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설레임 강정하의 피부이야기] 피부과 시술 중 수면마취 최선일까요?

글 : 강정하 설레임클리닉 원장 2020-01-28 10:34

최근 미용성형수술이 널리 퍼지면서 많은 피부과에서 광범위하게 수면마취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잠깐 자고 일어나면 수술이 끝난다는 인식 때문인지 많은 환자들이 수면마취를 선호합니다.

저는 되도록 수면마취를 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리프팅을 포함 안티에이징 시술 건수가 많아 수면마취도 많이 할 법 하지만 크림마취와 국소신경마취로만 진행하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미용 치료를 위해서 반드시 수면마취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면마취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의료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수면마취로 인한 의료사고가 전체 마취 사고의 37%를 차지하고, 그중 사망사고가 80% 정도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김기덕 교수, 2015년)

크림마취와 국소신경마취에 섬세한 시술이 동반되면 환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울쎄라, 써마지 같은 레이저 시술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의사와 고객이 피부 상태나 통증 정도를 꾸준히 체크하면서 시술할 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현저히 낮은 에너지에도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필러나 실리프팅 같은 쁘띠나 가벼운 리프팅 레이저 하나를 할 때도 수면마취가 남용되고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사실 ‘수면마취 (sleep anesthesia)’는 출처 불명의 용어입니다. 정확한 의학적 표현은 ‘진정마취(sedative anesthesia), 중등도 진정 또는 의식하 진정’ 입니다. 진정마취는 그 심도에 따라 얕은 진정과 깊은 진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수면마취’ 라고 부르는 마취법은 ‘깊은 수준의 진정마취’ 에 해당합니다.

수면 마취 장점 있지만 위험성도 높아
수면마취라 하는 깊은 진정 마취 수술의 경우 마취과 의사가 수술 전 과정에서 환자의 호흡은 물론 모든 상태를 체크하며 진행하는 전신마취 수술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피부과 의사가 시술과 동시에 마취과 의사의 역할까지 동시에 하다 보니, 마취 중에 호흡이 약해져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급처치가 지연되어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수면마취 시에는 반드시 마취과에서 수련 받은 사람에 의해 투여하고 환자의 기도유지를 위한 장치, 인공호흡, 산소 공급을 위한 시설과 즉각적인 심혈관계 소생술의 실시가 가능한 시설이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수면마취는 마취 깊이의 조절이 쉽고 마취로부터의 회복이 빨라 내시경, 피부과 시술, 성형외과 수술에 매우 용이합니다. 하지만 마약류 품목으로 분류된 만큼 철저한 관리와 사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면마취는 환자의 불안함을 해소시켜 의사의 시술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시술에 대한 고통은 물론 수술실 안에서의 나쁜 기억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환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줄이고자 만들어진 마취 방법이긴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일상적이며 반복적으로 진행되면서 변질되고 있고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포폴에는 마약성분이 있어 중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 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종사자의 경우 무리하게 시술을 해달라고 조르는 사례가 있는데 시술을 핑계로 합법적인 마약을 투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사는 환자가 반응하지 않는 동안 편하게 시술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남용 실태는 점점 심화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시술이던지 국소신경마취를 통해 시술을 하면 환자와 교감을 하게 되고, 그러면 어떤 부위를 어떻게 다루어야 환자의 고통이 덜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시술이 더욱 섬세해 지고 시술 방법은 발전하게 됩니다. 수면마취가 피부미용 시술의 훌륭한 도구가 아니라 부작용을 애써 모른척하며 사용되고 있는 문제의 도구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