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온 소중한 문화이자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전통 장’. 오랜 시간과 깊은 정성, 긴 기다림의 끝에서야 제대로 맛이 완성되는 종가 대대로의 진장만을 고집해온 양진재 종가의 종부인 기순도 명인에게 배운 한국인의 소울 푸드 ‘장’에 관한 이야기다.

요리 기순도
 

양진재 종가의 장 담그기


기순도 명인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이름을 날린 고경명 장군의 후손으로, 360년을 이어온 탐라 고(高)씨의 10대 종부(宗婦)다. 1972년 고씨 집안의 종갓집으로 시집와 대대로 전승돼오던 장류 제조법을 시어머니에게서 전수받았다. 1992년 창업한 고려기업(고려전통식품의 전신)에서 죽염을 생산하면서 장을 만들 때 죽염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2008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진장 분야 명인으로 지정됐다.

 

처음 죽염으로 장을 담그게 된 것은 결혼을 하면서였다. 명인이 시집온 창평면 유천리의 집 주변에는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는 전국적으로 죽염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결혼 전 남편은 승려 생활을 하면서 직접 죽염을 구워 사용했기에 능숙하게 죽염을 만들 수 있었다. 죽염은 일반 소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감칠맛이 뛰어나 요리에서도 그 빛을 발한다. 기순도 장인은 이런 죽염을 이용해 장을 담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천일염 대신 죽염을 사용하면 장이 덜 짜고 감칠맛은 더해진다는 것이 기순도 명인의 설명이다. 이 역시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죽염으로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을 상품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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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 장을 갈라서 달이지 않아 맑은 색을 지닌 간장으로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리며 맑은 색감의 음식에 주로 사용된다. 

중간장 1~3년 정도 숙성된 간장으로 장을 갈라서 가마솥에 끓여 맛과 색이 진하다. 색이 진하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음식에 주로 사용된다. 

진장 5년 이상 숙성시킨 장으로 맛과 향이 매우 깊고 진한 귀한 장이다. 일반 장은 메주와 간장액을 분리하지만 진장은 길쭉한 대나무 바구니인 ‘용수’를 이용해 간장만 떠 5년 이상 숙성한다.


자연의 힘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전통 장’

“다른 장에 비해 가격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전북 부안 곰소의 천일염을 구입해 직접 죽염을 만드는데, 초벌을 하면 수분이 증발돼 소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어요. 콩은 담양 인근은 물론 고흥 등의 국산 콩을 이용하고요. 이렇게 구입한 콩을 메주로 만들어 볏짚으로 묶어 숙성시킵니다.”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메주 만들기, 염수 만들기, 메주 수침하기, 된장과 간장 분리하기, 된장과 간장 발효시키기의 과정을 거친다. 특히 장을 잘 담그고 좋은 장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메주를 잘 띄우는 일이다. 그래서 음력 동짓달 말일[12간지 중 오(午)가 들어가는 날]을 길일이라 하여 이날 메주를 만든다.

 

메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콩을 선별해 세척하고 불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불려놓은 콩은 솥에서 4시간 정도 삶고 2시간가량 뜸을 들여 익힌 후 찧어서 메주 틀에 넣고 모양을 만든다. 모양이 잡힌 메주를 볏짚 위에서 하루 정도 고르게 말린 후 볏짚으로 엮어 한 달 정도 발효시킨다. 잘 숙성된 메주는 갈라 속을 보면 메주 균열 사이로 공기가 닿는 부분까지 흰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의 곰팡이가 자라 있으며 속이 비어 있다.


잘 뜬 메주는 겉면의 불순물을 물로 씻어내고 물기가 남지 않도록 다시 말린다. 그러고 나서 깨끗하게 소독해 말린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죽염수와 마른 고추, 숯, 대추를 넣는다. 장의 맛을 결정하는 죽염은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야 한다. 간수가 제대로 빠지지 않은 소금은 장맛을 쓰게 하는 요인이다.

“고려전통식품의 장맛이 좋은 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150m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담근 장이 맛없는 건 물맛이 좋지 않기 때문이에요. 집에서 장을 담글 때 생수를 쓸 수 없어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숯을 띄워 며칠을 묵힌 다음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죽염수는 달걀을 담갔을 때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떠오를 정도로 염도를 맞추면 된다. 염도가 맞지 않으면 장의 색이 변하고 역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염도를 잘 맞춰야 한다. 항아리에 메주를 소금물에 띄운 후 50~60일 동안 발효시킨다. 1차 발효된 메주 고형분과 잘 우러난 장물을 분리해 메주는 으깨어 항아리에 담아 된장을 만들고, 장물은 항아리에 담은 후 다시 발효시킨다. 장물을 6개월 이상 숨 쉬는 옹기 항아리에서 발효시키면 9~10월쯤 햇된장과 햇간장을 맛볼 수 있다. 이때 1년 정도 숙성시킨 간장을 청장, 2~3년 정도 숙성시킨 것을 중간장(중장)이라고 하고, 5년 이상 숙성시킨 간장을 진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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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김치

간장김치는 소금과 고춧가루로 간을 하는 보통 김치와는 달리 오로지 ‘간장’만으로 간을 맞춰 담그는 김치다. 간장으로 김치를 담그는 일은 극히 어려워 예부터 궁에서 담갔기 때문에 ‘궁중 김치’라 불리며 고급 김치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김치에도 간을 오로지 간장으로만 해 만드는데 아삭한 식감과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젓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베지테리언을 위한 비건 김치로 주목받고 있다. 

