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 블록버스터라는 기념비적인 작품 <승리호>가 넷플릭스 차트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승리호’의 중심에 올라탄 송중기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세기의 결혼과 이혼. 이후 약 2년 동안 침묵을 지키던 송중기가 제대로 기지개를 켰다.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에 공개된 영화 <승리호>가 영화 부문 차트 1위를 달리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해외 시청자들은 “한국이 영화계의 새로운 초대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찬사를 쏟아냈다. 
 
<승리호>는 ‘한국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이다.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송중기는 태호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소년병 출신으로 UTS(우주개발기업의 이름)의 기동대장까지 오른 독종이다. 자신이 학살한 밀입국자 가운데 ‘순이’라는 갓난아기를 구출했다는 이유로 UTS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렇게 우주를 떠돌다 한순간에 벌어진 우주 쓰레기 충돌 사고로 순이를 잃게 되고, 궤도에서 이탈하기 전에 순이의 시신이라도 거둬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화상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 마주앉은 송중기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태호처럼 힘이 느껴졌다. 

최초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작품이 탄생했다.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처음 촬영할 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크게 생각되지 않았다. 다른 작품처럼 평범한 작품 중 하나였다. 물론 기술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것들은 있었지만 그 부분에 크게 의미를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홍보를 하면서 보니 많은 분들이 ‘한국 최초’라는 수식에 의미부여를 해주셨다. 새삼 여러 가지 느낌이 든다. 
 
댓글이나 후기들도 좀 챙겨봤나? 다양한 국가에서 봐주신다고 하니까 이 현실이 신기하다. 굉장히 반가운 현상인 것 같다. 댓글을 꼼꼼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기계치라 가장 최신 것만 체크를 하고 있다. 제일 좋았던 것은 SNS에 올라온 사진들이다. 집에서 편안하게 치킨, 맥주 캔과 함께 <승리호>를 보는 인증샷을 찍었더라. 친형은 소주와 모니터를 찍어서 나에게 사진을 보냈다.(웃음) 그게 제일 기분 좋은 것 같다. 그렇게 많이들 관람하고 계신 것 같아서. 
 
간혹 ‘한국적 신파’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반응도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을 안 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공감하기 쉬운 가족 이야기라는 점이 끌렸었다. 외국인들에게 어필이 된 것은 기획 자체에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스타워즈>를 비롯해 획기적인 우주 시리즈가 많은데, 할리우드 시스템의 전유물이었지 않나. 한국에서 만들면서 한글로 정확하게 또박또박 ‘승리호’라는 세 글자를 새겨 넣었고 태극기도 있다. 그런 기획과 시도 자체가 <승리호>의 차별화된 점인 것 같다. 


#처음 시도한 부성애 연기 
“자녀 갖고 싶다는 생각은 인생의 목표”
 
제작비만 250억이 투입된 지난해 최고 기대작인 <승리호>는 1,000명이 넘는 시각특수효과 전문가가 투입됐다. 2,500여 개 장면 중 80%에 해당하는 2,000여 장면에 컴퓨터그래픽 등 특수효과가 들어갔다. 배우로서도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촬영 현장이었다. 

제작비가 엄청난 작품이다. 주연으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이 컸겠다. 흥행에 대한 부담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안 없어질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신경 안 쓰려고 하고 있다. 배우들은 누구나 그렇게 말하겠지만. 내가 찾은 방법은 현장에서 최대한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편이다. 합이 잘 맞아서 촬영한 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제일 좋다. 
 
촬영 현장은 어땠나. 평범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처음 하는 것들이 많았다. 우주 유영 신에서는 모션 캡처도 처음 경험해봤다. 기술적인 부분은 달랐지만 마음가짐은 비슷했다. 
 
시각특수효과 장면이 많다. 허공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크루랑 같이 촬영하는 것은 실사 영화처럼 했다. 혼자 하는 부분이나 업동이(극중 로봇)가 나오는 신들은 저마다 다른 배우가 촬영한 결과물을 참고했다. 현장에서 이질적으로 편집되지 않도록 피드백하면서 촬영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놀란 장면이 있다면? 태호가 지구에서 우주로 올라가는 오프닝 장면이 인상 깊었다. 어색한 공간에서 촬영했는데, ‘내가 저기서 촬영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결과물이었다. 그게 힘인 것 같다. 한국 SF의 혼을 갈아 넣은 것 같다.(웃음) 쓰레기 수거 장면은 영화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인데 정말 잘 나온 것 같다. 
 
본인이 연기한 태호는 어떤 인물인가. 그냥 엄청나게 평범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캐릭터. 굉장히 현실적인 소시민 캐릭터라고 제일 먼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비슷한 면이 있다. 
 
