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날로 늘어남에 따라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인구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치매, 그 치매의 대표 원인인 알츠하이머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를 만났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미리 알고 준비하는 알츠하이머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면서 치매 환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로 사망한 인구는 전년 대비 약 10% 가까이 증가해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 7위로 꼽혔다. 이는 치매가 10대 사망원인에 처음 포함된 2018년에서 두 단계 오른 것으로, 전체 치매 질환 사망자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뇌졸중, 파킨슨병과 함께 세계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히는 치매는 주로 노년기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질병이나 외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손상돼 인지 및 고도 정신 기능(학습, 언어 등)이 떨어지는 복합적인 증상을 말한다.
 
 
치매의 주 원인 질환, ‘알츠하이머’… 여성이 남성의 2배 이상
 
치매의 원인 질환으로는 대표적으로 3가지가 꼽힌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그리고 전두측두 치매다. 삼성서울병원 김희진 교수는 “치매의 원인 질환은 50여 가지에 달하며 그중 80~90%를 차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이 중 알츠하이머의 비율이 좀 더 높으며, 과거에는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동일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개념이 바뀌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치매의 대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알츠하이머는 정상적인 세포가 원인을 알 수 없이 죽어가는 퇴행성 질환의 하나다. 주로 노화로 인한 것이지만 일부 유전이나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세포의 소실은 사고력을 담당하는 뇌 피질 영역에서 발생하는데, 최근 학계에서는 타우 단백질의 인산화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집적 등을 소실 요인으로 꼽는다. 
알츠하이머의 주된 증상은 기억장애다. 초기에는 가벼운 기억장애로 시작해 중기와 말기로 갈수록 가까운 과거의 일은 물론 옛날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심각한 기억장애 및 이상 행동으로까지 진행된다.
 
“초기의 기억력 저하는 단어를 깜빡하거나 최근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중기에 접어들면 그날 오전에 있었던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익숙한 장소에서도 방향 감각이 떨어질 수 있죠. 그래도 이 단계에서는 비교적 옛날 일은 잘 기억합니다. 그러나 말기에 접어들면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개념이 없어져 집 안에서도 화장실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불안, 초조, 우울, 공격적 행동 등 이상행동이 많이 나타나고 식구들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죠.”
 
그런가 하면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이 수차례 반복되며 발생하는 치매를 말한다. 뇌졸중이 반복되면 뇌혈류 장애가 생기면서 신경세포가 손상 또는 소실되는데, 이로 인해 치매가 발생한다. 단 한 차례의 뇌졸중으로 치매가 올 수도 있지만, 가벼운 뇌졸중이 여러 차례 재발하며 치매로 연결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때문에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이나 흡연, 과음, 비만 등의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혈관성 치매에 걸리기 쉽다.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와 달리 개인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는 점도 차이다.
 
알츠하이머 등 치매는 여성 유병률이 더 높은 질환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치매 환자 성별 구성 비율은 여성 62%, 남성 28%로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2배 이상 많다. 세계 치매 환자 중에서는 무려 3분의 2가 여성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부분은 학계에서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한 가지로 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치매 현상을 살펴보니 여성이 많고, 여성에게서 더 빨리 진행되고, 기저질환이 있는 여성일수록 더 취약하다는 점 등이 발견됐는데 명확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죠. 여러 가설들 중 가장 유력한 것은 남녀의 가장 큰 차이인 호르몬에서 기인한다는 점입니다.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이 폐경을 하면 여성호르몬과 함께 기초대사량이 급감하는데, 이런 호르몬과 대사의 변화 등으로 인해 치매에 취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입니다.”
 
치매 위험인자도 남녀별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65세 이상 노인 1,3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남성은 저체중(BMI 18.5 이하)이 주요 치매 원인으로 분석된 반면 여성은 고혈압과 당뇨, 비만일 경우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나왔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 및 생활 습관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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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보호자의 적절한 보살핌’이 최선의 치료제
 
