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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준 아내, 희율이 엄마에서 다시 가수 ‘소율’

  • 기자명 장가현 기자
  • 입력 2020.12.07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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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첫인사를 나누고 끝인사를 할 때까지, 소율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밝았다. 육아만 하느라 쌓여 있던 에너지가 이제야 터지는 듯했다. 문희준과 깜짝 결혼 후 그의 아내로, 또 희율이의 엄마로 살았던 3년을 지나 이제 가수로서의 자신을 찾아 나선 그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 배어났다.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마다 빛날 수 있는 시기가 제각각 다르다는 뜻이다. 대중이 바라보기에 소율이란 사람은 그때가 여러 번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빠빠빠’로 붐을 일으킨 크레용팝 활동, 선배 가수인 문희준과 결혼, 그리고 숱한 랜선 이모와 삼촌들의 사랑을 받은 딸 희율이의 탄생까지. 대중의 사랑과 단란한 가정을 모두 잡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소율이 가수로서 재기하기 위해 MBN 예능프로그램 <미쓰백>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대중은 ‘소율이 왜?’ 하며 의아해 했다.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니 소율의 도전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쉴 수밖에 없었던 소율은 그동안 춤추고 싶고 노래하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눌러가며 가정에 매진했다. 물론 행복했다. ‘중후한 섹시함’이 있는 남편 문희준은 여전히 소율에게 설렘을 안겨줬고 딸 희율이는 존재만으로 힘이 됐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가수 소율의 목소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물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소율에게서 무대를 향한 절박함이 전해졌다.

#가수 소율로 돌아오다

 

소율을 만난 것은 <미쓰백> 1차 경연이 한창이던 11월 초 아침이었다. 아침 일찍 희율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편의 아침식사까지 챙기고 나온 소율은 바쁜 아침을 보내고 온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여유가 넘쳤다.

‘투명소녀’는 누가 가져갔나요? 아쉽게도 저는 아니에요. 세라 언니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가 가져갈 거야”라는 언니의 말을 속으로 80퍼센트는 믿었거든요. 그런데 떨어졌어요.(하하)

아쉽네요. 네이버TV에는 소율 씨 무대 조회 수가 제일 높아서 될 줄 알았거든요. 사실 저는 ‘투명소녀’ 무대는 못 보겠어요. 무대가 끝나고 나서 모니터를 하는데 보자마자 ‘아 큰일났다’ 싶었어요. 제가 (가수 활동을) 쉬었던 티가 너무 많이 나더라고요.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졌어요. 제 무대에 아쉬운 부분이 보이니까 여러 번 볼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더 공들여서 연습하고 있어요. 어제는 연습 끝나고 집에 왔는데 희율이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어요.(웃음)

<미쓰백> 첫 방송부터 화제성이 엄청 났어요.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방송으로 보이는 그대로에요. 정말 좋아요. 다들 그룹 활동을 경험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소통이 잘 돼요.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 필요한지 다 알고 서로 챙겨주려고 해요. 저희 프로그램이 경연이라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이 길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즐겁더라고요. ‘집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 만큼이요.(웃음)

멤버들이 다 아픔이 있어서 그런지 경연 말고 걸그룹으로 활동하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어요.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경연이 아니었어요. 다른 그룹에서 활동했던 언니 동생들이랑 같이 무대에 서는 포맷이었어요. 신랑도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 했잖아. 좋은 기회니까 해봐”라고 했고요. 나중에 경연이 되면서 좀 무섭긴 했죠. 연습생 때 이후로 경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어요. 멤버들이 저마다 맞는 색깔을 찾아가는 걸 보는 것도 좋아요.

소율의 음색을 처음 알았다는 반응도 있어요. 크레용팝은 콘셉트가 확실한 그룹이라 제 모습을 100퍼센트 다 보여줄 순 없었어요. 크레용팝 때는 ‘점핑점핑’만 했잖아요.(웃음) 이번 기회에 신인가수 소율로 돌아가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춤 연습을 하다가 산후통으로 고생하는 모습은 엄마들이 많이 공감하더라고요. 아이를 낳으면 적어도 한 군데는 고장이 나요. 저는 크레용팝 때 점프를 많이 해서 무릎이 원래 안 좋았는데 더 안 좋아지고 손목도 시큰거리고 허리도 쑤시더라고요. 아침에 희율이 등원시키고 나서 엄마들을 보면 다들 힘들어서 얼굴이 창백해요.(웃음) 예전만큼 에너지가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해요. <미쓰백> 멤버들은 계속 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이니 일을 쉬었던 저랑은 에너지를 내는 속도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시간을 쪼개서 연습하고 있어요.


#태어나야만 했던 아이, 희율이

 

외모만 보면 아직 20대 초반 같은 소율도 엄마는 엄마였다. 질문에 대답하는 소율의 말끝에는 늘 ‘희율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서 무뚝뚝한 아빠 문희준을 녹이는 사랑스러운 딸 ‘잼잼이’로 등장한 희율이는 랜선 이모, 삼촌 팬을 거느린 꼬마 스타가 됐다. 소율은 이런 딸을 두고 ‘태어났어야만 하는 아이’, ‘하늘이 우리에게 준 아이’라고 표현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여느 엄마들 못지않은 ‘프로엄마’였다.

연습하는 영상을 보니까 옆에서 희율이가 같이 춤을 추던데요? 아이들은 엄마를 많이 쫓아다니는데 희율이도 그래요. 제가 하는 말, 행동, 음식까지 다 따라 하고 따라 먹으니까요. 제가 블랙핑크의 ‘하우 라이크 댓(How like that)’ 안무를 연습해 간 적이 있는데 그걸 희율이가 따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아이가 블랙핑크의 팬이 됐어요. 지금도 집에서 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으로 블랙핑크 노래만 따라 춰요. 희율이는 듣는 귀가 힙합 쪽으로 트인 것 같아요.

