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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프리뷰] 학고재 장재민 개인전 ‘라인 앤 스모크(Line and Smoke)’

  • 기자명 임언영 기자
  • 입력 2024.02.06 21:03
  • 수정 2024.02.07 15:53
  • 댓글 0
  • 사진(제공) : 학고재
깊은 웅덩이 끝(Edge of a Deep Puddle),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구아슈 Acrylic gouache on canvas, 200 x 150cm (2), 200 x 300cm (전체)
깊은 웅덩이 끝(Edge of a Deep Puddle),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구아슈 Acrylic gouache on canvas, 200 x 150cm (2), 200 x 300cm (전체)

 

장재민 작가가 그려낸 풍경은 사각의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다. 캔버스의 네모난 틀, 그 단단한 직선을 허물고 삐져나와 일렁거린다. 그 풍경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같기도, 안개 낀 호수 위에서 부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깊은 밤인지 이른 새벽인지, 숲인지 바다인지 시공간을 가늠하기도 모호하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필선이라고 생각해 붙였다는 전시 제목 <라인 앤 스모크>가 작품들이 품고 있는 특징을 잘 설명한다.

한국 미술계의 젊은 축으로 주목받는 장재민 작가의 <라인 앤 스모크>는 2020년 학고재에서 열린 <부엉이 숲>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2023년 한 해 동안 새롭게 제작한 아크릴릭 구아슈 작업 중 22점을 모았다. ‘아크릴릭 구아슈’라는 재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유화 물감으로 무게감이 두드러지는 작업을 펼쳐온 작가는 부유하는 허공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매체를 찾다가 아크릴릭 구아슈라는 새로운 재료를 만났다.

섬(An Islet),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구아슈 Acrylic gouache on canvas, 117x91cm
섬(An Islet),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구아슈 Acrylic gouache on canvas, 117x91cm

 

“화가가 재료를 바꾼다는 건 한국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외국어를 사용하는 상황을 맞은 것처럼 고통이죠. 저도 모르게 관성이 되어버린 것들을 바꾸기 위해서 모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재료를 바꿨어요. 수많은 작업을 버리고 새롭게 나오게 된 작업이에요. 유화 작업이 무거웠다면 아크릴릭 구아슈라는 허공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매체를 찾은 것 같아요.”

새로운 재료를 만난 장재민 작가는 빠른 필치와 대담한 구성으로 현대회화의 문법을 깼다. 풍경화가 걸린 정물화를 그려서 풍경과 정물의 경계를 지우는가 하면, 중심 테마가 존재해야 할 중심은 비우고 주변부를 채운다거나 화면이 낱낱이 분리되어 공기로 사라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파격의 연속이다.

바닥에 비스듬히 세워 내려다보는 시점을 극대화한 작품 
바닥에 비스듬히 세워 내려다보는 시점을 극대화한 작품 
공중에 부유하게 설치된 작품들 
공중에 부유하게 설치된 작품들 

 

격을 파한 전시장의 구성도 흥미롭다. 제주 쇠소깍의 기억을 더듬어 작업한 작품 <깊은 웅덩이 끝>은 바닥에 비스듬히 세워 풍경을 내려다보는 시점을 극대화했다. 또 <먼 곳의 밤>과 <새들의 자리>, <불꽃>과 <Boards> 작품은 각각 등을 맞대고 공중에 부유하게 설치, 실제 공간과 캔버스 공간이 차단되는 게 아니라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밖에 <나무>, <먼 곳의 밤>, <새들의 자리>, <언덕>, <폭포>, <검은 산의 새> 등 근래 우리 회화계에서 흔치 않았던 회화 유형을 보이는 작품들도 수작이다.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장재민 작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장재민 작가 

 

1984년 한국에서 태어난 장재민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금호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보안1942,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부산현대미술관, 국립해양박물관, 금호미술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장재민 개인전 ‘라인 앤 스모크(Line and Smoke)’]
-기간: ~3월 2일(토)
-장소: 학고재 본관
-문의: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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