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부터 화제였다. 도로 위 접촉사고로 만난 남녀가 연인이 되고 부부의 연을 맺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벌어질 법한 만남의 주인공은 우리가 꼬꼬마 시절부터 봐왔던 피겨스케이팅 선수 곽민정이다. 5월의 ‘어린 신부’를 신혼 2주 차에 막 접어든 6월의 어느 날 만났다.
20대는 막 자기의 일을 시작하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기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20대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요즘 20대는 결혼을 계획하진 않는다. 20대에 결혼하면 너무 빠르다는 소리를 듣는 시대니 말이다. 곽민정은 요즘 20대답지 않은(?) 선택을 했다. 스물일곱, 제일 예쁠 나이에 한 남자의 아내가 된 것이다.
 
곽민정은 지난 5월 29일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활약 중인 농구선수 문성곤과 웨딩마치를 울렸다. 운동선수라는 공통점 외에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은 자동차 접촉사고로 인연을 맺었다. 곽민정이 주차장에서 문성곤의 차에 접촉사고를 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선남선녀의 만남이 시작됐다. 


# 결혼 2주 차 어린 신부의 일상
 
 
오랜만에 나온 스포츠 커플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연을 맺은 계기가 특이해서였을까 두 사람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곽민정이 고정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E채널 <노는 언니>에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부터 결혼식이 공개돼 화제를 낳았다. 곽민정은 자신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린 것이 쑥스러운 듯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20대 신부에요. 이른 결혼을 결정할 만큼 확신이 있었나 봐요. 오빠가 밀어붙였어요.(웃음)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내 인생에 더 이상 남자는 없을 거 같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하든 나중에 하든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셨어요.
 
<노는 언니>에서 민정 씨 아버지가 엄청 서운해 하시던데요. 아빠보다 엄마가 더 서운해 하셨죠. 엄마는 제가 어릴 때부터 운동하는 걸 다 케어해 왔으니까요. 저희 부모님뿐 아니라 시부모님들도 놀라셨어요. 결혼하지 말라는 건 아닌데 너무 빨리 결혼하는 것 같다고 걱정하셨어요. 저희는 결혼이 하고 싶었고 어릴 때 하면 예쁜 모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결정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결정하고 보니 너무 빨랐나 싶어요.(하하)
 
빨리 결혼한다니까 주변에서도 놀랐겠어요. 언니, 오빠들 반응이 다 비슷했어요.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 (김)연아 언니는 “제일 늦게 갈 거 같은 애가 왜 이렇게 빨리 가냐”고 했고, <노는 언니>에 출연하는 언니들은 ‘하지 마라’ ‘후회한다’ 대체로 이런 반응이었어요.(웃음) ‘예쁠 때 많이 놀아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이제 결혼한 지 2주 좀 지났어요. 신혼생활은 어때요? 지금 아시아컵 예선전이 한창이라 오빠는 결혼식 치르고 3일 만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해서 지금 필리핀에 있어요. 오빠가 돌아오는 7월 초까지 혼자 지내고 있어요. 저는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이랑 함께 살아서 처음 독립한 거예요. 그래서 혼자 지내는 모든 것이 재밌고 좋아요. 
 
집에 혼자 있으면 주로 뭘 하나요?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면서 보내요. 텔레비전도 봤다가 음악도 들었다가, 자고 싶으면 자고, 배달음식도 시켜 먹고. 제가 현역일 때는 체중관리 때문에 배달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처음 시킬 때는 ‘내가 이걸 먹어도 될까’ 하는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는데 그래도 신나게 시켜 먹어요. 부모님과 살 때는 못 해본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으니까 좋아요.
 
남편 문성곤 선수도 그렇고 민정 씨도 운동선수 출신이잖아요. 서로 편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서로 뭐가 힘들고, 뭐가 스트레스인지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요. 오빠가 저를 만나면서 편하게 생각했던 게 일일이 말을 하지 않아도 (고충을) 안다는 거였어요. 그런 장점들이 확 와 닿았는지 저를 열심히 꼬시더라고요.(웃음)
 
남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자랑 좀 해봐요. 자랑이요? 그런 거 안 해봤는데.(하하) 외모죠 외모. 피지컬이 좋잖아요. 제가 보기보다 털털해서 남편한테 애교를 부리거나 칭찬을 해준 적 없어요. 오글거리잖아요. 맨날 못생겼다고 놀리는데요. 그냥 속으로는 ‘멋있고 잘생겼구나’ 하죠. 내 남편보다 잘생긴 사람을 아직 본 적 없으니까요.
 
민정 씨가 털털한 편이면 애교는 성곤 씨가 더 많나 봐요. 애교가 많아요. 또 제가 지금 코치이고 오빠는 현역 선수니까 집에서도 그런 포지션이 돼요. 오빠가 현역 선수니까 케어를 해줘야 할 부분이 있거든요.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건 이렇게 해야 한다 하는 식으로요. 큰 아들 키우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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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민정과 언니들
 
곽민정은 지난해부터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 <노는 언니>에 출연하고 있다. 골프 박세리, 펜싱 남현희, 배구 한유미, 수영 정유인과 함께 운동하는 언니들이 도전하고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곽민정은 여기서 최약체(?)를 맡고 있다.

<노는 언니>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나 됐어요. 이렇게 오래할 줄 아무도 몰랐는데 벌써 그렇게 됐어요. 저는 방송 출연하는 데 관심 있는 편이 아니라 잘 안 했는데 <노는 언니>는 운동선수들끼리 하는 예능이니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이 프로그램 덕분에 정말 많은 선수들을 알게 됐죠. 
 
