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살림살이가 팍팍할수록 신협의 곳간이 열린다. ‘이윤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신협의 경영철학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서민에게 손을 내밀었던 신협이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신협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빈국일 때 탄생해 반세기 만에 아시아신협 회장국으로 성장한 데 이어 세계신협 이사국까지 오르면서 지구 반대편 나라에도 온정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금융협동조합 신협의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에게 신협의 나눔철학에 대해 들었다.
외래종 황소개구리가 우리 사회에 화제가 된 때가 있다. 황소개구리는 천적이 없어 번식 속도가 빠르고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황소개구리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한반도에 살고 있던 토종 생태계가 외래종 황소개구리에게 반격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토종 육식 어류인 가물치와 메기 그리고 황새, 학과 같은 조류가 황소개구리를 처치하고 우리 생태계를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은 해외기관과 투자사가 국내 금융계에 들어오는 상황을 여기에 비유했다.

“가물치, 황새 등 토종 생물이 신협이라면 해외기관·투자사가 대주주인 금융기관은 황소개구리라고 볼 수 있어요. 신협은 작지만 매력적인 금융협동조합입니다. 신협은 외국인 지분이 큰 시중 은행과 달리 순수 국내 자본으로 세웠기 때문에 수익이 절대로 외부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수익금은 전액 출자한 조합원과 이용자들, 그리고 지역사회로 환원됩니다. 신협을 이용한 고객에게 수익금이 다시 돌아가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죠.”

올해 60돌을 맞은 신협의 탄생 비화는 주목할 만하다. 신협의 탄생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온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의 공이 컸다. 60년 전, 한국에 신협을 설립하려던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에게 누군가가 “한국에 왜 신협을 만들려 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가브리엘라 수녀는 “한국인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가브리엘라 수녀가 보기에 부지런하고 똑똑한 한국인들에게 매운탕을 잘 끓이는 식당 주인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신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 고리사채로 고통 받던 서민들은 신협이 생기면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고 끌어주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창립 반세기 만에 세계신협협의회 유일한 아시아 이사국 되다

 
1960년 5월 가브리엘라 수녀가 조합원 27명과 뜻을 모아 세운 신협은 빠르게 성장했다. 창립 반세기 만에 아시아신협을 대표하는 아시아신협연합회 회장국이자 세계신협협의회의 유일한 아시아 이사국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서민들이 먹고살기 어려워 해외 원조를 받았던 그때 그 시절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신협의 슬로건이 ‘평생 어부바’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 등에 업혔던 기억,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편안하지요. 업힌 사람과 업는 사람 상호간에 든든한 신뢰와 깊은 사랑이 뒷받침된다면 어부바만큼 편안한 것이 없습니다. 신협도 어부바처럼 고객에게 든든한 신뢰와 사랑을 평생 전하겠다는 뜻이지요.”

신협은 모든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돌려준다. 수익금으로 마을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을 열고, 주민 누구나 책을 볼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직원들이 직접 담근 김장김치를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나눠준다. 이런 식으로 전국의 881개 신협은 작년 한 해에만 1,992억 원을 환원했다. 김 회장은 올해 신협의 사회 환원 금액은 예년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서민들 삶은 더 팍팍해집니다. 이럴 때 신협은 오히려 곳간을 더 활짝 엽니다. 조합원과 이용자가 살고 이웃이 살아야 신협도 사는 선순환은 나눔의 방정식이자 신협 성장의 비결이죠.”


모든 국민을 끌어안는 신협의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

신협의 따뜻한 온기는 ‘人(인)퍼스트’ 금융상품에도 담겼다. 최근 3년간 신협이 주력해온 7대 포용금융은 정부의 손이 채 닿지 않는 금융 사각지대를 어루만지며 각계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60년 동안 신협은 현대사의 질곡을 서민과 함께 겪었습니다. 나라가 휘청댈 정도로 큰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금융 안전망을 자처하는 경제정책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안전망의 그물조직이 컸기 때문인지 많은 서민과 소외계층이 여기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신협은 그 그물에 포함되지 못한 분들을 보호하려 애썼습니다. 서민과 소외계층, 이들과 함께 가는 것, 우리 금융기관이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는 이른바 ‘대국민 포옹 프로젝트’다. 이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금융상품이 있는가 하면, 공공기관에서 할 법한 사회 공헌 활동도 있다.

