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앙마이 님만해민(Nimmanhaemin)의 시내 호텔에서 볼트(Volt, 카카오 택시처럼 앱으로 부르는 승차 공유 서비스, 태국엔 대표적으로 그랩Grab과 볼트가 있지만 볼트가 조금 더 싼 편이다)로 택시를 불렀다. 벌써 8년째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는 원로 화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내에서 약 30분.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 볼트 운전기사는 내비게이션 안내를 벗어나 1차선 지름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앞에서 짐을 실은 트럭과 승용차가 추돌한 모양이다. 외길이라 길이 막혀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뒤따르던 차들도 차례로 후진해 오던 길로 돌아나간다. 짜증낼 만도 하지만 다행히 아무도 ‘빵빵’ 경적을 울리거나 화를 내는 운전자가 없다. 온순하다는 치앙마이 사람들, 정말 그런가 보다.
태국, 특히 치앙마이는 운전하기 좋은 곳이다. 운전석이 우리와 달리 오른쪽이어서 낯설지만 길이 그리 복잡하지 않고 크게 막히지도 않는다. 외곽에선 더욱 그렇다. 치앙마이가 란나 왕국의 첫 수도였던 치앙라이에서 옮겨와 새로 지은 계획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시내에선 의외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동남아의 다른 나라들처럼 태국도 현지인들의 교통수단이 오토바이이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하는 오토바이 부대를 보면 여기가 확실히 동남아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수시로 그리고 불시에 끼어드는 오토바이와 추돌이 많은 터라 태국의 교통에 낯선 외국인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렌트카 대여 시 풀커버 보험은 기본이다.
화가가 머무르는 메조 골프장 리조트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이다. 5성급 최고급 골프장 리조트는 아니지만 열대의 키 큰 수목들에 둘러싸여 있고 큰 호수를 끼고 있어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한국에선 영하 16도의 살을 에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인터뷰를 위해 화가와 마주한 리조트 카페의 야외 탁자 위로 황금빛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고갱이 타이티에 정착해 그린 작품들이 밝고 강렬한 색채의 향연이었던 것처럼 화가는 치앙마이에서의 작업에 대해 “캔버스를 채우는 컬러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해외여행의 유행이 패키지에서 자유여행을 지나 ‘한 달 살기’로 번진 지 오래다. ‘웰니스’ 개념을 중시하는 요즘엔 ‘한 달 살기’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한 달 살기 체험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에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곳이 태국 치앙마이이다. 그만큼 많이 알려져 있고 오래된 곳이라 ‘한 달 살기의 성지’로 통한다. 특히나 치앙마이는 은퇴 이후 롱스테이를 위한 은퇴자 부부, 자녀의 방학을 이용해 엄마와 아이들이 머무는 그룹, 디지털노마드 시대에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그룹, 힐링을 위해 도전을 아끼지 않는 배낭여행 그룹 등 다양한 한 달 살기 체험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왜 치앙마이인가?
#날씨, 건기인 겨울 시즌이 우리의 봄날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왓 프라탓 도이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 왓 프라탓은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사원, 도이수텝은 1503m의 산 지명) 사원이다. 시내에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오르면 도착하는 이곳은 치앙마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포인트여서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이곳에서 차로 조금 더 올라가면 산 정상에 태국 왕실의 여름 별장이 있다. 한여름 기온이 35도가 넘는 날씨가 계속되는 방콕이나 태국 남부 사람들에게 치앙마이는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이다. 한 달 살기로 치앙마이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날씨 때문이다.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여름에는 다른 동남아처럼 비도 많이 오고 더운 고온 다습한 열대성 기후이지만 그때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은 우리의 봄이나 초가을 날씨(18도~30도 정도)이다. 특히 우리의 겨울엔 건기의 시작이라 바람 없는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역사와 문화 체험, 도시 생활의 편리함, 자연생활의 여유로움
란나 왕국의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치앙마이는 굳이 관광이 아니더라도 한 달 살기의 단조로움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도시 생활의 편리함과 자연생활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조금 벗어난 북쪽으로는 거대한 산과 울창한 자연이 펼쳐져 있다. 태국 라오스, 미얀마가 만나는 ‘골드 트라이앵글’ 지역과 빠이, 매홍손 등 북쪽의 산악 지역은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치앙마이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자연 체험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반면 치앙마이 시내에서는 태국 제2의 도시답게 현대적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시 시설과 문화공간이 가득하다. 방콕 같은 대도시에 비해 크지 않지만 쇼핑, 편의시설, 문화공간, 레스토랑, 카페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가까이에 잘 갖춰져 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인구(약 120만 명)라 너무 복잡하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다.
