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트 디렉터이며 소문난 빈티지 컬렉터인 사보(Sabo)의 아틀리에를 찾았다. 시간을 품은 멋스러운 가구와 소품, 그릇 그리고 사보가 직접 차린 음식이 더해져 마침내 완성된 테이블은 봄의 미각을 깨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보의 본명은 임상봉이다. 그는 원래 성악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음대를 다니다가 가곡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향한 그는 도착한 지 4개월 만에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에 합격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독일어도 제대로 못했지만 저의 그림을 본 교수들은 그림에서 리듬감이 느껴지고 저만의 색이 느껴진다며 미대 입학을 허락해준 거죠. 사보(Sabo)는 독일 친구들이 제 이름인 상봉의 발음을 어려워해 부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애칭이 되었어요.”
 
대학에서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공부하던 그가 빈티지에 빠지게 된 계기에는 ‘바우하우스’가 있다. 그가 유학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대학 미대 옆에는 1920년대에 형성된 바우하우스 예술가들의 이주촌 ‘바이센호프 지들룽(Weissenhof Siedlung)’이 있었다. 독일 사람들조차 관심을 갖지 않던 그곳에 주말만 되면 일본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들이 왜 그곳에 드나들까 하는 호기심에 그 역시 바우하우스에 발을 내딛었다. 바이센호프 지들룽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들이 1927년에 지은 건물로, 현재 일반인들이 살 수 있도록 오픈된 주택 단지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바우하우스 디자인에 빠지면서 저는 본격적으로 빈티지 컬렉션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과 벼룩시장의 문턱이 닳을 정도로 오가며 빈티지 공부를 했어요. 제가 수집에 나섰던 20여 년 전만 해도 빈티지에 관심을 갖는 이가 별로 없었어요. 1990년대에는 독일에 1년에 두 번, 무료로 가구를 버리는 날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오래된 물건을 내다버렸고 저는 그곳에서 보물들을 발견했죠.”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그의 빈티지 컬렉션은 200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판 돈으로 가구를 사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이 조부모나 부모님이 사용하던 제품을 내주기도 했다. 벼룩시장도 많이 다녔고 일부러 물건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202103_194_2.jpg

 
“빈티지 제품은 사재기하고 싶어 모은 것이 아니라 직접 사용하고 싶은 물건만 구입했어요. 빈티지 제품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러 디자이너에 대해 공부한 다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첫 번째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틀리에에 김정은 선생을 초대한 날, 그는 퐁듀와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주었다. 
 
“아틀리에에는 가구를 보러 오거나 공간 스타일링을 의뢰하는 손님도 있지만 주로 친한 지인들을 초대해 간단히 음식을 만들어 와인을 마시거나 티타임을 즐길 때가 많아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모임을 가질 일이 거의 없지만요.”
 
그의 아틀리에에는 주방도 제대로 갖춰져 있다. 192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제작한 주방 가구를 통째로 옮겨와서 쓰고 있는데, 여기에 레트로 스타일의 오렌지색 가구와 소품으로 멋을 더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공간이다.
 
 
엔젤헤어 알리오올리오파스타(2인분)
 
“카펠리니는 아주 가느다란 파스타 면으로 천사의 머리카락이라고 하여 ‘엔젤 헤어’라고도 불리지요.  카펠리니는 파스타 중에서 제일 가는 면이고 파스타 외에 튀김에도 사용돼요. 소스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파스타에 사용하면 좋은데 알리오올리오파스타가 대표적이지요.” 
 
202103_194_3.jpg
1960년대 독일 지멘스(MES) 사에서 만들어진 범랑 소재의 프라이팬.

 

기본 재료 카펠리니(엔젤 헤어) 파스타 200g, 소금(면 삶는 용) 3큰술, 물 2ℓ, 통마늘 10쪽, 올리브유 5큰술, 소금·후춧가루·청양고추 약간, 스파게티 삶은 물 70㎖, 루콜라 약간
 
만드는 법 1 마늘은 손바닥으로 굵게 으깨 놓는다. 2 냄비에 물 2ℓ를 붓고 소금을 넣은 뒤 끓으면 파스타를 넣고 3분 정도 끓인다. 3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5큰술 두르고 ①의 마늘을 넣어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는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를 굵게 썰어 넣었다가 마늘향이 나면 청양고추를 건져낸다. 4 ③에 삶은 스파게티와 스파게티 끓인 물을 약간 넣고 약 1분 정도 뒤적이며 끓인 후 접시에 담아 루콜라를 올린다. 
 
