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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도현의 행복한 지금

  • 기자명 이근하 기자
  • 입력 2020.12.03 11:02
  • 댓글 0

이도현은 첫 주연 드라마 <18 어게인>에서 이혼 직전 18년 전으로 돌아간 남편을 연기했다. 스물여섯 이도현에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는지 물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도현은 지금 가장 행복하다.

데뷔하고 첫 주연을 맡기까지 3년 걸렸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필두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호텔 델루나>, <스카우팅 리포트>를 거쳐 <18 어게인>의 주인공이 됐다. 이도현은 “올해 계획에 주인공은 없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기회, 그는 제대로 쥐었다.


‘이도현 배우를 인터뷰한다’고 하니 저희 어머니가 반가워하셔서 의외였어요. 우와, 정말요?(웃음)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어머님 팬들이 생긴 것 같아요. 부모님 세대에 딱 맞는 이야기였나 봐요.

 

 

시기상 <18 어게인> 종영 소감부터 물어야겠죠? 아픈 사람 없이 다들 건강히 끝나서 다행이고 아쉬움이 제일 커요. 내일 당장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을 못 만나서 아쉽고 ‘고우영(극 중 배역)’을 더 이상 보여드릴 수 없는 점도 아쉬워요.

 

본인의 성과를 평가해보면요? 좋은 반응을 얻어서 다행이지만 개인적으로 제 연기만 봤을 땐 아쉽죠. 어떤 작품을 하든지 제 연기를 볼 때마다 아쉬워요. ‘이렇게 더 했으면 이렇게 보였을 텐데’ 하는 마음이 있어요.

 

데뷔 3년 만에 주연이 됐는데 그 속도가 어떤 것 같아요? 너무 빨랐죠. 올해 계획에 ‘주인공 자리’는 없었어요. 다작을 하는 배우가 되자가 목표였어요. 감독님이 불러주시고 캐스팅이 되고 작품을 하게 되면서 의아했어요. ‘내가? 왜?’ 주인공 롤을 너무 하고 싶었지만 막상 하게 되니까 무섭고 부담감도 컸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생각보다 빠르게 주연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호텔 델루나>에서 저란 사람의 매력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캐스팅하신 이유에도 그 작품이 가장 컸다고 하세요. 남자다운 모습을 많이 보셔서 저를 만나보고 싶으셨대요. 직접 대화해 보니 목소리가 되게 좋다고.(웃음) 캐스팅의 주요인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본인을 제대로 보신 것 같아요? 조금은요?(웃음)

 

앞으론 작품 평가에 있어 배우 이도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네, 그래서 더 노력해야겠단 동기부여가 돼요. 어떻게 보면 지칠 수 있었던 시점에 한 번 더 크게 원동력을 심어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행복해요. 2017년부터 쉬지 않고 촬영을 했기 때문에 지치는 날이 오지 않겠나 했는데 물론 지치진 않았고요.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끊임없이 연기한 만큼 많은 동료 배우와 마주했겠죠?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워낙 베테랑 선배님들이셔서 제가 지금 따라 하려고 해도 안 될 것 같아요. 현장 경험을 더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야 할 부분 같아요. 감독님께도 많이 배웠어요. 배우는 본인 촬영이 아니면 쉴 수 있지만 스태프들은 아니잖아요. 특히 감독님은 편집도 혼자 하시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근데 지친 기색 한 번 없이 늘 같은 표정이셨어요. 여쭤봤죠. 감독님은 안 힘드시냐고요. “힘들지. 그렇다고 내가 티내면 스태프들이 힘들어 하지 않겠느냐”고 하세요. 저도 웬만해선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은연중에 티가 난단 말이죠.

 

도현 씨도 티를 안 내려고 한다는 게 어떤 의미죠? 예를 들어 매니저한테 감기 기운이 있다고 말하면 분명히 걱정할 거고 회사도 걱정해요. 그 전에 스스로 꿀물을 타 먹든 잠을 더 자든 해서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뭐든 혼자 이겨내려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습관인 거죠? 네, 그건 배우가 되기 전부터. 다치거나 아프거나 힘들어도 부모님께 말씀 안 드리고 해결했었어요. 장남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나중엔 왜 말 안했느냐고 혼나기도 했죠. (웃음)

 


#우리 가족


이도현은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안녕하세요” 커피를 건네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당연한 인사말이지만 괜스레 미소 짓게 하는 사람. 언행에 선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


이도현은 잘생긴 배우라고들 해요. 배우로서 본인 외모에 만족하나요? 만족하죠. 잘생겼다가 아니라 매력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인사성 밝은 사람이 되자는 게 제 모토고 부모님도 그렇게 가르치셨어요.

 

부모님의 지론이 ‘밝게 살아라’인가요? 올바르게 살아라. 어딜 가든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는 달고 살라고 가르쳐주셨어요. 최소한 그 말씀만큼은 실천하며 살려고 해요. 습관도 됐고요.

 

어떤 아들일까요? 부모님께 저는 ‘잘 크고 있는 애’이지 않을까요? “잘하고 있어, 아들”이란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연기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를 하셨는데 그걸 무릅쓰고 꾸준히 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요. 그 과정을 가장 옆에서 지켜보신 분들이에요.

