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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향기 물씬, 바르샤바 올드 타운

  • 기자명 이신화 작가
  • 입력 2021.12.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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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 이신화 작가
제2차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올드 타운의 광장은 완벽하게 복원됐다. 타운의 ‘ㅁ’자 광장 주변으로는 새로 복원한 티가 전혀 나지 않는, 옛 향기를 물씬 풍기는 건물들이 에워싸고 있다. 타운 광장 한복판에는 바르샤바의 수호신인 인어동상이 칼과 방패로 타운을 지키고 있다. 붉은 벽돌의 바르바칸(성곽)은 요새처럼 도심을 둘러싸고 있다. 긴 역사는 거미줄처럼 얽혀 복잡하지만 여행자는 감상만 할 뿐이다.
올드타운 골목.
올드타운 골목.
올드타운 광장.
올드타운 광장.

 

올드타운의 펌프.
올드타운의 펌프.

 

올드 타운 광장의 인어 동상 분수대
화려한 건물들이 ‘ㅁ’자 형태로 에둘러 싸고 있는 올드 타운 메인 광장(Rynek Starego Miasta)은 관광 인파들로 일렁인다. 광장 골목길을 따라 ‘따각따각’ 말발굽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관광객을 태운 왕궁 마차는 관광 상품이 되어 도심을 배회한다.

성벽.
성벽.

 

광장의 건축물들은 1940년~1950년대에 복원되었다지만 믿기 어려울 만큼 고풍스럽다. 이 광장 건축물에는 특이점이 있다. 건축 스타일은 둘째 치고 건물 벽에 치장된 그림이 특징이다. 건축물들은 제각각 역사를 간직하고 있겠지만 여행자는 그 이해도, 파악도 어렵다. 일단 광장 중심에 있는 인어 동상 분수대로 다가선다. 약하게 뿜어대는 분수대 물에 더위를 식히는 아이들이 놀고 있다. 인어 동상은 칼과 방패를 들고, 마치 바르샤바를 지키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1855년에 만들어져 1928년까지 이 자리에 있었고 2차 대전 때도 파괴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의 동상은 사본이다. 2008년 청동 아연으로 만든 원본 조각을 보수작업하려 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수리된 원본은 바르샤바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사본이 설치됐다.

바르샤바의 인어동상.
바르샤바의 인어동상.

 

바르샤바의 수호신 ‘인어’
이 인어 동상을 ‘바르샤바의 인어(Mermaid of Warsaw)’라고 부른다. 이 인어는 14세기 중반부터 바르샤바의 ‘문장’(紋章, Coat of arms of Warsaw)이었다. 문장의 인어를 시렌카(Syrenka)라고 하는데 흔히 말하는 세이렌(Siren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인간 여성)과 같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시렌카의 전설은 유명하다. 유럽에서는 인어를 담수에 사는 멜뤼진(Mélusine, 주로 성지나 강에 서식하는 담수의 닉세)으로 인식한다. 멜뤼진은 보통 인어처럼 허리 아래가 뱀(또는 드래곤)이나 물고기 형태를 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바르샤바의 시렌카에는 여러 전설이 있다. 덴마크에서 출발한 시렌카는 비스와 강변(오늘날의 구시가지 기슭)까지 왔고 이곳의 아름다운 풍치에 반해 머무르기로 한다. 시렌카는 강물을 노닐면서 물 파도를 만들고 어부의 그물을 뒤엉켰으며, 잡은 물고기를 풀어주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지역 어부들은 시렌카를 붙잡았다. 하지만 시렌카의 노래에 매혹돼 오히려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부들은 매일 밤 시렌카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시렌카는 부유한 상인에게 붙잡혔다. 상인은 시렌카를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속셈이었다. 물에 접근 할 수 없게 나무 창고에 가두었다. 시렌카의 울음소리를 들은 어부의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그녀를 구출해 강변에 놓아 주었다. 시렌카는 고마움에 그들이 위험에 처하면 보호하러 올 것을 맹세한다. 그래서 바르샤바 인들은 시렌카를 이 도시를 수호신으로 삼았다는 전설이다.

올드타운의 건축물.
올드타운의 건축물.
올드타운의 관광마차.
올드타운의 관광마차.

