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데이팅 예능 인기, 왜 남의 연애에 빠질까? ②

[인터뷰] ‘솔로지옥’ 김재원·김나현 PD “내 연애는 힘들어도 남 연애는 재밌죠”

  • 기자명 이근하 기자
  • 입력 2022.02.04 08:43
  • 수정 2022.02.05 10:46
  • 댓글 0
  • 사진(제공) : 각 방송사
남의 연애를 관찰하며 느끼는 감정은 다양하다. 공감을 비롯한 부러움, 분노감, 즐거움 등등. 현실에 있을 법하기도 없을 법하기도 한 남녀 간의 서사에 ‘대리 만족’한다. 무엇보다 관찰자는 당사자의 사랑 관계가 끝나고 난 뒤 입을 타격에선 자유롭다. 그래서였나. 연애와 결혼 등을 포기한다는 ‘N포 세대’가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팅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 시청자는 왜 ‘남의 연애’에 빠지는 걸까.

<솔로지옥>은 데이팅 예능의 대세 흐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커플이 돼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지는 솔로들의 러브 리얼리티. 한국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넷플릭스 TV쇼 전 세계 5위에 랭크된 사례로는 최초다. 출연진 중 뷰티 인플루언서 송지아는 일약 스타가 됐다. 방송에서 확인하지 못한 이야기를 김재원·김나현 PD에게 물었다. 

김재원 PD 
김나현 PD

 

결과적으로 네 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데이팅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매칭률인데 예상한 결과인지, 이후 그들이 실제로 교제하는지 궁금하다.

재원 아무래도 무인도에서 연애만 시키니까(웃음) 매칭률이 높아진 게 아니었을까. 실제 교제 여부에 대해 제작진이 대답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차차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얘기하거나 또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 부분은 출연자 각자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댄서,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완전한 비연예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출연자도 있었다. 섭외 기준과 방법은?

나현 연예계와 관련 없는 일반인만 섭외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었다. 자기 매력을 알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출연자 위주로 뽑으려 했다.

재원 기존 데이팅 프로그램 출연자와 다른 결을 찾고 싶었다. 요즘은 ‘#운동하는○○’ 이런 식으로 SNS에 많이 올리지 않나. 그런 해시태그를 검색해 DM으로 섭외를 요청하기도 하고 지인 추천을 받기도 했다. 지원자 모집 공고도 냈었고 길에 나가서 전단지를 돌린 적도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통해 프로그램과 색이 맞는 출연자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비연예인의 경우 방송이 공개된 뒤, 사생활 논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출연자 검증’은 어떻게 했나?

재원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검증’이 이슈가 됐다. 우리는 넷플릭스와의 작업이었기 때문에 넷플릭스 측이 요구하는 검증 과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단계만 해도 시간이 꽤 필요했다. 구체적으로 과정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까다로운 과정이 있었다. 일례로 모든 출연자들은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리얼리티 쇼에 나올 만큼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 체크했다. 그걸 통과한 사람만 출연시켰기 때문에 좀 더 재밌게 진행한 것 같다. 

 

특정 출연자와 관련해 루머(최시훈이 유흥업소 접대부 출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최시훈은 전면 부인했다)가 퍼지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에 대비해 제작진이 준비한 조치가 있었나?

재원 넷플릭스가 해외 리얼리티 쇼를 많이 해서 (출연자에 대해) 사전 검증하는 노하우가 있더라. 그 과정을 거친 우리 출연자들은 어느 정도 검증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루머가 나와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루머가 사실도 아니었다. 인생 길게 사는 시대인데 그 중 딱 9일, 더군다나 러브라인과 관련된 모습만 보고 출연자의 전 인격을 판단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를 넘는 비방이나 성희롱이 더 심해지면 제작사(JTBC) 측도 대응하려고 논의 중이다. 

 

제작진의 촬영 현장 개입 정도, 가이드라인 유무도 시청자들의 관심사다.

나현 대본이 있는 게 아니냐는 피드백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대본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현장에서 우리가 가이드를 주거나 개입한 부분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해 달라’는 부탁만 했다. 감정을 언어로 많이 표현해 달라고 했다. 제작진은 현장 세팅이나 룰을 설명해주는 부분만 최선을 다했다.

재원 가능하면 숙소에서 동성끼리 얘기할 때 표현을 많이 해달라고 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출연자 개인에 대한 평가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이 책임져 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현 우리가 시킨다고 할 사람들도 아니다.(웃음)

 

출연자 중 송지아가 <솔로지옥>의 화제성을 견인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어떻게 섭외한 케이스인가?

