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는 자궁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아몬드 모양으로 생긴 장기를 말한다. 다른 장기에 비해 크기가 작기 때문일까. 난소에서 생기는 건강 이상은 딱히 이렇다 할 증상이 없다. 증상이 없지만 치명적이다. 부인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치명적인 난소암에 대해 난소암 명의인 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의 박상윤 교수에게 물었다.
‘평소같이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난소암 환자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다. 난소암은 따로 증상이나 신체적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난소암을 ‘침묵의 살인자’라는 다소 무서운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다.

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 박상윤 교수는 난소암 환자 70%가 병기가 진행된 3기, 4기쯤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난소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을 느껴서 병원에 올 때 이미 병기가 꽤 진행된 경우가 많아요. 난소암 증상 중에 불규칙한 모양의 혹이 만져지거나 복수가 차서 복부팽만, 체중 변화가 있습니다. 또 복부팽만감, 압박감, 통증, 구토 증상, 월경불순, 변비, 빈뇨, 생리통, 성교통 역시 난소암의 증상 중 하나죠. 이 증상들은 난소암뿐 아니라 다른 병에 걸렸을 때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난소암을 의심하기에는 애매해요. 대개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드물게 종괴가 파열되거나 꼬여서 응급수술을 받다가 암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난소암은 부인암 중 약 20%의 비율로 발생해 발병률 8위에 해당하지만 사망률은 1위다. 국가암등록통계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62.1%로 자궁경부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다른 여성암보다 생존율이 현저하게 낮다.
 
 
상피성 난소암, 난소암의 80%로 가장 많아
 
난소암은 여성생식기인 난소에 발생하는 암이다. 난소는 매달 난자를 생산하는 배세포, 여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기질세포, 난자를 싸고 있는 상피세포로 구성된다. 난소암은 어떤 세포에 발생했느냐에 따라 구분되는데 배세포종양, 기질세포종양, 상피성 난소암 등으로 구분된다. 다른 장기에 생긴 암이 난소로 옮아온 전이성 난소암도 포함된다. 세포의 각 모양에 따라 분류하면 난소암의 세부 종류는 30가지 이상이라 암 중에서도 복잡한 암에 속한다. 그중 상피성 난소암이 80% 이상으로 가장 많다.
 
난소암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난소암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난소암은 대체로 배란을 많이 한 여성에게 발생합니다. 배란 과정에서 난소의 상피세포가 손상되었다가 다시 복구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이상 복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상피성 난소암이 발생할 수 있지요. 정리하면 총 배란주기가 많을수록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요즘 같은 경우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으로 인해 초경 연령이 어려지고 폐경 연령이 늦어지고 있어요. 그러면 자연히 배란 횟수가 늘기 때문에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도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한 연구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4명 이상 출산한 여성에 비해 난소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2.4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 기간이 5년 이상인 여성도 1년 이내였던 여성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2.7배 더 높다.
 
최근에는 난소암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졌다. 난소암 환자의 연령대가 5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20대와 3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난소암을 진단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으로 병원에 온 20~30대 환자는 2015년 2780명에서 2019년 4517명으로 5년 사이 약 60%가 증가했다. 그 외에 석면에 과다 노출되면 여성이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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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 박상윤 교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난소난관절제술 등으로 반드시 예방해야
난소암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가족 중에 암을 겪은 경험이 있는 난소암 환자는 전체의 10% 정도. 유전성 난소암의 경우 BRCA1, BRCA2 등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약 28~44%,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56~87%에 달한다.

BRCA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술을 받은 사연이 이와 관계있기 때문이다. 졸리는 할머니, 이모, 어머니 등 가까운 가족들이 모두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이른 나이에 사망하자 BRCA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이후 암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유방절제술과 난소절제술을 받은 것은 유명하다.
 
난소암의 유전성은 난소암에 걸린 가족 구성원의 촌수와 환자 수로 결정한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어머니와 자녀, 자매 중 두 명의 환자가 있는 경우다. 이 경우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35~40%에 달한다.
 
가족이 난소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소장암 등을 앓은 적이 있는, 이른바 린치증후군에 속하는 여성들 역시 주의해야 한다. 린치증후군일 경우 일반인에 비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적어도 3배 이상 증가한다. 유전적인 위험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해야 한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권합니다. 2012년부터 유전자 변이로 인한 난소난관절제술은 보험급여가 되고 있어요. 최근 해외에서는 BRCA 외에도 MLH1, MLH2, PMS2, PMS6 등 생식세포 변이를 가진 경우에도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권하고 있어요. 암 가족력이 있는 분들은 꼭 전문가와 면담할 것을 추천합니다.”
 