 

올드 타운 광장의 연립 주택 박물관들
복잡하지만 타운 광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건축물 몇 곳은 눈 여겨 봐야 한다. 붙어 있는 듯이 보이는 연립 주택(Kamienica, Tenement house)들이다. 몇 개 건물들은 전시관이 되었고 대부분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로 이용된다. 복잡한 건물들 속에서 박물관 찾기는 쉽지 않다. 몇 개만 정리 하자면 광장 북쪽으로는 아담 미키에비치(Muzeum Literatury im. Adama Mickiewicza) 문학박물관(1950년 개관)이 있다. 그 뒤편에는 인형 박물관(Muzeum Domków Lalek, Gier i Zabawek)이 있다. 광장 서쪽에는 바르샤바 박물관(Muzeum Warszawy)이 있다. 1936년 올드 바르샤바 박물관으로 설립되었고 2014년 4월에 바르샤바 박물관으로 변경됐다. 월요일은 휴관이고 목요일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가죽공예 길드 박물관.
가죽공예 길드 박물관.
수제 공예 판매대.
수제 공예 판매대.

 

바르샤바 박물관 근처에는 15세기의 푸키에로스카(Kamienica Fukierowska) 연립주택이 있다. 구 시가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택 중 하나로, 로코코 형태의 화려한 외관과 아치형 안뜰이 있다. 18세기에는 와인 저장고로 유명했다. 1810년부터 130년 동안 푸키에르(Fukier) 가문의 소유였다. 수집가의 집안으로 폴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얀 마테이코 화가, 리스트, 스테판 제롬스키 작가의 작품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얀 킬린스키 가죽 공예 길드 박물관(Jan Kiliński Leather Craft Guild Muzeum)이다. 바르샤바 박물관의 다음 골목에 있다. 1569년부터 가죽 공예 길드의 집은 1973년 1월부터 박물관이 됐다. 그 집에는 판사이자 바르샤바 시장이었던 알렉산더 찰머스(Alexander Chalmers, 1645~1703)의 집 명판이 걸려 있다.

약국 문장.
약국 문장.

 

또 다른 골목에는 약국 박물관(Antonina Leśniewska Museum of Pharmacy)이 있다. 1985년 개관된 박물관에는 2,500개가 넘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1602년의 가장 오래된 유물은 물론 1930년대의 오리지널 제약 실험실 장비가 있다. 최초 여성 약국을 운영한 약사, 안토니나 레시니에브스카(Antonina Leśniewska, 1866~1937)가 후원했다. 그 외에도 유서 깊은 연립주택들(Kamienica Juchtowska, Kamienica Długoszowska, Kamienica Walbachowska)이 있다.

바르바칸.
바르바칸.

 

신도시로 이어지는 바르바칸.
신도시로 이어지는 바르바칸.

 

바르바칸
복잡한 타운을 벗어나면(북쪽) 눈이 시원한 붉은 벽돌의 바르바칸(Barbakan, Barbican)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르바칸은 라틴어 바르베카나(Barbecana)에서 유래된 말로 도시나 성의 외벽 요새를 일컫는다. 자료에 따르면 바르바칸은 1540년 노보미에야스카(Nowomiejska) 거리를 보호하기 위해 성문 대신 세워졌다. 베네치안 건축가인 얀(Jan Baptysta Wenecjanin, 1492~1567)이 설계를 맡았다. 르네상스 시대 건축가인 얀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통에 브릭 고딕 벽돌 스타일을 접목시켰다. 성벽 사이로 바로크 스타일 원형탑과 해자가 있었다. 원형탑은 감옥과 화약고로 이용되기도 했다.

바르바칸은 방어적 가치가 미미했기에 18세기에 부분적으로 해체되었다. 대신 도시 안팎으로 사람과 물건의 이동하는 문으로 이용하면서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 19세기에 성벽과 성탑은 올드타운의 연립주택들과 크게 구분되지 않았다. 그러다 1939년의 폴란드 침공, 1944년 바르샤바 봉기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세계2차대전 이후 1952~1954년에 재건됐다. 폴란드 정부는 연립 주택을 재건하는 것보다 관광 명소로 바르바칸을 재건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18세기 후반 폴란드 사실 풍경 화가(베두티스트, vedutista)인 지그문트 보겔(Zygmunt Vogel, 1764~1826)의 그림을 토대로 재건되었다. 현재는 올드 타운의 명물이 바르바칸이다.