치앙마이에서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님만해민 지역이다. 치앙마이 쇼핑의 중심인 마야쇼핑몰과 원님만 부근 가로세로로 잘 구획화된 골목길들은 우리의 성수동 핫 플레이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다양한 스타일의 편집숍, 소품가게, 음식점, 카페들이 즐비하다. 이리저리 구경하며 한가로이 걸어 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반면,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답게 치앙마이의 전통 사원과 현지 시장은 태국 북부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치앙마이 올드타운에서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원들, 태국 북부의 전통 양식을 가진 유서 깊은 건물 등이 즐비하다. 이곳엔 명상센터, 요가 스튜디오, 각종 웰빙 프로그램까지 잘 마련되어 있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안전한 치안, 온순한 현지인들
치안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점이다. 안전한 치안은 관광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태국 당국의 노력이기도 하지만,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 사람들의 온순한 성격과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은 선진국이 아닌 동남아는 여러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태국 역시 총기 소유가 허가되고 자신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면 큰 사고가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큰 안전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현지 체류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현지인 특유의 친절함과 여유로운 태도는 여행객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한 달 살기 비용
한 달 살기의 비용은 어떤 생활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것은 단지 치앙마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정도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먼저 숙소 비용은 시내인지 외곽인지, 호텔인지 레지던스인지 시설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 달 살이의 경우 하루 3만~6만원이면 충분히 괜찮은 숙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숙박 예약 플랫폼이나 여행사들을 통해 한국에서 미리 구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 직접 숙소를 확인하고 계약할 수도 있다.
치앙마이의 물가 수준은 식사 한 끼 3000원, 커피 한잔 2500원 수준이다. 농산물 등 식재료 역시 우리에 비해 매우 싼 편이다. 2인 기준 한달 식비는 30만~50만원이면 충분하다. 치앙마이 서민들의 월급은 50만원 정도이다. 이 월급으로 보통 한 가정이 한 달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에 맞게 시장의 음식값, 식재료 등의 가격 수준이 맞춰져 있다. 그런 면에서는 한 달 살기의 비용이 한국에서의 한 달 생활비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한국에서처럼 숙식과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도시생활 비용으로 300만~400만원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길거리 음식이 싸기는 하지만 매 끼니를 그렇게 먹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실제로 고급 레스토랑의 정찬은 한국 식당의 가격 못지않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와인의 경우에도 오히려 한국에 비해 10% 정도 비싼 수준이다.
은퇴자들이 주로 찾는 골프 리조트 가격은 더 비싸진다. 일반적인 골프 리조트의 레지던스 비용은 장기 체류 시 하루 4만~5만원이면 충분하지만 골프 등을 즐기려면 비용은 크게 증가한다. 골프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조트에 머무르며 카트 없이 즐기는 골프 비용은 한 번에 4만~5만원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잠깐의 골프 여행을 위해 찾을 경우 이런저런 비용을 합치면 12만원~16만원이 훌쩍 넘겨 국내의 지방 평일 가격에 비해 크게 싸지 않다. 결국 국내에서 즐기는 문화나 라이프스타일 수준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한국과 치앙마이의 생활비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치앙마이는 어떤 도시?
