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사진촬영을 하던 윤다훈이 모니터 속 본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라도 만난 듯 한참을 바라보더니, 금세 묘한 표정을 지었다. 58년이라는 시간이 담긴 본인의 얼굴이 제법 마음에 드는 눈치다.
 
“얼굴에 세월이 묻어나잖아요. 제 얼굴도 세월에 맞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구나 싶어서 뿌듯하고 좋네요. 프로필 촬영이 정말 오랜만인데 되게 새로워요. 저도 이제 오십 대를 지나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으니까 이게 내가 살아온 모습인가 싶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이요? 좀 감동했어요.”(웃음) 
 
컬러감이 돋보이는 캐주얼한 스타일링을 한 윤다훈이 기분 좋게 웃었다. 의상도 직접 고르고, 헤어도 직접 했다는 그에게선 ‘기러기 4년 차’의 궁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군살 없는 몸매에 잘 관리된 피부까지, ‘꽃중년’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실물이 훨씬 젊으시네요. 키도 크시고요. 제가 예전부터 카메라 잘 안 받기로 유명해요.(웃음)  
 
자기 관리 열심히 하시나 봐요. 평생 몸에 뱄어요. 먹는 양이 적어요. 오래전에 선배님들이 “살이 찌면 배우가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물론 캐릭터에 따라 달라져야겠지만, 일상에서는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요즘은 집 앞에 잠깐 나갈 때도 갖춰 입고 나가요. 트레이닝복을 입고 마트에 갈 때도 이왕이면 색이라도 맞춰 입으려고 하고요. 
 
그래도 ‘이제 정말 중년이다’ 생각 들 때 있으시죠? 몸에 대한 변화를 느끼죠. 좌식으로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아이구’ 소리를 낼 때나, 약을 열 몇 알을 먹을 때요.(웃음) 확실히 느려지는 것 같아요. 몸이 느려지고 반응도 늦고요. 매일 집 뒤에 있는 산에 오르는데, 큰 산이 아니라서 천천히 주변을 보면서 무리가 가지 않게 다녀요. 


#진짜 어른, 중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들린다”
 
윤다훈은 최근 중년을 콘셉트로 한 파일럿 관찰 예능 (MBC)에 출연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멋진 형님들의 라이프를 통해 삶의 노하우를 배우고,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다. 박상원, 전광렬, 김유석이 함께 출연해 ‘중년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줬다. 
 
관찰 예능은 첫 출연인데, 어떠셨어요? 행복하고 재미있었어요. 오래전 시트콤을 할 때 또 다른 저를 발견했거든요. 당시 “윤다훈이 이렇게 애드리브를 잘해?”라는 칭찬도 많이 들었어요. 이번에 예능을 하면서 “윤다훈 죽지 않았구나?”라는 말을 들었어요.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그동안 왜 예능에 출연을 안 하셨나요. 두려움이 있었어요. 아주 오래전에 드라마를 많이 할 때는 예능에만 집중하게 될까봐 안 했어요. 김수현 작가님이 “배우는 연기로 시청자를 만나고 관객을 만나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그 말이 맞았어요. 1990년대 초반이었고, 코미디 프로를 하면 연기할 때 리얼리티가 아무래도 떨어지니까요. 연기로만 승부하자는 마음이 컸었죠. 
 
중년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니 어떻던가요. 박상원, 전광렬, 김유석 모두 친했어요. 같이 작품도 했고, 촬영 끝나면 소주 한잔 마시고 행복해하고 그랬던 사이죠. 그런데 저마다의 사생활은 몰랐거든요. 녹화하면서 다들 재발견을 했어요. ‘이 선배는 이런 게 있구나’, ‘저 형은 저런 게 있구나’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고 잘한 것 같아요. 다들 연기하는 모습만 보다가 일상 깊이 들어가 보니까 아빠고 남편이고, 애 같은 남자구나 느꼈어요. 
 
 
와인을 즐기는 모습이 공개됐어요. 제가 와인, 소주, 막걸리, 고량주 등 술을 다 좋아해요.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술자리를 좋아해요. 인연에 대한 소중함이 좋고요. 친구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죠. 자주는 아니지만 만나면 흥겹게 수다 떨면서 재미있게 보내는 술자리가 있어요. 
 
어른이 된 윤다훈, 무엇이 달라졌나요. 젊었을 때는 귀가 안 좋았던 것 같아요. 노안도 있었던 것 같고요. 안 보이고 안 들렸거든요. 이제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잘 들려요. 전에는 제가 다 맞고, 주변 사람들은 다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다 맞아요. 귀를 많이 열었어요. 주변의 지인들은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들이란 걸 이제는 알아요. 
 
