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고 공정히 행동하겠노라. 국회에 입성할 때도 그곳을 나와서도, 표창원의 매일은 원칙이 작용한다. 여기까진 잘 알려진 원칙주의자 표창원의 단면. 실은 잘 삐지고 갱년기를 지나는, 또 그의 표현대로 ‘싸가지 없는’ 사람이다. ‘우리가 몰랐던 표창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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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가 본분을 망각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탈당까지, 표 전 의원은 완벽히 정계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해온 정착 소식. 그가 <표창원의 사건반장>,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섰다. 평일 모두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시각이 오후 8시를 지날 수밖에 없었다.
 
연달아 방송을 하신 것 치곤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 그냥 뭐(웃음), 매일 하는 일이니까요.
국회에 계실 때보단 표정이 확실히 밝아진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진짜 그래요. 마음이 편해서 밝아졌죠.
정치를 그만둔 이유는 여러 번 밝히셨으니 더 묻지 않겠습니다. 그럽시다. 정치 관련 얘기는 하지 맙시다.(웃음)
방송 진행을 시작하고 두세 달 정도 지났어요.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무척 긴장하고 딱딱했는데 이제 꽤 부드러워졌단 평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표창원의 사건반장> 시청률이 5%를 넘으면 노래를 라이브로 하겠단 공약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언젠간 되겠죠.(웃음) 높을 땐 1.8%까지 올랐다가 1.0%까지 떨어질 때도 있고 들쭉날쭉이에요.
표창원이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나름대로 이 분야의 전문성이 있잖아요. 30년 가까이 범죄 문제를 연구하고 수사 현장에 있었고 경찰관 생활도 해보고, 짧았지만 정치 생활도 해봐서 이슈에 대한 이해 폭이 넓다고 할까요. 원고에 없는 질문이라도 그 사안에 맞게 출연자 분의 인사이트(insight)를 끌어낼 수 있는 질의응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대신 단점도 있겠죠. 고정화된 제 이미지를 거북해하시는 분도 여전히 있는 것 같아요.
시청자 반응을 직접 확인하세요? 제가 볼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고 주변 사람들이 모니터링 해서 알려주세요. 이런저런 반응을 전해주는데, 그렇게 나쁜 반응은 많지 않은 것 같고.(웃음) 이제 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선지 저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고 해당 이슈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의원직을 경험하기 전과 후, 프로파일링의 차이가 생기던가요? 있죠. 범죄(분석)라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에요. 범죄 이외의 요소가 차단돼야 한다는 게 있고, 범죄 자체만이 아니라 그 맥락, 이면, 대책까지 봐야 한다는 게 있어요. 정치를 하기 전엔 주로 전자에 주안점을 뒀죠. 범죄 외의 현상이 해석에 절대 개입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정치 경험을 하고 나선 그 영역이 확장된 것 같아요. 범죄에 대한 외부 간섭이나 영향을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보다 깊이 있는 분석, 크게는 입법같이 대책에 대한 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정치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겠죠? 상당히 긍정적이에요. 당시는 힘들었지만 4년의 경험 자체는 무척 감사해요.
‘본회의 출석률 98%’가 쉽게 나올 수 있는 기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원칙을 세우고 출발했어요. 미팅, 세미나, 축사 등 별의별 요청이 다 들어와요. 특히 지역 요청이 많아요. ‘당선’이라는 과제를 떠올리면 약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되면 정치인으로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이 훼손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칙이 필요했어요. 무조건 본회의가 최우선이고 그다음은 상임위, 관련 정책 입법 세미나 순으로 일정을 잡았어요. 콧대가 높다고 욕을 많이 먹었죠.(웃음) 언젠가 본회의 참석률이 보도되고 일부 국회의원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은 일이 알려지면서, ‘그래도 우리 지역 의원이 저런 문제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구나’를 아시면서 반응이 바뀌더라고요. 제가 불참한 본회의는 예정에 없다가 급하게 열린 일이라 지방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어쨌든 100% 참석하지 못한 건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있는 동안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계를 떠났으니 편하게 질문하겠습니다. 왜 그렇게들 국회의원직에 목숨을 거는 걸까요? 긍정적으로 보면 정치를 한다는 건 이상을 실현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어느 정도 영향력도 생겨야 하니 우선 당선이 돼야죠. 재선, 삼선 돼야 하고, 그렇게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 위해 그 수단으로서 당선에 최선을 다하는 건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기자가) 표현하셨다시피 많은 국민들이 보시는 관점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이상은 무슨, 뜻은 무슨, 그저 권력, 의원 당선에만 매몰된 것 같다고 말이죠. 그게 목표와 수단 간의 전도 현상이죠. 결국 공익 실현엔 기여 못하는 의원들, 그런 분들도 계신 거 같아서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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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꼰대래요
정치를 시작할 때도 그만둘 때도 가족의 동의부터 구했다. 늘 가족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세운 원칙이든 가족으로 귀결된다.
