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을 지붕삼고 푸른 아드리아 해안을 정원 삼은 해안 도시들

발칸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몬테네그로는 한국인에게는 낯설다. 크로아티아처럼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안선을 끼고, 해안으로부터 디나르(Dinar) 알프스 산맥이 가파르게 솟아올라 풍경의 장관을 보여주는 나라다. 풍치는 빼어나고 음식은 이탈리아 버금가게 맛있고 물가도 싼 나라인데도 크로아티아에 뒷 전인 것은 순전히 매스컴 영향 탓이다. 무분별하게 보여주는 영상매체를 스스로 걸러낼 수 있어야 수준 있는 사람이다. 몬테네그로는 우리나라 강원도 정도 크기로 유럽 내에서도 매우 작은 국가다. 좁은 땅에 로브첸(1,749m), 오르엔(1,894m), 두르미토르(2,522m), 비오그라드스카 고라, 루미야 등의 고산이 90%나 차지하고 있어 매우 척박하다.

현지민들은 사는 일이 힘들겠지만 관광객에게는 최상의 여행지다. 고산을 지붕삼고 푸른 아드리아 해안을 정원 삼은 해안 도시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영국 시인 바이런(1788~1824)은 몬테네그로를 '육지와 바다의 가장 아름다운 조우'라고 표현했다.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는 전쟁으로 온 도시가 폭격을 당했지만 아드리아 해안선은 완전히 다르다. 코토르 만을 따라 이어지는 293.5km 해안선은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니크와 경계에 있는 헤르체그노비(Herceg Novi)를 시작으로 페라스트(Perast), 티바트(Tivat), 리산(Risan), 코토르(Kotor)까지 그림 같은 해안 도시가 이어진다.

*부드바와 바르 중간 즈음에 있는 작은 해안 마을

그러나 아름다운 곳에는 늘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해안도시의 풍치에 탄성을 내지르는 것도 잠시. 때때로 지나친 상흔을 보여주는 곳이 번잡한 관광지다. 긴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찾았던 곳이 페트로바츠(Petrovac)다. 페트로바츠는 수도 포드고리차의 식당 직원에게 추천받은 곳이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몬테네그로로 입성해 터미널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음식은 기대이상으로 맛있어서 메인 요리를 두 개나 시켜 먹고 나서 영어를 잘하는 스텝에게 질문을 했다. “네가 좋아하는 도시를 추천해줄래?”라고 묻자 그는 메모지에 페트로바츠라는 지명을 써 주었다. 지역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코토르를 도망치듯 떠나 ‘부드바’에 점을 찍고, 버스에 올라탔으나 목적지에서 내리지 못하고 ‘바르’까지 잘 못 가게 된다. 버스의 남자 안내원은 인파에 밀려 동양인 여자가 목적지를 꼭 알려달라던 지명을 잊어 버린 것이다. 바르에 도착한 버스의 여자 운전자는 말 안해 준 안내원보다 더 안달이 났다. 그녀는 페트로바츠까지 되돌아갈 수 있는 버스 편을 가르쳐주기만 했지 공짜표는 주지 않았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고. 너네 잘못이니 표값 돌려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생각일 뿐이다.

*로마 때 별장을 지으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도시

페트로바츠는 부드바(17km)와 바르(21km) 중간 즈음에 있는 작은 해안 마을이다. 온통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인근 해안 도시에 비해 조용하고 정적이다. 이 도시는 몬테네그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기록서인 듀클랴(Duklja) 공국의 성직자 연대기(年代記, 연대순으로 역사적인 사상을 열거한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4세기, 로마시대 때 한 부부가 이곳의 크라스 메딘스키(Krš Medinski)에 별장을 지으면서 사람이 정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기록을 증명해주는 유적들이 발굴되었다. 로마시대의 모자이크 바닥을 욕조로 한 모자이크 조각이 세인트 일리야(Prophet Elijah) 교회 뒤에서 발견되었다. 원래의 지명은 라스트바(Lastva)였다가 20세기, 세르비아의 페타르 카라조르제비치(Petar Karađorđević, 1844~1921) 왕조 때부터 페트로바츠(Petrovac)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마을 앞으로 나서면 600m 해안선을 가진 루치차 해변이 있다. 작아서 한 눈에도 해안 주변은 다 보여진다. 해안선 북쪽 오른쪽 끝에는 오래된 듯한 작은 요새가 있다. 반대편 해안에는 자그마한 소나무 산 밑으로 가옥 몇 채가 있을 뿐, 해안 길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바다 앞쪽으로는 작은 섬 두 개가 있고 바위 섬 위에는 마치 ‘인형 집’ 같은 작은 교회가 있다.

