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표적인 ‘도시책방’을 대라면 ‘최인아 책방’을 꼽기 쉽다. 광고기획사 출신의 베테랑이라 트렌드에 밝고 유통과 마케팅에 능한 주인장의 명성 덕이다. 대표적인 ‘시골책방’은 어디인가. 주저 없이 ‘생각을 담는 집’을 꼽겠다. 출판인 출신인 이곳 주인의 감성과 재능에 반해버린 탓이다.
2019년의 허리가 꺾일 즈음 집계로는, 전국의 동네서점 수가 550개 정도 된다 했다. 1년 남짓 지난 지금은 더 늘었을까 줄었을까. 아마도 줄었을 공산이 크다. 책방 살림을 유지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어떤 출판평론가는 <동네책방 생존 탐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책 읽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책 유통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독식하는 마당에 동네서점이 살 길은 애초부터 막막한 구석이 있다. 그 평론가가 SNS에서 봤다는 한 문장은 가뜩이나 잔인한 현실을 자조적으로 고발한 명문이다. ‘서점을 한다는 것은 돈 없는 정우성이랑 산다는 것과 같다’니, 시쳇말로 ‘웃픈’ 현실. 짐작하시겠지만, 그 SNS 주인도 동네서점 사장님이었다.

동네책방의 이미지는 ‘폼 나고’ 낭만적이다. ‘정우성’이라 불러주니 화려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겉모습이 그럴 뿐 속을 들여다보면 생존을 걱정하는 한숨이 배어 있다. 아주 옛날 서점과는 다르게 인테리어를 차별화하고 커피나 맥주 등 음료를 팔거나 저자 초청 독서회를 열어 손님을 끈다. 하지만 책 외에 다른 걸 팔아도 적자를 면하긴 쉽지 않다. 1만 원짜리 책 한 권을 팔면 대략 2,500원 정도는 남아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현실의 셈법은 매번 어렵다. 대형서점과 달리 반품도 안 되고 모든 책을 현금으로 들여와야 하는 핸디캡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절망은 책을 읽는 사람, 더 정확히는 ‘책을 동네서점에서 사 읽는 사람’이 적다는 것. 어떤 이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도 한다. 어쩌면 다음 생에도 성공의 기약이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왜, 동네책방은 계속 생겨날까. 문인과 과학자, 인문학자 등 저자들이 지역서점을 찾아 북 콘서트를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아노와 첼로 연주자들이, 무용수들이 작고 좁은 무대를 마다하지 않고 책방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밭일 쉴 땐 TV나 보던 시골 노인들이 서점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건 어찌된 일인가. 화살을 돌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자면, 왜 그들(동네책방)은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구체적인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순전히 ‘생각을 담는 집’을 만나고부터다. 그곳엔 생각을 담게 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책과 커피,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들…. 경기도 용인시의 한적한 마을에서 주인장을 만났다. 임후남(59) 씨는 에세이 <시골책방입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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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년 남짓 됐다. 그 어렵다는 동네책방을 해보니 어떤가? 중간 점검을 한다면? 할 이야기는 참 많지만 무엇보다 책방을 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다. 그들과의 이야기가 참 많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이지만,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걸 생각하고 배운다.

어떤 사람들한테 무엇을 배운다는 것인가? 책을 좋아하는 독자와 간단한 휴식을 찾는 행려객, 책을 만든 사람들이다. 직접 해봐야 아는 건데, 책을 매개로 만나는 우연 같기도 필연 같기도 한 인연들이 재미있고 소중하다는 얘기다. 도시의 대형서점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자연이 배경이어서 그럴 거라고 본다. 이곳엔 휴식과 위안이 있다. 일상으로부터의 적절한 도피라고 해도 좋다. 웃음도 눈물도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생각을 담는 집’이 특이한 것은 ‘시골책방’이어서인 듯하다. ‘시골책방’이라는 정겨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생각을 담는 집’이 큰 몫을 한 것 같다.<시골책방입니다>라는 책을 낸 것도 그렇고…. 시골에 있는 책방이라 시골책방이라고 했다. 용인이지만 이곳은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시골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이 인근에 들어온다 해서 좀 민망해졌다. 마치 드라마 속 이미지처럼, ‘시골책방’ 하면 왠지 오래된 옛집에서 작게 해야 할 듯한데, 그건 아니어서 그런 걸 기대하고 오는 사람에겐 조금 미안해진다. 하지만 시골에 있는 책방이니 시골책방은 맞다. 시골책방이기 때문에 마당도 있고, 들꽃도 있고, 풀도 많다. 시골책방이라서 느낄 수 있는 정취는 확실한 것이다. 시골에 책방을 차린 이유는 바로 그런 정취를 나 스스로도 즐기고 싶었다.