역사적으로는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지속됐던 란마 왕국의 수도이다. 치앙마이(Chiangmai)의 ‘치앙’은 도시, ‘마이’는 새롭다는 의미로 ‘새로운 도시’라는 뜻이다. 란나 왕국의 두 번째 수도이다. 란나 왕국의 첫 번째 수도는 치앙마이 북서쪽에 있는 치앙라이(Chiangrai)이다. 란나 왕국은 한때 미얀마의 속국으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1775년 태국의 도움으로 독립했다. 이후 1892년 태국으로 편입됐다.
한 달 살기 추천 시기 11월~2월, 최저 기온 15도~최고기온 30도
인구 약 120만(2022년 기준) 시차 한국시간 기준 2시간 늦음
직항 갈 때 6시간 30분, 올 때 5시간 30분
비자 무비자 90일 환율 1THB 42원 전압 50Hz, 220V
치앙마이에서 즐길 수 있는 것
골프 태국은 골프장이 넘쳐나는 곳이다. 치앙마이 근교에도 여러 골프장이 있다. 리조트에 머무는 회원의 경우 하루 4만~5만원이면 이용 가능하다.
자연 체험 치양마이 인근에 국립공원이 많아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도이 인타논(Doi Inthanon,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가 인기가 높다. 북부의 빠이(Pai, 치앙마이 북서쪽의 작은 시골 마을. 전 세계 배낭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이다)나 메홍손, 치앙라이 지역에도 여러 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코끼리 케어 프로그램은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자연 체험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직접 코끼리를 타는 체험보다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거나 씻기는 케어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 중이다. 시내 여행사에서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이클 트레킹 투어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다. 치앙마이 북쪽은 높은 산악 지역으로 다양한 고산족들이 살고 있다. 이들 마을과 야시장을 찾아가는 관광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명상·요가 프로그램 치앙마이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곳곳에서 요가 프로그램과 명상센터를 운영한다. 대부분 만족도가 높다.
쿠킹 클래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다. 직접 간단한 태국의 음식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으로 보통 하루 일정이다. 제철 식재료 준비부터 이를 이용한 요리까지 태국 북부만의 전통 요리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다.
마사지·스파 프로그램 마사지는 태국에선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테라피 개념이 강한 타이마사지에는 발마사지, 오일마사지뿐만 아니라 3시간 풀 패키지 코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치앙마이 골목 어디든 마사지 숍이 있다. 얼굴마사지도 인기지만 시작하기 전에 꼭 마사지사가 손을 씻는지 확인한다. 고급 호텔이나 올드타운 일부 숍에서는 스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꼭 가봐야 할 곳
올드타운(Old town) 태국 치앙마이 문화의 정수를 알 수 있는 여러 사원(Wat)과 기념품 가게, 마사지 숍,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치앙마이 곳곳에는 무려 300여 개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올드시티에도 유명한 왓들이 곳곳에 있다. 각각의 특징이 있지만 올드타운에서는 왓 프라싱(Wat Phra Singh), 왓 체디루앙(Wat Chedi Luang) 등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사원들도 한 번쯤은 둘러볼 만하다. 혜자로 둘러싸인 올드타운은 사방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타패게이트(Tha Phae Gate)가 제일 유명하다. 일요일 저녁 열리는 선데이 마켓은 온갖 상품과 먹을거리가 있는 야시장으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님만해민(Nimmanhaemin) 치앙마이의 현대적인 지역이다. 이곳에 위치한 마야쇼핑몰(Maya mall)과 원 몰(One mall)은 현재적인 쇼핑센터이다. 이곳 주변 도로에 각종 소품을 파는 가게와 세련되고 인기 있는 음식점, 카페, 갤러리들이 몰려 있는 치앙마이 최고의 핫 플레이스이다. 주말에는 각종 거리음식을 파는 야시장이 근처에서 열린다.
나이트 바자(Night Bazaar) 올드타운 동쪽 창클란 거리에 위치한 대규모 야시장이다. 길거리 음식부터 온갖 물건을 팔지만 옷이나 물건들의 수준은 떨어지는 편이다.
