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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남은 고대 유적들

  • 기자명 이신화 작가
  • 입력 2021.11.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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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 이신화 작가
고대 그리스 문명의 꽃이자 민주주의의 요람이었던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는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해 기원전 고대 문명 유적이 부서진 채로 남아 있다. 신전 근처의 플라카 골목은 아테네 뿐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구 시가지다. 묵은 향기 폴폴 나는 골목에서 그리스 전통 음식과 전통 악기 부주키 선율에 취해 갈 때면 고대 여신들이 환생한 듯 아리따운 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오래된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되는 곳, 그리스 아테네다.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의 대명사는 아테네
땡볕이 내리 쬐는 한 여름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 입성한다.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테나 신에서 비롯된다. 아테나는 아테네의 수호신이다. 아테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아크로폴리스(Acropolis)로 간다. 고대 그리스가 도시 국가(폴리스)의 형태였다는 것은 다 아는 내용이다. 당시 폴리스는 그리스 본토에 100여 개였다. 식민지까지 합하면 1,000여 개가 넘었다. 폴리스 상호간에는 정치적 지배 관계가 없는 독립된 사회였으나 그리스 인들은 동일한 언어, 종교, 생활 습관을 가졌다. 폴리스의 한복판 산 언덕 위에 아크로폴리스라는 성채가 있었고 그 아래 시민들의 집회 장소와 시장으로 이용하던 아고라라는 광장이 있었다.

성벽 안에는 시민들이 거주하고 밖에서는 외국인들의 거주를 허용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 그리스의 대표 폴리스는 아테네, 스파르타, 테바이였다. 현재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아크로폴리스의 대명사가 되었다. 일리소스 강을 낀 계곡의 바위덩어리 156m 위에 조성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은 1987년에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프로필라이아.
프로필라이아.

 

아크로 폴리스의 철옹 성문, 프로필라이아 문
아크로폴리스는 높은 성벽으로 둘러져 있다. 5세기 경 축조된 이 성벽은 19세기에 대대적으로 수리됐다. 사방은 성벽과 절벽이고 입구는 딱 한군데, 서쪽 프로필라이아 문(기원전 26년에 건립)이다. 관광객들이 몰려 긴 줄이 이어진다. 고대 프로필라이아 문은 신과 인간의 경계였다. 아테네인들은 평소 ‘신의 세계’를 아무 때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다. 종교 제전 때 정문에 해당하는 중앙 기둥들 사이로 신성한 행렬이 지나 다녔고 일반인들은 양 옆에 있는 좁은 문들로 다녔다. 프로필라이아 문을 통과하려면 불레 문(Boule Gate)을 거쳐야 하는데 불레 문은 프로필라이아 문를 보호하기 세운 내성이다. 성전으로 들어가는 초문 말고도 외적 침입의 보호문 역할을 했다.

서쪽 입구.
서쪽 입구.

 

프로필라이아의 왼쪽 회랑 아래쪽에 큰 사각 구조물이 있다. 이곳에는 전차를 탄 로마 장군 마르쿠스 비프사니우스 아그리파(BC 62~BC 12)의 동상이 있었다고 한다. 아그리파 동상은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를 도와 로마의 제정 시대를 연 공로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짐작된다. 아테나 니케(Athena Nike) 신전도 있었다.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이 신전에는 날개 없는 아테나 니케 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1998년 이 신전을 해체해 많은 부재를 박물관에 옮기고 원형대로 재건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구분하기 어렵다. 큰 기둥과 부서진 유적으로만 남아 있어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하다.

