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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 무라카미 하루키도 반한 미코노스

  • 기자명 이신화 작가
  • 입력 2023.06.09 15:49
  • 댓글 0
  • 사진(제공) : 이신화 작가
‘산토리니가 좋아? 미코노스가 좋아?’라는 질문은 하지 않으련다. 섬마다 제각각 특색이 있고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성은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비록 반나절도 머물지 않은 미코노스지만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얀색 가옥에 밤색으로 포인트를 살린 눈부신 섬 마을. 오래된 골목길 산책에서 만난 아기자기한 숍들과 레스토랑, 바닷가 옆에 선 커다란 풍차와 흰색 교회들, 그보다 더 강렬한 기억은 젊은 연인들의 이별 장면이다. 그날 에게해로 떨어지는 낙조에는 헤어지는 여인의 슬픈 눈물이 함께 아롱아롱 흘려 내렸다.
미코노스 골목.
미코노스 골목.

 

워터 택시 타고 만나는 코라 구항구의 올드 타운
아테네에서 만난 몇몇 관광객들은 “미코노스(Mykonos)가 산토리니보다 더 나아”라고 말했다. 애당초 아테네 피레우스(pireaus) 항구에서 산토리니를 거쳐 미코노스를 거쳐 나오는 페리 티켓을 예약했다.

산토리니 섬에서 미코노스로 향한다. 낙소스와 파로스 섬을 거쳐 미코노스에 도착하는데 세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미코노스에서의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산토리니보다 한여름 피크 숙박비가 두 배나 되었기에 잠깐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섬이다. 일단 걸림돌인 ‘짐’부터 해결해야 한다. 신항구의 잡화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터덜터덜 캐리어를 끌고 항구를 비껴난다. 이제 택시나 대중교통을 타고 구시가지로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짐 맡기는데 찾느라 뒤쳐진 시간은 허허벌판, 낯선 선착장에 홀로 날 남겨 놓았다. ‘만’ 같은 바다 옆으로 ‘워터 택시’라는 글자가 보인다. 지금까지 여행 중에 단 한 번도 타 본적 없는 교통수단이다. 가격은 2유로로 버스비보다 싸다.

코라 항구.
코라 항구.

 

5분도 채 안 걸려 워터택시가 내려준 곳은 미코노스의 가장 번화한 코라(Chora, 구항구)다. 아직도 맡기지 못한 짐이 걱정이다. 무조건 도전이다. 배가 내려준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타베르나(그리스식 식당)’로 들어간다. 당장 편하게 앉아서 커피도 식사도 할 수 없는 상황. 일단 웨이터에게 물었고 그는 안쪽 여자에게 말하라 한다. 그녀가 “테이블 옆자리에 놓아둬”라고 말하자 절로 “땡큐 마담”이라고 외치게 된다.

태양신 아폴론의 손자인 미콘스(Mykons)의 이름을 딴 섬
그리스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미코노스는 에게해의 220개 섬으로 이루어진 그리스령 키클라데스 제도 가운데 하나다. 북서쪽에 티노스(Tinos)섬, 남쪽에 낙소스 섬과 파로스 섬이 있고 델로스 섬과는 2㎞ 떨어져 있다. 면적은 86㎢로 작으며 최대 고도는 364m로 산토리니의 깎아지른듯한 벼랑과는 달리 평지다. 지질은 주로 울퉁불퉁한 화강암이고 신선한 자연수가 적어 탈염(脫鹽)된 해수에 의존한다. 미코노스에 사람이 정착한 것은 BC 11세기 경. 이오니아 인들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프텔리아(Ftelia) 해변에서 발굴된 신석기 시대 카레스(Kares)족의 유물은 BC 3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코노스 섬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었다. 제우스를 우두머리로 하는 올림포스 신들과 거인족 기간테스가 신들의 지배자 자리를 놓고 10년간이나 필사적 전투를 벌였다. 제우스를 도운 헤라클레스가 거인족을 섬멸하기 위해 던진 바위 조각이 바로 이 섬이라고 한다. 이후 태양신 아폴론의 손자인 미콘스(Mykons)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전한다.

’에게 해의 진주’와 ‘바람의 섬’이라는 별명을 지닌 미코노스는 현재 유럽인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손꼽힌다. 영화 <지중해> 등 촬영지로 인기 있다. 특히 동양인에게 익숙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섬에 머물며 소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만토 광장.
만토 광장.

