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불리며 등장한 김태리는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못 보던, ‘신선한 얼굴’의 김태리는 ‘충무로 대세’가 되어 믿고 보는 배우로 훌쩍 성장했다.
 
영화 <아가씨>, <1987>, <리틀 포레스트>. 그리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데뷔작 이후 줄곧 ‘흥행불패’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김태리가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추가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이후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승리호>다.
 
알려진 대로 <아가씨>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다. <1987>은 역사적인 사건을 다뤘고 <리틀 포레스트>는 저예산 영화다. 세 작품 모두 흥행 공식과는 조금 떨어졌다는 말인데, 김태리가 선택한 이 작품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이 붙은 <승리호> 역시 기분 좋게 출발하면서 김태리는 또 충무로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중이다. 
 
거대 기업의 음모에 맞서는 우주 선원들의 이야기인 <승리호>에서 김태리는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리더 장선장 역을 맡았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조종사(송중기), 거칠어 보이지만 따뜻한 기관사(진선규), 잔소리꾼 로봇 업동이(유해진)과 호흡을 맞췄다. 못 다루는 기계가 없고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하며 ‘승리호’를 힘있게 끌어가는 인물이다. 
 

202103_270_2.jpg

 
큰 선글라스에 무협 소설을 읽는 모습까지, 장선장을 보니 1980~90년대 홍콩영화나 무협영화가 떠올랐어요. 그걸 참고해서 캐릭터를 만든 건 아니에요. 감독님이 생각한 장선장의 이미지가 확고하게 있었고 글을 많이 써주셨어요. 저 스스로는 좀 부끄러운 느낌도 있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멋있다”, “장선장에 잘 어울린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장선장이 된 제 모습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색하지는 않더라고요. 
 
캐스팅 과정이 궁금해요. 감독님 처음 만나 뵙고 “시나리오도 캐릭터도 너무 좋은데, 내 얼굴로 그려지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제 얼굴을 입히고 싶으신지 궁금하다” 여쭤봤어요. 감독님께서 “선장이지만 전형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통솔하는 입장의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앉아 있으면 오히려 다른 힘이 흘러나올 것 같고 포스 있어 보일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감독님을 믿고 시작한 부분이 큽니다. 
 
넷플릭스 공개 후 해외 반응도 뜨거워요. 영어로 문자를 나누는 친구가 있는데, 잘 봤다고 말해줬어요. 리뷰를 보니 ‘다국적 사람들이 나오는데 번역기를 사용해 본인들의 언어를 쓰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하시더라고요. 해외 팬들이 응원을 해주시고, 런던에 있는 친구가 저와 같은 시간에 영화를 보고, 그런 것들이 느껴지니까 너무 신기해요. 전 세계 1위를 했다는 사실도 신기하고요. 아쉬운 점은 역시 시청 환경이죠. 감독님이 원하는 색감과 사운드의 레벨이 있을 텐데, 티브이로 볼 때는 각자의 환경에 따라 준비한 걸 보지 못할 수 있으니까 아쉽죠. 
 
김태리가 해석한 장선장은 어떤 인물인가요. 자기 신념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대의를 가진 사람, 그리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선장 역할을 했겠죠. 선장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크루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인간적인 인간을 만들까 고민했어요.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는 큰 줄기를 따르려고 했어요. 장선장의 신념을 생각하면 자칫 굉장히 무거워질 수 있어요. 그 무거움을 탈피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중요한 건 장선장이 주인공인 영화가 아니라 다섯 사람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거예요.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한국판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라는 평도 있어요. 인물 구성을 어떻게 생각했나요. 각본으로 봤을 때도 그런 쿨한 지점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어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닌데 글로 쓰인 부분이 힘있고 활기차고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시나리오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어요. 
 
김태리의 재산 중 하나는 목소리와 톤이에요. 이번에는 묵직함이 느껴졌어요. 감독님의 의도에 따르면 전형적이지 않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 인물이 거기 있어요. 조금 더 벗어나게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장선장이라는 인물이 훨씬 복잡한 인물이더라고요. 복잡한 인물을 어떻게 최대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조금 묵직하게 표현했어요. 영화를 보면서 조금 더 만화적인 표현으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봤어요. 

# "태리 씨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승리호>에 함께 출연한 배우 송중기는 인터뷰 자리에서 “태리 씨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김태리를 극찬했다. 러블리한 매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김태리는 촬영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송중기, 유해진, 진선규 등 동료 배우와 호흡이 좋아 보였어요. 세 선배님 모두에게 너무 의지를 많이 했어요. 촬영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선규 선배님이 저랑 성격이 비슷해요. 연기하면서 제대로 했는지 의심하고, 지나간 것도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았어요. 꽃님이 역할로 출연한 예린 양도 현장에서 아주 예뻤고 ‘선샤인’이었습니다. 스태프들이 지치고 힘들 때가 많은데 항상 빵빵 터뜨려주고, 그래서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승리호>뿐 아니라 작품마다 배우들과의 호흡이 유난히 좋은 것 같습니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요? 저는 인복이 매우 좋습니다.(웃음) 복이 터져서 그래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별다른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좋은 환경 속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작품을 하고 또 만나기가 쉽지 않대요. 그런데 유해진 선배님도 그렇고 의성 선배님, 류준열 배우님 등 두 작품씩 하고 있으니까 행복해요. 앞으로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고 그렇습니다. 
 