 

기본 재료

절인 배추 2포기, 무 ½개, 청각 적당량, 사과 1개, 양파 2개, 채 썬 밤 8개 분량, 쪽파·갓·미나리 적당량씩


양념 재료

고춧가루 2컵, 중간장 ½컵, 다진 마늘 4큰술, 다진 생강 1큰술, 찹쌀 풀 1컵, 통깨 약간


만드는 법 

1 사과와 양파는 즙을 짜 준비한다. 무는 채 썰고 나머지 채소들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무채에 고춧가루를 넣어 골고루 버무려 색을 입힌 후 중간장을 넣어 간을 한다.

3 ②에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청각을 넣고 버무린 후 사과즙, 양파즙, 찹쌀 풀, 밤을 넣고 다시 한 번 버무린다. 

4 ③에 손질해둔 쪽파, 갓, 미나리, 통깨를 넣고 살살 섞어 김치 속을 완성한다.

5 절인 배추를 엎어놓고 뒤쪽부터 버무린 김치 속을 잎 사이사이에 켜켜이 바르고 겉잎으로 전체를 감싸 보관 용기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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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장떡

잘 숙성된 된장은 조미료 없이도 다양한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장떡을 만들 때도 고추장 대신 된장을 넣으면 구수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더해져 별미다. 돼지고기 목살을 넉넉하게 다져 넣으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맵지 않고 고소한 장떡을 만들 수 있다. 

 

기본 재료

돼지고기(목살) 150g, 된장 80g, 쌀가루 30g,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참기름 1큰술씩, 달걀 1개,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적은 목살로 준비하고 곱게 다진다.

2 된장은 절구에 넣고 곱게 찧는다.

3 다진 돼지고기에 쌀가루, 달걀, 된장,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을 넣고 걸죽하게 반죽한다.

 4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③의 반죽을 한 국자 떠서 올린 후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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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송이장아찌

송이버섯은 소나무와 공생하며 소나무의 낙엽이 쌓인 곳에서 자란다. 연중 가을 한철에만 채취해 맛볼 수 있으며, 특히 인공 재배가 안 되므로 더욱 귀한 식재료다. 자연송이장아찌는 송이 특유의 향과 전통 장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기본 재료

자연송이 6개, 간장 4큰술, 조청 2큰술, 물 ½컵     


만드는 법

1냄비에 간장, 조청, 물을 넣고 한소끔 끓여 조림장을 만든다.    

2 흐르는 물에 자연송이를 살짝 씻어 물기를 뺀다.

3 ①의 조림장에 손질한 자연송이를 넣고 장이 속까지 배어들도록 약한 불에 조린다.

4 송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결대로 찢어 그릇에 담고 장아찌조림간장을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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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회무침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새로 돋아나는 어리고 연한 싹으로 예로부터 밥을 짓거나 찜과 무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어온 식재료다. 부드러운 감촉과 아삭한 식감이 좋아 특히 무침 요리에 잘 어울린다. 죽순회무침은 죽순과 매콤, 달콤한 고추장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기본 재료

삶은 죽순 300g, 양파 ¼개, 고추장 3큰술, 간장(중간장)·매실청·식초 1큰술씩, 설탕·참기름 ½큰술씩,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삶은 죽순은 결대로 찢어 적당한 크기로 썰고 물기를 짠다.    

2 양파는 0.5㎝ 두께로 채 썬다.

3 손질한 죽순과 양파에 고추장, 중간장, 매실청, 식초, 설탕, 참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을 넣고 무친다. 


고추장더덕무침

식이섬유와 무기질이 풍부한 건강 식재료 더덕은 예부터 산삼에 비견될 정도로 몸에 이로운 식재료다. 특히 암 예방을 돕는 사포닌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폐를 맑게 해 기관지 건강과 천식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 얇게 썰어 고추장을 넣어 무치면 입맛을 잃기 쉬운 겨울에 좋은 밥반찬이 된다. 


기본 재료

더덕 5뿌리, 고추장 3큰술,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매실청 1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어슷썬 대파 약간씩   


만드는 법 

1 더덕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후에 어슷썰기로 썬다.    

2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매실청, 식초, 설탕,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3 손질한 더덕에 양념장을 넣고 버무린다.

4 마지막에 어슷하게 썰어놓은 대파를 넣고 살짝 버무려 그릇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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