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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지가 불안에게

첫 단독 주연작 쿠팡플레이 '안나' 연기 호평

  • 기자명 장가현 기자
  • 입력 2022.07.22 08:21
  • 댓글 0
  • 사진(제공) : 쿠팡플레이
수지를 떠올리면 해사하게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착한 미소를 짓는 그가 웃음기를 뺀 얼굴로 시청자를 마주한다. 대중에게 생소한 수지의 새 얼굴은 이게 진짜 수지라고 생각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 인터뷰로 만난 수지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안나>에 대한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수지의 인생연기’, ‘수지의 인생작’이라는 평가가 쏟아지자 수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기사를 매일 찾아보고 있어요. 좋은 기사가 너무 많이 나서 낯설더라고요.”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여기서 수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솔직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고등학생 유미부터 거짓말로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쌓은 30대 후반의 안나까지 한 여자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갖는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드림하이>, <건축학개론>, <스타트업> 등을 통해 맑은 청춘의 이미지를 입은 수지를 기억하는 대중에게는 이런 변화가 낯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지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묵묵히 쌓아올린 내공을 <안나>에서 제대로 터뜨렸다. 

<안나>가 공개되자마자 좋은 반응이 쏟아졌어요. 주위에서 재밌다고 연락이 많이 왔어요.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스포일러해달라고 해서 해주고 싶은데 하지 말라고 하고(인터뷰 당시는 안나 1, 2화만 공개된 시점이다). 어쩌라는 건지.(웃음) 주변이나 회사에서 해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실 반응을 찾아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좋은 기사가 너무 많이 나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몰래카메란가 싶기도 하고.(하하)

들었던 반응 중에 연기에 대한 평가도 있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요? 유미로 보인다는 말이요. 그 인물로 보인다는 말이 제일 좋았어요.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유미를 나쁜 년이라고 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대본을 읽었을 때처럼 보시는 분들도 유미의 거짓말이 안 걸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봐주시더라고요. 유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주는 게 제일 기분이 좋았어요.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았어요. 극의 80~90%는 혼자 끌어가야 하는데 부담은 없었어요? 걱정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보다 유미라는 인물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유미가 잘한 건 없지만 인물을 쭉 따라가면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어떤 부분을요? 그냥 막연한 자신감? 새로운 모습,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일 수도 있고요. 글이 너무 좋아서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감독님한테 6세 유미도 할 수 있으니까 시켜달라고 할 정도로.(하하하) 감독님도 오케이 하셨어요.

유미에게 많이 공감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특히 공감이 갔나요? 이 여자의 인생이 되게 안쓰럽다고 해야 하나? 얘는 사람들에게 너무 영향을 많이 받아서 거짓말이라는 선택을 한 거잖아요.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살게 됐을까를 유미의 시점에서 보여주니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결국 거짓말로 안나의 삶을 살게 됐는데, 그 모습이 행복해 보이기보다 자기 목을 조이고 숨 막히게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런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어요.

<안나>라는 작품에 관심을 보인 배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이주영 감독이 수지 씨에게 제안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하던가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인상 깊은 게 사람을 한 번도 안 죽여본 얼굴이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제가 착하게 생겼다고 생각하셨는지 거짓말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 땜에 캐스팅하신 게 아닐까요? 감독님과 제가 소통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는데 서로 경험과 생각이 다르다 보니 자잘한 의사소통이 안 맞을 때도 꽤 있었어요. 그걸 조율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그런 점은 감독님께 감사해요.

극 중 장면이나 대사보다 주로 표정으로 유미를 표현했어요. 그런 점이 힘들진 않았어요? 맞아요. 유미가 대사보단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인물이지만 표정을 많이 쓰고 싶진 않았어요. 저는 유미가 느끼는 감정의 표현이 곱씹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현주(정은채 분)가 “오늘 가방 예쁘지?”라고 해서 유미가 “네”라고 대답하고 지나갔는데 나중에 돌아서서 ‘왜 나한테 그걸 자랑했지? 다시 생각하니 기분 나쁘네?’ 이런 식으로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뒤끝이 있는 거죠.(웃음)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있나요? 너무 많은데요. 2화 마지막에 엘리베이터에서 유미가 현주와 마주쳐요. 유미는 현주와 마주치는 게 불편해서 계단을 택해요. 유미가 23층에 살거든요.(웃음) 좋은 집에 살면서 예쁜 옷, 화려한 구두로 치장하고 원하는 걸 얻었다고 생각할 즈음에 현주를 마주치면서 계단으로 가요. 숨은 차고 땀이 나고. 제가 생각하기에 유미에게 가장 비참한 장면인 것 같아요. 유미의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아서 되게 안쓰러웠어요.