‘원칙’이란 단어를 자주 쓰시네요. 공직을 벗어나면서 세운 원칙은요? 근데 정치 이야기 안 하기로 해놓고 왜 자꾸 정치 얘기해요.(웃음) 일단 제가 불출마 선언하고 탈당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제 말과 행동, 삶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해요. 그 역할은 충분히 했어요. 누가 뭐라 해도 새로운 삶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방송인으로서 프로그램에 누를 끼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고, 시청자와 청취자 분들을 위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원칙입니다. 그동안 유지해오던 삶의 원칙, 공정하고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겠다는 것도요.
방송인으로서 그 원칙을 지키려면 컨디션 관리가 아주 중요할 것 같은데요. 맞아요. 최대한 운동을 하려고 노력해요. 매일 두 시간 이상을 운동하겠다고 했는데 코로나가 닥치면서 다니던 체육관이 문도 닫고, 이런저런 스케줄이 생기면서 계획이 좀 어그러졌어요. 매일은 못 해도 시간 날 때마다 해요. 그게 지금 체력을 뒷받침해주는 원동력 같아요. 그(정계 은퇴) 이후로 술자리를 단 한 번도 갖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과 하는 외식도 거의 손에 꼽아요. 일단 일상 자체를 방송에 맞추고 있어요. 방송 준비, 방송 이후 마무리, 다음 날 방송을 위한 휴식과 운동, 취침. 다른 요청들이 엄청 많은데 99% 거절하고 있어요.
술은 좋아하세요? 경찰관이어서 많이 마셨었죠. 교수 시절에도 술자리가 꽤 많았고요. 근데 결혼을 하고 애들이 생기면서 술자리를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일도 바쁜데 술자리까지 챙기면 가정에서 보낼 시간이 너무 없더라고요. 줄이다 보니 아예 안 가게 돼요. 어떤 소문까지 났냐 하면요, 친구들이 “창원이가 술 끊었대”라고 해요. 그건 아닌데.(웃음) 결국 친구들이 부르는 리스트에서도 지워졌어요.
어쩌다 술자리에서 잊혔네요. 경험한 바에 따르면 술자리에 안 가도 관계는 깨지지 않아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 관심만 유지되면 관계 때문에 억지로 식사하고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제 원칙이고 경험의 소산이에요. 정치인일 때도 술자리는 웬만해선 안 갔어요. 방송을 시작하고서 더 지키고 있죠. 대신 집에서 아내하고 딸하고 맥주 한잔씩 해요.
온라인상에 ‘프로파일러 표창원 딸은 거짓말을 다 들킬 테니 불쌍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실제로 어때요? 인간이 거짓말을 안 하면 인간이 아니고 그건 기계죠. 저도 어릴 때 거짓말을 많이 했듯이 딸도 아주 어릴 땐 어린이의 권리였을 거짓말을 했어요. 문제는 제가 이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넘어갈 걸 넘어가지 않았어요. 자꾸 따졌어요.(웃음) 진짜냐고, 사실관계 따지고 증빙을 따지고.(웃음) 애가 어릴 때 가장 많이 하던 말이 “아빠, 말하지 마.” 아빠가 말하면 거짓말이 드러나고 곤란해지니까 상황을 막아버리더라고요.(웃음) 어린애의 권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불쌍한 부분이 있죠.
