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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의 본고장,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현주소는?

  • 기자명 이신화 작가
  • 입력 2021.12.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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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 이신화 작가
이탈리아 시칠리아는 영화 ‘대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로망의 도시다. 영화 '대부1(1972년)'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2편(1974년), 3편(1990년)까지 시리즈로 개봉됐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코를레오네(Corleone) 태생의 마피아 이민자 일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시칠리아 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시칠리아 전경.
시칠리아 전경.
시칠리아 수호성인 로살리아.
시칠리아 수호성인 로살리아.

 

영화 대부 촬영지 찾아 시칠리아로
순전히 영화 '대부'의 긴 여운 탓에 시칠리아 팔레르모(Palermo, 시칠리아 주도)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비행기 표도 예약 안한 채로 공항으로 달려갔기에 고가의 비행기 표를 감수한다. 영화 '대부'(총 3편)는 오랫동안 반향과 잔상을 남겼다. 특히 대부1(1972년 작)에서 ‘돈 콜레오네(마론 브란도 분)의 막내아들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 분)가 사고를 치고 망명 생활을 한 곳이 시칠리아다. 아버지의 고향인 시칠리아에서 보낸 장면은 영화 속 내용과는 상관없이 여행자들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시칠리아만 가면 화면 속의 목가적이고 현혹적인 모습을 볼 줄 알았다. 

맛있는 새우볶음밥.
맛있는 새우볶음밥.

 

바스키아 카페 인테리어.
바스키아 카페 인테리어.

 

휑하게 느껴지는 팔레르모 공항에 내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에 내려 주린 배를 채우러 작은 카페로 간다. 실내 벽에 그림, 사진 등으로 덕지덕지 붙여 놓은 인테리어가 재미있다. 많지 않은 실내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고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도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소문난 집인 듯하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가격은 5~6유로로 저렴하다. 예상만큼 새우 볶음밥이 아주 맛있다. 좋은 식당을 만났으니 시칠리아의 첫 인상도 좋다. 하지만 카페의 스태프는 음식 사진 찍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도 로마와 같아. 소매치기를 특히 조심해야 해”라고 말이다.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여느 도시나 소매치기, 도둑들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카페 스태프가 조심하라고 일러준 것을 실제로 경험하는 데까진 금방이었다.

마구잡이로 들이대는 거친 시칠리아 사람들
숙소는 생각보다 찾아가기가 복잡하다. 여행 안내소도 없다. 어렵사리 묻고 물어서 정류장을 알아내고 시내버스에 오른다. 캐리어, 배낭, 손가방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길을 물어보는 동양 여성의 어설픔에 현지민들의 시선이 쏠린다. 그런데 버스 안 손님들은 친절로 이해하기에는 그 행동과 인상이 과격하다. 버스표 사는 것부터 갈아타는 곳을 물어볼라치면 어김없이 시선이 집중되고 심지어 우르르 달려 든다. 3개월 유럽 여행 동안 이런 경우는 없었다.

시칠리아 사람들.
시칠리아 사람들.

 

그 순간 인상이 매우 강렬한 여인이 다가선다. 강심장인 필자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형언할 수 없는 인상이다.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그녀는 "너 내리는 곳까지 안내를 해주겠다"면서 따라 오란다. 그녀의 행동은 여행자에게 공포감을 조성한다. 다행히 그녀는 한 정거장 앞에서 하차했는데 금세 또 옆에 있던 방글라데시 인 남성이 다가온다. 그 남자는 버스 종점에서 내려서 갈아타라고 한다. 어렵사리 버스에서 내렸는데 또 중년의 한 남자가 다가온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짐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나 혼자 갈 수 있다고. 그만 다가오라’고 속으로만 외치고 있을 뿐이다. 숙소까지 가는 길 또한 두려움이다. 골목과 건물에는 한 눈에도 가난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 시장을 지났고  무수한 흑인들을 만났다. 이탈리아에 와서 때 아닌 미국의 할렘가를 경험한다. 

팔레르모 항구의 바다.
팔레르모 항구의 바다.
팔레르모 바닷가.
팔레르모 바닷가.

 

수탈과 반란이 끊임없이 발발한 곳
두려움은 더 남았다. 본격적으로 도심 속으로 들어선다. 팔레르모 시가지의 건물들은 무서울 정도로 칙칙하고 음습하다. 시내 중심가의 올드 타운 좁은 거리들은 우중충한 오랜 건물들로 들어차 있고 벽에는 낙서가 가득하다. 대부분 벽에는 무질서하게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어 ‘악의 소굴’처럼 느껴진다. 시실리 도심의 풍치에 실망이 가득하고 그 음습한 건물들 어디선가에서 복병이 나타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주도이며 관문인 팔레르모의 현 주소다. 