 
퐁듀(2인분)
 
“두 가지 치즈를 섞어 만든 퐁듀는 퐁듀를 처음 즐기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그뤼에르 치즈와 에멘탈 치즈를 넣어 만들었어요. 화이트와인과 함께 즐기기에 좋은데 마지막에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치즈 누룽지는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넘쳐 꼭 맛보길 추천합니다.”
 
202103_194_4.jpg
196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범랑 소재의 마테리얼 퐁듀 냄비 세트.

 

 
기본 재료 그뤼에르 치즈·에멘탈 치즈 100g씩, 마늘 3쪽, 화이트와인 4큰술, 옥수수전분 1큰술, 넛맥가루(육두구)·후춧가루 약간씩, 바게트 1개
 
만드는 법 1 퐁듀냄비(법랑냄비)에 잘게 다진 마늘과 화이트와인을 넣고 마늘 향이 날 때까지 끓인다. 2 그뤼에르 치즈와 에멘탈 치즈는 강판에 갈아 ①의 냄비에 넣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끓인다. 3 치즈가 녹으면 넛맥가루와 후춧가루, 옥수수전분을 넣어 고루 섞는다. 4 ③의 냄비를 테이블로 옮겨 치즈가 굳지 않도록 워머에서 데운다. 5 바게트를 한입 크기로 잘라 ④의 치즈 퐁듀에 찍어 먹는다. 
 
 
봄을 담은 3가지 샐러드
 
“퐁듀와 파스타, 여기에 봄의 컬러를 가득 품은 3가지 샐러드를 더해보았습니다.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 올리브오일이나 꿀, 후춧가루, 소금만 있으면 별다른 드레싱도 필요하지 않아요.”
 
202103_194_5.jpg
1960년대 독일 에쉔바흐 바바리아(Eschenbach Bavaria)에서 만든 채소 및과일을 담기 좋은 도자기 접시.1960년대 영국 하비타트(Habitat) 사에서 만든 채소 및 과일을담기 좋은 멜라닌 접시.

 

 
그레이프후르츠허니샐러드 기본 재료 그레이프후르츠 1개, 꿀 3큰술, 아몬드슬라이스 1큰술, 딜 약간 
 
만드는 법 1 그레이프후르츠는 껍질을 벗겨 과육을 잘라낸다. 2 접시에 그레이프후르츠를 담고 꿀을 뿌린 뒤 아몬드슬라이스와 딜을 얹어낸다.
 
아스파라거스샐러드 기본 재료 아스파라거스 20개, 믹스너츠 한 줌, 딜 약간, 발사믹리덕션 2큰술, 올리브오일·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아스파라거스는 소금물에 데쳐 얼음물에 헹궈 접시에 담아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고 발사믹리덕션을 뿌리고 믹스너츠와 딜을 올린다.
 
그린샐러드 기본 재료 로메인 1포기, 루콜라 한 줌, 방울토마토 3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3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접시에 로메인, 루콜라, 방울토마토를 담은 뒤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리고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린다. 
 
 
202103_194_6.jpg
1950년대 독일 예나 그라스(Jena er Glas) 사의빌헬름 바겐펠트가 디자인한 티 웨어 세트.스테인리스 소재의 안주 및 스낵을 담기 좋은 트레이는 1960년대 독일 WMF사 제품으로빌헬름 바겐펠트가 디자인했다.

 

“저에겐 빈티지란 물건이 아닌 ‘생활’이라 할 수 있어요. 위대한 디자인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함께 실용성이 곁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독일 예나 그라스사의 뮐헬름 바겐펠트가 디자인한 티 웨어 세트는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고루 갖춘 제품이라 할 수 있어요.”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