상대적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꽤 길어요. 저도 아이들도 사교육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원칙이 있어요.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절 안 시킨 건 아니고 영어 학원을 한두 차례 다니다 그만뒀어요. 이후로 애들이 학습을 못 따라가고 성적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사교육을 시키지 말자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근데 중학생 수학은 저도 전혀 모르겠어요.(웃음) 못 가르쳐준 대신 아이가 공부할 때 맞은편에 앉아서 제 할 일 하고 모의고사 출력해서 풀게 하고 채점도 해주고, 그런 식으로 해나갔어요.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할 땐 동네 뒷산을 같이 산책하면서 ‘왜 공부가 필요한 것인지’ 얘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공부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면 했죠.
효과가 있던가요? 장기적으로 나타났어요. 성적이 점점 올라서 성적이 가장 많이 향상된 학생에게 주는 상도 타 왔어요.
자녀들이 현재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아내도 저도 애들이 하고 싶은 걸 하길 바랐어요. 딸은 요리사 한다 했다 간호사를 한다 했다 제빵사를 한다 하고. 그때마다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결국은 아빠처럼 범죄심리학자가 되겠다고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범죄심리대학원을 준비 중이에요. 우리 연구소(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실무도 보고 있어요. SNS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데 검토는 제가 하는 입장이라 ‘도제식 훈련’을 하고 있죠.(웃음) 여러 가지로 부족하기 때문에 싫은 소리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들은 고3이고 영국 축구학교를 다니면서 선수 생활 중이에요. 브렌포드FC라고 영국 프로축구 2부 리그의 유소년 상비군에 있어요. 초등 1학년 때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더니 재미를 느껴서 쭉 하게 됐어요. 자다 깨서 소리 지를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안 하겠단 소리는 하지 않더라고요.
해보니 ‘이런 교육법’은 괜찮다고 추천하고 싶은 게 있나요? 애들 교육에서 가장 신경 쓴 건 ‘함께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어려움을 참고 노력하면 그 땀의 성과가 반드시 온다’는 걸 가르치고 싶다면, 함께 지리산 정상을 올라가기로 해요. 여기서 우리가 같이 해내고 싶은 건 한 발의 기적이라고 말해줘요. “애들아, 여기서 봐라. 저 꼭대기가 엄청 멀지? 우리가 저길 갈 수 있을까?” 하면 애들은 못 간다고 하죠. 그러면 저는 “아빠가 약속할게. 오른발 한 발 내딛고 왼발 한 발 내딛고, 또 오른발 내딛고 그걸 못할 정도로 힘들면 돌아가자”고 해요. 걷다 보면 새소리 들리고 다람쥐 보이고 바람 불고, 애들도 좋아해요. 물론 성인 등산객보다 훨씬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애들이랑 교훈을 몸소 체험한 거잖아요. 그날의 경험은 어느 누구도 빼앗지 못하겠죠.
범죄심리 책을 쓰실 게 아니라 자녀 교육법 도서를 준비하셔야겠어요. 그게 책으로 얼마나 전달될지는 의문이에요. 글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체험담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표창원’은 청년층의 호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너무나 감사하지만 사실 제 아이들은 저더러 ‘꼰대’라고 해요.(웃음) 말씀하신 ‘평가’엔 애들의 도움이 커요. 애들이 “아빠는 문제없어” 하면서 그냥 두면 제가 문제점을 어떻게 알겠어요. “아빠 그렇게 하면 큰일 나, 꼰대야. 우리 세대랑 대화가 안 돼”라면서 늘 말해주거든요. 딸은 ‘젠더 감수성’, ‘트렌드’에 대해서 많이 얘기해줘요. 가령 정치인들이 설화에 시달리거나 조롱거리가 되는 걸 보고선, 아빠도 그렇게 될까 봐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거예요. 아이돌 얘기는 함부로 하지 말래요.(웃음) 우리 세대는 잘 모른다는 거예요. 아이돌 얘기하면 청년들한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애들을 통해서 청년들의 요즘 진짜 고민이 뭔지도 알게 되죠. 저는 욕도 많이 먹지만 피하지도 않아요. 특히 20대 남성들과 대화의 장을 두 번 열고서 현장에서 욕을 엄청 먹었죠.(웃음)