왓프라핫 도이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유서 깊고 인기 있는 사원. 이곳은 치앙마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포인트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걸어서는 꽤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가 있어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치앙마이 대학교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대학이다. 넓은 캠퍼스와 호수와 큰 숲들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다.
현지 인터뷰 ①
8년째 두 달 살이, 이인섭 작가
“오래 머물수록 이익… 날씨 영향으로 작품의 컬러도 달라져”
서울미술협회장을 지낸 이인섭 작가는 치앙마이 마니아이다, 겨울 시즌에 치앙마이 외곽 골프리조트(Mae Jo golf resort&spa)에 머무는 ‘두 달 살이’를 시작한 지 올해로 8번째이다. 해마다 같은 곳에 머문다. 오래전 암 투병 이후 겨울 추위를 피해 찾았던 치앙마이에 푹 빠져 해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 하루 일과는 어떤가? 한국과 시차가 2시간이지만 이젠 적응돼서 생활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하고, 한가로이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긴다. 가끔은 골프를 치기도 하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다. 처음엔 치앙마이 시내에도 다녀오곤 했지만 이제는 적당히 조용한 여기가 훨씬 편하다. 작업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어서 큰 대작을 그리기는 힘들지만 내 방에서 소품과 드로잉 위주로 그림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치앙마이를 선택한 이유는? 첫손으로 꼽으라면 날씨 때문이다. 치양마이는 날씨에선 축복받은 땅이다. 벌써 8년째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를 피해 한 달이나 두 달 살기를 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이 온순한 것도 맘에 드는 점이다. 여긴 골프 리조트라 도와주는 직원들도 친절하고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하거나 치안 때문에 걱정해본 적은 없다. 과일과 야채가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차를 운전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다. 운전석이 바뀌는 것도 익숙하지 않지만 시내엔 오토바이가 많아 조금은 위험하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덥지 않나? 최적의 시기는 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이다. 그렇지만 여름에 우기가 시작돼도 대부분 밤에만 내려 낮에는 햇살이 가득하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생각보다 해충이 거의 없다는 점도 좋다. 다만 2~3월을 피해야 한다. 이때는 북부 지역에서 화전 농법으로 숲에 불을 지른다. 이 시기에는 연기로 온 하늘이 뿌옇게 뒤덮인다. 치앙마이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 한번 들어찬 나쁜 공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스모그 지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태국 당국에서 계몽을 많이 한다고 들었지만 하지만 화전 농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한 달 살기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한 달 살기 비용은 자신이 어떤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내겐 한국에서의 생활비와 큰 차이가 없다. 여긴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이익이다. 실제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 있는 게 편해 잘 돌아다니지도 않으니 돈을 쓸 일도 별로 없어 크게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숙박비도 시내에 괜찮은 레지던스는 하루 6만~7만원이지만 여기 리조트는 4만 원선이라 한 달에 120만원 정도이다.
태국 음식은 어떤가? 처음엔 고수를 잔뜩 넣은 음식을 먹기 힘들었다. 각종 허브 향도 힘들었다. 하지만 자꾸 먹다 보면 적응하게 된다. 오히려 요즘은 한국의 김치 먹듯이 양꿍(새우에 향신료와 소스를 넣고 끓이는 태국 대표 음식)을 찾곤 한다. 길거리 음식이 싸고 맛도 있지만 그런 게 질리면 레스토랑을 찾으면 된다. 직접 마트에서 한국의 식재료를 살 수 있어 음식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기후가 미술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가? 고갱이 타이티에서 그린 작품과 천경자(타히티에 머물며 그린 작품이 많다)의 그림 색이 비슷하다. 화가의 작품도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계절의 빛은 매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작가가 팔레트의 비슷한 색에 손이 가게 된다. 그래서 환경이 비슷하면 작품의 컬러가 비슷해지는 것 같다. 내 작품도 여기서 그렸던 작품들과 한국에서 그린 작품들을 비교하면 색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살기 좋은 곳을 꼽는다면? 그래도 내겐 최고의 장소는 작업실이 있는 양양이다. 최고로 편한 곳이다. 요즘은 예전처럼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아쉽다. 화가는 한 곳에서 오래 관찰해야 한다. 복잡한 것에 둘러싸여 있으면 자신이 담고 싶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체화 작업이 쉽지 않다. 겨울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양양에서 그곳의 풍경을 바라보며 지낸다.