가까운 기억부터 시작해 먼 과거의 기억까지 점점 기억이 나지 않거나, 방향 감각이 떨어지고 망상이 나타나는 등 알츠하이머가 의심되면 신속한 검사가 필요하다. 알츠하이머 진단은 기억력에 이상을 느낀 환자와 가족이 내원하면 면담을 비롯한 여러 검사를 통해 여부를 판단한다. 김 교수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환자를 직접 돌보는 배우자나 자녀들이 함께 내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면담을 통해 환자의 기억력, 언어 표현 능력, 방향감각, 문제 행동, 질환 경력 등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런 다음 치매의 정도와 유무, 경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신경심리검사와 갑상샘저하증, 비타민 부족 등 치매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는 혈액검사를 진행하죠. 이후 알츠하이머가 의심되는 경우에만 MRI를 실시합니다. 또한 최근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직접 검출하는 검사를 진행해, 뇌의 아밀로이드 침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면 두 가지 약물치료가 진행된다. 첫째는 알츠하이머 치료, 둘째는 이상행동 조절 약물 치료다. 김 교수는 “치료제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직까지 알츠하이머 증상을 개선해주는 약물은 없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 치료에 쓰이는 약물은 미 FDA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총 4가지입니다. 모두 호전을 기대하고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의 진행을 늦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보다 중요한 건 진단 후 보호자의 보살핌과 본인의 개선 의지입니다. 극진한 보살핌으로 인해 말기가 되어서도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김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진단을 받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 한 환자의 사례를 언급했다. 
 
 
“사실 알츠하이머는 기존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행복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어 기억에 남습니다. 일례로 분당에 사는 한 40대 남성분이 아내와 함께 저희 병원을 찾았어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아내분의 극진한 보살핌과 환자분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어요. 나중에 아내분이 말씀하시길, 이 시간이 선물 받은 시간 같다고 하더군요. 그냥 보낼 수도 있었던 시간을 (조기 진단을 통해) 같이 많이 놀러 다니며 추억을 쌓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요. 지금은 시간이 흘러 알츠하이머 증상이 많이 진행됐지만, 초반의 2~3년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이상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어요. 대개 보호자의 케어를 잘 받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물론 치매 환자 돌봄에 경제적·심리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정부에서도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며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 김 교수는 “정부의 지원 제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 정부가 치매를 국가책임제로 지정하면서 보건소에서도 치매 스크리닝 검사가 가능해졌습니다. 지역마다 설치된 치매안심센터에서도 꽤 자세한 검사를 받아볼 수 있고요. 덕분에 치매 진단 접근이 보편화되고 있고, 치매 환자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돌봄 공간도 많아졌어요. 이를 적극 활용해 환자는 전문적인 케어를 받고 가족들은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가 건강해지는 식생활 습관, 알츠하이머 발병률 낮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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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직까지 알츠하이머 등 치매 증상을 개선해주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만큼, 치매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특히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 꾸준한 운동 등 관리를 시작하면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행할 위험이 상당 비율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 예방의 첫걸음은 운동”이라며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가 생길 확률이 80% 정도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한다.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신경을 보호하는 등 기본적으로 뇌기능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활동적인 운동도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지만 그보다는 걷기 등 적은 운동량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0대 후반에서 80대에 해당하신다면 하루에 두 번 30분씩 걷기를 권하고, 심장질환이나 무릎 관절에 문제가 없는 60대 분들이시라면 약간 땀이 나는 정도의 운동을 해도 좋습니다.”
 
대표적인 좋은 습관이 운동이라면, 버려야 할 나쁜 습관 첫 번째는 흡연이다. 동맥경화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신경세포의 퇴화를 일으키는 흡연은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알츠하이머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기억력에도 지장을 받습니다. 특히 여성은 더욱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과거 흡연 경력이 있는 여성 노인은 (현재 금연 중이더라도) 비흡연자에 비해 장기 기억력이나 전체 인지기능의 감소가 3배 가까이 높기 때문이죠. 담배는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바로 끊는 것이 좋습니다.”
이 밖에도 친구나 친척을 꾸준히 만나 여행을 다니고 영화를 보러 다니는 등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 독서나 퍼즐 맞추기 등 인지 건강에 도움 되는 두뇌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 인지장애를 유발하는 과음과 폭음을 지양하는 것 등도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제때, 골고루, 적당히 먹어 평소 뇌가 잘 기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뇌를 건강하게 하는 식습관은 알츠하이머 예방에 상당 부분 도움이 됩니다. 오메가 3가 풍부한 생선, 채소와 과일, 우유, 충분한 수분 섭취 등이 대표적이죠. 반대로 삼겹살 등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인지기능이 감소해 적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치매 발생을 증가시키므로 평소 체중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란?
 
 
경도인지장애란 정상적인 노화 현상으로 인한 인지능력의 감퇴와 치매의 중간 단계를 말한다.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지만 치매와 달리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증상은 기억력 저하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성격장애, 우울증, 행동이 느려지는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방향감각, 언어 기능 등 기억력 외의 인지 영역에서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정상 노인에 비해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적게는 5배, 많게는 25배 높기 때문이다. 또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는 정상으로 회복하기도 해 정기적 진료를 통한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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