동네책방을 내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왜 도시책방이 아니고 시골책방이었나? 남편이 퇴직한 후 함께 놀거리를 찾고 있었다. 갖고 있던 것이 책과 음반뿐이니 이걸 좀 펼쳐놓고 살고 싶었다. 서점 겸 북 카페를 할 심산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적지를 찾았다. 운 좋게 좋은 매물을 만나 입주하고 우리가 그린 그림에 맞게 리뉴얼했다. 처음엔 이런 시골까지 누가 올까 싶었다. 그런데 오더라. 누가 온다는 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손님이 오면 어떻게 오셨냐. 아는 사람이 오면 연락도 없이 웬일이냐고 자꾸 되물었다. 애초에 큰돈 벌겠다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어서인지 큰 시행착오는 없었다. 사전에 다른 책방을 방문해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고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내 방식으로 했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을 갖다놓고, 안 팔리면 내가 볼 생각으로.

사는 집이자 업장이기도 한 시골책방에서의 하루하루, 어떻게 흘러가나? 집이지만 가방을 메고 아침 8시쯤 책방으로 출근한다. 텃밭도 둘러보고, 소나무도 올려다보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아 출근한다. 낮에도 마당에 나가 산책을 종종 한다. 나무를 바라본다. 이런 일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아침 청소를 하고 화분과 인사하며 물을 주고, 빵과 커피, 과일로 아침식사를 한다. 책방 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출판사로 들어온 주문을 체크하고 ‘생각을 담는 집’ 블로그의 댓글도 확인한다. 작가 강연이나 문화예술 콘서트 등을 진행할 때는 기획 및 섭외가 큰 일거리다. 행사 후에는 블로그나 페북 등에 리뷰 올리는 것도 내 몫이다.

동네책방의 주요한 기능은 단골독자를 위한 책 추천, 즉 큐레이션이다. 그러려면 사전에 독서량이 상당해야 할 텐데…. 전부를 다 읽는다는 건 불가능하고 거짓말이다. 하지만 가급적 다 읽으려고 하고 매일 읽는다. 아무리 바빠도 시 한 편이라도 읽고 넘어간다. 못 해도 한 달에 열 권 이상은 읽는다. 읽은 책은 블로그에 꼭 리뷰를 남긴다. 내 글쓰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월말마다 북클럽 회원을 위한 책을 고르고 발송하니 겉보기보다 바쁘다. 북클럽 회원이 30명을 넘어섰다. 추천 책과 편지를 발송한다.

책방에 들여올 책, 회원들에게 추천할 책을 고르려면 생각이 많을 것 같다. 입고할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 죄송한 얘기지만, 언제나 기준은 내가 보고 싶은 책이다. 그게 최우선이다. 내가 만족해야, 그래야 권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다행히 내가 권하는 책은 비교적 팔린다. 2년 전에 들여놓은 책이 안 팔린 적도 있는데, 지인이 갖다놓은 책이다. 그런 경우, 내가 그냥 가진다 생각한다. 약간 속은 쓰리지만 떠안았다 생각하지 않고 선물을 받았다 생각한다.(웃음)
 
