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암은 부인암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암에 속한다.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7년도 암등록 통계자료에 따르면 2,986명이 자궁내막암을 포함한 자궁체부암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자궁내막암은 전체 여성암 발생률 중 10위 정도이지만 이 병에 걸린 여성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일명 ‘선진국형 암’으로 불리는 자궁내막암에 대해 자궁내막암 명의인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물었다.
자궁내막은 자궁을 둘러싼 얇은 조직이다. 이 조직이 일정 기간 점점 두꺼워졌다가 수정란이 착상하지 않으면 자궁에서 떨어져 생리혈이 된다. 생리혈의 대부분이 자궁내막 조직이다. 자궁내막암은 이 자궁내막에 생긴 암을 말한다.

암은 우리 몸 장기에서 증식이 활발한 조직에 잘 발생한다. 자궁내막 역시 호르몬에 따라 자라났다가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 변화 과정 중에 암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자궁내막암은 여성암 중에서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자궁내막암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암 발생 순위 10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이다. 하지만 발병 속도는 어떤 암 못지않게 빠르다. 해마다 여성 전 연령층에서 환자수가 5.5%씩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5~2019년 사이 자궁내막암 환자 추이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대 환자가 5년 동안 145명에서 403명으로 늘어 약 277% 증가했으며, 30대는 799명에서 1,529명으로 증가했다. 삼성서울병원 김태중 산부인과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자궁내막암 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보다 선진화된 미국이나 영국에서 여성이 자주 걸리는 암으로 유방암, 폐암, 자궁내막암을 꼽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궁내막암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미국이나 영국처럼 자궁내막암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특히 20대와 30대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도 눈에 띕니다. 그동안 자궁내막암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많이 발생했지만 이제 젊은 여성들도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 것이지요.”


2010_256_2.jpg


자궁내막암 환자의 90%가 호르몬 불균형

자궁내막암의 발생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암이 발생하는 데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자궁내막은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아 자궁내막이 두꺼워졌다가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을 받아 자궁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에스트로겐이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면서 암을 유발하는 세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자궁내막암 환자의 90%가 이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암이 발생한다.

사회·환경적 변화로 여성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최근 자궁내막암이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이 늦춰진 것, 최근 저출산을 넘어 무출산 시대가 되면서 현대 여성이 출산이나 수유를 경험하지 않는 것도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서구화된 식습관 역시 에스트로겐의 기능을 강화한다.

비만도 자궁내막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만은 체내에 지방세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지방세포는 에스트로겐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방세포가 많을수록 에스트로겐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

자궁내막암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여성이 있다. 생리불순을 겪는 여성이다. 생리불순은 난소에서 배란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소는 배란활동을 원활하게 하면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로몬의 균형을 조율한다. 하지만 배란활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이 균형이 깨져 호르몬에 불균형을 가져온다. 무배란 생리를 하는 여성 역시 배란활동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진다.

 
나머지 10%는 호르몬 불균형과 관계없이 위축성 내막 또는 불활성 내막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암으로 이 경우 분호도가 좋지 않고 예후도 나쁜 축에 속한다.

가족력 역시 자궁내막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50대 이하인 여성이 자궁내막암에 걸리면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없나 살펴봐야 한다.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이 자궁내막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에 걸렸다면 린치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린치증후군은 대장암 유발 유전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높은 유전질환을 말한다. 린치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일반 여성보다 자궁내막암에 걸릴 확률이 20배는 높다.

유방암 치료 후 유지요법을 하는 여성들도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이 높다. 유방암 환자는 수술 및 방사선, 항암요법 등 치료가 끝나면 타목시펜 등 여성호르몬제를 5~10년 정도 복용한다. 이 약제는 에스트로겐처럼 자궁내막을 증식시키는 작용을 한다. 때문에 여성호르몬제를 장기 복용하는 여성은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 꾸준히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2010_256_3.jpg


생리 아닌 이상출혈 발생 시 자궁내막암 의심해야

자궁내막암에 걸린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김태중 교수는 자궁내막암을 의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으로 생리 외 이상출혈을 꼽았다.

