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연 카운트다운을 해놨어요. 이 작품이 끝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쉬워요.”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 여섯 번 오른 티파니 영이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티파니 영은 매일 록시로 지내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
 
소녀시대 멤버 겸 솔로 가수인 티파니 영이 뮤지컬 배우가 됐다. 뮤지컬 문외한들도 한 번쯤은 들어본 너무나 유명한 작품 <시카고>를 통해서다. 지난 2000년 국내 초연한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관능적인 유혹과 살인이라는 테마를 잘 녹여낸 작품이다. 16번째 시즌이 7월 1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선보이고 있다.
 
티파니 영은 애인에게 배신당하지만 섹시하고 순수하며 밝은 매력의 젊은 여성 록시 하트 역을 맡았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결과다. 티파니 영은 오디션을 위해 옥주현을 비롯한 많은 선배들에게 지도를 받았다. 혹독하고 엄격한 선배들의 가르침에 또 한 명의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가 탄생하게 됐다. 
 
“제가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본 작품이 <시카고>예요. 한국에서 다시 본 다음 ‘언젠가 나도 30대가 되면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꿈에 그리던 작품이에요.” 여섯 번째 무대를 마친 4월 중순,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티파니 영은 사랑에 푹 빠진 얼굴로 <시카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 10년 만의 뮤지컬 무대  
 
티파니 영은 <시카고>가 본인의 운명이라고 했다. 그렇게 본인이 좋아하던 작품에 출연하게 됐으니 모든 것이 즐겁고 좋다는 말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학생처럼 작품을 열정적으로 해석하고 공부하면서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얼마 전 소녀시대 멤버들이 공연 관람 인증샷을 올렸더군요. 제가 엇박으로 춤추는 걸 보고 너무 감동했대요.(웃음) 효연이가 저의 “피땀눈물이 보이는 무대”라고 칭찬해줬어요. “티파니, 이제 댄스해도 되겠다”고 이야기해줘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역시’라는 사람들의 말이 너무 좋아요. “역시, 괜히 걱정했어 파니”, “너무 잘했어”라고 툭 던져주시는 말이 너무 좋아서 그날 밤은 잠을 못 자요.(웃음) 
 
정말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올랐어요. 10년 전이랑 비교했을 때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일단 한국어 공부를 정말 많이 했고, 3개월간 리허설하는 과정에서 유연성 훈련을 많이 받았어요. 순간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유연성이 생긴 것 같아요. 공연 끝나자마자 노트를 받아요. 왜 틀렸을까, 오늘은 왜 연결이 안 됐을까 집에서 고민하고, 또 바로 다음에 수정할 수 있는 것이 뮤지컬의 매력인 것 같아요. 
 
긴 호흡의 뮤지컬 무대는 3분 내외의 가수 무대와 완전히 다르죠?  매일매일 느끼는 포인트예요. 가수 활동을 할 때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뮤지컬은 스토리텔링에 충실하다 보니 다른 생각이 안 나요. 조금 더 차분해진 것 같아요. 내 몸이 악기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스토리를 정확하게 해내려고 노력해요.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그때 기분 어땠어요? 저 울었어요.(웃음) 울면서 수영이한테 전화했어요. 최종 오디션 들어가기 전에 (수영의 친언니인 뮤지컬 배우) 수진 언니, 옥주현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선배님들의 좋은 기운과 엄격한 레슨을 받으며 오디션을 잘 치렀거든요. 속으로는 ‘아임 록시!’ 하고 소리쳤죠.(웃음)  
 
<시카고>는 오랫동안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에요. 롱런의 비결은 탄탄한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저는 2009년에 처음 봤어요. 20대 때 봤을 때는 핑크빛 안경으로 로맨틱하게 봤어요. 지금은 작품 전체의 스토리라인이나 안무, 디테일, 조명 디렉션까지 모든 게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어요. 대사뿐 아니라 음악, 스테이지의 움직임까지 마음으로 다가왔어요. 너무 다크한데 재미있고, 섹시해요. 시각적인 섹시함이 아니라 위트가 있어서요. ‘어, 내가 조금 성숙해졌나?’ 생각이 들었어요. 
 
록시 하트는 애인에게 배신당한 인물이에요. 어떻게 해석했고, 또 표현하고 있나요. 기존에 록시가 도발적이었다면 저는 순수한 록시예요. 저의 성격을 보고 연출들이 그걸 제일 많이 강조하면서 연기 디렉션도 그쪽으로 유도했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하라고, 디렉션을 좀 더 디테일하게 줬던 것 같아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록시 하트는 연예인과 닮은 점도 있어요. 연예인으로서도 공감하지만 사람으로서도 누구나 록시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우리 모두가 겪은 애정결핍 탓이에요”라는 대사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록시일 것 같아요. 
 