희율이가 ‘아이돌 수저’라 춤이나 노래에 남다른 관심이 있나 봐요. 확실히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해요. 제가 집에서 연습하고 있으면 “희율이가 할 거니까 엄마는 가만히 있어”라고 해요.(웃음) 그때는 제가 연습을 못해서 희율이 재우고 난 다음에야 할 수 있어요.

<슈돌>에서 아이가 엄청나게 사랑받았죠. 생각보다 아이를 많이 예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어떤 부모나 다 그렇겠지만 저한테 희율이는 정말 예쁜 딸이거든요. 아이가 주는 에너지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신랑이랑 한 번씩 ‘어떻게 이런 딸이 우리한테 왔을까?’라는 이야기를 해요. 신랑은 희율이가 태어나야 할 아이고 하늘이 우리에게 선물로 보내준 아이가 태어난 거라고 해요. 물론 앞으로도 지켜봐야 하고 저희도 열심히 아이를 키워야겠지만 지금까지 봤을 때는 정말 완벽한 아이에요. 신랑이랑 제가 희율이에게 받는 행복은 어떻게 표현이 안 될 만큼 커요.

문희준 씨가 그런 말을 해요? <슈돌>에서는 엄청 무뚝뚝해 보였는데 의외네요. 완전 무뚝뚝한데 가끔 이런 달달한 멘트를 던져요. 저는 표현하는 스타일이고 남편은 좀 아끼는 스타일이에요. 연애할 때는 남편이 달달한 말을 자주 해줬는데 결혼하고 나니 확실히 에너지가 빠졌어요. 신경써야 할 게 워낙 많으니까요. 달콤한 말은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해줘요.(웃음) 그래도 해주는 게 어디에요. 안 하는 부부도 사실 많거든요.

이런 아내를 얻은 문희준 씨는 복 많은 남자네요. 이렇게 멋진 남자를 만난 저도 복이 많아요. 제가 신랑의 옛날 사진 중에 예쁘게 나온 건 모아놓고 있어요. 그때도 신랑 특유의 섹시함이 있는데 지금은 섹시함에 중후한 매력에다 샤프함이 더해졌어요. 저는 여전히 신랑을 보면 설렐 때가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지금도 신랑을 많이 사랑하긴 하나 봐요.(웃음)

소율 씨는 같은 말도 참 예쁘게 하는 것 같아요. 희율이가 엄마의 이런 점을 닮았나 봐요. 아이를 낳기 전에 신랑이랑 저랑 약속한 게 있어요. 아이 앞에서 화내지 않고 예쁜 말만 하기로 했어요. 저희는 최대한 이 약속을 지키려고 해요. 그래서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어요. 희율이가 위험한 행동만 하지 않으면 화내지 않아요. 저는 아이가 집안을 어질러도 혼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하는 쪽이에요. 어지르고 나면 나중에 어지른 건 정리해야 한다는 걸 알려줘요. 그래서 사람들이 희율이가 정리도 잘하고 엄마아빠 말도 잘 듣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워킹맘들의 고민이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희율이는 어때요? 제가 지난 3년간 희율이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줬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랑 아이가 애착 형성이 잘 되어 있어요. 제가 일하러 간다고 하면 희율이는 “엄마 잘 다녀와” 하면서 쿨하게 보내줘요. 사실 저희 둘만 있으면 정말 꿀 떨어진다 싶게 다정해요. 희율이는 제 팔을 만지면서 “엄마 팔 말랑말랑해. 엄마 팔 좋아” 이러고 저는 희율이 발가락을 좋아해서 “엄마는 우리 희율이 발가락이 너무 좋아” 이러면서 깨를 볶아요.(웃음) 희율이 자체가 스윗하기도 하지만요.

다시 활동을 시작한 시점에서 둘째 계획을 묻기 좀 생뚱맞긴 한데, 계획이 있나요? 그럼요. 원래 있었는데 제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미뤄졌어요.(하하) 사실 <미쓰백> 제의가 들어왔을 때쯤 둘째를 슬슬 가져볼까 하던 시점이었어요. 제가 <미쓰백>에 합류하면서 둘째 계획은 완전히 미뤄졌죠. 낳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제가 일을 시작했으니 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아이는 뒤에 갖기로 신랑이랑 이야기했어요.

안정적인 가정 다음은 소율 씨의 가수 활동이 남았어요. 프로그램 초반에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지금은 어때요? 정말 행복해요. ‘나는 역시 무대에 서야 하는 사람이구나’, ‘역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이제야 가수 소율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기회가 온 거잖아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으니까 무조건 열심히 할 거예요. 크레용팝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미쓰백>에서 제 별명이 뭔 줄 아세요? 제 담당 작가님이 그러는데 폭주 기관차래요.(웃음) 지영 언니도 저한테 “소율아, 넌 대체 언제까지 열심히 할 거니?” 그러셨어요. 열심히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지금이 정말 행복해요.

팬들에게 어떤 가수로 남고 싶나요? 에너지를 주는 가수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면 제가 정말 열심히 해야겠죠. <미쓰백>을 통해서 제 한계점을 보고 싶어요.

인터뷰하는 동안 ‘열심히’라는 말을 한 백 번은 한 것 같아요. 진짜 열심히 할 거니까요.(웃음) 제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하고 살았는데 그 기회를 겨우 잡았잖아요. 정말 모든 게 저 하기에 달렸다는 걸 잘 아니까요, 저한테 달렸어요.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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