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은 필자 메일로 접수 받은 아내의 사연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사연을 보낸 이는 올해로 결혼 30년째를 맞은, 1남1녀를 두고 있는 50대 중반 여성 A 씨다. 남편은 호남형은 아니지만 재치 있는 유머 감각으로 연애 초기부터 바람기가 다분한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2년 사귀는 동안 여자 문제로 A 씨와 다투는 일이 많았다. 

 

A 씨의 남편은 그럴 때 마다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라며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은 달콤한 말로 A 씨에게 애원했다. A 씨는 남편을 많이 좋아했지만 더 이상 인연이 아니라 생각하고, 헤어지려 하던 차에 임신한 걸 알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다.

 

남편은 신혼 초부터 회사 일을 핑계로 일주일에 1번 정도 외박을 했고 늘 밤늦게 귀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 전부터 만나던 회사 여직원과 결혼 하고 나서도 연락을 지속해오다 들통났다. 그 사실을 알고 남편에게 난리를 쳐 다시는 바람을 피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고,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는 안 만나겠다는 다짐도 받았다. 그 후 A 씨는 주의 깊게 남편을 지켜보고 있었고, 타 지역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연락은 안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남편은 A 씨에게 바람을 들킨 전력 때문인지 여자 문제에 대해선 뒤처리가 꼼꼼해졌다. 결혼 전부터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를 지우는 건 기본이고 결혼 후에도 그 습관은 여전하다. 남들 다 사용하는 카톡 같은 메신저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속적으로 여자를 만나고 다니니 뭔가 흘리게 돼서 A 씨는 남편의 바람을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철저하지 못했다. 1년 전 바람은 휴대폰을 집에 놓고 가서 A 씨에게 바람을 피우는 낌새를 풍겼고 옷에 여자 화장품 자국을 묻혀 오는 건 셀 수 없이 많았다. 속이 썩어 들어가는 스트레스에 장기적으로 노출이 되어 A 씨는 작년에 암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했다. 지난 해 바람을 들킨 이후 이혼 하겠다며 홀로 계신 시어머니께 말씀 드렸지만 성인이 된 아이들과 시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혼이야기가 물 건너간 상태다.

 

이제 남편이 A 씨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A 씨는 그동안 받은 상처가 크다 보니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남편이 어딜 나가면 의심하게 되고 제가 이렇게 사는 게 너무 비참하다고 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서 친구들을 만나도 옛날과 같이 대화에 제대로 끼지도 못하고 듣기만 하다가 오는 날이 많아 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20년 전 상간녀가 갑자기 생각나서 그를 찾아가 죽여버리고 싶기도 하고, 성매매를 하며 늑대처럼 다녔을 남편의 모습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난다.

 

지금도 남편은 치밀하게 누군가를 만나는 것 같은데 증거도 없고 특정상간녀도 없으니 A 씨가 뭘 할 수도 없다. A 씨는 “이제 더는 못 참는다. 또 걸리면 끝이다”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편은 다시 낙엽처럼 바람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지난 30년 이렇게 살아 왔는데 앞으로 30년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제명에 죽기 힘들지 싶다. 문득 나의 행복을 찾아 아니, 남편 없는 곳으로 가서 편하게 살고 싶어 모든 걸 버리고 이혼도 생각해본다. 하지만 먼 산을 보면 가정적인 남편 생각이 나고 애들을 보면 같이 놀러 다녔던 어릴 적 즐거운 기억들이 생각나 이혼 생각은 어느새 없어진다.

 

정말 하루에 오만 가지 생각을 30년 째 하고 있다. 한번 들키면 조금 조심한 듯하다가 잊어 버릴 만하면 또 여자 문제로 속을 썩이는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다.

 

이렇게 가정적이며 헌신적인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심리는 어떤 상태일까? 남편이 알고 있는 아내는 그동안 아무것도 안한 사람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미래에도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지금처럼 들키지 않고 상간녀와 만나서 불륜을 즐기고 가끔 성매매도 할 것이다.

 

그러다 A 씨에게 들키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한번만 용서를 해줘라, 나는 당신만을 사랑한다” 라는 지금까지와 똑 같은 레퍼토리로 아내를 설득하고 잠시 쥐 죽은 듯 이 순간이 지나 가기만 기다릴 것이다. 30년 동안 이런 식으로 살면서 인생을 즐겼다.

 

그럼 아내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지나온 30년처럼 “남편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악어의 눈물로 호소 할 때 마다 바보처럼 용서를 반복해서 안됐다. 앞으로의 30년을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까지의 모습이 아닌 칼을 든 전사가 되어 주변의 악의 무리를 쳐내야 한다. 남편 버릇을 고쳐 놓고 진정 어린 남편의 용서와 사과를 받아 가정회복을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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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잡는 정교수는?

동국대박사수료, 여성조선 외도칼럼니스트

가족상담사1급, 심리상담사1급, 심리분석사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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