SF물 촬영 현장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넷이서 활동을 한 데다 실제 작동하는 것처럼 구현된 것들도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크로마키 촬영은 허공에 대고 총을 쏘고 폭탄을 쏴야 했어요. 저뿐 아니라 모두 처음 하는 도전이었기 때문에 뻔뻔하게 으으 만들어갔어요. 결과물을 봤을 때는 생각했던 것 훨씬 이상으로 너무 좋았어요. 이제 못할 이야기가 없겠다, 만들 수 없는 이야기가 없겠다는 감동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장선장은 대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요. 실제 김태리라면 어때요? 장선장의 삶을 살아왔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장선장은 꿋꿋하게 홀로서기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부분은 배우고 싶은 인물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닮고 싶습니까. 당당함을 닮고 싶습니다.(웃음) 저는 겉으로는 당당하지만 집에 가서는 오늘 하루 했던 이야기들을 곱씹어보면서 이불도 차고 그래요. 아마 오늘 인터뷰한 것도 집에 가서 ‘아이고, 이런 이야기를 왜 해가지고’ 하면서 이불을 차고 있을 거예요. 장선장은 한결같이 당당하거든요. 하나도 꿀릴 게 없어요. 그런 모습이 닮고 싶어요. 멀리 볼 줄 아는 자에게서 나오는 여유로움인 것 같아요.  
 
거꾸로, 장선장에게 없는 김태리의 장점을 꼽으라면요?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요? 음. 뭘까? 뭘까요? 뭐, 웃음이죠! 장선장은 저처럼 안 웃으니까요. 하하하~ 이런 호탕한 웃음? 사람들에게 “힘든데 태리 웃음을 들으니 힘이 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하하!(웃음)

202103_270_3.jpg


# ‘신선한 얼굴’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충무로 신데렐라’라 불리던 김태리는 이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김태리 역시 본인을 믿고 응원하는 사람들을 통해 불안이나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 연극을 경험한 후, 그 행복했던 기억을 잊지 못해 시작된 배우의 길은 이렇게나 굵직한 선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충무로 신데렐라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세의 얼굴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김태리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작년이 조금 그런 해였어요. <승리호>를 큰 부담감과 긴장 속에서 찍었어요. 그렇게 찍고 많이 배운 게 ‘주변을 잘 돌아보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자’였어요. 눈을 뜨니까 정말 나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주고 아껴주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들이 손끝으로 다 전달이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제 마음이 풍요로워진다고나 할까. 불안감이나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이건 제가 성장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아요. 
 
스타성에 비해 스캔들이 없는 배우입니다. 자기관리 1순위와 비결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사람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배우라는 직업이 거짓말하기 쉬운 입장에 있거든요. 나쁜 의미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좋게 에둘러 말하기 위해서, 이미지를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어요. 그 안에서 최대한 저의 진심이 드러날 수 있게끔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작품을 선택하는 촉이 유난히 좋은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잘될 것 같아, 못될 것 같아’ 이런 종류의 촉은 전혀 없어요. 그런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일상적인 육감은 있는 것 같아요. 모르겠네요, 답이 됐나요?(웃음) 
 
지금까지 출연작 중 김태리와 가까운 캐릭터가 있다면요? <아가씨>의 숙희요. 가장 저로부터 답을 많이 찾은 캐릭터예요. <아가씨>는 상업영화라고 해야 하나, 영화판에 첫발을 들인 작품이에요. ‘이럴 때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어떤 목소리를 낼까’ 끊임없이 질문하고 녹여냈어요. 그래서 제일 저랑 닮은 것 같아요. 
 
배우 김태리,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요? 장점은 열심히 한다, 최선을 다한다, 노력한다. 단점은 유리멘탈이다.(웃음)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그걸 순간접착제로 빨리 붙여서 다시 일한다.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웃음) 
 
최근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어요. 계기가 궁금하고, 연기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도 궁금합니다. 딱히 계기는 따로 없고 시간이 있었고 가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다녀왔어요. 어학연수가 연기하는 데 영향을 미친 건 딱히 없어요. 그곳에서 외로움과 고독과 싸우면서 영어공부를 하다가 왔어요.(웃음)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나요.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잘 살고 있었을 것 같아요. 연기할 때 드는 생각처럼 똑같은 고민 하면서. 인간관계도 ‘지금 최선이니?’ 하면서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최근 SNS를 개설해서 화제가 됐어요. 배우 외적인 부분까지 소통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졸업사진이 나간 건 너무 부끄러워요. 절대 안 보여주는 건데, 동창생 중 하나가 퍼뜨렸겠죠? 뭐 암튼.(웃음) 그런데 많은 분들이 색다르게 해석하시더라고요. “영화 캐릭터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저는 부끄러웠는데 이렇게도 봐주시는구나 하면서 웃어넘겼어요. 팬들은 못 보던 사진들을 보면 너무 좋아하시니까, 하나둘씩 올려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김태리의 신념은 뭔가요? 일단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내 주변도 사랑했으면 좋겠고, 그 외 내가 모르는 사람한테도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인간이고 싶어요. 배우로서도, 사람 김태리로서도요. 
 
인터뷰 나눠보니 성격이 시원시원합니다. MBTI(성격유형검사) 유형이 궁금해요. 해본 적은 있지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집에 가서 이불 킥을 하지 않기 위해서죠!(웃음)

관련기사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