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알토가 없었다면 임스 부부의 ‘LCW’ 체어도, 아르네 야콥센의 세븐 체어도 세상 빛을 보지 못했다.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의 상징이 된 알바 알토. 그가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팬덤을 유지하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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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53년, 숲속의 벌집에서 영감 받아 만든 A331 펜던트 라이트. 2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

 

 
디자인의 원천, 핀란드의 청정 자연 
 
알바 알토(Alvar Aalto)는 국토의 75%가 숲이며 수많은 호수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청정 자연의 나라,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다. 그가 한평생 일궈놓은 건축과 디자인 역사는 많은 핀란드인의 삶을 바꿔놓을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핀란드 지폐와 우표에 얼굴이 새겨질 정도로 국민적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898년, 산림 관리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늘 자연 속에서 자랐다. 이런 아름다운 핀란드의 자연 요소는 그의 작업에 큰 에너지 원천이 되었으며 기능주의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휴머니즘은 항상 그의 디자인에 반영됐다. 
 
그가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헬싱키 산업예술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30세 젊은 나이에 파이미오 요양원 설계 공모전에서 수석을 차지하면서부터다. 당시 그가 선보인 요양원은 기능주의 건축으로 유럽 전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요양원 베란다에 놓기 위해 만든 ‘파이미오 체어(Paimio Chair)’는 기존 목제 가구에서 볼 수 없었던 유려한 라인으로 국외에서 높은 평가를 얻으며 1933년 영국 런던에 소개되자마자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1920~1930년대 당시 독일 바우하우스의 모더니즘이 새롭게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디자이너가 기존 목재 대신 강철관과 같은 신소재 발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알바 알토는 그런 거센 유행을 거부했다. 그가 설계한 요양원은 장소의 특성상 환자들에게 따뜻하고 안정된 느낌을 줘야 했고 그 소재는 바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연, 곧 목재였다. 그래서 반대로 합판에 더욱 집중했고 나무를 구부리는 곡목 기술을 개발해 신소재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곡선미가 담긴 ‘파이미오 체어’를 탄생시켰다. 
 
환자들이 일광욕을 할 때 앉는 의자였기에 빛을 잘 받기 위해 검게 칠한 합판을 사용했으며 등받이와 시트를 몸의 굴곡에 맞도록 일체형으로 제작해 기능적인 실용성과 미적인 유려함을 동시에 살렸다. 이 의자는 그가 합판에 곡목 기술을 사용한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다른 신소재 가구들을 제치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디자이너에게 반전의 영감을 준 상징물이 되었다. 
 
미국 모던 가구 디자인을 이끈 찰스 & 레이 임스 부부의 대표작 LCW(Lounge Chair Wood)부터 덴마크의 전설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이 1950년대 발표한 세븐 체어(Series 7™) 등 세계적인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많은 디자이너의 관심을 합판으로 이끈 의자가 바로 이 ‘파이미오 체어’이며, 세계적으로 합판 가구 열풍을 몰고 온 창시자가 알바 알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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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바 알토의 집 거실. 2 1932년 출시된 파이미오 체어. 합판을 구부려 유려한 곡선미를 살렸다.

 

스칸디나비안 모더니즘의 창시자  
 
그의 전공 분야는 건축이지만 가구에서부터 조명, 유리공예 그리고 욕조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서 디자인이 들어갈 만한 요소에는 모두 관심을 두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소중히 생각하는 그의 삶의 방식 때문이었다. 
 
먼저 그가 디자인한 많은 가구와 소품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토 스툴 60(Aalto stool 60)’을 꼽을 수 있다.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파이미오 체어’가 탄생되기 전, 1929년 알바 알토가 합판을 사용한 곡목 기술로 선보인 첫 의자다. 당시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자작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을 이 의자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단순한 원형의 스툴 상판에 지팡이 모양으로 구부러진 다리 네개를 연결해서 만든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나무의 유연함과 정교함, 실용성, 기능성 그리고 북유럽 감성까지 모두 담아내 지금도 여전히 핀란드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핀란드 호수를 본떠 만든 이딸라의 알바알토 꽃병도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타임리스 디자인으로 손꼽힌다. 물결이 흐르는 듯한 유려한 곡선 모양의 꽃병으로, 2021년 이딸라 브랜드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알바 알토가 처음 선보인 알토 꽃병을 복원한 한정판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조명 역시 알바 알토의 기능주의와 자연 그리고 휴머니즘이 가득 묻어나는 디자인을 여럿 선보였다. 특히 1953년 숲속의 벌집에서 영감을 받은 ‘A331 펜던트 라이트’는 하얀색 알루미늄과 크롬으로 도금된 강철 링으로 구성된 조명인데, 강철 링 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면서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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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딸라에서 선보이는 알바알토 꽃병. 핀란드의 호수에서 영감 받은 유려한 곡선 디자인이 특징이다. 6 세계 최초 합판 곡목 기술을 성공시킨 스툴 60.

 

 
최근 출시된 디자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모던한 감성을 자극하는 티 트롤리 역시 기능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그의 작품이다. 1936년 완공된 빌라 마이레아(Villa Mairea)를 위해 만든 가구로, 바퀴가 달려 이동하기 쉬우며 서빙 카트는 물론 사이드 테이블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9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모던하고 기능적인 멀티 가구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선도했던 신소재 가구 디자인 흐름 대신, 자신의 철학과 신념대로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고 사람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디자인으로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전해준 알바 알토. 한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사랑받는 타임리스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교과서가 있다면 바로 이 알바 알토의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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