 

아들이 이도현이라고 주변에 티 좀 내시겠는데요? 엄청 내시죠.(웃음) 이도현 엄마는 나야. 이도현 아빠는 나야. 아버지 일터엔 제 사진도 붙어 있어요.

 

내가 번 돈으로만 가족이 살 수 있으면 하는 뜻으로 “2020년은 나만 일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과거 인터뷰를 봤어요. 가능해졌나요? 올해는 힘들 것 같고요.(웃음) 좀 더 열심히 해서 내년엔 이뤄드리고 싶은데 좀 다른 생각도 들어요.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김강현 선배님이 “도현아, 인터뷰 잘 봤어. 근데 나도 부모님 일 시켜드려. 부모님 일을 쉬게 하는 게 효도는 아닌 것 같아. 대신 좋은 환경을 만들어 드려”라고 하셨어요. 26년간 해오신 일인데 제가 한순간에 뺏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많이 벌어서 좋은 환경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죠.

 

두 살 터울 동생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고 밝혔어요. 일전에 가족 에피소드를 얘기하다 자연스럽게 동생 이야기가 나왔어요. 어릴 땐 동생을 피했어요. 동생이 장애우라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왜 이걸, 그걸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됐거든요. 남들이랑 똑같이 생기고 못 걷는 것도 아닌데 왜 못하나. 그래서 더 모질게 대했는데 고등학생 때 많이 바뀌었죠. 동생이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내 동생은 혼자 다 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대놓고 챙겨주고 나서서 “내가 얘 형”이라고 말하고, 보여주기 식으로 멋지게 입고 동생 학교 앞으로 갔어요. 얘 건들면 나한테 혼나는 거라고 알려주려고요. 정말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동생이에요. 제 연기에 동생이 미치는 영향도 커요.

 

동생이 연기에 영향을 준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요? 사람을 관찰하는 게 습관이라서 저 사람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왜 저때 저렇게 행동하는지 살피게 돼요. 동생을 볼 땐 행동보다 심리를 보게 되더라고요. 장애우 분들은 순수해요. 그 순수함 때문에 거짓말을 못해서 남들한테 불편하게 비칠 수 있는 것이지, 누구보다 남을 더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동생의 선하고 순수한 점들이 제 연기에 좋은 영향을 줘요.

 

작년 KBS 단막극상 수상 때 “사람을 살리는 배우가 되겠다”는 소감과 비슷한 맥락 같아요. 네, 그 얘기도 심리적인 부분이 커요. 시청자 분들이 제 연기를 보고 긍정적인 기운을 얻으셔서 힘든 세상을 살아가시는 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거든요.

 

동생에 대한 책임감이 무척 강해 보여요. 동생과 관련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생각을 하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냥 지금 충실하자고 결정했어요. 계획을 세우면 좀 더 확신을 갖고 행동할 순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미래도 모르는 거잖아요. 내가 30대 후반이면 동생도 30대 중후반일 텐데 그 아이가 연애는 하고 있을까, 여전히 부모님과 살고 있을까, 어느 수준까지 지적 능력이 발달했을까 등등 생각이 너무 많아지더라고요. 현재를 충실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을까요?



#임동현이고 이도현이다

 

본명은 할아버지가 붙여준 임동현이다. 소속사 권유에 따라 ‘현’ 자만 남기고 나머지 글자의 받침을 뺐다. 예명이 부쩍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임동현과 이도현, 두 삶이 공존하는 배우라서 행복하다.


확실히 ‘이도현’이 ‘임동현’보다 발음하기 편하네요. 배우 일의 매력 중 하나가 변신이라고 생각해요. 숍에 가기 전과 다녀온 후, 임동현일 때와 이도현일 때의 차이가 존재하니까 재밌더라고요. 임동현일 땐 추리닝을 좋아해서 아주 내추럴하고, 일할 땐 최대한 멋지게 꾸며요. 물론 역할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30대 이후엔 섹시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었죠? 중후한 매력을 갖고 싶어요. 좀 더 남자다워져서 30대를 맞고 싶은 욕심이 커요. 수염도 길러보고 싶고.(웃음) 그래서 섹시하단 단어를 썼던 것 같아요.

 

욕심나는 장르는요? 섹시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웃음) 남자다운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노출 수위가 높은 배역이 들어오면요? 벌거벗어야 해요?(웃음) 상관없어요. 그게 역할이고 극 중에서 필요한 장면이라면 당연히 해야죠.

 

롱런하는 배우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일단 체력이 되게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신적 체력도 중요하고요. 이게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순간 재미가 떨어질 거고 오래 못 가지 않을까요? 체력이 좋은 편이고 운동을 꾸준히 해와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8 어게인> 촬영을 할 때도 중간중간 꼭 헬스장에 갔고 문 닫히면 조깅을 하고, 그렇게 단련해서 버틸 수 있었어요.

 

앞으로 배우 이도현을 어떻게 떠올렸으면 해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기억돼서, 이도현이 하는 작품은 꼭 봐야지 하는 정도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도현 쟤 미쳤네, 연기 너무 잘하네”라는 얘기도 듣고 싶어요.

사진(제공) :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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