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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700단지 '월패드' 해킹에 성생활∙알몸까지 다 털려... 무슨 일?

  • 기자명 김가영
  • 입력 2021.11.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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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 온라인 커뮤니티
전국 700여 아파트 단지 내 월패드가 해킹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국 아파트 700단지 내 월패드가 해킹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6일 SBS와 YTN 등 다수의 매체는 아파트에 인터폰처럼 설치돼 여러 가정용 IT기기를 관리할 수 있는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가 해킹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은 최근 온라인에 유포된 '월패드 해킹 아파트 리스트'에 오른 공동주택 700여 곳 중 일부에서 해킹 흔적을 확인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 중이다.

 

월패드는 도어록·조명·난방 등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원격 조작하거나 외부 방문자 등을 확인할 때 쓰는 스마트 장치로, 상단에 카메라가 부착돼 있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월패드는 전체 세대가 공동망을 쓰는 만큼 한 세대가 해킹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세대까지 위험에 노출된다.

 

문제의 리스트는 최근 일부 다크웹(dark web·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 등에 국내 아파트 월패드 카메라를 통해 불법 촬영한 영상이 유출되며 함께 확산됐다. 리스트에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대구·울산·제주·포항 등 전국 각지에 위치한 아파트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이들 유출 영상은 지난달 홍콩의 모 웹사이트에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처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과 더불어 유출된 사진에는 아파트 주민의 알몸이나 성관계 등 사생활 장면이 그대로 담겼으며, 해당 영상은 다크웹 등에서 판매까지 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네트워크 기기를 켜고 끄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이를 악용해 해킹을 통한 사생활 영상 유출 등 침해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이용자의 세심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또 해킹 예방을 위해 기기 이용자에게는 암호 설정과 최신 보안 업데이트, 카메라 렌즈 가리기 등을 제안했으며, 아파트 관리소엔 관리자 비밀번호의 주기적 변경, 방화벽 등 보안장비 운영 등을 주문했다.

 

경찰은 문제의 영상 유출과 유통 등 세부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불법 촬영 혐의를 적용해 이에 가담한 해커들을 검거할 계획이다.

 

정부, 월패드 '세대간 망분리' 추진

이번 논란으로 정부는 월패드의 '세대간 망분리'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하나의 네트워크 망으로 연결된 국내 아파트 단지 시스템 구조 때문에 해킹 한 번에 단지 내 전 가구의 월패드 카메라로 사생활이 털리는 사고가 이어져서다. 이에 가상화 기술로 네트워크를 세대 별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이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는 홈 IoT(사물인터넷) 보안관련 고시인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 세대간 망분리 의무화 조항을 담기로 했다. 세 개 부처의 공동 소관인 이번 고시는 이날부터 국무총리실이 규제심사에 착수해 내주부터 이해관계자 대상 설명회 등 본격적인 입법 절차를 밟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세대 간 망분리를 의무화하기로 관련된 세 부처가 합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세대간 망분리 의무화를 검토해왔으나 건설업계와 월패드 업체 등이 비용부담, 단가상승 이유로 반대하면서 답보상태였다. 그러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홈네트워크 보안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질타가 이어진 뒤 정부가 재추진했다.

 

보안기업 윈스의 진철규 연구개발팀장은 "보안전문 솔루션과 담당부서가 따로 있는 일반 기업들도 해킹을 당하는데, 관리인력이 부족한 일선 아파트 단지에서 솔루션 도입만으론 피해를 막긴 쉽지 않다"며 "망 분리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회장은 "가정 내에도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많아져 외부에서 홈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도 매우 많아졌다"며 "각 세대 별 망 분리로 해킹 피해가 전 아파트 단지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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