‘피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번호 공개 일화만 봐도 알겠어요(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의원 명단을 공개한 뒤 후폭풍이 일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그러게요. 청년들이 저를 좋게 봐준다면 아마 그런 태도와 자세를 봐준 것이 아닌가 해요. 번호는 그대로에요. SNS도 있기 때문에 이전만큼 연락이 많이 오진 않아요. 답을 전부 드리진 못하지만 ‘읽었다’는 표시는 해주려고 간단한 답을 드리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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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그는 처음 마주한 사람의 솔직함부터 본다고 했다. 심리를 꿰뚫는 직업 특성이라 이해했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로 다 알 순 없겠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이 진솔하기 때문에 상대의 솔직함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상담심리’를 공부한 아내와 ‘범죄심리’를 공부한 남편,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이면 누가 승자죠? 언쟁을 벌이면 제가 이기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아내가 원하던 대로 되어 있어요.(웃음) 아내가 고단수인 거죠. 굳이 쓸데없는 말싸움에선 이기려고 안 해요. 제가 막 뭐라고 하면 ‘음 그래?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봐’ 하는 주의에요. 시간이 지나면 제가 미안해져서 결국 아내가 바라던 대로 행동하게 되는.(웃음)
당선 직후 두 분이 진한 입맞춤을 나누던 모습이 생생합니다.다툼이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거의 없어요. 올해로 결혼 25주년인데 그동안 심각하게 다툰, 그러니까 애들이 기억할 정도로 다툰 경우는 대여섯 번 정도에요. 제가 좀 잘 삐져요. 아내가 먼저 풀어줘요.
여장부 스타일이신가요? 그건 아닌데 마음이 넓어요. 제가 결혼할 때 가장 중시 여긴 게 ‘뭐든 공유하고 대화하면서 남은 삶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인가’였어요. 아내는 세 번 만나고서 확신이 들더라고요. 처음 만난 지 한 달도 안 돼서 청혼했어요. 문제는 아내가 막내딸이고 그 위로 미혼인 언니, 오빠가 있어서 장인장모님이 너무 당황하셨죠. 제가 형 결혼식 때문에 영국에서 잠깐 귀국했던 때 만난 거라 내친김에 결혼식까지 올리고 돌아가려 했거든요. 근데 장모님이 너무 성급하다 느끼시기도 했고 보신 궁합 결과가 좀 안 좋게 나온 것도 있어서(웃음), 저만 영국으로 들어가고 장거리 연애를 4개월 정도 했어요. 그사이 한국에서 저 없이 상견례하고 식장 정해지고 그렇게 결혼을 했어요. 아내랑 저는 대화를 무척 많이 나누고 모든 일에 비밀이 없어요. 카톡도 다 봐요. 다툼할 여지가 없고, 있어 봐야 사소한 의견 차이 정도에요. 제가 삐져서요.(웃음)
자꾸 삐진다고 하는 걸 보니 갱년기 아니에요? (갱년기가) 왔죠, 당연히. 심하진 않아요. 조금 더 센티멘털해진 정도예요.
세 번 만에 결혼 결심을 했다는 건 이전의 시행착오가 많았던 게 아닐까 해요.연애 경험이 많나요? 날카로운데요? 프로파일러 기질이 보여요.(웃음) 연애를 했죠. 이런저런 친구들도 만나 보고 미팅도 해보고. 그러면서 깨달은 게 ‘외모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부터 반항심도 많고 주변 일에 나서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결혼생활도 뜻이 맞지 않으면 힘들겠단 생각이 있었어요. 대화가 통하고 모든 것을 의논하고 비판도 할 수 있는 배우자가 이상형이었어요. 제가 이전에 연애, 데이트를 할 때도 ‘세상이 어떻고, 부정부패가 어떻고’ 이런 얘기를 하니까 상대방 여성이 싫어해서 오래 지속된 연애가 별로 없어요.(웃음) 아내를 처음 만난 날도 공정사회, 교육제도, 대한민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었는데 아내가 형식적인 답이 아니라 본인 의견을 잘 말하는 거예요. 지나침도 없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니까 첫날부터 상당히 마음이 가더라고요. 두 번째, 세 번째 만났을 때도 아내는 한결같았어요.
