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세계를 만든 예술가를 만나는 연재 인터뷰. ‘new&creative’의 두 번째 주인공은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과 서양화가 주재환 작가다. <호민과 재환>이라는 이름의 콜라보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 “만화 보러 왔다가 아버지의 팬이 되었다”  
 
새파란 6월의 하늘과 짙은 초록으로 둘러싸인 초여름의 미술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술가들이 펼쳐놓은 그들만의 세계, 다양한 연령의 관람객들이 어우러져 공간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벽면에는 웹툰 작가 주호민과 서양화가 주재환의 얼굴이 담긴 <호민과 재환> 포스터가 걸려 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망해온 작가 주재환. 그리고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한 웹툰으로 알려진 주호민 부자의 2인전이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단순한 교집합이 아닌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공통점으로 두 작가의 작품을 절묘하게 풀어낸 전시는 130여 점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부자(父子) 전시’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평일인데도 관람객이 제법 많네요. 주호민 2년 전에 (전시)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는 하기 싫었어요. (제 작품이) 미술관에 걸린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고, 만화가 미술 형식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서 꺼려졌어요. 그런데 막상 전시가 오픈되고 한 달 정도 지나니까 반응도 좋고 재미있게 잘 봤다는 후기도 많아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재환 아들이 (웹툰 작가로) 유명해지니까 지인들이 2인전을 하라는 제안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가족의 흔적을 남기고 싶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미술관에서 제안이 와서 호민이에게 이야기했더니, 처음에는 당황하더라고요. 그러다가 큐레이터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여기까지 왔어요. 잘했다 해줬어요. 
 
관람객 연령층이 넓은 게 인상적이에요. 웹툰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와 주재환 작가 작품을 즐기는 윗세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시인 것 같습니다. 주호민 제 팬들은 20대가 많은데요. 이번 전시를 보시고 “주호민 만화를 보러 갔다가 아버지의 팬이 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저는 그 말이 좋더라고요. 전시 관람객 폭이 넓긴 넓은 것 같아요. 
 
아버지와 아들의 공동 작업, 굉장히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전시 준비 과정도 궁금합니다. 주호민 아버지가 워낙 바쁘시기도 하고, 저도 제 할 것 하다보니 둘이 함께 뭘 하는 게 없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같이하게 되어서 그게 뜻깊습니다. 제안은 오래전에 받았지만 본격적인 준비는 한두 달 전부터 했어요. 아버지께서는 지금까지 그려 오신 게 있으니까 작품을 선정하시면 되었고, 제가 하는 만화 작업은 전시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작은 갤러리에서 소규모로 하면 비교적 가벼운 마음이 되겠는데, 시립미술관에서 한다니까 굉장히 부담스러웠죠.(웃음) 
 
과거 작품이 많이 소환되어 볼거리가 많습니다. 주호민 엄청 부끄러운 게 많아요. 흑역사죠.(웃음) 20년 전에 그린 연습장 만화를 보면, 그림도 그림이지만 내용이 너무 유치한 거예요. 물론 흑역사도 역사니까, 그렇게 지나간 생각들이 박제되어서 붙어 있다는 게 두렵지만 그것 또한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초창기 작업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 주호민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렸는데요. 같은 반 친구들이 재미있어 하는 반응을 보는 게 흥미로워서였어요. 그건 지금도 똑같아요. 불특정 다수로 규모가 커졌을 뿐이지, 재미있어 하는 반응이 좋아서 그리는 그 마음은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번뜩이는 순간이 오면 그렸는데, 지금은 세 번 고민하고 안 그리는 점이 달라졌지만요. 독자들의 불편함을 생각해서 자기 검열이 생긴 거죠. 요즘 캔슬 컬처(Cancel Culture) 현상이라는 게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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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이야기꾼 그리고 예술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7m 길이의 커다란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아들이 아버지의 작품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마르셸 뒤샹의 그림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 속 인물을 쏟아지는 오줌 줄기로 대체해 위계질서를 풍자한 주재환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를 주호민이 ‘계단에서 뭐하는 거지?’라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웹툰 속 캐릭터들이 거대한 계단을 올라가는 그림이다. 
 
포스터 속 작품도 화제예요. 서로의 얼굴을 각자 스타일로 작업하셨습니다. 주호민 아버지의 작품은 작년 작품이에요. 만들고 보니 저를 닮아서 제목에 제 이름을 붙인 거예요. 이번 전시에서 아버지 얼굴을 그리자는 제안을 받아서 작업했어요. 아버지 얼굴은 처음 그려봤어요. 아버지 작업이 워낙 재미있게 나와서, (비교될까 봐) 부담스럽더라고요. 화이트보드에 보드 마커로 그려봤는데 느낌이 좋아서 사진으로 찍어 색칠을 했어요. (아버지 모습과) 닮았나 안 닮았나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웃음) 
 