“신협은 금융과 협동조합이라는 두 개의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금융협동조합입니다. 우리 신협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7대 포용금융은 이 두 개의 바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며, 신협만이 펼칠 수 있는 금융정책입니다.”

7대 포용 상품과 활동 저변에는 가브리엘라 수녀가 신협을 세웠던 이념인 ‘사회적 약자를 위함’이 깔려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다달이 전화를 드려 안부를 묻고 병원 진료가 필요한 상황일 때는 직접 대형병원에 예약을 해드리는 ‘어부바효예탁금’, 타 금융 고금리에 대응하여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815해방대출’, 다자녀 가구에게 저금리로 주거비를 대출해줘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는 ‘다자녀주거안정지원대출’ 등이 있다.

이 밖에 어려운 골목상권을 지원하는 상품도 있다. 자영업자가 전문가에게 1:1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이어주는 ‘어부바플랜’, 희미해지는 전통문화를 되살려 그 동력으로 지역경제까지 살리는 ‘지역특화사업’, 갑작스러운 공장 폐쇄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지역민에게 무이자로 생계비를 지원하는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원’,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치매노인과 아이를 보호하는 GPS 기반의 위치알리미 서비스인 ‘어부바위치알리미’를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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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하는 신협의 열린 곳간

신협의 사회 공헌 활동은 국경을 뛰어넘는다. 김 회장은 신협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20억 원을 사정이 어려운 해외 신협에 지원했다. 아시아 소상공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고, 캄보디아에 학교를 지어 아이들이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왔다. 필리핀에서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는 피해 구호활동도 펼쳤다.

한국 신협의 행보는 전 세계 118개국 3억 신협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 회장이 지난 7월 세계신협 코로나 대응위원장으로 선출된 것도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행보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처음 터졌던 때가 생각납니다. 설 명절 직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죠. 우리 신협은 즉시 비상위원회를 소집해 전국에 긴급 공문을 띄웠습니다. 전 객장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금융 업무는 보안 때문에 반드시 대면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특히 더 조심해야 했어요. 아슬아슬하게 번져가던 코로나가 대구 지역에서 크게 전파됐을 땐 정말 아찔했습니다.”

당시 신협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빠르게 모금 운동을 해 코로나로 피해 입은 서민들에게 21억 원을 기부했다. 현장에서 코로나로 인해 서민경제가 힘겨워지는 걸 체감한 전 직원이 코로나가 조금이나마 빨리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여기에 김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부협동조합인 ‘신협사회공헌재단’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신협은 코로나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도 있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신협에서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을 살펴보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대응위원장이 되자마자 물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부터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김 회장은 콜롬비아와 케냐에 방호복과 위생장갑 등 방호물품을 지원했다. 또한 마스크가 가장 시급한 20개국에는 세계신협협의회를 통해 4만 장을 고루 전달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K방역 물결에 힘을 실었다.


코로나 시대 맞은 디지털 전환, 으뜸 가치는 ‘사람’

 
김 회장은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상이 된 거리두기가 핀테크를 앞당겨 기술이 우리 삶에 보다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협은 간편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 ‘온뱅크’를 론칭해 급변하는 코로나 시국의 금융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용자 접근성이 높은 금융이 살아남습니다. 온뱅크는 이용자의 주머니 속이나 손바닥 위에 지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내 손 위에 있는 하나의 신협(One Union)이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우리 신협이 사활을 걸고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도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가치는 사람입니다. 온뱅크를 만들 때도 사람이 언제나 중심이라는 신협의 가치를 녹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수혜자는 신협의 고객이 되어야 하니까요. 이런 신협의 가치로 다른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이 2년 전 신협중앙회에 취임할 때 가장 먼저 전국 신협인들에게 ‘지극히 사랑해서 물든다’는 한자어 ‘취(取)’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의 ‘人(인)퍼스트’ 정신은 바티칸 교황청까지 닿아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장으로 돌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 23일 김 회장이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로 인간애를 몸소 보여준 공로를 높이 사 축복장을 선사했다. 축복장은 교황의 격려 메시지와 함께 지금까지의 활동과 공로를 인정하는 천주교가 축복하는 증표 중 하나다.

“축복장은 저의 영예가 아닌 1,300만 조합원과 이용자들의 참여와 신협 임직원 1만 8,000여 명의 헌신에 대한 큰 찬사이자 영광입니다. 60년 전 한국신협운동의 선구자인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님과 장대익 신부님은 국민 어느 한 사람도 소외받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 신협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신협은 꾸준히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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