직접 와서 고르고 사는 시스템이니, 책방의 위치와 분위기, 주인의 큐레이팅 방향 등이 영향을 꽤 줄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이곳은 지나가다 들를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일부러 오는 곳이다. 자연 환경이 좋아서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좀 있다. 책은 성향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좋아할 수는 없다. 이곳에서 한꺼번에 많은 책을 사는 사람은 나와 독서 취향이 비슷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볼 게 없을 수도 있고. 그래도 권하는 책을 구입하는 경향이 비교적 강하다. 작은 책방들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생각을 담는 집’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책들을 가장 많이 사 갔나?판매 수량으로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겠지만, 적은 양이라도 인터넷서점 또는 대형서점의 판매 랭킹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큰 책방이나 작은 책방이나 베스트셀러 순위는 비슷한가? 규모가 워낙 다르니 어려운 질문이다. 굳이 말한다면, 가장 많이 판 책은 소설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었다. 이런 작은 책방 분위기에선 소설이 접근이 더 쉽다. 베스트셀러 책은 사실 갖다놓지 않는다. 신기한 게 팔리지도 않는다. 인문교양과 문학책이 주로 팔린다. 책은 계속 바뀐다. 가급적 신간을 갖다놓기 때문이다. 보통 처음에 한두 권을 갖다놓는데, 그 책이 팔리면 또 갖다놓는 경우는 30% 정도다. 새로운, 미처 보지 못한 책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기성 대형서점 외 새로운 서점 중 ‘도시책방’ 대표선수라면 ‘최인아 책방’을 드는 이가 많다. ‘시골책방’ 대표선수로 ‘생각을 담는 집’을 꼽는다면 오버하는 걸까? 아이고, 세상에나…!!! ‘최인아 책방’과 비교하다니 지나친 영광이다. 그곳이야말로 대표선수다. ‘생각을 담는 집’이 시골책방의 대표선수라는 말은 좀 과하다. 이미 시골에 많은 책방들이 있다. 다들 나름의 특색을 살려 운영하고 있다. 책방이란 곳이 아무리 많아도 그곳만의 특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책방 주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마다 위치가 다르고, 인테리어가 다르고, 책이 다르다. 그 주인의 성향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게 책방이다.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서점 예비창업자에게 건넬 조언도 다 같을 수는 없겠다. 그렇다. 미래의 창업자에게 던질 조언은 단 한 가지로, 단순하다. 책방지기 스스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공간을 만들 때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지만 하다 보면 변한다. 공간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은 책방 주인이다. 책도, 손님도, 커피도 아니다. 무슨 책을 들여놓을지도 책방지기의 외로운 선택이다. 외롭지만 즐거운 선택이 되어야 한다.

미래의 창업자들을 위해 영업 비밀을 공개해도 될까?동네서점은 경영이 어렵다는 게 정설인데, 얼마나 어려운지 궁금해 할 것 같다.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내 경우는 제대로 계산하고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 관련해서 지난해 매출을 뽑아보니 책과 음료의 비율이 80:20이었다. 북 스테이(‘생각을 담는 집’은 2층, 3층에 방을 내어 자연과 함께 책을 읽다가 하룻밤 묵어가는 북 스테이도 할 수 있다)는 지난 7월부터 이런저런 일로 당분간 하고 있지 않다. 북 스테이 역시 주말마다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니니, 그리 많지는 않았다. 유명한 작은 서점에서 월 매출이 1,00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너무나 환상적인 숫자로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서점 주인이 말했다. 그래도 수입은 250만~300만 원이라고. 나는 내 집에서 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안 나간다. 만약 저곳에서 임대료를 제하고 관리비를 제한다 생각하면 운영이 힘든 건 뻔한 현실이다. 우리는 평일에는 한 사람도 안 오는 날이 많다. 주말에 사람들이 온다 해도 자리가 모자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려니, 슬프긴 한데… 그래도 나는 책방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시골에서.

‘생각을 담는 집’은 책방이자 북 카페, 북 스테이, 이벤트 공간 등 다중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 벅찬 일 아닌가 싶은데 어떤가? 자칫 정체성이 흔들리진 않을까? 처음에는 사실 스파게티, 샐러드, 샌드위치, 바비큐 등 음식도 했다. 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매일 오는 것이 아니니 재료 관리 문제가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 관련 일을 하다 주방으로 튀어가 음식을 만드는 게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젠 안 한다. 카페는 그리 어렵지 않다. 손님이 매번 많은 것도 아니니 할 만하다. 이벤트는 독서모임, 작가와의 만남, 클래식 콘서트인데, 그건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없다. 책방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10월 한 달 같은 경우 독서모임 4회, 클래식 공연 4회, 모닥불 앞에서 시낭송 1회, 작가와의 만남 3회 등을 진행한다. 에세이 창작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매주 목 저녁, 금 낮 시간에 수업을 진행하는데 양쪽 합해서 10명쯤 된다. 이들과 함께 만든 책이 다음 달 나온다.

책방지기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라니 다행이다. 그런 점에선 ‘문화 커뮤니티’인 책방의 확장 가능성은 무한할 듯하다.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작가와의 만남과 클래식 콘서트였는데 그걸 현재 다 하고 있다. 책방이란 곳은 하나의 동네 문화공간이다. 마당이 있으니 마당에 모닥불 피워놓고 저마다 좋아하는 시 한 편씩을 갖고 와서 시를 읽는 것도 기획하고, 빔 프로젝트로 오페라도 보고, 뮤지컬도 본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시작가와 함께 동시 수업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작가를 데리고 마을회관에 가서 어른들 시 쓰기 교실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책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확장은 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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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은희경과 가을 북 콘서트.