현주를 만나는 2화 엔딩이 무서워서 3화를 못 보겠다는 반응이 많던데요.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줄은 몰랐어요. 아주 뿌듯합니다.(하하)

 

# 수지, 거짓말

수지는 17세에 미쓰에이로 데뷔해 18세에 드라마 <드림하이>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데뷔하자마자 신드롬급 인기를 끌면서 지금까지 톱스타로 살고 있는 그에게 거짓말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선택일 것 같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100프로 진실만 말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소 촬영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알려져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어땠나요? 제가 원래 현장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이번에는 신경을 안 쓰려고 했어요. 내 감정에 집중하고 싶었고 정말 유미처럼 저만 생각하고 싶었어요. 유미의 고단한 표정이 제대로 나오길 바랐기 때문에 촬영장에 오기 전에 정말 고단하게 만들어서 왔거든요. 조금이라도 현장에서 즐거우면 그게 드러날까 봐 자제했어요. 그래도 유미의 딥한 감정과 다르게 현장이 즐거워서 한 번씩 웃음이 터지기도 했어요. 꺄르르 웃고 난 다음에는 금방 유미의 감정으로 돌아왔던 것 같아요. 

수지 씨가 연기하면서 그런 얼굴을 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특히 현주를 대할 때 그 고단함이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 저는 현주를 대할 때 재미없는 상사를 대하듯 무슨 이야기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려고 했어요. 비즈니스 미소를 장착하고 영혼 없이 하려고 했죠. 현주와 일을 오래하고 난 뒤 균열이 생겼을 때 유미가 안 받아주기도 하잖아요. 유미도 어느 정도 짬이 차서.(웃음) 약간 기분 나쁜 티를 묘하게 드러내고, 또 현주가 그걸 느끼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유미는 왜 계속 거짓말을 했을까요? 첫 번째 거짓말은 저라도 그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의 기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거짓말이거든요. 그다음부터는 유미의 선택인 것 같아요. 계속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해서인 것 같아요. 거짓말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유미가 사람들을 우습게 보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종이쪼가리에 불구한 학력에 속아버리니까 ‘되게 쉽네? 이게 되네?’ 하는 지점에서 유미가 대범해진 거죠. 속은 사람이 문제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유미는 사람들이 잘 속으니 계속 거짓말이 쉬워지고 더 갖고 싶은 게 커져갔다고 생각해요. 

수지 씨는 어때요?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에요? 저는 되게 많이 해요.(웃음) 하찮은 거짓말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100프로 진실을 보여줄 순 없죠. 저는 거짓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미가 하는 거짓말과는 다른 거짓말이에요. 하얀 거짓말, 착한 거짓말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때로는 내가 너무 솔직한 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도 있잖아요.

거짓말을 하면 잘 먹히는 편인가요? 제가 했던 말을 잘 기억 못하는 편이라 일관성이 없어서 쉽게 들통 나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유미는 못 될 거 같아요.

올해가 수지 씨에게 20대의 마지막 해더라고요. 10대 후반에 연기를 시작해서 20대에는 온전히 연기로 가득 채웠어요. 돌아보면 20대는 어떤 느낌인가요? 참 열심히 살았고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유미의 불안을 마주하기 위해 저의 어린 시절을 돌아봤어요. 저는 어렸을 때의 나를 다독여주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서 저의 불안을 되돌아보고, 어린 시절의 저를 다독여주는 계기가 됐어요. 

어떤 불안이 있었나요? 부모님과 떨어져서 연습생활을 하면서 느낀 불안감도 있고, 쟁쟁한 연습생들 사이에서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어요. 연습생 기간이 짧은 채로 데뷔해서 나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됐는데 왜 이렇게 빨리 세상에 나와야 하지 하는 불안도 있었던 것 같아요. 미쓰에이가 데뷔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너무 빨리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한 불안도 있었죠. ‘왜 이렇게 바로 사랑해주시지?’ 하는 마음들. 이런 불안을 안고 살았어요. 

불안이라고 했지만 강박이란 말로도 들려요. 데뷔하자마자 큰 사랑을 받아서 인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안이나 강박으로 이어졌던 걸까요? 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 불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떨쳐내기보다 안아주게 되더라고요. 그런 기분이 불편하다 생각하지 않고 좋은 긴장감이라고 생각해요. 옆에 잘 데리고 살려고요. 이제는 그 애를 잘 다독일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하하)

불안을 다독일 때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나요? 안녕?(일동 웃음) 괜찮아. 정말 이렇게 해요. 최선을 다했고 괜찮아. 그렇게 달래요. 

답변을 들으니 긍정적인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심플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이런 작품이 공개될 때도 불안감이 생기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제 20대를 잘 마무리하고 30대를 마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30대에 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예전에는 제가 목표를 잘 세웠었거든요? 어느 순간 목표를 안 세우는 게 목표가 됐어요. 제가 삶을 대하는 태도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오늘 하루 열심히 살자. 그럼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서 멋진 일들이 생길 거야’ 하는 마음이에요. 지금도 비슷하긴 한데 열심히 해야겠다는 강박을 덜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열심히는 하지만 거기에 강박을 갖지 않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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