아내 분이 스타일링을 해주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머리부터 옷, 양말, 신발까지 전부 아내가 스타일링 해줘요. 오늘도요.
의정에 계실 땐 흰머리였는데 현재 바뀐 헤어스타일도 아내의 코디인가요? 염색은 제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확 바꾸고 싶었어요. 제가 원래 원했던 색은 완전 회색이었는데(웃음) 아 여기에도 아내 수법이 있어요. 회색으로 하고 싶다 했더니 그렇게 하래요. 해봤는데 회색이 나오려면 탈색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원하는 색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회복하는 셈 치고 브라운 계열로 염색해서 결국 아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됐죠.
오늘 인터뷰에 앞서 ‘프로파일러니까 나를 꿰뚫어보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에이, 만나 보고 아셨겠지만 저 허당이에요, 허당.
프로파일링 기법을 평소엔 적용하지 않나요? 좀 다르죠. 프로파일링 기법은 오히려 상대방 본심이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려주죠. 신뢰,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무척 많이 해요. (프로파일링은) 일상에선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돼요. 제가 피곤해서 살 수가 없어요. 일상 만남과 프로파일러로서 면담은 극과 극이에요. 일반 사람을 만날 땐 꿰뚫어보지 않아요.
초면에 주로 어떤 점을 보세요? 솔직함. 한두 마디 나눠 보면 알아요.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과 있는 그대로 용건만 전하는 건 차이가 있잖아요. 사실 저는 조금 싸가지가 없어요. 허튼 시간이랄까 그런 만남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요. 누가 보자고 하면 용건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요. 불필요한 만남은 최대한 안 하려고 해요.
그런 이유로 매체 인터뷰 선정 기준도 또렷하겠는데요. 오늘 인터뷰 요청은 어떤 이유로 수락하신 거죠? 시기하고도 관련이 있어요. 조금 더 지나서 섭외 요청이 있었다면 거절했을 거예요. 지금 거의 100% 거절 중이거든요. 오늘도 문자, 전화가 오는데 받지 않고 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할 때이기 때문이에요. 20년 넘게 인터뷰를 해왔잖아요. 이젠 후배들도 등장해야 하고, 정치에 대해선 전혀 말하고 싶지 않아요. 범죄 관련 인터뷰도 과거에 했던 것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현재 방송에 모든 것을 집중하되 방송이 커버하지 못하는 대중과의 소통, 그것을 함으로써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터뷰라면 해야죠.
흔히 ‘인생 2막’이란 표현을 씁니다. 표창원의 인생은 어디쯤 왔나요? 어제 아내한테 “인생이 너무 길다”고 했어요. 학창시절도 그렇고 경찰관, 유학, 경찰대 교수, 백수, 방송인, 작가, 심지어 국회의원까지 정말 많은 경험을 했잖아요. 조금 오만한 생각일진 모르겠지만 ‘세상에 뭐가 더 있겠어’라는 생각을 해요. 많이 지치기도 했어요. 정치를 하던 4년간 하루하루 치열한 싸움이었고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삶이었어요. 그전에도 그랬어요. 교수 시절엔 대학 개혁을 주장하면서 원로 교수님들에게 혼도 났었죠. 이런 얘길 하니까 아내는 제가 우울증 초기 같대요. 지금 방송을 하는 게 너무 좋고 보람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걸 떠나서 삶 전반이… 음, 주신 질문에 “이제 반 왔죠. 앞으로도 반이 남았죠”라고 형식적으로 답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답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요. 지쳐 있는 상태에요. 어디 올라가고 뭘 더 갖고 싶고 이런 게 없어요. 청취자, 시청자에게 만족을 드리고 그 과정에서 저도 행복하고, 우리 아이들이 본인들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그동안 고생한 아내가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외에는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어요.
마지막 질문도 솔직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방송 수입은 얼마나 돼요? (박장대소) 업계의 비밀이니까 액수를 밝힐 순 없고요. 제가 스타는 아니라서 많이 받는 건 아니지만 고정적으로 안정된 수입은 됩니다.(웃음) 이게 계속된다면 노후 걱정은 없는 수준이에요. 생활을 하거나 아이들 교육하는 데는 부족함 없는 정도니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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