역할을 준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캐릭터에) 가까이 가고 싶어서 뭐라도 일단 한다. 베테랑 선배님들 중에서 아직까지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나는 그 축에 끼지도 못하지만 뭐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발버둥을 쳤다. 혼나고 싶지 않고 욕먹고 싶지 않아서. 태호를 준비하면서는 뭔가 공부를 하고 접근하는 느낌보다는 혼자 상상을 많이 해봤다. 
 
부성애 연기가 힘들진 않았나. 내가 자식을 키워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절대 알 수 없는 감정이라서 혼자 어떤 느낌일지 상상을 많이 해봤다.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 절절한 사연도 많이 찾아보고 했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라서 역시나 막막했다. 해답은 시나리오 안에서 찾은 것 같고, 현장에서 감독님이랑 이야기하면서 찾았다. 태호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나 때문에 자식을 잃었다는 느낌이 어떨지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고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연기하면서 자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던가? 자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갖고 온 인생의 목표다. 연기하면서 그런 생각이 든 적이 많다. 그 생각은 항상 갖고 사는 편이다. 
 
태호는 악착같이 돈을 버는 인물이다. 송중기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 돈이 많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거기 사로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이 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부모님께 항상 듣는 말이기도 하고. 태호는 상황이 다르다. 돈에 집착한다기보다 순이에게 집착한다. 본인 스스로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것은 태호가 처한 상황 때문이 아닐까. 속물적인 인물인데, 속물적이지 않은 사람이 전 세계에 있을까? 그런 면에서 태호에게 공감이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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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의 최근 고민은? 
연기에 대한 절박함, 그리고 한결같음 
 
 
<늑대인간>에 이어 <승리호>에서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는 똑같고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차곡차곡 출연작이 늘어나면서 그의 필모그래피가 묵직해지고 있지만, 배우로서의 태도나 책임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데뷔작 <쌍화점>에서 한 신을 위해서 절박하게 노력하고 추가 신을 얻어낸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그때와 지금, 연기에 대한 절박함은 어떻게 달라졌나. 예능에서 그 말을 했는데 괜히 한 것 같다. 나도 사람인지라 게을러질 때가 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에피소드를 안다.(웃음) 절박함으로 따지면 당연히 그때가 제일 컸겠지. 그때의 마음을 계속 다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이기 때문에. 감사한 생각은 언제나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예능에서 이야기하기 잘한 것 같다. 그걸 알아야 다른 사람들이 다독여줄 테니까. 
 
데뷔 초 송중기와 지금 송중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주어진 상황과 책임감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나 자신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한결같다’는 조성희 감독의 말이 사실인가 보다.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감독님이 좋게 말씀해주셨다. 크게 변한 게 있을까? 없는 것 같다. 어른들 말씀 중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맞는 것 같다.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겉과 속이 다르게 살려고 노력하지는 않는 것 같다. 솔직하게 나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비결이라고 질문해주셔서 쑥스럽다. 
 
동료 배우들이 “송중기는 현장에서 적극적”이라고 평하더라. 배우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나. 적극적으로 리드한다기보다는 나라는 사람은 현장에 정이 붙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편인 것 같다. 결국 나를 위해서 현장에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 물론 어느 현장이나 다 힘들지만 현실적으로 마음가짐이라도 다 같이 즐기면서 하는 현장은 티가 난다. 
 
출연작을 살펴보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 배우인 것 같다. 작품을 고를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나. 안 해봤던 느낌의 작품을 하면 반가운 건 사실이다.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장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뭔가 겪어보지 않은 장르의 대본이 들어오면 확실히 신선함을 느낀다.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진짜 감사하게도 캐릭터는 하고 싶은 걸 많이 이뤘다. 뱀파이어 같은 판타지를 하고 싶었는데 <늑대인간>을 했고, 이번에는 스페이스 시네마도 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조성희 감독님은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는 분이다. 사극을 좋아해서 <뿌리 깊은 나무>도 만났고 <아스달 연대기>도 만났다. 하고 싶은 것을 감사하게도 많이 했다. 어두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많았는데 못 만난 것 같다. 어둡고 음침하고 음습한 스파이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아직 못 해봐서 만나고 싶다. 
 
여가 시간에는 뭐 하나. 요즘은 <빈센조> 드라마 촬영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도 간혹 여유 있는, 스케줄 없는 날들이 생기면 필라테스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지금은 드라마 촬영에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여가 시간이 너무 없다. 
 
송중기의 최근 고민은?마지막으로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배우들은 항상 욕망이 똑같겠지만,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할까가 늘 고민이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장르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고민이라기보다는 제일 크게 드는 생각이라고 해야겠다. 최근 조성희 감독님이 인터뷰한 걸 봤다. 왜 <승리호>라는 제목을 붙였냐는 질문에, 진정한 승리는 어떤 것인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대답하셨더라. 평소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은 없는데, 그 말이 와 닿았다. 남을 짓밟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화합하는 게 승리인 것 같다. 그 말이 참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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