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외도는 성관계 유무를 따지지만 그것만이 외도는 아니다. 성관계를 하지 않았더라도 정서적, 정신적 외도 역시 부부관계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평범한 직장인 정숙 씨(가명, 45살) 부부는 코로나19로 집에서 함께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평소 각자 직장을 다닐 때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나 되어야 서로 얼굴을 볼 수가 있었는데,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문제는 서로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노출이 된다는 점이었다.

 

어느 날 정숙 씨에게 문자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난 당신 남편의 부인이다’

 

내용이 하도 어이가 없어 스팸메시지일거라고 생각한 정숙 씨는 내용을 확인 하지 않고 바로 삭제 해버렸다. 그 번호를 차단했더니 이번에는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아~ 보이스 피싱 하는 놈들이 왜 이리 극성인지. 나쁜 놈들”

 

정숙 씨는 혼자 말을 하며 국제전화도 바로 차단했다.

 

“여보 ‘난 당신 남편의 부인이다’ 라는 이상한 문자가 오고 보이스피싱 국제전화가 오니 당신도 조심해야겠어”

 

“어? 그런 스팸 문자가 왔어? 국제전화도 오고? 미친놈들이네. 우리가 가진 게 뭐가 있다고.”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6개월이 지나 정숙 씨 부부는 다시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정숙 씨와 함께 집에서 TV를 보면서도 휴대폰에 빠져 히죽거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이 그렇게 재밌어?” 라고 물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하며 허둥지둥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그 때 ‘남편에게 뭔가 있다’는 여자의 촉이 왔다.

 

그날 이후 정숙 씨는 남편의 휴대폰 패턴을 자세하게 관찰하였고 어느 날 회식으로 술에 취해 들어온 남편의 휴대폰을 열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카톡에는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상간녀가 있었다.

 

상간녀는 필리핀 사는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기 전 남편은 동창생 몇 명과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만난 동창과 불이 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간녀가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만난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비행기가 뜨질 않자 더 이상 만나지 못한 남편과 상간녀는 카카오톡에서 여보, 당신, 자기야, 사랑해 등 아내에게는 그렇게 아끼던 단어를 아낌없이 쏟아내며 카톡으로 부부 행세를 하고 있었다.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밴드 얘기는 들어 봤어도 카톡부부라니. 그렇게 카톡 부부생활에 빠진 상간녀는 남편과 정숙 씨를 이혼시키려고 필리핀에서 남편과 함께한 사진에 ‘당신 남편의 부인이다’ 라는 황당한 문자까지 보냈고, 정숙 씨가 문자로 아무 반응이 없자 국제전화까지 해댄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남편은 상간녀가 더 이상 아내를 도발 하지 못하도록 타일렀던 것 같았다. 남편은 정숙 씨 몰래 은퇴 후 필리핀에서 노후를 보낼 계획을 하고 있었다. 정숙 씨는 현지에 있는 상간녀와 마치 실제 부부 생활을 하는 것 마냥 흉내 내며 사는 남편과 상간녀를 응징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증거도 있고 이름, 전화번호까지 다 알고 있는데 상간녀가 한국 국적이 아니라 상간녀 위자료 청구 소송이 불가능했다. 찾아가서 따귀라도 때리고 다시는 남편과 안 만나겠다는 각서라도 받고 싶었으나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숙 씨는 속상하고 답답할 뿐이다. 너무 분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남편은 여전히 가정에 충실하고 아내에게도 다정하게 대한다. 물론 상간녀에게도 정숙 씨에게 하는 것처럼 다정하게 구는 남편의 양다리를 어떻게 고쳐놓을지 고민이다.

 

우리 법은 직접적인 성관계가 없더라도 정서적인 외도 역시 부정행위로 판단한다. 온라인상에서 정신적, 정서적 외도를 한 경우 역시 부부관계에 근본을 위협하며 행복하고 건강한 부부생활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판례에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간통에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와 부양협력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행위를 포함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당신을 죽도록 사랑해’ ‘여보’ '자기야 보고 싶다’ 등의 문자메시지는 정서적 외도의 정황적 증거가 되어 이혼과 위자료 판단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정숙 씨는 남편의 통화내역, 통화 내용, 문자, 카톡메시지 등 정황적 증거를 통해 남편과 초등학교 동창인 여성을 불륜 관계로 인지하고, 이혼과 상간녀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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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잡는 정교수는?

동국대박사수료, 여성조선 외도칼럼니스트

심리상담사1급, 가족상담사1급, 심리분석사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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