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시에서 클루지 나포카 가는 길의 바트라 도르네이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숙소에서 만난, 중년의 영국인 남성은 클루지 나포카(Cluj-Napoca)가 아주 멋진 곳이라 했다. 그래서 가기로 한 것이다. 이아시 버스 터미널에서 클루지 나포카까지 오전 7시 15분에 출발한다. 개인 운송사에서 운행하는 대중교통이라서 티켓은 따로 예매하지 않았었다. 그냥 버스터미널로 오면 된다는 말뿐이었다. 행여 출발시간을 놓치면 큰일이다.

이아시에서 출발하는 대중교통은 미니 버스다. 원고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클루지 나포카까지 약 323km. 9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지만 그땐 몰랐다. 이아시를 출발한 미니 버스는 많은 마을을 거친다. 팔티체니(Fălticeni)~캄풀룽(Campulung)~바트라 도르네이(Vatra Dornei)~비스트리타(Bistrita)~베클란(Beclean)~데즈(Dej)라는 도시를 거쳐서 클루지 나포카에 도착한다.

중간에 30분 정도 시간적 여유를 주는데, 그곳이 바트라 도르네이(Vatra Dornei)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맥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루마니아의 스위스를 보는 듯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바트라 도르네이는 카르파티아 산맥에 둘러싸여 있고 스파 및 스키 리조트, 카지노가 있는 휴양도시란다. 1775년부터 1918년까지 오스트리아-헝가리의 나라였던 부코비나(Bukovina) 지역이다.

미리 이 도시를 알았다면 절대 그냥 지나치진 않았을 것이다. 루마니아를 다시 여행하고 싶은 것도 이 아름다운 산간 지역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클루지 나포카에 도착

길고 긴 여정은 끝이 나고 드디어 클루지 나포카에 도착한다. 늘 그렇듯이 숙소부터 찾아가야 한다. 올드 타운 쪽에 예약한 숙소 위치가 감이 잡힐 리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표를 사는데 숙소까지는 티켓이 두 장이 필요한데 택시를 타는 게 낫다는 말이다. 택시는 무시하고 일단 시내 버스를 탔는데 바로 뒤에 앉은, 중년의 아주머니가 도와준다. 세 정거장 가서 내리란다. 표 끊어준 그 남자는 한 정거장 가서 내려 트램으로 갈아타라고 했는데, 그녀가 그렇게 하라니 받아들인다. 바이오 케미컬 쪽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녀는 숙소 위치를 아는 듯했으나 역시 잘 모른다. 그녀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는 또 다른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서 날 안내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녀 손에는 물건을 바리바리 들려 있었는데 어리바리한 외국인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택시를 선택한 것이다. 그녀가 불러준 택시는 분명히 바가지를 씌우지 않을 것이다. 짧은 인연, 깊은 친절, 클로지 나포카의 첫인상이다.

시내 중심가 골목 속의 숙소

숙소는 골목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주인이 없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숙소의 숙소 지기가 두 명인데 레스토랑까지 운영하고 있어 게스트들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분위기의 숙소이고 나쁘게 말하면 '네 맘대로 알아서 해라'는 숙소다.

클루지 나포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게스트는 불편하다. 뭐 하나 물어볼 수가 없다.

일단 숙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부터 한다. 제법 유명한 식당인지 손님들은 많았으나 종업원들은 친절하지 않았고 음식 맛도 그저 그랬다. 그렇다고 숙소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어서 밖으로 나온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차도가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유니온 광장(Piața Unirii)을 만난다. 역사가 깊어 보이는 성당과 동상이 있는 곳으로 클루지 나포카의 메인 중심지임은 확실하다. 숙소의 위치는 좋은 곳이다.

트란실바니아 중부의 클루지 나포카의 입지

클루지 나포카는 이아시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큰 도시였다. 여행 시작 전에 클루지 나포카에 대해 좀 알고 떠나자. 클루지 나포카는 트란실바니아 중부에 위치하며 부쿠레슈티(445km), 부다페스트(461km), 베오그라드(483km)와 거의 같은 거리에 있다. 이 도시는 아푸세니(Apuseni) 산맥, 소메슈(Someș) 고원, 트란실바니아 평야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소메술믹(Someșul Mic) 강과 나다슈(Nadăș) 계곡 위에 펼쳐져 있다. 도시의 남쪽 부분은 펠레악(Feleac) 언덕의 북쪽 경사면 위쪽 테라스를 차지하고 있다. 소메슈 고원은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의 북부에는 500m~700m의 언덕이나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클루지의 언덕(Dealurile Clujulu)이 포함된다.

