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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모델·배우·가수… 연예계 가상 인간 어디까지?

  • 기자명 이근하 기자
  • 입력 2022.04.21 02:00
  • 댓글 0
  • 사진(제공) :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한유아 SNS
인플루언서 로지가 광고 모델로 데뷔한 데 이어 드라마에 출연하고 음원을 발매했다. 노래에 자신의 고민까지 녹여내며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로지의 정체를 알고 나면 흔한 풍경으로 보이진 않는다. 로지는 ‘가상 인간’이다.
로지
한유아
한유아

가상 인간(virtual human) 로지가 2월 말 데뷔곡 ‘후 엠 아이(Who Am I)’를 냈다. 앞서 TV광고, 드라마를 통해 목소리가 짧게 공개된 적 있었지만 로지만의 목소리로 노래 한 곡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할지는 미지수였다. 결과적으로 로지는 특색 있는 음색을 입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소속사인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는 로지가 이번 음원 활동으로 얻는 수익금 전액을 굿네이버스에 기부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상 인간 한유아도 음원 ‘I Like That’의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연예계 활동의 신호탄을 울렸다. 여느 연예인과 다름 없는 홍보 행보. 두 가상 인간은 소통이 가능한 개인 SNS 채널도 운영 중인데 팔로워 수가 10만 명을 훌쩍 넘는다.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 역시 가상 인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가상 인간은 한눈에 봐도 아담보다 훨씬 진화한 비주얼을 갖고 있으며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예를 들면 로지는 ‘영원한 22세, 생일 8월 19일, 키 171㎝, 몸무게 52㎏, 발사이즈 250㎜, MBTI ENFP’ 등 구체적인 프로필(설정 값)을 갖고 이 세상에 나왔다. 기술력 구현을 넘어 가상 인간이 한 주체가 되어 연속적인 활동을 이어간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최근 또 다른 가상 인간 리아는 쇼호스트로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사생활 리스크도 없으며, 실제 인간이 진입할 수 없는 영역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가상 인간의 장점이다. 그러나 ‘가상’의 존재가 사람과 형성할 수 있는 유대감의 깊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공감대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생기진 않을까. 그것이 가상 인간의 한계는 아닐까. 

이 일련의 궁금증에 대해 로지의 기획자이자 소속사 대표인 백승엽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대표에게 물었다. 

 

가상 인간을 정의하면? ‘인간 캐릭터’라고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 동물도 외계인도 슈퍼맨도 각 캐릭터가 있듯 휴먼 모습을 한 캐릭터다. 
 

그렇다면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아바타도 가상 인간인가? 큰 범주의 가상 인간은 맞지만 리얼리스틱 휴먼이냐, 애니메이션식 휴먼이냐에 따라 구분된다. 

로지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배우 정해인과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정말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합성’이라고 이해해도 되나? 로지 자체는 우리가 풀 3D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로지가 춤을 출 때는 안무가 분이, 연기할 때는 연기자 분이, 화보를 찍을 때는 패션모델 분이 보디 모델이 된다. 로지에게 트렌디한 의상을 입혀야 하는데 그 옷들까지 3D로 하려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해인 배우와 찍은 사진의 경우 패션 담당 보디 모델이 사진 촬영을 직접 한 뒤에 로지의 3D 얼굴을 입힌 것이다. 

보디 모델에 로지의 얼굴을 입힌다는 것인데, ‘딥페이크’와는 다른 기술인가? 딥페이크는 영상을 다른 사람 얼굴에 붙이는, 그러니까 눈코입만 바꾸는 형태다. 로지는 ‘디지털 더블 기술’이 적용된, 쉽게 말하면 머리 전체를 따서 입히는 거다. 

로지는 사람처럼 노래도 부른다.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TTS(Text to Speech)를 적용했다. 실제로는 사람이 노래를 불렀지만, 요즘 세대는 누가 불렀느냐보다 로지를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로지가 ‘가상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내게 의미 있는가, 없는가’를 따지는 것 같다. MZ 세대는 로지가 첫 버추얼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점에 호응했고, 또 다른 친구가 생겼다는 데 반가워한다. 로지의 인스타에 남기는 댓글만 봐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얼핏 보면 로지는 진짜 사람 같다. 로지와 현실 인간은 얼마나 닮았나? 100%다. 다만 로지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려고 3D 느낌을 어느 정도 얼굴에 표현했다. 너무 사람과 똑같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미세하게 다른, 오묘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1970년대에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라고 있었다. 인간과 더 닮은 로봇을 볼 때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거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지는 실시간으로 SNS 댓글을 작성해주는 전담팀이 있다. AI 챗봇으로 댓글을 달 수도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우선이다. ‘시리’가 “잘 못 들었어요. 다시 한 번 얘기해주세요”라고 하는 순간 소통이 단절된다. 로지의 세계관을 학습한 친구들이 댓글을 관리해서인지 반응도 좋다. 

로지를 모델 기용한 광고들도 속속 보인다. 광고주가 가상 인간을 선호하는 이유는? 광고주는 항상 뉴페이스를 찾는다. 브랜드 밸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면에서 로지가 적합했던 것 같다. 스캔들 제로도 장점이다. 모델이 광고 계약을 한 이후 사생활 논란으로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는 일도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가상 인간은 자유롭다. 로지가 주목받은 건 시기적인 이유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워킹이 가능한 휴먼이다. 이 시국에 태국에서 사진을 찍고 호텔에서 마스크 없이 촬영하고. 대리 만족 측면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로지의 활용도를 어느 수준까지 보고 있는가? 로지의 역할은 버추얼 휴먼으로서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로지가 사람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로지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을 해내는 것이 목표다. 바다 안에서 말을 하고 숨을 쉬거나 하늘 위를 걷는 등 시공간을 초월하는 게 가상 인간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로지만을 위한 메타버스용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신기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이렇게 가상 인간에 적응해가는 게 맞는지 의문도 든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는 시기에 태어났거나 이미 보편화된 후에 태어난 세대)라고 하지 않나. 그다음은 버추얼 네이티브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가 상용화되면 우리가 쓰는 마우스 커서 역할을 휴먼 캐릭터가 하게 될 거다. 트렌드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이미 10대, 20대는 게임 속에서 캐릭터를 자기와 동일화하고 있다. 그들이 자라나면서 버추얼을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다. 

로지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곧 라디오 DJ를 하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이 일하기 힘든 새벽 시간대의 방송을 하고 싶다. DJ 없이 음악만 나오는 라디오 방송이 있는데, 그 시간에 로지가 쌩쌩한 목소리로 사연을 들려주려 한다. 앞서 언급했듯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려 한다. 사람들에게 일자리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로지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가상 인간을 향한 편견이 사라질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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