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김미화가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최종 합격했다. 일각에서는 ‘친여 방송인’이라 낙하산 인사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김미화를 직접 만나 여론에 대한 솔직한 소회와, 향후 대표이사로서의 목표와 포부를 들어봤다.
“고맙습니다. 일복이 터졌습니다.”

취임 축하인사를 건네자 전화기 너머로 김미화가 웃으면서 말했다. “매일 안산에 있으니 언제든 들르라”는 인사에, 출근 3주 차에 접어드는 날 집무실을 찾았다. 아직은 어색한 듯 건넨 명함에는 그의 이름과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그는 요즘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용인 집에서 안산 집무실까지 오가는 길이 만만하지 않지만 아직은 힘듦보다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설렘이 크다.

“이런 생활이 처음은 아니에요. 개그우먼 되기 전에 관광회사 경리사원을 한 6개월 했었어요. 스무 살도 되기 전이었는데 엄마가 여자는 그저 직장생활 하다가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가는 것이 좋은 거라고 하셔서.(웃음) 행정직은 처음이지만 이런 규칙적인 생활이 힘든 건 아니에요. 제가 조금 노력형 인간인데요. 따져보니 라디오를 20여 년 진행했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제가 지각을 하거나 펑크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그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생활한 것이 알게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던 모양이에요.”


낙하산 인사 특혜?
세상이 변했다는 증거
 


안산은 김미화의 연고지가 아니다. 어떻게 안산문화재단과 인연이 닿게 되었는지 물으니 ‘416합창단’ 이야기를 꺼냈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단원고 학부모와 시민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이다.

“제가 어떤 행사에 사회를 봤는데 그분들이 게스트로 나오셨어요. 무대에 올랐던 한 엄마가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이라는 책을 집으로 보내줬어요. 그분들의 사연이 담긴 책인데, 제목부터 너무 슬프잖아요.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이 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러면서 안산이라는 데를 찾아보게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여기 공모가 있더라고요. ‘한번 해볼까?’ 했더니 남편이 ‘부인은 잘할 수 있소’라며 힘을 넣어줬어요. 부랴부랴 원서 써서 남편이 대신 접수해줬어요. 저는 차 안에 숨어 있었고요. 김미화가 응시했다가 떨어졌다고 소문나면 쪽팔린 일이잖아요.”(웃음)

김미화의 이번 인사를 두고 ‘친여 방송인의 낙하산 인사’라는 말도 있다. 배우 김부선은 본인의 SNS에 “정우성이 남우주연상 받고 김미화가 안산에서 무슨 완장 차고, 이런 뉴스 보고 나면 지독한 위화감, 자괴감에 서글프다. 서울시에서는 ‘난방투사’(김부선의 별명)에게 부시장 자리 정도는 주셔야 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남기며 공개 비난했다.

“제 주변에는 축하해주는 분들만 있었어요. 절 모르는 분들이 저를 평가하는데 저에 대한 평가는 아는 사람이 해야죠. (김부선 발언에 대해) 아무런 만남도 교류도 없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에는 굳은살이 박혔어요. 남들 시선이나 평가에서 해탈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했고요.”
비판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두고 세상이 변하지 않은 것 같냐 질문을 던지니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상은 변했어요. 몇몇 사람들이 안 변한 것뿐이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관습과 관행이 있었다면 제가 어떻게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겠어요. 저는 도전하고 성취했어요. 만약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게 낡은 것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런 일(대표이사 취임)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을 거슬러 본인이 처음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됐을 때도 똑같았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때도 세상은 참 어두웠습니다.(웃음) ‘개그우먼이 보도국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해? 그것도 단독으로?’라며 결정권자가 안 된다는 한마디를 하면 끝나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그것이 실현됐어요. 똑같은 거라고 봐요. 그런 틀을 깨는 것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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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국제거리극축제 등 문화 인프라 많은 안산
초심 잃지 않고 과정 즐길 것
 


김미화는 성실하게 그리고 부지런하게 대표이사의 역할에 임하고 있다. 덕분에 업무 파악도 빠르게 끝냈다.

“재단의 규모에 깜짝 놀랐어요. 단원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 인프라가 많고 선사시대 공룡 발자국 같은 천혜의 자연도 많아요.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기록을 보고 있는데, 16년 동안 안산을 대표하는 대단한 행사더라고요. 올해는 코로나로 못하고 내년을 기획하고 있는데, 이 축제의 총지휘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는 본인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은 결국 시민들이 활용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코미디와 궤를 같이하는 것 같다고. 11년째 운영하고 있는 용인의 카페 ‘호미’의 경험도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공연문화예술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창의혁신형 사회적기업 ‘순악질’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김미화만이 갖고 있는 콘텐츠다.  

“앞으로 2년이라는 시간을 여기서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남편과 논둑길을 어슬렁거리면서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고민하고, 함께 낙엽이 지는 걸 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뒤로하고 선택한 일이거든요. 이제 50대 끝자락에 접어드는데, 돈 주고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생을 대중예술과 함께한 사람으로서 11년 동안 카페 호미 앞마당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해온 경험이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일입니다.”

가족의 든든한 지원도 그에겐 중요하고 소중한 부분이다. 재단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데는 미국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두 딸 그리고 남편 윤승호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교수의 든든한 지원이 큰 힘이 됐다. 현재 두 딸은 카페 ‘호미’와 사회적기업 ‘순악질’ 운영을 맡아서 돕고 있다. 이 모든 행보를 함께해온 남편은 모든 것을 상의할 수 있는 든든한 존재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꼭 지키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웬만해서는 초심이 변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여태 살아온 게 그랬던 것 같아요. 코미디를 하더라도, 늘 말씀드리는 건데 과정을 즐겨요. 다 성취하고 나면 재미가 없어요. 개그콘서트 만들 때도 힘들고 고되지만 후배들과 연습실에서 으으 하며 만드는 것이 좋았어요. 안산에는 축제를 비롯한 재미있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요.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데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과정을 즐기면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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