언니들이랑 자주 만나요? 정말 자주 봐요. 다 같이 모이기 힘드니까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따로 만나요. 다들 너무 바쁜 사람들이니까요. 재밌는 게 멤버들마다 잘 맞는 부분이 다 달라요. 방송 코드가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수다 떠는 게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언니들이랑 너무 친해져서 이제 그 언니들 없으면 못살 거 같아요. 다들 저와 비슷한 삶을 살아서 제가 힘든 것이나 놓치고 있는 부분을 단호하게 알려줘요. 저도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물어볼 수 있고요. 그래서 의지를 많이 하게 돼요. 
 
<노는 언니>에서 했던 것 중에 뭐가 제일 재밌었어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운동이 안 맞는 거 같아요.(웃음) 피겨만 저랑 맞아요. 구기 종목은 진짜 못하고 저도 재미없어요. 운동보다 짚라인을 타러 간 적 있는데 그게 기억에 남아요. 제가 겁이 많아서 혼자 했으면 절대 안 했을 텐데 프로그램에 폐를 끼치기 싫어서 이 악물고 뛰어내렸어요.
 
 
멤버들 승부욕이 엄청나던데요? 제가 피겨선수 중에서는 승부욕이 강한 편이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제일 약하더라고요. 몸도 약해요. 저랑 체형이나 생활환경이 비슷한 피겨선수들끼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여기서는 제가 체력도 떨어지고 힘도 없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피겨선수들 중에는 제가 키가 큰 편이라 체격도 좋고 정신력도 센 편인데 <노는 언니>에선 완전 반대 캐릭터잖아요. 제가 피겨선수 중에는 제일 털털하고 남자 같은 성격이었는데 여기서는 제일 여성스러운 캐릭터가 됐어요. 그래서 방송을 보고 친구들이 많이 놀랐다 그래요. 어쩌다 그런 캐릭터가 됐냐고.
 
박세리 씨가 멘탈이 약하다는 소리도 했었죠? 제가 언니들에게 혼나는 캐릭터잖아요. 아무도 저랑 팀을 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늘 제가 마지막에 남아요.(웃음) 세리 언니가 저한테 붙여준 별명이 ‘척척이’에요. 예쁜 척, 약한 척, 못하는 척한다고. 저는 척한 게 아니라 좀 억울했어요. 그래서 왜 언니들이 그렇게 봤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피겨의 특성이더라고요.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해야 하고 못나도 예쁜 척해야 해요. 경기할 때는 ‘나는 늘 예쁜 공주다’라고 생각하고 표현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20년을 살았으니 몸에 밴 거 같아요.
 
피겨는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된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죠. 절대로 그런 모습을 보여줘선 안 돼요. 아파도 아픈 내색을 하면 안 되고 늘 괜찮은 척해야 해요. 그걸 저는 평생 하다 보니 내려놓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노는 언니> 초반에는 힘든 데 안 힘든 척하고 있어요. 최근 회차를 보면 제가 많이 내려놓은 게 보여요.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방송에서 구박하던 박세리 씨가 결혼식에 일등으로 왔어요. 엄청 감동받았어요. 세리 언니가 코로나19 확진 땜에 힘들기도 했고, 결혼식은 사람이 많은 곳이라 세리 언니 같은 대스타가 오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연락만 해줘도 고마웠을 거예요.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신부대기실 앞에 제일 먼저 줄서서 들어오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언니가 저한테는 따뜻한 말도 잘 안 해주고 구박만 하는 것 같아도 이렇게 잘 챙겨줘요.   
 
코치 일도 많이 바쁘죠? 매일 수업이 있어요. 오늘도 수업하고 오는 길이에요. 지도자가 되려면 공부할 게 많아서 늘 여러 선생님과 함께 연구해요. 제가 모르거나 알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지도자도 선수들처럼 경쟁하는 거라 자기만의 실력은 또 스스로 키워야 하는 게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유리한 점도 있죠. 선수 시절 올림픽 같은 큰 무대를 겪어본 경험이 있잖아요. 이건 저랑 연아 언니만 아는 경험이죠.
 
후배들에게 어떤 코치인가요? 후배들을 진짜 예뻐하고 좋아하는데 아이스링크 위에서는 무서운 편이에요. 제가 그렇게 배웠거든요. 피겨선수들은 하루 종일 링크 위에서 코치한테 혼나고 링크 밖에서는 엄마한테 혼나요. 제가 선수생활을 할 때는 잘 타는 애가 별로 없어서 경기를 안 해도 거의 등수가 정해져 있었어요. 1등은 당연히 (김)연아 언니고 2~3등은 제가 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잘 타는 선수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몰라요. 후배들 보면 다 기특하고 고마워요. 
 
김연아 선수만큼 타는 선수가 또 나올까요? 안 나올 거 같은데요?(웃음) 위대한 사람이 있으면 멀리서 보는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대단하다 여기지 않잖아요. 그런데 연아 언니는 가까이서 보면 더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그러니 연아 언니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온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 같아요.
 
 
지도자로서의 목표도 있을 것 같아요. 저보다 잘 타는 선수를 키우는 거예요. 피겨는 종목 특성상 세계적으로 잘 타는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아요. 그걸 이어나가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꿈꾸는 것도 있나요? 선수 때는 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았어요. 이제 그런 삶에 지쳐서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지내고 싶어요. 목표 지향적인 삶을 내려놓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게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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