루마니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며 클루지 주의 행정 중심지다.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타협 전까지 트란실바니아 대공국의 공식 수도였다. 도시 면적은 5천 평(179.5km2)이 넘는다.

두 개의 도시가 합쳐진 클루지 나포카

도시 지명인 클루지-나포카는 두 도시가 합해져 붙여졌다. 먼저 ‘클루지(Cluj)’는 중세 시대부터 독일어 클라우젠부르크(Klausenburg), 헝가리어 콜로즈바르(Kolozsvár)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213년, 중세 라틴어 이름인 카스트룸 클루스(Castrum Clus)로 기록되어 있다. 불리던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인과 헝가리인이 많은 도시였다.

클루지 주가 클루지 나포카(Napoca)로 이름이 합해진 것은 1974년이다. 나포카는 이 도시에 있던 로마 이전 정착지를 말한다. 106년, 로마가 이 지역을 정복한 후 '나포카(Municipium Aelium Hadrianum Napoca)'라고 불렀다. 이 두 도시를 합한 것은 공산주의 독재 통치자인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다. 그는 신화를 만들겠다며 로마 이전 뿌리를 강조하기 위해 두 도시 이름을 합한 것이다.

헝가리 땅에서 루마니아 땅으로

역사 없는 도시는 없는데 특히 클루지는 헝가리와 독일(작센인) 뒤섞여 있다. 13세기 후반, 콜로즈바르(당시의 헝가리어 지명)는 많은 수공예 길드의 중심이었다. 1488년, 헝가리의 (Matthias Corvinus, 1443~1490)이 지배했다. 1541년, 오스만 투르크가 헝가리 왕국의 중부를 점령한 후, 콜로즈바르는 동헝가리 왕국(1570년 트란실바니아 공국으로 개칭)의 일부가 되었다. 16세기 중반부터 개신교 사상이 처음 등장했다. 루터교와 스위스의 칼뱅주의 교리가 커졌다.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타협 이후, 클라우센부르크(클루지의 독일어 이름)와 트란실바니아 전체는 다시 헝가리 왕국에 통합되었다. 이 기간 클라우센부르크는 왕국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으며 콜로즈 주(Kolozs County)의 주도였다. 이때, 트란실바니아의 루마니아인들은 억압과 박해를 받았다.

1918년 가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 클루지는 혁명 활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주권 이양은 1920년 6월, 트리아농 조약(Treaty of Trianon)을 통해 공식화되었다. 1938년, 카롤 2세 국왕은 새로운 헌법을 공포하고 루마니아 영토의 행정 구역을 변경했다. 그러나 1940년, 일부 주는 제2차 비엔나 협정에 따라 북부 트란실바니아의 나머지가 헝가리로 다시 이전되었다. 루마니아 행정부에 남은 주 일부는 투르다 주와 통합되어 클루지-투르다 주가 되었다. 1944년부터 소련의 지원을 받은 루마니아 군이 양도된 영토를 탈환해 루마니아에 재통합했다. 이 주는 1950년, 루마니아 공산주의 정부에 의해 폐지되었다가 루마니아가 주 행정 시스템을 복원한 1968년에 재수립되었다.

1989년 혁명과 그 이후

1989년, 루마니아 혁명 당시 클루지 나포카는 반란의 현장 중 하나였다. 26명이 사망하고 약 170명이 부상당했다. 전체주의 통치가 끝난 후, 민족주의 정치인 게오르게 푸나르(Gheorghe Funar, 1949~)가 시장이 되어 12년 동안 통치했다. 그의 임기는 강력한 루마니아 민족주의와 헝가리어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에 대한 민족적 도발 행위로 특징 지어졌다. 이로 인해 외국 투자가 억제되었다.

2004년 6월, 게오르게 푸나르는 퇴임했고 민주자유당의 대표를 겸임한 에밀 보크(Emil Boc, 1966~)가 시장(2004년~2009년)이 되었다. 그는 총리로 선출되었다가 2012년 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때부터 이 도시는 급속한 경제 성장기였다. 루마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학술, 문화, 산업 및 비즈니스 중심지가 되었다. 클루지 나포카는 2015년, 유럽 청년 수도, 2018년, 유럽 스포츠 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21년,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했고 유네스코 영화 도시로 지명되었다.

유니온 광장의 성 미카엘 교회

클루지 나포카의 여행의 시작점은 유니온 광장이다. 이 도시를 여행하면서 여러 번 거치게 되는 클루지 나포카의 랜드 마크다. 이 도시에 도착한 첫날 밤, 이곳에서는 무료 오페라타(Operette, 소규모 오페라)가 공연되었다. 이 광장에는 거대한 동상과 교회가 있었다. 어둠에 가려진 거대한 동상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이야기를 모르니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었지만 멋진 공연은 확실했다. 동상 뒤쪽에는 거대한 성당이 있는데 마치 한 몸처럼 느껴진다. 규모뿐 아니라 칙칙한 건물 색에서 연륜이 한가득. 그러나 입구를 찾지 못해 경내를 보지 못했다.