“자궁내막암은 다른 암에 비해 증상이 뚜렷한 편이라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출혈이나 질 분비물이 늘었을 때 검진을 받는 여성이 많거든요. 암 조직은 다른 조직보다 부서지기 쉽다는 특징이 있는데 조직이 부서지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폐경 이후 출혈이 발생하는 여성은 반드시 자궁내막암에 걸렸는지 확인해야 해요. 폐경 이후가 아니더라도 생리기간이 아닌데 이상출혈이 생기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산부인과에 가면 초음파 검사로 자궁내막의 상태를 쉽게 볼 수 있어요.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자궁경부암 세포검사에서 자궁내막세포가 우연히 발견돼 자궁내막암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궁내막암 초기는 보통 이렇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이 이미 말기까지 진행됐다면 종괴가 주는 통증이나 압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궁내막암 병기는 수술 이후에 결정한다. 물론 수술을 하기 전에 MRI나 CT 촬영을 통해 전문의가 어느 정도 병기를 예측하긴 하지만 자세한 병기 진단은 수술 이후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궁내막암 1기는 자궁 안에만 암세포가 있는 것을 말한다. 자궁내막과 자궁내막을 벗어난 자궁근층까지 암세포가 있는 것을 1기로 간주한다. 자궁의 몸통을 벗어나 자궁경부 쪽으로 암이 퍼지면 2기로 진단을 받는다. 3기는 자궁 외에 주변으로 암세포가 퍼지는 경우인데 암의 진행 상태에 따라 A, B, C 세 단계로 구분한다. 3기 A는 자궁 옆에 있는 난소와 나팔관까지 암세포가 침범해 있는 상태, 3기 B는 자궁에서 더 내려와 자궁경부와 질 쪽으로 퍼져 있는 상태, 3기 C는 암이 골반이나 대동맥 주변에 있는 림프절까지 침범한 것이다. 암이 자궁을 벗어나 더 멀리 퍼진 경우인 4기는 A, B 두 단계로 나뉜다. 4기 A는 자궁 앞에 있는 방광이나 장 점막까지 퍼진 상태, 4기 B는 그보다 더 멀리 복강 내부까지 전이된 상태를 뜻한다.

암세포가 자궁 내에만 있는 초기라면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수술치료는 자궁절제술과 난소, 나팔관 등을 절제하는 수술을 말한다. 수술 도중에 림프절 역시 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같이 절제한다. 이를 감시림프절 절제술이라고 하는데 MRI나 CT 상에서 확인할 수 없는 암세포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술이다. 자궁내막암은 수술 외에 추가적 보조치료가 병행되기 때문에 림프절 전이 여부를 아는 것이 필수다. 때문에 림프절을 소량 잘라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암의 전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기의 경우 수술치료를 하게 되면 근치적 자궁절제술을 받게 된다. 이는 자궁과 자궁경부뿐 아니라 자궁경부 앞에 있는 방광과 뒤에 있는 직장으로 가는 신경이 어느 정도 손상될 위험이 있어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암이 이보다 더 퍼져 있다면 수술보다 방사선 치료를 먼저 진행한다.


2010_256_4.jpg




출산 계획하는 자궁내막암 환자는 호르몬치료 선행

환자가 40대 중·후반이고 출산을 이미 경험했다면 자궁절제술이나 난소절제술을 받는 것이 우선이지만 아직 환자가 출산 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이라면 수술 대신 호르몬치료를 먼저 하고 난 뒤 출산 후 자궁과 난소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궁내막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요. 덩달아 아직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 중에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늘어났죠. 젊은 여성들 중에 자궁내막암 초기로 진단 받은 경우 호르몬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호르몬치료를 받으려면 암세포 크기도 작아야 하고 세포의 분화도도 좋아야 합니다. 암이 자궁 외 장기에 퍼지지 않아야 하고요. 호르몬치료는 치료 경과도 꽤 좋은 편입니다.”

젊은 여성이 초기 암 진단을 받고 호르몬치료를 통해 암을 없애는 데까지 성공했다고 하자. 그래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치료 후 에스트로겐에 노출되지 않는 상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이미 결혼을 해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유지요법을 통해 에스트로겐을 차단해야 한다. 이 유지요법은 피임을 유도하기 때문에 임신 준비와 병행할 수 없다. 때문에 자궁내막암 환자가 치료 후 임신을 원한다면 전문의와 상의한 뒤 임신 계획을 잘 설정해야 한다. 김태중 교수는 “최근 난임 시술이 굉장히 좋아져서 적극적으로 임신 시도를 하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아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다. 자궁내막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95.7%로 높고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이지만 전이가 되면 생존율은 32.6%로 떨어진다. 또한 전이가 된 경우 쓸 수 있는 약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이 생긴다. 난소암이나 자궁경부암 등 다른 여성암에 비해 신약 개발도 더딘 편이다. 때문에 재발을 막기 위한 환자 스스로의 노력뿐 아니라 암을 이기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 역시 치료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김태중 교수는 암을 극복하려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60대 중반 환자를 예로 들었다.

“이 환자분은 6년 전에 저랑 처음 만난 분이에요. 다른 병원에서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고 자궁절제술을 받고 오셨어요. 그런데 암이 자궁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 고관절에도 전이가 된 게 발견됐어요. 병기로 치면 ‘4기 B’에 해당하는 거죠. 그래서 항암치료를 했는데 항암치료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없어요. 호르몬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다가 고관절 뼈가 부러질 위험이 있어서 정형외과 전문의 도움으로 두어 번 정도 절제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2년 잘 지내다가 암세포가 폐로 전이된 게 발견됐어요. 그래서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폐 절제술을 받았어요. 사실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인데 환자분이 치료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에요. 환자 보호자도 환자를 잘 간호하고 있고요. 지금도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고 있어요. 이런 환자들을 보면 병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관련기사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