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10월이면 전국을 울긋불긋 물들이는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조금 멀어졌듯 단풍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겠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키면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명소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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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석모도 하리선착장 입구에서 상산저수지까지 가는 길에 핀 코스모스.

04 강화군 석모도 코스모스길
 
경기 강화군에 있는 석모도 하리선착장 입구에서 상산저수지까지 1.5㎞ 길에는 길을 따라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석모도는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어 근교 나들이로 다녀오기 좋다. 강화도에 속한 석모도는 ‘섬 속의 섬’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다리만 건너면 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 되었다.
 
석모도는 남부와 중부가 대부분 산이고 북부와 서부는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간척지다. 조선시대 숙종 32년에 간척사업을 거쳐 지금의 평야가 만들어졌다. 토질이 좋아 논농사가 잘되어 주민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일부만 어업에 종사한다.
 
반도에서 강화도까지 강화대교, 강화도에서 석모도까지는 석모대교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석모도에는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마애석불좌상이 있는 보문사가 있다. 석모도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보문사로 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사찰이다. 낙가산 서쪽 중턱에 있는 보문사는 양양의 낙산사, 남해의 보리암과 함께 한국 3대 관음성지로 불린다. 보문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바세계로 온 관세음보살의 광대무변한 원력을 뜻하는 말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러 다녀가곤 한다. 
 
석포항에서 매음리 방면으로 전득이고개를 넘어가면 석모도의 유일한 염전인 삼량염전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햇볕에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연간 4000톤 이상의 최고급 천일염을 생산한 곳이었는데 2006년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염전이 있던 자리에는 퉁퉁마디, 칠면초 같은 염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석모도의 가을 명물 코스모스길을 만나려면 먼저 하리선착장부터 찾아야 한다. 섬의 서북쪽에 있는 하리선착장은 바다가 북한과 맞닿아 있다. 전지현, 이정재 주연의 영화 <시월애>의 아름다운 집이 여기 있었지만 촬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어닥친 태풍에 사라지고 말았다. 하리선착장에서 상산저수지 쪽을 향하면 한쪽에는 황금 들판이, 한쪽에는 하늘하늘한 코스모스길이 반긴다.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고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오래도록 보려면 걷는 것을 추천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선이 정박한 부두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철을 맞은 새우를 싣고 들어 오는 어선을 보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석모도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로 민머루해수욕장을 추천한다. 이곳은 해수욕장이지만 해수욕보다 일몰을 감상하기 더 적격이다. 해가 질 무렵이면 인근에 차를 세워놓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는 법 서울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를 따라 경인항 김포 강화 방면으로 간다. 고속화도로로 진출한 뒤 강화 방면으로 직진하다 356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김포대로에서 통진, 강화 김포시청, 서울 방면으로 향한 뒤 외포항 삼산 방면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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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131번 지방도 근처에 있는 휴애리 자연생활농원에 핑크물리가 만발했다.

05 분홍분홍한 가을 핑크뮬리 만나는 제주 1131번 지방도
 
1131번 지방도는 제주도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잇는 도로다. 5·16군사정변 당시 만들어진 도로라 해서 5·16도로라고도 부른다. 1135번 지방도가 대규모로 정비되기 전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가장 빠른 도로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해왔다.
 
이곳은 한라산 일대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제1횡단도로라는 별칭도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을 통과하는 구간에는 나무들이 도로를 터널처럼 둘러싼 ‘숲터널’이 유명하다. 약 3.5㎞ 정도 되는 숲터널의 광경을 보려고 드라이브를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 도로는 커브길이 많아 운전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숲터널에 들어서면 햇빛이 사라지고 주위가 어둑해진다. 도로 양쪽에 난 가로수가 워낙 크고 울창해 햇빛을 다 가리기 때문이다. 1131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1112번 도로를 만나는데 이 길은 비자림로라고 불린다. 하늘을 가릴 듯 빼곡하게 자란 숲터널길 나무와 다르게 하늘로 높게 솟은 비자림길은 마치 노르웨이 숲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한라산 언덕 동쪽으로 올라가는 고갯길을 따라가면 한라산국립공원이 나온다. 고개 정상에는 성판악 휴게소가 있다. 이곳은 시내버스정류장인데 한라산을 등반하러 온 사람들이 이곳을 기점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성판악 휴게소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하지만 주차장이 비좁아 휴게소 주변에 불법주차를 한 차량을 꽤 볼 수 있다.
 
1131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이 나온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은 분홍빛 파도가 일렁이는 핑크뮬리 명소로 유명하다. 해마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이면 ‘휴애리 핑크뮬리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핑크뮬리는 미국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지역 평야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요즘 전 세계에서 조경용 꽃으로 활용되면서 이제 가을 하면 핑크뮬리라는 공식이 성립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분홍빛 고운 빛깔 때문인지 핑크뮬리가 피는 곳마다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로 문정성시를 이룬다.
 
휴애리는 웨딩 스냅사진을 찍는 야외 스튜디오로도 사랑받고 있다. 특히 핑크뮬리가 풍성하게 피어나는 곳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예비신랑,  신부들이 이미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의 입장료는 성인이 1만 3,000원, 청소년 1만 1,000원, 어린이는 1만 원이다. 도민과 관광객 중 3자녀 이상인 가구는 입장료를 50% 할인해준다.
 
가는 법 제주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1131번 도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향하면 숲터널 구간이 나온다. 이 구간을 지나 제주시내 동쪽으로 향하면 1132번 비자림로가 나오고, 1131번 지방도를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면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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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 억새밭.