루마니아어 피아차 유니리(Piața Unirii)는 헝가리어로는 ‘큰 시장 광장’을 뜻한다. 이 광장에는 성 미카엘 교회(St. Michael's Church)와 헝가리 마티아스 코르비누스(Matei Corvin, 1443~1490) 국왕의 기마 청동상이 있다. 그동안 만난 기마상은 주로 스테판 3세 왕이었는데 이곳은 트란실바니아 공국이기 때문에 달라진 것이다.

일단 성 미카엘 교회부터 알아보자. 루마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고딕 양식의 교회로 트란실바니아 고딕 건축물 중 가장 대표적인 기념물 중 하나다. 나중에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요소가 추가되었다. 길이가 70m이고 루마니아에서 가장 높은 교회 탑(80m)을 갖고 있다. 교회 탑(현재 시계탑)은 1837년, 북쪽 정면에 신고딕 양식으로 건설이 시작되어 1860년에 완공되었다. 이 탑은 루마니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교회 탑이다. 교회는 2010년, 루마니아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4세기, 15세기에 걸쳐 세워진 교회

이 교회는 두 단계로 건설되었다. 첫 번째는 1316년에서 1390년까지, 두 번째는 1410년에서 1487년까지다. 처음 교회는 묘역으로, 성 베드로에게 헌정된 예배당이 있었다. 1390년에 제단이 완성되었다. 성소 건축을 재정적으로 도운 사람들은 죄가 용서되었다.

교회는 중세부터 도시의 종교 및 공동체 생활의 중심지였다. 1545년~1558년에는 루터교 교회, 1558~1566년에는 칼뱅주의 교회, 1566년부터는 유니테리언(Unitarian) 교회가 되었다(유니테리언은 18세기 등장한, 이신론의 영향을 받은 반삼위일체론 계통의 기독교 신앙). 150년 후에 카톨릭으로 돌아왔다.

교회 입구 문 위에는 성 미카엘을 상징하는 문장이 있고, 그 아래에는 신성 로마 제국, 헝가리 왕국, 보헤미아 왕국의 문장이 있다. 내부는 세 개의 회중석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화려하게 장식된 제단, 조각상, 그림이 포함되어 있다. 고딕 양식의 둥근 천장과 기둥은 인상적인 광경이다. 주요 제단은 바로크 양식으로 되어 있으며 대천사 성 미카엘을 묘사한다.

특히 건물의 남서쪽 모퉁이(정문 오른쪽)에 있는 슐로이니히(Schleunig) 예배당에는 1481년경에 완성된 프로스코화가 있다. 1528년에 제작된 르네상스 석조 조각품인 성찬실 문틀이 되었다. 신고딕 양식의 제단은 1873년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에서 상을 받았다.

마티아스 코르비누스 동상

교회 앞 광장에 있는 헝가리 마티아스 코르비누스 국왕은 이곳에서 태어났다. 당시 도시 이름은 ‘콜로즈바르’다. 후녀디 야노시(1406년경~1456년)의 둘째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죽자, 1458년, 헝가리의 마차시 1세가 되어 트란실바니아의 왕자로 즉위했다.(마티아스 코르비누스 생가편에서 다시 소개)

헝가리의 신고전주의 스타일의 조각가인 야노스 파드루즈(János Fadrusz, 1858~1903)의 작품이다. 1902년에 제막한 이 동상의 중앙에는 마티아스 왕이 네 명의 장군들에 둘러싸여 말을 타고 앉아 있다. 청동 조각품을 주조한 후 또 다른 작은 석고 모델을 만들어 파리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로 보냈다. 석고 샘플은 세계 박람회에서 가장 높은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계속)

Travel Data

이아시 버스 터미널(Iasi Bus Terminal, 4km) 주소: Străpungerea Silvestru 8, Iași, 루마니아

사미 트랜스(Sami Trans SRL) 주소: Str. Garii 22, incinta Autogarii Codreanu, Iasi, Iasi / 전화: +4-0332-804070, +4-0740-837.855 / 웹사이트: www.sami.ro/https://sami.autogari.ro/curse

성 미하일 성당(Biserica Sfântul Mihail) 주소: QHCQ+3R, Piața Unirii, Cluj-Napoca 400015 루마니아 / 전화: +40 264 592 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