파르테논 신전과 에렉테이온 신전
프로필라이아의 마지막 열주를 통과하면 평평하고 넓은 터가 나온다. 그곳 오른쪽에는 웅장한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 신전은 제법 원형을 간직하고 있어 쉽게 구분이 된다. 기원전 570년 경에 건축된 파르테논 신전은 이후 여러 번의 건립과 파괴, 복구를 거쳤다. 현재 모습은 기원전 447~438년의 페리클리스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파르테논 반대편으로는 부서진 돌 유적들이 흩어져 있다. 관광객들의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금줄이 쳐 있는 곳에 에렉테이온 신전이 있다. 기원전 421~406년에 건립된 에렉테이온은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헌정된 신전이다. 이 신전에는 늘 이슈가 되는 카리야 여성의 6개 기둥(女像柱)이 있다. 스파르타 마을 중 하나인 카리야의 처녀들은 아름답고 훤칠하고 건강해서 튼튼한 아이를 낳는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카리야 여성의 6개 기둥.
카리야 여성의 6개 기둥.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아크로폴리스 성채 북서쪽으로 헤로데스 아티쿠스(Herodes Atticus) 음악당이 있다. 161년 마라톤(Marathon) 출신의 부유한 고관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죽은 아내를 애도해 지었다고 한다. 가파른 경사지를 이용해 건축한 공연장은 5000명이 관람할 규모였다. 그러다 267년 침공 받아 파괴됐다. 이 음악당에서는 1930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가 열렸다. 1950년대에는 객석과 오케스트라 무대가 수리됐고 1957년부터는 아테네 에피다우르스 페스티벌이 열렸다. 마리아 칼라스 등 세계적인 성악가, 연주자들이 이 무대에 섰다.

디오니소스 극장.
디오니소스 극장.

 

파르테논 성채 남쪽 아래 기슭에는 기원전 4세기 무렵에 건립된 디오니소스 야외극장 유적이 있다. 그리스의 극 공연이 시작된 곳이다. 1700년대에 발견돼 19세기 대부분 발굴했다. 그 외 성벽 옆으로 커다란 돌로 된 아치 유적지가 있는데 유메니즈 스토아의 일부다. 스토아(Stoa, 柱廊)란 고대 그리스 건축에서 상부가 덮인 회랑식 보행로다. 훗날 ‘스토아 학파’라는 명칭에 사용된다. 이 아크로폴리스에서 출토된 석상과 조각품 등 유물들은 근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3층에는 에렉테이온 신전의 여섯 여사제상 중 진품 다섯 개를 볼 수 있다. 또한 아크로폴리스에서는 필로파푸스 언덕(Filopappos Hill)이 내려다보인다. 언덕 주위에 필로파포스 극장, 도라 스트라투 야외극장, 국립 천문대, 소크라테스 감옥 등이 있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에렉테이온 신전.
에렉테이온 신전.
리시크라테스 기념비.
리시크라테스 기념비.

 

아테네에서 가장 오래된 플라카 골목
아크로폴리스를 나와 아테네에서 가장 오래된 구 시가지인 플라카(Plaka) 골목으로 간다. ‘신들의 이웃 마을’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골목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골목 입구에서 리시크라테스(Lysikrates) 기념비를 만난다. BC 334년에 거행된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리시크라테스의 합창단이 우승한 것을 기념해 만든 것이다. 전체 높이 약 7m, 너비 2.75m의 기념비의 조각이 멋지다. 대리석이 깔린 골목으로 들어서면 바, 카페, 야외 영화관, 갤러리, 가죽 공방, 향신료 등 숍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그리스식 전통 레스토랑인 타베르나(Taverna)가 많다. 타베르나는 저녁 시간부터 새벽까지 영업하는 선술집이자 음식점이다. 타베르나에서는 그리스 전통 악기인 부주키 연주가 흘러나오고 전통 민속춤인 시루다키를 구경할 수 있다.

플라카지구의 골목.
플라카지구의 골목.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유명한 부주키 연주곡은 카타리나로 떠나 돌아 올 줄 모르는 레지스탕스 애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의 애절하고 슬픈 사랑의 노래이다. 우리나라 조수미씨도 불렀다. 플라카 골목은 아크로폴리스에서 모나스티라키(Monastiraki)~신타그마 광장까지 미로처럼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모나스티라키 역 광장에서는 일요일 오전이면 벼룩시장이 열린다. 그 외 아크로폴리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드리아누스의 문과 제우스 신전의 유적도 남아 있다.