‘생각을 담는 집’ 임후남 대표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신문사, 잡지사 기자와 출판사 편집장을 거쳐 직접 출판사 경영을 하는 프리랜서로 일했다. 책방을 만든 뒤 고되지만 즐거웠던 경험과 소회를 풀어낸 <시골책방입니다>를 근간으로 펴냈고, 그간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올레>, <아들과 클래식을 듣다>, <아이와 놀다, 공부하다> 등의 에세이집, <내 몸에 길 하나가 생긴 후> 등 시집을 냈다. 평생 책과 글을 끼고 살았던 명실공히 출판인이다. 책방지기가 된다는 건, 이미 그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자신을 만든 토양들에 대해 회억해보자. 당신은 무엇으로, 어떻게 성장해왔나? 인생을 통째로 정리해 말하긴 참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내게 맞는 좋은 직업을 갖고 일했고, 그걸로 밥을 먹고 살았으니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의 출발은 책이었다. 문예창작과를 간 것도 책 때문이었고 지금의 나도 책 때문이다. 책이 지금까지 나를 끌고 왔다. 젊은 시절, 읽지 않을 어려운 책도 마구 샀던 것 같다. 읽고 싶으니까. 마감 끝나면 교보문고 가서 책 사는 게 일이었다. 교보문고는 내게 그야말로 보물이었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그 서점의 현판 글귀가 좋았다. 작은 책방과 대형서점의 역할은 다르지만, 대형서점의 역할은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시골책방의 책방지기는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주가 아닌 것 같다. 세심한 관찰자여야 할 것 같다. 응시할 줄 아는 능력,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할 줄 아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순 없을 텐데….자질이 필요한 것 아닐까? ‘만렙’이신가? 내 경우엔 그렇지도 않다. 누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하기 힘들다. 그냥 내 방식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한다. 누구에게 날 맞춘다고 생각하고 책방을 한다면 못할 것 같다. 그 누구는 한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레벨이란 건 있을 수 없다. 저마다 다른 색깔로 다양하게 살아간다. 밥벌이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살았다. 수많은 인터뷰이들, 함께 일했던 사람들, 이렇게 저렇게 만나고 산 사람들. 그리고 책. 그러면서 배우고 산 것 같다. 지금도 이곳에 오는 사람들, 읽는 책들을 통해 배우며 산다. 지금 이나마 사는 것도 그런 덕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책들을 통해 배울 것이다.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꿈은 ‘신간 읽는 할머니’다. 좋은 책을 계속해서 읽고 싶다.

책을 팔면서 쓰기도 하고 내기도 한다. 곧 다가올 플랜이 또 있을 듯. 5월에 <시골책방입니다> 책을 냈고, 10월에 <살아갈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요> 책을 냈다. 이 책은 평균 나이 80세 어른 일곱 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더 드라마틱하다. 그 어른들을 인터뷰하면서 울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인터뷰 책을 계속 내고 싶다. <위드, 코로나>라는 책을 10월 말에 낼 계획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려고 시작한 기획인데, 모두 이 시기를 긍정적으로 건너고 있었다. 일반인들의 글로 만든 것이지만 진정성 있고, 좋았다. 나도 함께 참여했다. 이런 작업 역시 계속하고 싶다. 내년에는 시집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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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마을 주민과 함께한 시 창작교실. 주말 클래식 연주회. 정혜신 이명수 초청 마음 읽기 강연.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며칠 뒤에, 그로부터 쪽글을 하나 받았다. 책방에 손님을 두고 나와 소나무 숲을 산책한 뒤 적은 단상은 에세이인 듯하지만 편지처럼 읽힌다. 제목이 ‘서점의 언어’였던가.

‘(…) 그들이 떠난 후에야 나는 안으로 들어왔다. 그제야 세상이 편해졌다. 책방에서의 언어, 책방에서의 대화가 나를 행복하게 했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손님은 종일 그들이 전부였다.’
 
목소리 큰 중년 남녀들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 이야기로 열을 올린 날이었다. 세속의 언어와 자연 속 책방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그날 맞은 유일한 손님 이야기를 곁들여 말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는 것. 속세의 언어로 말한다면 그조차도 걸리는 게 많고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시골책방의 언어로는 걸릴 것이 없어 보인다. 온전히 맨살, 맨 모습으로 세상을 대면해서가 아닐는지….

임후남의 시골책방을 드나들다 툭 질문을 던져본다. 그러니, 너에겐 무엇이 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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