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단독 인터뷰] ‘청담동 술자리’ 지목된 카페 주인, 가수 이미키

“룸바 아닌 음악 카페… 힘없는 내가 돈 써가며 가짜 뉴스 상대”

  • 기자명 임언영 기자
  • 입력 2023.07.24 08:00
  • 수정 2023.07.24 10:42
  • 댓글 0
  • 사진(제공) : 이미키
누군가는 가짜 뉴스라고, 누군가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소위 ‘청담동 술자리’ 사건. 첼리스트의 거짓말이었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음악 카페 주인으로 지목된 가수 이미키 씨가 해당 내용을 전한 시민언론을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를 직접 만나 그동안 벌어졌던 일을 들었다.

“저는 그래요. 이슈가 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 흉을 볼 일도 없어요. 처음 일이 생겼을 때는 ‘내가 잘못한 게 있나? 왜 나에게 이런 벌을 주지?’ 하고 나를 돌아봤어요. 생각지 않은 일이 생기면 남 탓을 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는 성격이거든요. 너무 속상하지만 그래도 그 언론과 좋게 이야기하려고 노력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2차, 3차 가해만 커져갔어요. 저는 점점 음지에서 활동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는 거예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편집숍. 따뜻한 조명 아래 앉은 이미키 씨가 차분하게 말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미키는 김광석과 로이킴이 불러 화제가 된 ‘먼지가 되어’의 원곡 가수다. 소위 ‘청담동 술자리 의혹’ 장소로 지목된 카페 주인이기도 한 그가 해당 내용을 보도한 시민언론 더탐사를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지 며칠 후였다. 

앞서 시민언론 더탐사는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0여 명과 함께 서울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술자리 장소로 이 씨의 음악 카페를 특정했다. ‘가수 이 모 씨가 운영하는 술집’이라는 설명을 언급하기도 했고, 카페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해 등장시키며 수차례 보도했다. 이에 이 씨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훼손, 영업방해, 인격권 침해 등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보도 이후 그의 카페에 비난 여론이 형성됐고 언론사 기자를 포함한 수많은 유튜버들이 손님들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술자리 의혹이 나오게 된 것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카페에 있던 첼리스트 A씨가 전 남자친구에게 술자리 상황을 설명하는 통화 음성파일을 제시하면서다. 그러나 이후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 거짓말했다”고 진술하면서 의혹은 사실이 아닌 쪽으로 기울고 있다. 

# “너네 집에 대통령이 왔다 갔어?”

음악과 패션은 이미키 씨의 삶의 전부다. 청담사거리에서 편집숍을 운영하던 그는 5년 전 논현동으로 장소를 이전했다. 음악 카페도 운영한다. 방송 활동은 거의 하지 않지만 여전히 노래하는 가수인 그는, 본인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음악인으로서의 시간을 채워나가는 중이다. 프로듀서인 남편을 비롯한 음악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본인의 취향대로 조성한 곳이 이번에 지목된 음악 카페다. 

“어느 날 미국에 사는 사촌언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너네 집에 대통령이 왔다 갔어?’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웬 대통령?’ 했더니, 링크를 하나 보내줬어요. 그제야 보게 됐어요. 저희 집은 물론이고 제 이름, 얼굴까지 다 공개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조금 뉘앙스가 이상했어요. 음악 카페를 ‘룸바’라고 표현하면서 살짝 음지의 느낌이 나게 표현했더라고요.”