 

그리스 독립운동을 위해 힘쓴 ‘만토 마브로게누스’
미코노스의 중심지가 바로 눈앞에 있다. 구 선착장 앞에 자그마한 교회(Ag.Nikolaos)가 있다. 이 교회는 단지 시작점이다. 미코노스에는 교회가 400개를 웃돈다. 안내 지도가 많지만 구획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바닷가 옆, 마토이아니(Matoyianni)거리에 쭉 이어지는 그리스 전통 레스토랑인 ‘타베르나’들을 기웃거리면서 만토(Manto) 광장으로 들어선다. 만토 마브로게누스(Manto Mavrogenous, 1796~1848)의 동상이 있다.

이탈리아 선술집 타베르나.
이탈리아 선술집 타베르나.

 

그녀는 그리스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다. 오스트리아 제국(현재 이탈리아)이었던 트리에스테(Trieste)의 귀족 집안의 부유한 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트리에스테 대학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고 이탈리아어, 터키어,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는 아름다운 재원이었다. 1809년 그녀의 가족들은 파로스 섬으로 이사했다. 1818년 그녀의 아버지가 사망한 뒤 그녀는 티노스(Tinos) 섬을 떠났고 그리스 독립 혁명이 시작되자 미코노스의 지도자로 초대된다. 그녀는 그리스 독립운동(1821~1832)을 위해 자산을 아낌없이 다 털었다.

그녀의 유럽의 친구들은 그리스 혁명을 위해 돈과 총을 기부했다. 그러나 독립전쟁에 돈을 다 지출해 가난 속에서 살아야 했던 그녀의 말년은 힘겨웠다. 1840년 그녀는 친척이 거주하고 있는 파리로 이동해 친척이 거주하는 Panagia Ekatontapiliani(성모 마리아의 교회) 부근에 위치한 섬에 살았다. 1848년 7월 파로스에서 사망했다. 그녀가 살았던 집은 여전히 역사적 기념물로 남아 있고 미코노스와 파로스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도로명이 있다. 그리스에 동전(1988~2001)에도 그녀가 새겨져 있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하얀색 건물 사이로 핀 부겐빌레아 꽃
만토 광장을 비껴 상업골목 쪽으로 들어선다. 아기자기한 부티크 샵, 레스토랑, 호텔, 작은 박물관 등. 거기에 화사한 부겐빌레아(Bougainvillea) 꽃이나 화분으로 치장한 개인 집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옷과 보석 집들이 아주 많다. 그러나 골목은 미로이고 하얀색 사각진 건물의 흰빛 때문인지 눈이 부시다.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지치면 골목 계단 등, 아무 곳에나 자리를 틀고 앉아 쉰다.

마을과 풍차.
마을과 풍차.
풍차 박물관.
풍차 박물관.

 

골목을 빠져나와 언덕 위에 있는 보니스 풍차(Boni’s Windmill)에 오른다. 풍차는 돌아가지 않는다. 풍차 언덕위에 서서 미코노스를 한 눈에 조망한다. 구 항구에 떠 있는 큰 배와 부산하게 움직이는 배, 교회, 하얀 집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 산토리니하고 다른 점은 가파른 절벽 위가 아니라 평지라는 것, 건물 색이 약간 다르다. 획일화를 원치 않은 그리스인들의 성격을 보여주듯 하얀색, 밤색, 청색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들이 빼곡하게 타운을 이룬다. 보니스 풍차를 기점으로 서쪽으로는 선사유적지가 있고 동쪽 끝으로는 다섯 개의 풍차(Kato Milli, Lena’s House)가 있다. 발길을 동쪽으로 옮긴다.

리틀 베니스 가옥들.
리틀 베니스 가옥들.

 

리틀 베니스 거리 훑기
미코노스 섬의 랜드마크가 되는 카토 밀리는 5개의 풍차를 일컫는다. 원래는 16대의 풍차가 있었다고 한다. 이 풍차들은 육지에서 가져오는 곡식을 빻는 방앗간의 역할을 했었다. 현재는 바람을 거절하는, 돌지 않은 풍차지만 농업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일반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레나의 풍차 안에는 과거 미코노스에서 농사를 지을 때 직접 사용하던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지역민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어왔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자료들이다. 무엇보다 이 풍차는 미코노스를 대표하는 멋진 사진 포인트다. 풍차를 등지고 서면 맑은 에게 해에서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 섬에는 펠리컨을 흔하게 볼 수 있다지만 더위에 지쳤는지 보질 못했다.

