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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성유빈 엄마 박영혜의 ‘미운 우리 연예인 아들’ 12] 방송 출연

  • 기자명 박영혜
  • 입력 2024.03.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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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 박영혜

예전에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명 트로트 가수와 그 가족의 삶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가족 중 한 분이 “연예인 가족으로 산다는 게 참 피곤하고 힘들다”라고 이야기하신 것이 기억난다. 두 아들이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덕에 나도 가끔 그런 걸 느끼기도 한다. 목사 사모님께서는 “목사의 가족으로 사는 것도 연예인 가족으로 사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때론 피곤하다”면서 나를 위로하셨다. 그들 역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고, 남의 시선 하나까지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있으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요즘은 관찰 예능이 많아지면서 연예인의 가족이나 사생활이 많이 노출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연예인 가족이 방송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명절 때가 되면 ‘신년 특집’, ‘추석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연예인과 가족이 출연해 노래도 하고 게임도 하는 게 전부였다. 그걸 볼 때마다 ‘우리 가족은 언제쯤이나 방송국에서 불러줄까’ 하면서 내심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엄마~ 우리 가족에게 방송 섭외가 왔는데 어쩔까요?” 하면서 전화가 왔다. SBS <미운 우리 새끼>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하고 싶다고 바로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누구나 다 아는 관찰 예능의 대표 방송이라 떨리기도 기쁘기도 했다. 담당 PD와 인터뷰를 했고, 바라던 대로 출연이 결정됐다. 
예정된 나의 첫 녹화 날. 20년 전 태성이가 <사랑니>라는 영화에 캐스팅되고 김정은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 “TV가 걸어오는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분장실에서 TV에서 보던 어머니들을 실제로 만나니 태성이의 그 느낌이 뭔지 알 것만 같았다. 리허설도 없었고, 진행자와 미리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바로 녹화에 들어갔다. 
예상보다 떨리지는 않았다. 수많은 카메라와 PD의 손짓 하나하나 다 보이는 것으로 봐서 ‘난 방송 체질인가’ 싶었다. 출연하는 어머니들과 사담을 나눌 새도 없이 바쁘게 촬영이 진행됐고, 방송되는 시간의 몇 곱절 되는 긴 시간의 녹화가 무사히 끝났다. 그렇게 오랜 시간 녹화를 하면서 아들의 고충을 조금은 맛보게 된 듯하다.

유빈이가 음악방송 출연할 때 몇 번 따라가서 본 적이 있었는데, 생방송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리허설도 몇 차례씩 하고 아침에 가서 밤늦게 끝났던 기억이 난다. 방송에서 3분짜리 노래 한 곡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많은 사람이 동원되고, 자신의 무대가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지…. 그건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촬영 순서가 오기까지 준비하고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연예인들이 큰 차를 타고 다니는 건 차 안에서 옷도 갈아입고, 대기해야 하기에 공간이 넓은 차가 필요해서란 것을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오해하기도 한다. 
연예인 가족으로의 생활이 무조건 피곤한 것만은 아니고, 이렇게 다른 이들은 해볼 수 없는 경험과 재미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친구가 딸 덕에 비행기를 탔다며 딸이 최고라고 자랑해서 살짝 부러웠던 적이 있는데, 난 아들 덕에 비행기도 탔고 방송 출연도 했다고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다. 2년 반가량 방송 출연을 하면서 107명의 유명한 스타들을 만났고, 본방송에 재방송까지 계속 방송되다 보니 어디를 가더라도 점점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러다가 속칭 ‘연예인 병’에 걸리는 건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인다.

 

profile

박영혜는… 배우 이태성, 가수 성유빈 형제의 엄마이자 영화감독. 63세에 감독의 꿈에 도전해 <짜장면, 고맙습니다>를 연출, 전 세계 28개 영화제에서 70여 개의 상을 휩쓸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모벤저스’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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