작은 저항군 동상.
작은 저항군 동상.

 

바르바칸과 전망대, 그리고 기념 동상들
바르바칸은 비스와 강 쪽이 멋진 전망대(Taras Widokowy, Observation deck) 역할을 한다. 눈 앞쪽으로는 바르샤바 신도시가 한 눈에 조망된다. 전망대 앞쪽의 건축물들도 올드 타운과 버금갈 정도로 멋지다. 해자 자리는 움푹 패어 성벽을 잇는 사잇길이다. 성벽 밑으로 난 사잇길을 따라 걷다보면 눈에 띄는 동상들을 만난다. 그중 작은 저항군 동상(Statue of the Little Insurgent, Mały Powstaniec)이 인상적이다. 동상은 머리에 비해 너무 큰 헬멧을 쓰고 기관단총을 들고 특대형 장화를 신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다. 얼핏 보면 그냥 귀여운 아동 동상쯤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1944년 바르샤바 봉기에서 싸우다 전사한 어린이와 청소년 군인을 기념해서 세운 동상이다. 대부분은 전령이나 연락 장교 역할을 했지만 때로는 정규 군인이기도 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쓰러져 갔다.

제화점 길드.
제화점 길드.

 

1946년 폴란드 조각가 예지 야르누슈키에비치(Jerzy Jarnuszkiewicz, 1919~2005)가 그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수년 후 조각가는 바르샤바 스카우트 연맹(Chorągiew Stołeczna ZHP)에 이 동상을 주었다. 1983년 연맹 15주년 기념식에 예지 시비데르스키(Jerzy Świderski, 1929~2017)에 공개되었다. 예지는 1939년 폴란드 침공 때 대공 방어의 메신저였다. 독일 점령 기간 동안에는 바르샤바 정찰대에서 복무했다. 후에 심장 전문의와 교수가 되었으며 작가가 되어 당시의 시대상을 알렸다.

참고로 이 동상을 안토니 고들레프스키(Antoni Szczęsny Godlewski, 1923~1944)와 많이 헷갈려 한다. 안토니 또한 바르샤바 봉기 때 죽었다. 그는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바르샤바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안토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비밀리에 바르샤바 폴리 테크닉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군대에 입대했다. 1944년 8월 8일 바르샤바 봉기 때 탈출하면서 브라카(Bracka St.)와 알레예 제로졸림스키(Aleje Jerozolimskie)의 모퉁이에서 사망한 인물이다. 그곳에 그의 명판이 있다. 그는 사후에 비르투티 밀리타리(Virtuti Militari Cross V) 훈장을 받았다.

그렇게 올드타운과 바르바칸을 보고 성문을 빠져나온다. 그곳은 또 다른 역사지구인 ‘바르샤바 신도시’를 만난다. 그곳에 퀴리 부인의 박물관이 있다.(계속)

Data
바르샤바 인어 동상 분수대 주소: Pomnik Syrenki, rynek Starego Miasta 18i, 00-272 바르샤바
인형, 장난감 박물관(Muzeum Domków Lalek, Gier i Zabawek) 주소: Krzywe Koło 2/4, 00-270 바르샤바
아담 미키에비츠 문학박물관(Adam Mickiewicz Museum of Literature) 주소: rynek Starego Miasta 20, 00-272 바르샤바
바르샤바 박물관 주소: rynek Starego Miasta 28-42, 00-272 바르샤바/ 연락처: +48 22 277 44 02/ https://muzeumwarszawy.pl/
제화공 길드의 박물관(Muzeum Cechu Rzemiosł Skórzanych im. J. Kilińskiego) 주소: Wąski Dunaj 10, 00-256 바르샤바
약국 박물관(Antonina Leśniewska Museum of Pharmacy) 주소: Piwna 31/33, 00-265 바르샤바/ 전화:+48 22 831 71 79/웹사이트: https://muzeumfarmacji.muzeumwarszawy.pl/
바르바칸(Barbakan Warszawski) 주소: Nowomiejska 15/17, 00-257 바르샤바/전화:+48 22 277 44 02
작은 반란군 동상(Mały Powstaniec, Pomnik Małego Powstańca) 주소: Podwale, 00-001 바르샤바
폴란드 박물관 사이트: https://muzeumwarszawy.p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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