*영화 브라더스 블룸 등 촬영지로 인기

우선 눈에 익은 듯한 북쪽 해안 끝 카스텔(castel)로 다가선다. 작은 이 요새는 16세기 베네치아 통치 시절에 해적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선원들의 작은 등대 역할을 했다. 요새에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파시스트와 싸우고 죽은 사람들의 메모리가 내장 된 작은 오벨리스크가 기둥처럼 솟아 있다. 요새 옆의 거대한 아트갤러리(Red Commune)는 베네치아 시절에 만들어진 창고 겸 검역소다. 와인등 제품들을 보관했고 전염병이 돌면 환자의 숙박 시설, 검역 장소로 사용되었다. 이 지역의 유명한 건축가인 마르코 그레고비치(Marko K. Gregovic)가 19세기 후반 개조해 오늘에 이른다. 이 건물에는 15,000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는 도서관이 있고 연중 많은 연극, 예술, 음악 이벤트 펼쳐진다.

특히 이곳 풍경이 낯익은 것은 영화 브라더스 블룸(레이첼 와이즈, 애드리언 브로디, 마크 버팔로 주연)이라는 영화 때문이다. 사기꾼 형제 중 동생(애드리언 브로디 분)이 지친 몸을 피신하려고 도망쳐 온 곳이 바로 이곳. 레이첼 와이즈와의 사랑을 이루는 엔딩 장면도 이 요새와 레드 코뮌을 뒷 배경으로 보여준다.

바닷가 앞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섬은 카티치와 스베타 네제리아(Katič and Sveta Neđelja)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앙증맞은 이 섬에는 세계 2차 대전 때, 영국군 정보부가 유고슬로비아 게릴라와 연락 교신하기 위해 주둔했다. 난파선의 선원을 기원하는 성 일요일이라는 작은 교회가 남아 있다. 그 교회의 종을 울리면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전설이 흐르고 있지만 유람선을 타지 않으면 접근하기는 어렵다. 이 도시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구)유고슬라비아의 부유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되었다. 현재도 외부 관광객보다는 현지민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카지노가 있는 멋진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원없이 휴양을 즐기면 좋을 곳. 아침 햇살을 맞으며 요새 근처의 바에 앉아 커피 한잔 앞에 두고 책을 읽고 싶은 곳. 낚시를 즐긴다면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가 잡힌다면 한국식으로 날 회를 먹는 것은 어떨까?

*Travel Data

항공편:직항은 없다. 동유럽, 서유럽, 터키 등지에서 항공편으로 몬테네그로로 진입한다. 포드고리차 티바트 공항은 도심과 50km 거리에 있다. 육로로는 주로 크로아티아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그리스,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에서 접근한다.

현지 교통:기차보다는 버스가 편하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로 이용할 경우, 헤르체고 노비를 거쳐, 3시간 만에 코토르에 도착한다. 코토르에서 페트로바츠까지 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해상편은 이용하기 굉장히 불편하다. 인근,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코소보 등 형제국가에서의 진입에도 엄격한 여권 검사 등 국경 통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화폐:공식 화폐는 ‘유로화’다.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저렴해서 부담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언어문제:몬테네그로 어와 라틴문자와 함께 키릴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관광지 대부분은 영어소통에 문제 없다.

먹거리:도시 안쪽이나 바닷가 쪽에 레스토랑, 바, 카페가 있다.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바닷가 근처라서 해산물이 많다. 또 몬테네그로 산 프로슈토 햄(Prosciutto Ham)도 유명하다.

숙박정보:카지노가 있는 호텔 외에는 가정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가 여럿 있다. 카지노 호텔은 30만원 선이고 게스트 하우스나 아파트는 5~6만원 선에 이용 가능하다. 단 이 도시는 싼 호스텔은 없다.

날씨정보와 옷차림:몬테네그로는 해양성 기후로 여름이 길다. 9월은 물론 10월의 낮에는 바닷가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습기가 없고 건조해서 여행하기 좋으나 낯에는 햇살이 따갑다. 10월의 평균온도는 20도 정도로 가을 옷을 준비하면 된다. 단 겨울은 9도 정도로 온도가 급강하한다. 휴대폰에 팩 포인트(pack point) 앱을 활용하면 날씨, 준비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치안 정보:몬테네그로는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치안에 각별히 유의한다. 대부분 안전한 편이나 관광지에서는 바가지 상흔을 겪을 수 있으니 유의하길 바란다.

페트로바츠 관광 사이트: http://www.petrova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