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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장 한국적인 유태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해성 역
연기 커리어와 배우로서의 태도 바뀌게 해준 작품

  • 기자명 임언영 기자
  • 입력 2024.03.26 09:12
  • 수정 2024.03.26 09:19
  • 댓글 0
  • 사진(제공) : CJ ENM

 

 

“감독님이 왜 굳이 날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긴 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웃음) 언어가 두려웠지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인연’이라는 철학과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너무 좋았다. 그 느낌을 잘 전달하면 누구라도 잘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며 다국적 문화를 경험한 배우. 유태오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가장 한국적인 남자를 연기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갑작스러운 이민으로 헤어졌다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인연을 돌아본다.

작품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유태오는 “문화적인 에티켓과 매너로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해성으로서, 동양적인 불교 철학의 인연과 팔자, 운명이 무엇인가 완벽히 소화해야 할 것 같았다”면서 인연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래야 해성의 여한 없는 슬픈 아름다움과 아픔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태어나 한국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공대생 출신 직장인.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 해성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과정도 전했다. 유태오는 그것을 본인의 개인적인 삶의 배경에서 끄집어냈다.

“캐릭터에 접근할 때 나와 어떤 점이 다르고 같은지 탐구한다. 간극을 줄이기보다는 맞는 포인트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본 해성은 우리나라 문화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너무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나도 해성과 같은 면이 많다. 다문화적인 배경 때문에 항상 소속감이 들고 싶고 결핍도 많다. 결핍을 없애기 위해 소통할 때 더 정확한 말을 선택한다. 그런 식으로 내 운명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들에 한이 맺혀 있는데, 그런 한이 내 인생에서는 아름다운 슬픔인 멜랑콜리로 표현이 된다. 멜랑콜리의 표현은 자신감이 있다. 그런 면에서 해성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서툰 영어와 한국어 연기에 대해서는 해외 관객들을 염두하고 계산한 결과라고 말했다.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어가 어떻게 들릴지 같이 고민했다. 동양인 남자 주연의 로맨틱 무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어 역시 각 시장의 공통의 감수성을 찾아서 표현한 결과다.”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나영이 남편 아서와 침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꼽았다. 아내가 잠꼬대를 할 때는 한국어를 사용한다면서, 본인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정체성이라는 게 재미있다. 가족끼리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정체성과 개인적인 문화가 무엇인가 서로 소통하고 알아듣고 싶어 한다. 그 안에서 오해도 생기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어 배우자 니키리와도 그런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가진다고 전했다. 앞서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11살 연상의 니키리와 유태오의 러브스토리가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우리도 많은 베드 타임 토크를 한다. 제일 솔직한 시간 아닌가. 잠들기 한두 시간 전, 진짜 자기의 모습이 나오는 순간이 있다. 배우자는 내 커리어의 모든 것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다. 나는 붕 떠있는 사람인데 나보다 한 발 더 단단하게 사회 안에 있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그런 시간들이 많고 재미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스카를 포함한 전 세계 212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72관왕이라는 화려한 이력으로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는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다. 유태오 역시 연기 호평을 많이 받았다. 영국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유태오는 이번 작품이 본인의 연기 커리어를 바꾸기도 했지만, 동시에 연기를 접근하는 방식을 달라지게 해줘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인연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내가 살았던 영혼들이 내가 앞으로 연기해야 할 캐릭터가 된다. 어떤 캐릭터가 되기 위해 기술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없다. 연기자로서 행위가 무엇인가라는 깊은 철학적인 고민에 빠졌다. 전생에 내가 그 캐릭터처럼 살았을 지도 모른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나에게 배우로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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