재원 지인이 요즘 핫한 친구라며 추천을 해줬다. 처음 봤을 때 정말 핫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핫하다는 단어를 인간으로 만들면 저런 친구겠구나.’ 기존에 못 본 캐릭터였다. 당당하고 주체적이면서 패션과 뷰티에 관심이 많고, 자기 내면을 적절히 녹여낼 줄 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완벽한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지아에 대한 반응이 놀랍긴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친구가 그렇게 됐다 생각한다.

나현 20대 연애의 국가대표가 있다면 송지아가 아닐까. 표정과 눈 맞춤, 말투 등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만의 매력을 촬영현장에서도, 편집하면서도 느꼈다. 재원 그렇다고 송지아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편집 의도는 없었다. 송지아가 남성 출연자에게 인기가 많다 보니 러브라인이 굉장히 풍성해 편집적으로도 더 많이 들어가게 된 것 같다. 

 

상대적으로 김준식, 안예원의 방송 분량이 적다는 평가도 많았다. 정해진 편집 기준이 있었나?

재원 그런 지적이 있긴 했다. 데이팅 프로그램은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준식, 예원의 러브라인은 초반에 고착화돼 평온하게 흘러간 편이다. 반면에 다른 커플들은 난리가 난 상황이라(웃음), 러닝 타임이 길게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은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냉정하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현 둘 사이 감정은 다른 격정적인 감정의 파도보다는 잔잔했다.(웃음) 

 

차현승, 김수민, 성민지의 합류 시점이 다소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원 후반에 투입된 분들에게 미안함이 있다. 어쨌든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구성상 그 시점에 들어가야만 했다. ‘천국도 데이트’를 두 번은 해봐야 기존 출연자가 서로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전체적인 일정이 짧았을 순 있겠더라. 아쉬운 부분이다. 후반 투입된 출연자에게도 미안하다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그들도 동의하고 출연했기 때문에 출연 자체는 만족해했다. 

 

데이팅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세부적인 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솔로지옥>을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룰은?

재원 제목처럼 ‘지옥도’와 ‘천국도’라는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돼야 했다. 환경적인 차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의 문제다. 지옥도에 남은 친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이성이 다른 사람과 천국도에 갔을 때의 감정을 견뎌야 한다. 그 감정을 온전히 관찰할 수 있게끔 매번 천국도에 가는 방식(룰)도 고민했다. 그런 룰들이 적절히 작동해 출연자들이 감정적으로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느 데이팅 프로와 비교해 <솔로지옥>에서 더욱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은?

재원 데이팅 프로 마니아라(웃음) 내가 보고 싶은 걸 만들고자 했다. 기존 프로엔 안 나왔을 법하면서 매력적인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재밌는 반응이 있었다. 맘카페 회원들이 육퇴하고 보면서 힐링한다고, <솔로지옥>을 보면 운동을 하고 싶어진다더라.(웃음) 젊은 친구들을 보고 있으니 옛 생각이 난다고. 우리도 편집하면서 같은 마음이었다. 지지고 볶고 알콩달콩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나현 ‘플러스 알파’가 된 데이팅 프로가 많아졌다. <환승연애>, <돌싱글즈> 등등. 우리는 조금 원점으로 돌아가려 했다.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듯한… 천국도, 지옥도라는 큰 콘셉트는 있지만 잘 보면 투표 방식도 우편함에 쪽지를 넣는다. 부가적인 설정들은 좀 걷어내고 순정 느낌의 데이팅 프로를 만들고 싶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의 호응도 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즌 2에 대한 계획은?

나현 솔직한 친구들과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그들이 보여주는 감정 변화가 빨랐고, 프로그램의 호흡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었다. 또 오디오가 안 들리는 경우, 룰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막을 넣지 않았다. (출연자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제작진이 강요하는 느낌이 아니라 보는 분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자막을 쓰지 않아서 편집을 더 공들여 한 것 같다. 그래서 해외 시청자도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즌 2는 우리도 기대를 하곤 있지만 확답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회적으로는 연애, 결혼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이와 반대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나현 사회적인 부분까지 계산해서 만든 건 아니다.(웃음) 결혼에 대한 마음이 많이 사라진 분위기일진 몰라도, 결혼과 연애는 굉장히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팅 예능’이 다시금 대중의 관심을 부쩍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재원 꼭 지금 이 시기뿐만 아니라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다. 기본적으로 내 연애는 힘들지만(웃음) 남의 연애사는 재밌다. 리얼리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인 것 같다. 데이트만큼 리얼을 담기 쉬운 포맷은 없다.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하지 않나. 시청자도 다 경험했던 감정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는 게 아닐까. 

저작권자 © 여성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ditor's Pick
최신기사
포토뉴스
추천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