수 없다. 하이네켄은 게라르 아드리안 하이네켄(Gerard Adriaan Heineken, 1841~1893)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1863년, 22세의 나이에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큰 양조장 데 호이베르그(De Hooiberg)를 인수하고 이듬해 하이네켄을 설립했다. 2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소규모로 시작한 이 회사는 첫해 만에 약 100% 성장률을 보였다.
5년 뒤에는 암스테르담에, 11년 뒤에는 로테르담에 양조장을 추가로 건립했다. 1886년,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의 제자인 엘리온 박사(H. Elion)가 에이-이스트(A-Yeast) 배양에 성공하면서, 하이네켄은 하면발효(Bottom-Fermentation) 양조 기법을 통해 고유의 맛을 만들어냈다. 이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 인하와 설비 투자로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갔다. 1931년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 양조장을 세웠고, 1933년부터는 미국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1950년대에는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가 하락하자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1968년에 가장 큰 경쟁사인 암스텔(Amstel)을 인수했으며, 1970년대에는 프랑스,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카리브 연안 국가들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이네켄 맥주 체험관
1988년, 암스테르담에 있던 양조장이 폐쇄되면서 그 자리에 하이네켄의 역사와 맥주 제조 과정을 소개하는 맥주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2003년 오스트리아의 BBAG사를 인수했고, 하이네켄 중앙유럽기구와 합병해 브라우 유니온(Brau Union)을 설립했다. 2004년부터 중국, 러시아 등에도 진출하여 빠른 성장세를 이어간다. 현재 하이네켄은 65개국에 120여 개의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17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1981년부터 동양맥주(현 OB맥주)에서 생산되다가, 1987년 동양맥주가 안호이저-부시와 협력하면서 생산이 중단되었고, 현재는 네덜란드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다.
하이네켄 체험관에 가면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발효실, 체험실 등을 차례로 둘러보게 되는데, 중간 중간 시음도 가능하다. 현장에서 마시는 생맥주 맛이 일품이다.

하이네켄 납치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미스터 하이네켄>을 보면서, ‘하이네켄 납치 사건’을 알게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은 3대 하이네켄 경영자였던 알프레드 하이네켄(Alfred Heineken, 1923~2002)이다. 1983년,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괴한에게 납치되어 3주간 감금당했다. 당시 그는 약 600억 원에 달하는 1600만 달러의 몸값을 지불한 뒤 풀려났다. 네덜란드 최고 부자를 납치한 범인들은 돈은 받았으나 모두 구속되었다.
아직도 암스테르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다음에는 네덜란드의 마리화나와 홍등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Travel Data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주소: Museumstraat 1, 1071 XX Amsterdam, 네덜란드 / 전화: +31 20 674 7000 / 웹사이트: https://www.rijksmuseum.nl/nl?gad_source=1&gclid=EAIaIQobChMI37jgre6biwMVmc4WBR3I7TMvEAAYASAAEgIY9_D_BwE / 티켓 매장: https://www.rijksmuseum.nl/en/tickets/articles / 찾아가는 방법: 중앙역에서 트램 2번이나 5번을 타고 '라이크스뮤지엄'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하이네켄 맥주 체험관(Heineken Experience) 주소: Stadhouderskade 78, 1072 AE Amsterdam, 네덜란드 / 전화: +31 20 721 5300 / 웹사이트: https://www.heineken.com/us/en/our-story/the-experience
블루 보트 투어(Blue Boat Company) 주소:Stadhouderskade 501, 1071 ZD Amsterdam, 네덜란드 / 전화: +31206791370 / 웹사이트: https://www.blueboat.n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