06 우리나라 억새 1번지 명성산으로 향하는 47번 국도
 
47번 국도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에서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까지 이어진 도로다. 군포와 안양, 안양과 서울 등이 이어지는 이곳은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기점에는 시화방조제, 안산시 대부도, 사리포구 등 수도권 인기 여행지로 향하는 길이라 늘 교통이 혼잡하다.
 
47번 국도를 따라 포천 쪽으로 약 2시간가량 달리다 보면 가을 억새 1번지인 명성산이 등장한다. 명성산으로 오는 길은 47번 국도뿐 아니라 43번 국도도 번갈아 탈 수 있어 오는 길에 지루함을 달랠 수 있다. 명성산으로 향하는 길에는 가볍게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산이 많아 날이 적당하게 좋은 날이면 서울에서 나들이를 온 여행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명성산은 강원도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시 경계에 자리한 산이다. 이 산에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약 1,000년 전 태봉국을 세웠던 궁예가 민심을 잃은 뒤 숨어 지낸 곳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궁예의 아픔이 서린 이곳은 해마다 10월이면 산 곳곳에 억새꽃이 피어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억새가 무성한 이곳은 원래 나무가 자라던 숲이었지만 1950년 6·25전쟁으로 인해 나무가 다 소실되고 억새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숲은 간데없이 사라졌지만 은빛이 감도는 억새는 이제 명성산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명성산에 오르려면 여러 가지 코스가 있다. 산정호수에서 삼각봉을 갔다가 등룡폭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나 산안고개에서 정상에 오른 다음 삼각봉을 거치는 길로 오르면 비교적 수월하다.
 
10월 지천에 단풍이 물든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2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억새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 6만 평 정도 되는 억새밭은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과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춤추듯 일렁이는 억새를 보면 산길을 오르느라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만다.
 
억새밭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명성산의 자랑 산정호수가 등장한다. 산정호수를 중심으로 양옆에 망봉산과 망무봉이 자리하고 있는데 병풍 같은 웅장함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산정호수에는 새벽 물안개, 한낮 뱃놀이, 저녁노을 등 3개의 낭만이 있다고 말한다. 오후에 이곳을 방문하면 주변 숲을 배경으로 유유자적 보트를 타는 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차가운 공기가 호수 주변을 가득 메운 저녁에는 호수를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가는 법 구리에서 4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퇴계원, 내촌을 지나 일동면에 들어선다. 제일유황천에서 일동사이판 방면으로 가면 된다. 의정부에서 43번 국로를 타고 포천을 지나 문암교를 건넌다. 지방도 316번을 타고 10분 정도 가면 산정호수 입구인 하동주차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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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해바라기를 볼 수 있는 경기 연천 호로고루성.

07 해바라기 꽃이 활짝, 경기 연천 호로고루성으로 가는 37번 국도
 
봄이면 청보리가 지천으로 깔린 경기 연천 호로고루성은 서울에서 차로 약 1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곳이다. 파주에서 연천, 포천, 가평을 잇는 37번 국도는 전 구간이 착공한 지 20년 만인 올해 6월 말에 개통했다. 이 도로가 열리면서 경기 북부의 동서 지역을 잇는 다리가 생긴 것이다. 경기 북부를 잇는 37번 국도를 따라가면 임진강 인근에 있는 고구려 성곽, 호로고루성에 다다른다.
 
연천은 서울에서 가깝지만 보지 못하는 광경이 군데군데 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철조망이 보이고 지뢰 표지판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지역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군사지역이다. 연천을 경계로 북한이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늘 긴장감이 흐를 것 같은 연천의 호로고루성 인근에는 가을이면 해바라기가 만개한다. 호로고루라는 특이한 이름은 예전 연천이 임진강을 뜻하는 ‘호로하, 표하’라고 불린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고을을 뜻하는 ‘홀’과 성을 뜻하는 ‘고루’가 합친 명칭이라는 설이 있다.
 
임진강 하류부터 고랑포까지 수심이 깊지만 호로고루 부근은 수심이 얕아 삼국시대 때 평양과 한양을 잇는 육로와 전쟁 시 전략적 요충지로 쓰였다.
 
이곳에서는 고구려가 쌓은 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마을 주민이 6·25전쟁 때 북한군이 포를 설치해 손상된 성벽에 뱀을 잡으러 올라갔다가 성 내벽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호로고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고구려의 유적지라 호로고루 입구에는 광개토대왕의 모형비와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다. 평지성인 이곳은 현무암을 차곡차곡 쌓아서 성벽을 만들었는데 그 높이가 10m가 채 안 된다.
 
평지성이 있는 호로고루성 일대 3만㎡는 9월부터 해바라기 꽃이 만발한다. 해바라기는 여름에만 피는 꽃 같지만 9월이 되어야 절정을 이루는 초가을 꽃이다. 호로고루 성 위로 올라가면 넓게 펼쳐진 해바라기 꽃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천에는 호로고루성 말고도 볼거리가 많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재인폭포는 한탄강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에메랄드빛 물이 떨어지는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로맨스나 사극에서 자주 등장한다. 올해는 길이 80m 출렁다리 등으로 새롭게 단장한 재인폭포는 10월 16일부터 국화전시회와 함께 관광객을 맞는다. 재인폭포로 이어지는 한탄강 트레킹 코스도 가볼 만한다. 좌상바위, 신답리고분, 장군바위, 비녀바위, 옥녀폭포, 백의리층, 한탄강댐, 재인폭포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각 구간별로 약 20~40분 정도 소요되고 전체 구간을 걸으려면 약 3시간이 걸린다.
 
가는 법 서울에서 출발해 자유로를 따라 자유로 휴게소 방면으로 간다. 당동IC에서 문산, 적성, 전곡 방면으로 빠진 뒤 367번 지방도를 따라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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