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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서 세계 속으로 4] 게으른 작가의 아들 이야기... 닥치고 그리시라

  • 기자명 이상문 기자
  • 입력 2024.02.09 18:39
  • 수정 2024.02.11 20:38
  • 댓글 0

 

지난해 6월 졸작을 뻔뻔하게 내다 건 '어쩌다 전시' 후로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취미로 끄적거리던 그림이 일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무작정 그리던 습성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났습니다. 무엇을, 왜, 어떻게 그려야 할지 고민이 생긴 것이지요. 내 그림체가 정확히 어떤 건지 빨리 발견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얹어졌습니다.
 

꽤 오래 주춤하고 망설이는 사이 펜을 잡기가 점점 두려워졌습니다. 이 무렵 아들놈이 어느날 제 서재에 들어와 말을 걸었습니다.

"아빠, 요즘엔 왜 그림 안 그려?"

"글쎄... 앞으론 뭘 그려야 할지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봐."

"그렇다고 생각만하고 있고 안 그리면 되나? 뭐든 자꾸 그려봐야 아빠한테 맞는 색깔이나 컨셉을 찾을 수 있는 거 아냐? 그리다가 맘에 드는 걸 잡으면 되잖아. 아빠가 젤 잘 그릴 수 있는, 어울리는 그림을."

"어?... 어, 그래..."

이눔시키가... 어느새 애비를 가르칩니다.

그 순간, 잠깐이지만 낯이 뜨거워졌어요. 부끄러웠지요.

그렇군, 뭐든 계속 그려야지... 미련하게 손은 놓고 머리만 굴리다니... ^^;;

이 그림, 아마도 그날 아들 때문에 받은 정신적 외상의 영향으로 그렸던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leezaggaya)에 올리면서 이런 말을 써놓았네요.

'머리 쓰지 말자. 손꾸락만 쓰자. 닥치고 그리자.'   

그림이란 무엇인가... 를 되물었던 날, 나름 뭔가 다짐했던 날이었습니다.

 

토스카나입니다. 투스카니라고도 쓰지요. 

자주 들여다보는 인스타그램 작품 중 한 작가(@markpoulieart)의 드로잉을 따라해봤습니다. 표현이 독특하고 간결합니다. 제 취향에 맞는 듯하네요. 일단 한 가지 찾았습니다.

'투스카니의 태양'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어릴 때부터 좋아라 했던 배우 다이언 레인이 주인공이어서 더 특별했던 영화입니다. '씨네 드로잉'으로 그려 선보이려고 몇 장면 찍어놓았습니다. 좀 어렵게 느껴져 주저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맘먹고 그려 올려보겠습니다.  

- Toscana. 21*2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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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이상문은… 여성조선 선임기자. 일간지, 주간지 기자를 거쳐 각종 매거진 편집장으로 오래 일했다. 2023년 첫 전시를 열고 펜드로잉 작가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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