국회의사당 교대식.
제우스 신전.
제우스 신전.

 

신타그마 광장에서 교대식, 리카베투스 산에선 야경을
‘헌법 광장’이라는 뜻의 신타그마(Syntagma) 광장을 일부러 찾은 것은 교대식을 보기 위함이다. 아테네 여행 중 가장 많이 지나치게 되는 곳이다. 계단 뒤쪽의 웅장한 국회의사당은 1843년 최초 헌법이 공포된 곳으로 1935년 7월 1일, 의회가 이 건물에 입주했다. 건물 외부 벽면에 새겨진 비문은 그리스 독립전쟁을 비롯한 여러 전쟁에서 사망한 그리스의 무명용사를 위해 1923년에 만들어졌다. 이 의사당 앞에는 항상 근위병 두 명이 서 있다. 여름에는 순백, 겨울에는 짙은 곤색의 중세 이래 전통의상을 입는다. 근위병들이 매 시간마다 교대식을 펼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근위병들이 보여주는 느릿하고 독특한 발동작이 좀 우스꽝스럽다. 신발 모양 때문일 수도 있다. 관람객 누군가가 “킥킥”거리며 소리 죽여 웃는다.

아크로폴리스 야경.
아크로폴리스 야경.

 

아테네를 떠나기 전 리카베투스(Likavitos) 산(277m)의 석회암 언덕으로 오른다. 부유한 거리, 콜로나키 지구 한복판을 곧추 올라가니 아리스티푸가와 플루타르쿠가가 만나는 모퉁이에 케이블 철도가 있다. 매표하면서 손 위에 동전을 올려놓았더니 여신처럼 아리따운 여인은 수치가 적은 동전만 골라 간다. 동전이 무거울까봐 배려하는 행동이다.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곱다. 철도는 거의 봉우리 위까지 올려놓는다. 암벽과 소나무가 있고 19세기에 건설된 세인트조지 교회를 비롯해 극장과 레스토랑 등이 있다. 리카베투스산은 ‘늑대들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그리스 신화 전설이 흐른다. 아테네 시민들은 금요일 자정이면 이 언덕에 올라 부활절 불꽃의 행렬을 구경한다고 한다. 몰려든 관광객들 사이로 아테네 야경을 감상한다. 무구한 세월이 흘러간 아테네의 야경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Travel data
항공편: 한국에서 그리스 직항편은 없다.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이스탄불, 두바이 등을 경유해 아테네로 들어가면 된다. 많은 이들이 터키 여행과 함께 그리스를 선택한다. 터키항공을 이용해 이스탄불을 거쳐 그리스의 아테네로 들어간다. 인천~이스탄불 구간은 주 11회, 이스탄불~아테네 구간은 주 42회 운항한다.
현지교통: 시내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게 가장 편하다.
음식정보: 아크로폴리스 주변 플라카 골목에서 전통 음식을 즐기면 된다. 음식은 대부분 맛이 좋고 전통 빵도 맛있다.
전통 술: 그리스의 국민 술이라 일컫는 우조(Ouzo)와 메탁사(metaxa)가 있다. 2006년부터 오직 그리스에서 생산되는 ‘우조’는 40도 이상의 독한 술로 미틸리니에서는 해마다 축제를 연다. 포도+아네스씨+각종 허브로 만든 이 술은 문어요리를 안주 삼아 함께 마신다.
숙박정보: 한인 민박을 비롯해 숙박할 곳은 아주 많다. 오모니아 지역은 우범 지대이긴 해도 숙박비가 아주 저렴하다.
통화 정보: 유로 사용
축제 정보: 고대 아테네인들은 매년 7월경, 아테나 여신의 탄생을 기리는 판아테나이아(Panathenaia) 축제를 했다. 현재도 이 전통 축제를 이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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