난소암은 수술로 병기를 결정한다. 수술장에서 의심되는 조직을 제거한 다음 현미경으로 암조직이 있는지, 어떤 종류인지를 확인한다. 이때 병기와 수술 범위, 수술 후 추가로 진행할 항암요법이 결정된다. 분화도(정상세포와 암세포가 얼마나 차이 나는가를 비교하는 기준)가 좋은 1기 초의 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술 후에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난소암 역시 수술을 진행한 다음 항암치료를 받는다. 환자가 전신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심장질환, 호흡기질환 같은 내과적 질환을 앓거나 복강 내 질환의 상태가 수술 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항암치료를 먼저 받을 수 있다. 이를 선행항암화학요법이라고 한다.
선행항암화학요법은 먼저 항암치료를 받은 다음 수술을 받고, 다시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을 말한다. 이 치료법을 쓰는 환자의 경우 대체로 항암치료제를 3회 정도 투여한 뒤 종양이 줄어들었는지 종양표지자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난소암 환자의 경우 CA125라는 종양표지자검사를 하는데, 이는 혈액을 통해 악성종양으로 생기는 물질이 증가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말한다. 대체로 수치가 35 이하일 때 정상으로 본다.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쓴 환자는 항암치료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종양감축수술을 받아야 한다. 항암 이후 남아 있는 종양은 항암제에 저항성이 있는 암일 가능성이 높아 수술로 반드시 제거해야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3기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선행화학요법 이후 종양감축수술을 할 때는 하이펙(HIPEC)이라고 불리는 온열 항암 요법을 시행해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박 교수는 “최근 난소암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 외에 여러 종류의 표적치료제가 소개되고 있다”며 “치료 결과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난소암은 재발이 잦은 암 중 하나다. 국립암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1기와 2기인 초기에는 난소암의 10% 정도가 재발하지만 3기, 4기인 경우에는 약 75%로 재발 확률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때문에 난소암을 발견했을 때 적극적으로 수술 치료를 시행해 잔류 종양을 최대한 없애 다음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좋다. 만약 재발이 되더라도 잔류 종양이 최소화된 경우라면 치료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요즘은 항암치료, 수술, 방사선 치료 외에도 신생혈관억제제, PARP저해제, 면역관문억제제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습니다. 전문가와 잘 상의해서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운다면 재발하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난소암은 배란 횟수와 연관이 있는 만큼 배란 횟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다. 임신과 출산을 한 번 겪으면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30~40%가량 줄어든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임약을 먹으면 배란이 억제되기 때문에 임신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5년 이상 꾸준히 먹으면 난소암 발생 가능성이 7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피임법 중 자궁관 두 곳을 묶어 고리를 끼우는 난관결찰을 시행했을 때도 난소암 발생률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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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아몬드 모양으로 생긴 것이 난소다.

난소암에 걸리면 임신할 수 있을까
 
모유수유를 하는 것도 난소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 4월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회지 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9973명의 난소암 환자와 1만 3843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유수유를 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난소암 발병 위험을 조사했다. 그 결과 모유수유를 한 여성은 하지 않은 여성보다 경계성 난소 종양은 28%, 침윤성 난소 종양은 24% 정도 발생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유수유 기간이 길수록 발생 위험은 더욱 낮아졌다. 모유수유 기간이 3개월 미만일 때는 난소암 발병 위험이 18% 감소하는 데 비해 12개월 이상인 경우는 34%나 줄었다. 모유수유를 짧게 해도 난소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난소암에 걸리면 임신 가능성이 사라질까?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이런 점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암의 위치 때문에 건강한 상태보다 임신 가능성이 줄어들긴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난소암에 걸리면 임신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수술로 난소, 난관, 자궁 등을 절제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 난소의 기능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초기 난소암 환자는 가임력 보존 수술을 받을 수 있어요. 항암 이후에도 출산에 성공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서 병기에 따라 가임력 보존수술을 할 수 있어요.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박 교수는 임신 중에 난소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임신 16주 차에 난소 종양을 제거한 뒤 난소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 당시 뱃속에 이미 아이가 커가고 있는 상황이라 수술 치료를 진행할 수 없었다. 박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항암제 치료를 하며 임신 8개월까지 버텼다. 그리고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꺼내면서 동시에 난소암 수술을 해서 암세포를 대부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도 산모와 태아 모두 건강했다.
 
“이 경우는 임산부가 난소암 진단을 받은 경우라 수술적 치료를 선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항암치료로 병변을 줄이면서 시간을 벌 수 있었어요. 지금 두 사람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휴대폰 속 사진을 꺼내 보이며) 이것 보세요. 그때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어요. 난소암이 사망률이 높은 암이라고 해도 잘 치료받으면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와 환자가 그 증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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