분명히 예전부터 그런 곳은 아니었다. 팔레르모의 기원은 BC 8세기 페니키아 무역상들이다. 이후 카르타고 인이 지배하고 BC 254년, 로마가 점령한다. 로마 지배 때 기운이 쇠퇴했다가 535년, 비잔틴 제국의 장군 벨리사리우스가 동고트족에게서 되찾은 다음 다시 번영을 누린다. 831년 아랍인이 점령한 뒤 북아프리카와 활발한 무역 중심지로 번창한다. 팔레르모의 황금기는 노르만족 시대(1072~1194)다. 노르만 왕국은 관용을 토대로 나라를 세웠다. 그러다 노르만족 통치권은 1194년 독일의 호엔슈타우펜 왕가로 넘어간다. 점점 도시가 쇠퇴하자 그 틈을 타서 1266년, 프랑스 앙주의 샤를이 정복한다. 그러나 앙주 가문의 압제는 1281년 ‘시칠리아의 만종’으로 불리는 민중 반란으로 끝을 맺는다. 이후 팔레르모는 아라곤 왕국(스페인)의 오랫동안 지배를 받게 된다.

시칠리아 사람들.
시칠리아 사람들.

 

시칠리아는 오랫동안 많은 나라들로부터 수탈을 당했다. 그런만큼 도시빈민자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16~17세기 스페인 총독들이 도시 재건을 위해 애썼으나 반란 때문에 이룰 수 없었다. 이탈리아가 통일되고 1860년 이탈리아 일부가 되었음에도 중앙정부로부터도 소외당했다. 산업화는 늦어졌고 2차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포격을 맞은 탄흔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복구하지 못한다. 시칠리아가 발전되지 못한 것에는 마피아도 이유가 된다. 이 섬에는 이탈리안은 없고 시칠리아 인들이 있다. 유럽 전역의 시칠리아 인들은 "우리는 시칠리아 사람!"이라고 말한다.

영화 대부가 시칠리아 인들의 얼굴을 고정화 시키는데 한 몫 했다. 1986년 두 판사가 마피아에 의해 살해된 이후 정부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소탕에 나섰다지만 그 이미지는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 남은 아랍·노르만 시대의 유적들
팔레르모의 가장 볼거리는 아랍·노르만 양식 등이 뒤섞인 유적들이다. 번영을 누리던 노르만 시대의 대표적인 건물인 노르만디 왕궁이 있다. 원래의 아랍 궁전을 노르만 왕조가 이용했다. 팔레르모 왕궁은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왕궁으로 9세기에 팔레르모를 다스리던 아미르(Emir, 이슬람 세계의 왕족 또는 귀족)의 여름 별궁으로 지어졌다. 이후 노르만 왕국 시기의 왕인 루지에르 2세(1095~1154)가 이 궁전을 왕의 주거처 겸 집무 공간으로 사용했다. 이 시기에 이 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팔라티나 예배당이 지어졌다. 현재는 시칠리아 주 의회 의사당으로 쓰고 있다. 또 산 조반니 델리 에레미티 교회(1132), 마르토라나 교회(1143), 쿠바 궁전, 치사 궁전이 모두 같은 시대에 건축되었다. 구획없이 돌아다니다보면 둥근 돔 모양의 건축물을 가진 곳들이 대부분 노르만 시대의 건축물이다.
 

프레토리아 광장.
프레토리아 광장.

 

산 카달도와 성마리아 델라미랄리오.
산 카달도와 성마리아 델라미랄리오.

 

시내의 비토리아 엠마누엘 거리 중심에는 프레토리아 광장과 콰트로칸디가 있다. 8각형의 광장인 콰트로칸디는 4거리의 4지역, 라 로지아, 카포, 알베르게리아를 일컫는다. 프레토리아 광장에는 비잔틴, 아랍, 노르만, 네오 고딕 문화가 혼합된 이색적인 팔레르모 대성당과 다양한 조각상들이 장식된 웅장한 분수가 있고 궁전들이 많고 팔레르모 박물관도 있다. 또 광장 북쪽에는 12세기의 노르만 양식의 산 카탈도와 성 마리아 델라미랄리오가 있다. 그외에도 시칠리아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빌라로 시장,  부치리아 전통시장 등이 있다. 

가리발디 공원.
가리발디 공원.