 
미술관 측에서 두 작가를 ‘시대의 이야기꾼’이라고 소개했어요. 그 밖에도 예술가로서 두 사람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또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주호민 제가 생각하는 닮은 점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펼쳐서, 그때 들었던 어떤 감흥을 빠르게 만든다는 거? 그게 닮은 것 같아요. 주재환 호민이 작품이 서민층이나 동료들의 이야기를 주로 그려요. <신과 함께>는 영화도 됐잖아요. 서양 신화는 보급되어 있는데 조선 신화는 보급이 안 되어 있어요. 그걸 대중화해서 처음으로 만화로 펴냈다는 것은, 내 자식이라는 걸 떠나서 전통문화 해석에 큰 기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지런히 활약을 많이 하니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주호민 전시 준비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는데, (아버지가)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들을 많이 말씀하셨어요. 그게 쉽지 않은 거거든요. 나이가 드셨는데도 꾸준히 작품하시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배우고 싶은 부분이에요. 
 
예술가로서 영감은 어디에서 어떻게 얻나요. 주재환 그건 작가마다 달라요. 제 경우에는 작가노트를 많이 써요. 노트 내용은 떠오르는 생각이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 책을 읽고 기록할 만한 구절, 신문이나 잡지의 이상적인 문구, 사람들과 나눈 대화들도 노트를 해놓아요. 그걸 보다가 ‘이걸 작품으로 하면 어떨까?’ 떠오르는 것들을 골라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호민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가 봤던 다른 콘텐츠, 가령 다큐멘터리나 코미디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 것들에서 어떤 재미있는 부분들이 뇌리에 남아 있다가 어떤 순간 ‘이런 식으로 해볼까? 저런 식으로 해볼까?’ 하는 마음이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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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한 씨,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주재환 작가는 50세에 전업 작가가 됐다. 새로운 용기로 평생 마음에 품고 있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30년 동안의 집중적인 작업을 통해 지금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웹툰 만화로 사랑받는 주호민 작가는 ‘재미있는 일을 하자’는 본인의 소신대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스타 작가의 길을 걷는 중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늘 새롭고 기발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도를 했든 그렇지 않았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주재환 작가 작품의 키워드는 위트 아닐까요. 그 위트 속에 사회적인 메시지와 블랙 유머가 공존합니다. 주재환 제 작품 속에 블랙 유머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건 타고난 제 체질 같아요. 특별하게 훈련되거나 공부한 건 아니고 본래 그렇게 된 체질이라 작품도 그렇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주호민 아버지 별명이 유쾌한 씨예요. 아버지의 작업이 저는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해학적인 부분도 많고요. 사석에서 농담도 많이 하시는 유쾌하신 분이십니다. 
 
그런 기질을 본인도 닮으셨겠죠. 주호민 어느 정도 닮은 것 같습니다. 항상 ‘뭐 더 재미있는 거 없을까’ 생각하며 찾아다니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기안84 작가랑 드라마를 만들어보자고 기획하고 있어요. 스토리라인이 나온 건 아닌데, 가벼운 웹드라마를 한 번 찍어보자고 이야기하는 단계예요. 이말년 작가, 김풍 작가들과 재미있는 것을 많이 만들었어요. 평소에 친하기도 하고 아이디어의 티키타카가 잘 되는 편이에요. 그냥 평소의 모습이 유튜브에 나오는 건데 그런 모습을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인가요? 주호민 저는 뉴미디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어요. 종이로 보다가 모바일로 보는 거니까요. 매체는 바뀔 수 있으나 본질은 변하지 않거든요. 만화의 본질은 그림으로 풀어내는 이야기예요. 형태가 바뀌는 것은 조금만 신경 쓰면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에요. 유튜브는, 저는 그냥 재미있는 거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만화라는 형식이 그걸 펼치기에 적합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도 들려주세요. 주호민 이런 거 해볼까, 저런 거 해볼까 생각은 많이 있어요. 돌아보니 항상 계기가 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런 순간이 오겠죠. 저의 첫째 아들이 발달장애가 있어요. 발달장애아를 10년 가까이 키우면서 느낀 소회를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볼 수도 있을 것 같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 별명이 유쾌한 씨니까, 저는 유쾌한 씨 2세가 되고 싶어요. 유쾌한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요. 주재환 저는 이제 노인이니까 적당히 작업을 해야죠. 그래서 호민이와 함께하는 이번 전시가 더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주신 미술관에 50%의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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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40) 
 
한국 신화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저승관을 새롭게 그려낸 <신과 함께> 시리즈의 원작 웹툰 작가. 군대 생활을 소재로 한 <짬>과 취업난 속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무한동력>을 연재하며 이름을 알렸다. 트위치,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파괴왕’, ‘주펄’ 등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주재환(81) 
 
1세대 민중미술가. 홍익대학교 서양학과를 중퇴한 후 외판원, 한국민속극연구소 연구원, 월간 <미술과 생활> 기자 등으로 일하며 화가로서 끈을 놓지 않았다. 1980년 ‘현실과 발언’ 창립전으로 처음 데뷔했고, 예순이 되던 해 첫 개인전 <이 유쾌한 씨를 보라>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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