현지 교민 인터뷰 ②
치앙마이 쇼핑센터 ‘다온(DAON)’ 신숭윤 대표
“치안 문제로 걱정한 적 없어… 한국 여행객 수준, 자부심 가질 만큼 높아져”
신승윤 사장은 태국에 정착한 지 12년째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 정리하고 40대에 처음 찾은 곳은 태국 방콕이었다. 그러나 방콕의 복잡함이 싫어 치앙마이로 이주했다. 현재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 숍 4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치앙마이의 여행 트렌드 변화와 한 달 살기에 대해 들었다.
치앙마이 한국 교민 수는 어느 정도인가? 정착해 살고 있는 교민은 3000명 정도이다.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 편수도 하루 7~8편으로 방콕에 비할 바가 아니다. 대부분 교육 목적으로 장기 체류하는 유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초중고를 치앙마이의 국제학교나 사립학교에 다닌다. 남편은 한국에서 일하고 자녀와 엄마는 치앙마이에 머무는 경우도 꽤 있다.
한 달 살기 여행객들이 많이 늘었나? 요즘은 자유여행 특히 한 달 살기 하는 여행객들이 엄청나게 늘었다. 한 달 살기 정보도 넘쳐나 요즘 젊은 여행객들은 오래 살고 있는 나도 잘 모르는 치앙마이 정보를 SNS에 실시간으로 올린다. 은퇴 이후 여기서 장기로 머무는 롱스테이 체류 여행자도 많이 늘었다. 대부분 만족하고 사는 것 같다.
한 달 살기로 치앙마이를 선택하는 이유는? 가장 강점은 날씨와 치안이다. 도시이면서도 조용하다. 교통도 편하고 크게 차가 밀리는 경우도 없다. 흔히 말하는 느리게 살기에 최적지이다. 많은 태국 교민들도 일자리가 있다면 치앙마이로 오고 싶어 한다. 실제로 방콕에서 가이드를 하던 사람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여기로 많이 직장을 옮긴다. 이제껏 치앙마이에 살면서 치안을 걱정하고 범죄 피해를 걱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물가 수준이나 한 달 살이 비용은 어떤가? 치앙마이가 인구 120만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도시 생활을 하는 데는 불편함이 전혀 없다. 물가도 싸다. 비용을 아끼려면 충분히 적은 비용으로도 한 달 살이, 두 달 살이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처럼 일정 정도 수준의 삶을 유지하려면 한국에서 쓰는 생활비랑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이곳 현지 직원들의 월급이 50만원 수준이다. 이걸로 현지인들은 충분히 살 수 있지만 한 달 살이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 로컬들이 사는 수준의 생활을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치앙마이를 찾는 여행객들의 패턴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불과 10여 년 사이에 문화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이제는 단기로 오는 여행객들도 추태나 논란거리를 만드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요즘 태국 인기가요 상위 차트에 항상 K-팝 노래들이 서너 곡씩 올라 있고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도 대단하다. 그만큼 문화 수준이 높아져 있으니 한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 등의 차이로 조심해야 할 것도 있을 것 같은데? 국왕에 대한 무례이다. 무의식적으로라도 태국 국왕을 모욕하는 행위나 말들은 여기에선 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의해야 한다.
치앙마이에서 사야 할 것을 꼽으라면 무엇을 추천하고 싶나? 하나를 추천하라면 목청 꿀을 추천하고 싶다. 북부의 고산족들이 4~5월 우기 전에 나무에 올라 목청을 딴다. 순수한 자연산이고 공복에 한 숟갈씩 마시면 속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