해당 언론사 기자가 직접 찾아온 것은 작년 12월 중순 이후였다. 그가 궁금해 하는 카페 내부까지 보여주면서 협조적으로 대했다. 첼리스트 A씨가 묘사한 것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라 그때까지만 해도 잘못된 사실을 금세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저는 처음에는 좋게 생각했어요.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고 했고요. 대통령이 왔으면 왔다고 하지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 첼리스트라는 분이 설명한 내용과 우리 집이 전혀 다른 데다 직접 보고 가기까지 했으니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죠.”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본인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특히 유튜버들로 인한 상처가 컸다. 카메라를 들고 찾아온 유튜버들은 “왜 거짓말하냐”, “사실을 실토해라”, “너 나이도 많으니까 솔직하게 대통령 왔다 갔다고 인정해라” 등 말 공격을 쏟아냈다. 주차장 불을 끄고 퇴근하는 카페 직원들이 유튜버들의 카메라를 보고 무서워서 숨었다가 몰래 나가는 손님으로 둔갑되기도 했다. 교묘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이 확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미키 씨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 

“너무 상처를 받았어요. 남편은 더 심했어요. ‘먼지가 되어’ 가사를 남편이 썼는데, 어릴 때 일찍 여읜 부모님을 떠올리며 애틋하게 작업한 곡이에요. 데뷔곡인 ‘이상의 날개’ 역시 남편이라서 쓸 수 있었던 곡이고요.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고 사는 사람이거든요. 덕분에 당시 많은 청소년들이 감동을 받고 꿈을 꿨어요. 그런 노래들을 유튜버들이 이상하게 패러디하면서 조롱을 하더라고요. 화병이 와서 자다가 일어나서 한숨을 쉬곤 했어요. 평생 불면증이라는 걸 몰랐던 저는 공황장애가 와서 잠을 못 잤고요. 스트레스가 무서운 것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팩트가 아니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려 했지만 한계치가 있었다. 카페 운영을 할 수 없어서 한동안 문도 닫았다. 도가 지나친 일들이 자꾸 쌓이니 변호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힘들어하는 본인을 위한 가족들의 선택이기도 했다. 

# 언제나 가수 

방송을 통해 자주 만나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미키 씨는 데뷔 32주년 앨범을 내는 등 가수로서의 삶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나뿐 아니라 음악 하는 가수들은 다 똑같을 거예요. 항상 노래하고 싶어요. 그런데 모두가 방송을 할 수는 없으니까 어디서든 노래는 다 하고 있죠. 음악은 끝이 없어요. 내가 하면 되는 거예요. 내가 노래하고 싶으면 하고 듣고 싶으면 듣는 거죠.” 

한 시간여의 대화를 나누고, 이미키 씨가 본인의 음악 카페를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이끌었다. 원형 계단으로 내려가니 통유리로 된 카페가 나왔다. 야외 테라스가 갖춰진 이곳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탁 트인 공간이다. 여름비가 멈춘 창으로 빛이 부딪히고 공간에는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른다. 음악 카페인 만큼 수준급 음향시설로 악기가 세팅되어 있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이 있지만 첼리스트 A씨가 묘사했던 공간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제 카페는 이렇게 환한 조명과 음악 톤인데, 유튜브 썸네일에 묘사되는 어두우면서도 알록달록한 그곳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입구에서 보셨겠지만 간판도 세 개나 있잖아요. 주소는 청담동이 아니라 논현동이고요. 여기를 청담동으로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사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미키 씨가 가장 마음이 상했던 부분은 가수로서 이미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손님들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지만, 본인이 애정을 쏟은 공간이 세간의 잘못된 시선을 받으니 너무 힘들었다. 

“저도 남편도 좋은 노래 하나 남겼다는 자존심으로 사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일로 이상한 술집 사장으로 몰아가니까 너무 속이 상했어요. 저는 음악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저 좋아하는 노래 부르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가수가 노래 안 하면 뭐해요. 늙는 것밖에 더 있나요. 내 공간 만들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즐기면서 음악 생활 하는 게 행복이죠.”   

청담동 술자리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가짜 뉴스의 뿌리를 제대로 뽑을 기회라는 시각도 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것 역시 조심스럽게 해석하고 접근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 가짜 뉴스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인 고통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 버겁고 가혹할 때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여성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ditor's Pick
최신기사
포토뉴스
추천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