배우로서도 달라진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달라졌어요. 작년에 드라마를 할 때, 활동하느라 바쁜 젊은 친구들을 보면 왜 그러지? 주변을 챙기고 돌아보면 좋을 텐데 싶어요. 그런데 저도 그랬었으니까 어떤 상황인지는 알지만요. 후배들을 많이 북돋워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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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그리고 가족  
“3월 유튜브 채널 론칭 예정… 7월 큰딸 결혼식” 
 
애주가답게, 윤다훈은 나이가 드는 것을 술에 비유했다. 술은 오랫동안 발효가 되고 숙성이 되어서 하나의 완성체가 되었을 때 병에 들어가는데, 본인 역시 오랜 시간 숙성되고 발효되어 병에 들어가기 직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나 태도가 성숙해졌다는 말이다. 새로운 시도에 마음이 열리고 유연해진 것도 시간이 선물한 자연스러운 변화다. 윤다훈은 요즘 유튜브 채널과 식품 론칭을 앞두고 있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주변에서 제안이 많이 들어왔는데 용기도 나지 않고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머리 아플 것 같은데 하면서 넘겼어요. 이상훈이라는 후배와 같이 골프 채널 유튜브를 만들게 됐어요. 술자리에서 하자고 이야기가 됐는데, 기획, 촬영 스태프들 구성이 빨리 됐어요. 3월에 정식 오픈 예정이에요. 
 
어떤 콘텐츠인가요. 남자들의 수다예요. 골프 채널이고, 지금 생각하는 채널명은 ‘윤다훈의 19홀’. 저랑 이상훈이 고정 출연자고 매번 연예인 게스트와 기업인 게스트가 출연해요. 18홀까지 라운딩을 끝내고 19홀에서 게임도 하고 토크도 하는 콘셉트예요. 김민종, 이재룡, 이정진, 우지원, 주영훈, 임창정까지 친한 지인들이 섭외에 흔쾌히 응해줘서 시즌1 섭외가 다 끝났어요. 유튜브 골프 채널이 몇 개 있는데, 배우가 하는 건 저희가 처음이에요. 좋은 토크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골프를 즐기시는군요.  홀인원 두 번 했어요. 작년 11월 23일 두 번째 홀인원을 하고 좋은 기운을 느끼고 있어요. 축구와 야구를 해봤는데, 부상의 위험이 있더라고요. 등산이랑 골프가 안전하고 편안한 스포츠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시간을 잡고 싶은 마음이 ‘느리게, 느리게’로 되는 것 같은데, 천천히 느리게 가면서 제 인생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스포츠라 좋습니다.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큰딸 남경민 양의 결혼 소식을 들었어요. 올해 서른네 살이에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어요. 작년에 결혼식을 하려고 날짜를 잡았는데 코로나로 두 차례나 미뤄져서 이번 7월에는 결혼식을 올리려고 해요. 
 
예비사위는 어떤 사람인가요. 술자리가 즐거운 편이라 딸과 마시는 술자리가 즐거워요. 예비사위랑 셋이 소주도 한잔씩 마셔요. 연기를 하는 친구라 이것저것 말을 많이 해줘요. 
 
기러기 아빠 생활은 어때요? 코로나 때문에 못 본 지 일 년이 됐어요. 딸이 올해 열세 살이에요. 마지막에 올 때 공항에서 엄청 울었어요. 너무 펑펑 우니까 그 모습을 보고 집사람도 울고, 비행기 타고 오는데 눈물이 흐르고 그랬어요. 매일 한두 번씩은 영상통화를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지금 윤다훈의 목표나 꿈은 뭔가요.행운도 준비된 게 있으면 와요. 지금 이 상태의 저의 모든 것이 좋아요. 부모님이 연로하시긴 하지만 건강하신 편이고, 아내와 딸이 외국에 있지만 열심히 잘해주고 있어요. 큰딸도 좋은 남자 만나서 잘하고 있어요. 인생의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지만, 앞이 안 보이는 도전이 아니라 주변에서 함께 도와주고 걱정해주는 앞이 보이는 도전을 하니까 좋아요. 연기는 원 없이 해왔고, 또 하고 있으니까 예능에 대한 재발견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많은 사랑을 받았듯이,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랑이 그립기도 해요. 과한 것은 원하지 않아요. 지금이 행복하지만 그래도 예능을 통해 “얘가 이것도 잘하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능이 목표인 거네요? 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건 말하는 거예요. 재미있게 말하는 토크는 자신 있어요. 관찰 예능 ‘오팔’ 섭외가 들어왔는데 1%의 고민도 안 하고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시대가 변하고, 윤다훈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시지 않더라도 강제로라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만 보이는 배우가 아니라 일반인과 같이 일상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관찰 예능? 오케이! 뭐 해줄까? 다 해줄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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