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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유래와 홈파티

백정림과 함께하는 홈문화 23

  • 기자명 백정림
  • 입력 2021.12.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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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시즌이 되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로하듯 연말에는 큰 축제가 우리를 들뜨게 한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세계인의 축제가 돼버린 크리스마스가 또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우리를 따뜻하게 다독인다.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알리는 것은 늘 그렇듯 백화점의 때 이른 트리 장식이다. 이즈음이 되면 진갈색 낙엽이 소나기처럼 떨어져 쌀쌀한 바람에 흩날리고, 우리들 마음 또한 연말을 생각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느낀다. 어린 시절 네 남매였던 우리에게 아버지는 저녁을 먹기 전에 등장하는 산타 할아버지였다. 늘 퇴근시간을 지키며 성실했던 아버지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우리 네 남매가 원하는 선물을 손에 가득 들고 들어오시곤 했다. 그중에서도 산타 할아버지의 빨간 장화에 담겨져 있었던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아직도 행복한 유년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렇듯 어린 시절 추억 한편에 자리하고 있고 아직도 풍성한 즐거움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는 크리스마스를 우리는 언제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즐기게 되었을까? 크리스마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산타클로스, 트리, 캐롤, 자선냄비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태어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성 니콜라스 대주교를 모델로 탄생했다는 산타클로스가 지금의 수염이 부슬부슬하고 배가 나온 이미지로 탄생된 것은 1930년대 코카콜라의 마케팅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3세기경 살았던 실존 인물인 성 니콜라스 대주교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성자’라는 칭호를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받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선행을 베풀었다. 이러한 실존 인물에 1931년 해돈 선드브롬이라는 화가가 코카콜라에게서 상업광고 의뢰를 받고 동화적 각색을 한 것이 바로 썰매와 빨간 옷의 흰 수염을 늘어뜨린 산타클로스였다. 종교개혁 이전 먼 옛날부터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의 축제였지만 지주층과 같은 부유한 가정에서만 화려하게 즐기는 행사였다. 당시 먹고살기 힘들었던 평민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배층만의 축제였던 크리스마스는 19세기 중엽 중산층의 증가와 가정을 중요시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모두의 크리스마스로 부활되었다. 

19세기 중엽은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일컬어지며 세계의 중심이 되었던 시기다. 세계 도처의 식민지 산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남자들은 화려하고 귀족스러운 고급 의상과 가발을 벗어던지고 너나없이 치열한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일터에서 돌아온 남자들에게 가정은 따뜻한 안식처였다. 귀족들이 누려왔던 많은 것들이 중산층의 생활을 파고들었다. 차와 찻잔, 근사한 그릇장, 카펫과 샹들리에가 그들의 집을 장식했다. 이러한 부유층과 중산층의 성공은 노동자 계층의 희생을 필요로 한 것이었다. 노동법의 기본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당시였기에 같은 시대를 사는 극빈층의 삶은 너무도 비참했고 빈부격차는 커져만 갔다. 이러한 사회 환경 속에서 부자들의 자선이 강조되었고 따뜻한 가정을 희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한 도시 안에 최고의 부를 누리는 부자와 여러 명의 식구들이 단칸방에서 비참하게 생활하는 극빈층이 공존하는 사회 환경은 부유층의 의무가 자선이라는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생각이 널리 퍼지는 데 이바지했던 것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었다. 스크루지 영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은 물질적 즐거움을 향유하는 부유층이 가져야 하는 자선의 의무를 강조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사람들은 카드에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었고, 아이들이 캐롤을 들으며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상자를 기다리는 것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기독교인들만의 축제였던 크리스마스는 비기독교인들도 즐기는 축제가 되어 하루뿐이었던 크리스마스 휴일은 연말에 긴 홀리데이 기간이 되어 오늘의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따뜻한 가정의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크리스마스야말로 주부의 집안 꾸미기 감각이 돋보이는 시기다.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 집안 장식의 하이라이트는 크리스마스트리다. 예쁜 트리를 준비하고 해마다 한두 가지씩 장식을 더해준다면 우리 가족만의 추억의 장이 크리스마스트리 안에서 펼쳐질 것이다. 하나하나 늘어나는 장식을 보며 지나간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고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 또한 연말을 행복하게 보내는 특별한 비법이 된다. 크리스마스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연말 식탁 꾸미기다. 식탁 위를 장식하는 반짝반짝 형형색색의 크리스털 볼과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등장하는 근사한 은촛대는 식탁의 품격을 더해줄 것이다. 와인 한잔 기울이기에 어색하지 않은 양초도 한두 개 식탁에 세팅하고, 애지중지 모셔두었던 예쁜 와인 잔과 그릇들도 모처럼 꺼내보자.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는 다짐도 함께하는 연말모임은 굳이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 삶에 가장 소중한 사람들인 우리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가족을 위해 레드와 그린 글라스로 한껏 화려하게 폼을 내 테이블을 꾸미고,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하며 코로나로 지쳐 있는 내 가족을 위로해보자. 눈이라도 내려주는 연말의 어느 밤 크리스털 잔에 향기로운 와인을 양껏 담아 올해와의 멋진 이별 파티를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렇게 해서 올해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행복이 가득한 여러분의 식탁에서 메리크리스마스를 누려보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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