풍차 언덕 인근에는 무수한 교회와 성당도 있지만 눈길을 끄는 곳은 ‘리틀 베니스’라 불리는 도로다. 바닷가 옆에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건물들. 좁은 도로 사이로는 온통 타베르나와 바, 샵, 관광인파도 일렁거린다.

식당 주인들은 지나치는 관광객들에 미소를 던져준다. 해산물 식당을 지나치다가 중국어, 일본어는 다 있는데 한국어가 없다. 여러 나라의 생선이라고 쓴 글씨들이다.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주인에게 묻는다.
“왜 우리나라 언어는 없니?”
그는 내게 메모지와 펜을 준다.
“너희 나라 말을 써줘”
잠시 망설인다. 뭐라고 써줘야 하지. ‘생선’이라고 써줬던 듯하다.

파라포르티아니.
파라포르티아니.

 

교회가 400개를 웃도는 섬 골목에서 발견하는 문화유적들
미코노스 섬은 작은 섬이지만 그리스 정교회의 작은 교회가 유난히 많다. 무려 400여개나 된다고 하니 미코노스 작은 시가지 골목길에는 엄청난 교회를 맞닥뜨린다. 가장 유명한 곳이 파라포르티아니(Paraportiani) 교회다. 이 교회의 이름은 이곳이 ‘중세 성채의 뒷문’이 있던 곳이라 하여 그 뒷문을 뜻하는 ‘파라포르티’에서 따온 것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성모 마리아 파라포르티아니(Our Lady Paraportiani)’라는 애칭으로 불린다고 한다.

골목길.
골목길.

 

이 교회는 독특하게도 5개의 예배당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 4개의 예배당은 지하에, 1개는 지상 1층 높이에 서 있어 겉으로 보면 한 개로 보인다. 겉에 보이는 교회가 1425년경 건축된 것으로 5개중에서 가장 오래된 예배당이다. 나머지는 모두 16~17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교회가 사랑받는 이유는 비잔틴 양식과 미코노스 섬만의 양식, 그리고 서구적인 교회의 건축술이 오묘하게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키클라데스 군도 어느 섬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건축양식을 갖고 있다. 골목에서 만난 성 조지 그리스 교회(Church of Saint George)도 눈길을 끈다.

또 미코노스 타운의 골목길 안에는 에게안 해양 박물관과 민속 박물관이 있다. 미노안 시대부터 19세기까지의 선박과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미코노스 고고학 박물관도 있다. 이 박물관에는 트로이의 멸망을 묘사한 대형 저장 용기인 피토스(pithos)가 있다. 트로이 목마를 묘사한 작품은 이곳의 작품이 유일하다. 이 피토스는 BC 7세기 중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가 130cm 정도로 매우 크다. 이곳의 피토스는 트로이가 멸망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육과 전쟁의 비참함을 파노라마처럼 여러 장면의 연속 그림으로 부조했다.

마을 전경.
마을 전경.

 

새벽까지 화려한 축제의 섬
미코노의 진가는 해가 지는 밤에 이뤄진다. 유럽의 청춘들이 미코노스로 달려오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화려한 밤에 매료돼서다. 해질녘이면 ‘리틀 베니스’ 인근 발코니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몰려든다. 만토 광장 인근의 클럽들도 마찬가지다. 다운타운의 클럽과 바들은 밤새 문을 열고 새벽까지 흥청거린다.

축제는 다운타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미코노스의 들뜬 기운은 해변으로 이어진다. 미코노스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되는 파라다이스, 칼라파티스, 엘리아 비치가 있다. 다양한 해변 중에서도 ‘누드 비치’와 ‘게이 비치’로 유명한 파라다이스 해변과 엘리아가 있다. 이 해변에서는 젊은이들이 몰려 자유롭게 햇살을 만끽하면서 흥겨운 파티를 연다.

또 미코노스에서 델로스 섬까지는 2km 거리다. 섬 투어를 하는 배가 구 선착장 인근에 있다. 델로스는 신화에 등장하는 섬. 리토가 제우스의 아이를 갖자 질투의 여신 헤라가 그녀를 뒤쫓았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리토를 위해 파도 사이에서 불러낸 섬이 바로 델로스다. 리토는 이곳에서 무사히 태양의 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낳았다고 한다. 델로스 섬의 언덕 위 넓은 터에 아직까지 남은 고대 유적지는 오랜 세월로 인해 무너져 내리고 무척 낡았지만 그 규모는 대단하다. 그러나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의 규모를 떠올려 보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워터 택시.
워터 택시.