 
록시 하트와 본인이 닮은 점이 있나요? 악의적으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요. 절대로요. 누구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지 않아요. 물론 살면서 누구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녀의 행동에는 악의가 없어요. 그 점이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저랑 안 닮은 부분은, 록시는 ‘센터병’이 너무 심해요.(웃음) 흔히 말하는 관종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는 제 차례가 아니면 욕심내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티파니 영은 평소 열정 캐릭터로 유명하죠. 뮤지컬 연습 과정은 어땠어요? 그동안 답답해하고 화를 내거나 울었던 걸 생각해보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고 작품이기 때문이었어요. <시카고>는 오랫동안 팬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애정을 담아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가끔 화도 내고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게 과정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울거나 속상하면 두려웠어요. 감정을 컨트롤 못해 그날의 컨디션을 망치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선배님들 믿고 더 잘할 수 있었던 연습 과정이었어요. 
 
오디션에 도움을 준 옥주현,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아이비 등 뮤지컬 배우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선배들이 많아요. 본인도 뮤지컬 배우로 발돋움할 계획인가요? 네. 워낙 좋아하는 장르예요. 브로드웨이 가면 짧은 시간 안에 네다섯 편 챙겨서 봐요. 제가 가수로서 꿈을 갖게 된 게 디즈니 공주 노래 때문이거든요.(웃음) 그런데 디즈니 음악은 뮤지컬 베이스의 클래식이에요. 덕분에 제가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 <위키드>의 글린다,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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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시대 티파니에서 티파니 영으로 
 
티파니는 작년부터 티파니 영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동명 티파니에 본명 황미영의 영을 따서 붙인 새로운 이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그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 후 홀로서기를 하는 중이다. 열아홉 살에 소녀시대라는 이름으로 가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기게 됐다. 그사이 소녀시대는 데뷔 15주년을 맞았다. 

소녀시대 데뷔 15주년과 5,000일을 맞았어요. 아직 15년밖에 안 됐어요.(웃음) 해가 갈수록 뿌듯해지고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안 보이는 곳에서 저희끼리 많은 걸 고민하고 서로 어드바이스를 해주면서 발전하고 있어요. 이 시간도 너무 소중해요. 언젠가 보여드릴 수 있는 자리나 무대 기회가 오면, 저희를 보시면서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열아홉 소녀가 서른을 훌쩍 넘겼네요. 요즘 ‘삼땡’이라는 말을 배웠어요.(웃음) 한 2년 전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저의 30대 커리어를, 첫 주연 작품을 <시카고>로 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앞자리가 또 바뀌는 날이 와도 <시카고> 덕에 30대는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나이가 달라지면서 생각이나 태도도 많이 달라졌죠? 변화에 두려움은 없어요. 사람은 당연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픈 마인드, 오픈 아이즈, 오픈 이어즈, 오픈 하트로 사는 게 제 모토가 된 것 같아요. 그동안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에 연습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열린 마음으로 임하게 돼요. 유연성이 있어야 더 멋진 퍼포먼스도,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티파니 영을 성장시켜준 것은 뭔가요. 건강한 음식을 먹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의 루틴이었다면 요즘은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상담 치료를 받았는데요. 좋은 음식을 먹고 PT를 받는 것처럼 마음에 건강함을 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30대를 기대하나요? 제가 <섹스 앤 더 시티>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30대는 멋지고 시크하고 쿨하고 재미있고 도전정신이 강해지고 더 용기 있는 나이인 것 같아요.(웃음) 그런 저와 제 주변을 기대하고 있어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게 많아지는 반면에 소심해지고 있어요. 그래도 멋진 30대를 보내야 더 멋진 40대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시카고>에 함께 출연하는 (박)건형 선배가 무대가 끝나면 “오늘 좋았어. 내일은 더 좋을 거야”라는 멋진 말을 해주세요. 그 말이 참 와 닿았어요.
 
꿈꾸는 걸 놓지 않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어렸을 때는 뭔가 하고 싶은 게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걸 놓지 않는 게 꿈인 것 같아요. 많이 지쳐 있을 때 책을 읽었는데요. 주로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 대기업 회장님들, 여성 리더들의 자전적인 글을 읽는데 모두가 고비도 있고 고난도 있더라고요. 끈기 있게 해내는 게 꿈을 이루는 거라는 걸 알았어요. 어릴 땐 그저 창문을 바라보며 디즈니 공주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면, 이제는 액션으로 옮기는 것을 더 하려고 해요. 그게 진짜 꿈을 이루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티스트 티파니 영의 최종 목표는 뭐예요? 제가 부르는 곡이나 선택하는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힘을 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음악과 영화, 뮤지컬을 통해 큰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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