 

시칠리아는 결혼 중
시칠리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결혼식이다. 많은 성당에는 잘 차려입고 해맑게 웃는 사람들이 있다. 또 가리발디 공원(Giardino)에도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 입은 결혼식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바닷가 쪽의 흩어진 오래된 유적지 앞에서는 온통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들이다. 연령대 상관없이 멋진 웨딩 드레스를 차려 입고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제대로 된 카메라를 갖추고 웨딩 사진을 찍어대는 이탈리아는 동유럽의 결혼식 모습과는 현저히 다르다. 그들 옆에는 으레 신형 오픈 웨딩 카들이 따라 다닌다. 시칠리아가 ‘결혼의 도시’로 손꼽히게 된 이유는 영화 대부의 영향이다.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영화음악제작자인 니노 로타(Nino Rota, 1911~1979)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1928년~)가 만든 주제가가 결혼식에서 울려 퍼진다.  

 

터벅터벅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밤 문화를 즐기는 것은 이 도시의 기본이다. 벽에는 낙서가 가득하고 낡은 건물 사이로 무더기로 사람들이 모여서 술과 잎담배를 피워댄다. 여느 도시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감히 접근조차 못할 정도로 퇴폐감이 느껴진다. 그 무리 속에 버스 안에서 만났던, 강렬한 인상을 가진 그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카멜라(Camella). 그녀는 베네치아 근처가 고향이지만 이곳에서 일을 한단다. 실망과 공포감,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준 팔레르모. 시칠리아 팔레르모는 흐릿한 회색 빛 날씨와 닮았다. 미리 알고 갔으면 좀 더 나았을까?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한국에서 시칠리아 직항 편은 없다. 이탈리아 또는 유럽의 주요 도시를 거쳐서 가야 한다. 시칠리아에는 총 세 개의 공항이 있다. 팔레르모의 팔코네 보르셀리노(Falcone-Borsellino) 국제공항과 카타니아의 폰타나로사(Fontanarossa)공항이 대표적이다. 트라파니에 있는 빈센조 플로리오(Vincenzo Florio) 공항은 저가 항공사 위주로 운영된다. 세 곳 모두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및 유럽의 주요 도시와 연결된다. 인천~로마 약 12시간, 로마~팔레르모공항까지 1시간, 카타니아공항까지 1시간10분 소요 된다.
현지 교통: 나폴리발 여객선의 종착지가 팔레르모다. 밤 8시에 나폴리를 출발한 여객선이 다음날 아침 6시에 도착한다. 팔레르모 중앙역 버스 정류장에서 팔레르모 공항까지 30분 가격으로 버스가 운행. 펠레그리노 산은 107번, 812번을 이용하면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 가능하다. 버스표는 타바치(tabacchi)에서 구입하면 된다.

몬델로 해산물 코너.

 

시칠리아의 전통음식: 시칠리아는 음식은 훌륭하다. 바닷가와 인접해 있어 해산물 요리가 발달되어 있다. 841년에 개점한 안티카포카체리아 샌프란체스코(anticafocacceria.it)가 대표적이다. 시칠리아의 전통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시칠리아 전통 과자 ‘카놀리(작은 튜브라는 뜻)가 있다. 영화 “대부3”에서 돈 알토벨로가 극장에서 먹다가 독살되는 과자다. 또 얼음을 갈아 만든 시칠리안 빙수 ‘그라니타’도 있다. 
주류정보: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캘리포니아’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와인 산지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에트나 산기슭의 독특한 와인, 마르살라 지역의 단맛 나는 와인 등 시칠리아 전역에서 와인이 생산된다. 시칠리아 토착 품종은 네로 다볼라(Nero d’avola)다. 
숙박정보: 팔레르모 센트럴 기차역 근처에 있는 피플 비앤비(People B&B)가 괜찮다.

몬레알레 마을.
몬레알레 마을.

 

주변 볼거리: 팔레르모 북동쪽 해안 끝에 몬테 펠레그리노(606m) 산이 있다. 이 산정에는 팔레르모의 수호성인인 세인트 로살리아(1130~1166)의 성소가 있다. 꼭 올라가야 할, 멋진 곳이다. 몬테 펠레그리노의 반대편 도로를 꺾어 내려 오면 몬델로 해변이 있다. 팔레르모 시내에서는 20분 거리. 고운 금빛 모래와 맑은 터키석 바닷색 덕분에 부유한 시칠리아 인들의 명소다. 해산물 요리가 아주 맛있다. 또 팔레르모에서 남서쪽으로 약 15km 떨어진 지점에 몬레알레(Monreale)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 도시의 노르만-비잔틴 스타일의 몬레알레 수도원은 세계유네스코에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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