 

석양과 함께 헤어지는 연인들
미코노스의 워터 택시는 1시간에 한 대꼴로 운영된다. 아테네로 떠나는 배 시간은 오후 8시45분. 배를 타기 위해 서둘러 부두로 왔지만 너무 일찍 와서 기다림에 지쳐간다. 더위와 바닷바람의 끈적임까지 가세해 여행객의 호흡까지 마비시킨다. 사람들 없는 한 켠에 짐을 두고 우두커니 앉아 무료함을 채우고 있을 때 한 쌍의 연인들을 발견하다.

먼 발치에서 봐도 ‘부두의 이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육질 몸매가 여실히 드러나는 젊은 남성과 까만색 블라우스에 까만색 바지를 입고 긴 머리를 한 여성의 얼굴은 섹시하다. 그녀는 연신 남자에게 키스를 했고, 이후 아테네행 배를 타며 손을 흔들다가 다시 그의 품에 안기길 여러 번. 짐작컨대 그녀는 눈물을 줄줄 흐르고 있을 것이다. 연인들의 이별을 보면서 가상의 소설을 쓴다.

“마르코 사랑해.”
소피아는 마르코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헤어지는 아쉬움에 흐느낀다. 남자 품에 안겨 키스를 하길 여러 번. 여인의 뒤편 항구에는 커다란 블루 스카이 아테네행 배가 떠나려고 뱃고동을 울려댄다. 막바지로 선착하는 차가 들어선다. 갑판이 올려지고 뱃사람들은 떠날 준비를 서두른다.

청년 마르코는 눈물을 보이진 않지만 아쉬움에 서로를 다시 부둥켜 안는다.
"그래. 소피아. 잘가. 사랑해"
몇 분이나 흘렀을까. 뱃고동 소리는 길어지면서 떠날 준비를 알린다.
두 사람의 마음은 슬픔에 잠적된다.
"사랑해. 마르코. 나 금방 돌아올 거야"
"응. 기다릴게. 사랑해"

사랑하는 연인들의 헤어진 그날 밤은 어땠을까. 사랑하는데 헤어져야만 하는 그들의 사랑이 참으로 모질고 아프다. 그 연인들이 헤어진 날을 잊지 못하듯이 나 또한 미코노스의 석양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항구의 등불(Harbor Lights)이라는 유행가가 있다. 아마도 이런 장면을 그리면서 만든 노래가 아니었을까. 멜로디는 익숙하지 않지만 가사는 이번 상황에 절묘하게 맞는다. 부두에서 헤어진 연인들이 전 세계의 항구에는 있을 것이다.
‘항구의 등불이 우리의 이별을 알리고 있어요/저 등불은 이전에 당신을 나와 만나게 해주었는데, 나는 항구의 등불을 바라봅니다/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막을까요/안녕히, 부드러운 밤이여/포옹하며 다시 한번 입맞춤을/당신은 배를 타고, 나는 기슭에 남아요/항구의 등불이 당신의 사랑을 나한테서 빼앗을는지도 몰라요.’

새벽 아테네로
미코노에서 출발하는 아테네 배에 오르고 자리에 앉았다. 첫 번째로 멈춘 시로스 섬에서 탄 학생이 다가와 자리를 비켜 달라 한다. 내 자리 찾기도 힘들고, 묻는 일도 귀찮아져서 식당에서 수박 등 과일을 사먹으면서 대충 눈치 봐서 누워 잔다. 미코노스에서 아테네까지 6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말에 숙박은 예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테네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30분도 채 안된 듯하다.

배 밖으로 나오니 택시 기사들이 난리를 친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대꾸 안하고 터덜터덜 시내버스가 있는 곳으로 간다. “저 앞쪽에서 타라”는 말에 길을 건너 버스 앞쪽에 선다. 하지만 버스는 시동도 걸지 않는다. 분명 같은 배를 탔었을, 앞에 서 있는 젊은 아가씨에게 ‘그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그녀도 모른단다. 근 한 시간이나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오모니아를 간다는 500번 버스에 오른다. 새벽녘 버스에 오른 사람들의 표정은 무뚝뚝하다. 버스 내 전광판에도 역 이름 안나온다. ‘목마른 자가 샘 판다’고 운전사에게 “나 오모니아 알려줘”라고 했다. 그 기사는 “여기가 ○○야”라고 장소를 알려주는데 낯선 여행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지명은 아니다. 외국인 여행자가 큰 소리로 물었으니 손님 중 누군가는 듣고 알려주겠지 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차창 밖을 보니 벽에 낙서가 즐비하다. 혹시 오모니아가 아닐까 해서 노심초사 기사에게 달려갔으나 아직 멀었단다.

하지만 방법은 있는 법. 다행이 옆에 앉은 아가씨가 길을 알려준다. 오모니아를 선택한 것은 친절한 숙소 스태프, 엘레나(elena)가 있는 spart team 호텔을 가려는 것이다. ‘그 아가씨가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한다. 오모니아 역 근처에서 하차했지만 또 호텔 찾는 게 어렵다. 일단 불 켜진 빵집으로 들어선다. 빵 먹으면서 길을 물어볼 생각이다. 새벽까지 영업하고 있는 빵집은 체인점 인듯한데 빵 맛이 좋다. 그러나 빵집 종업원은 호텔의 위치를 전혀 모른단다. 난감하다. 그때 빵집에 들어온 두 명의 젊은 남자. 그에게 다가가 위치를 물어보니 택시기사에게 간단다. “나 택시 안타” 했는데도 그는 일부러 나갔다 길 물어보고 내게 일러 준다. “그리스 여행 잘하라”면서 빵집을 먼저 떠났다.

그가 일러준 대로 가는데도 방향 감각을 잃었다. 눈에 익은 거리가 아니다. 문득 겁이 난다. 이 야심한 시간에 우범지대라고 소문난 오모니아 골목을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 뒤로 젊은 녀석들이 따라 오는 듯하다. 순간 무서워졌고 순간 위기를 모면하려 24시 주차장으로 일부러 들어갔다. 그곳 관리자가 전화해줘서 호텔에 무사히 도착한다. 반갑게도 엘레나가 프런트를 지키고 있다.

“기분 어때? 길 잃었었어?”
“나 괜찮아. 예약 안했는데 방 있어?”
“네가 잤던 그 방, 오늘 아무도 없고 가격도 똑같이 해줄게”
“몇 시에 체크아웃 해야 하니?”
“12시”

그녀 참 좋은 아가씨다. 나이가 24살 정도로 보이는데 28살이라는 그리스 토박이 그녀. 나보고 엄마 나이라고 했던 그녀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녀 그리스 남자하고는 결혼하고 싶지 않단다. 다음날 체크아웃하러 리셉션에 나와 보니 그녀가 없다. ‘엘레나는 퇴근했구나’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미소 띤 얼굴을 보여준다. 지금 에야 든 생각이지만 그녀는 이 호텔 주인의 딸이 아닐까 싶다.
‘고마운 엘레나. 너 잊지 않았어. 매일 밤새워 일하느라 힘들겠지만, 별 볼일 있는 남자 이 세상에는 없어. 나이 30이야. 이제 결혼도 생각해봐.’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미코노스 섬까지는 보통 아테네에서 출발하는 페리나 보트를 이용해 도달할 수 있다. 또 미코노스 타운을 기준으로 동남쪽 4km 거리에 미코노스 공항이 위치해 있어 빠르게 이동을 원할 경우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아테네에서 미코노스까지 비행기로 약 35분 정도 소요. 초고속 페리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완행은 6시간 정도 소요된다. 파로스, 산토리니, 크레타, 테살로니키 등에서도 페리가 연결된다.

배편 인터넷 예약사이트: https://hellenicseaways.gr
현지 정보: 올드 타운은 걸어 다니면 된다. 그 외 델로스 섬은 투어를 이용하면 된다. 파라다이스 해변 등은 올드타운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숙박은 피크 시즌에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음식점은 아주 많다. 화덕에 굽는 숨은 빵집(Gioras Wood Medieval Mykonian Bakery)이 있다. 피아노 바인 몽파르나스(Montparnasse)가 있다.

기타: 자본가의 탐욕을 그린 영화 <그리드>(Greed, 2019년)의 로케이션 현장이 미코노스다. 미코노스의 분위기를 알고 싶다면 보면 좋을 영화다. 잘 만들어진 실화 바탕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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