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라는 아이돌 그룹에서 시작해 대학생, 통번역가 그리고 작가가 됐다. 남들이 보면 이 많은 일을 어떻게 해냈을까 싶은데 정작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 방송인, 통번역가, 작가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의 사이에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혜림은 여전히 그 속을 헤엄치는 중이다.
우혜림이라는 사람에게 붙는 수식어는 많다.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방송인, 통번역가, 그리고 지난 7월 신민철이라는 남자와 부부가 됐다. 그리고 8월, 에세이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을 내고 작가가 됐다. 치열한 아이돌로 살다가 통번역가가 된 뒤 결혼 소식을 전하기까지. 멀리서 바라본 우혜림의 삶은 누구보다 주도적이고 당찬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헤매는 중이란다. 그런 삶의 소용돌이에서 ‘선한 사랑’을 만났고 사랑과 함께 단단해졌다.

작가로 데뷔한 것 축하해요. 소감이 어떠세요? 꿈 하나를 더 이룬 느낌이에요. 언젠가 꼭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제가 학교도 다니고 방송일도 병행하느라 1년 넘게 책을 준비했는데 막상 결과물이 나오니까 기분이 좋네요. 책이 나오니까 독자들의 피드백도 듣게 되는데 누군가 제가 쓴 글을 읽고 이야기를 해주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앨범이 나왔을 때랑 또 다른 느낌이에요.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저는 그룹 활동을 했기 때문에 그룹이 아니라 제 이름만으로 결과물이 나온 것이 새로웠어요. 앨범에는 노래 하나도 파트를 정하고 가사도 주어진 것만 연습해서 불렀는데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쓴 것이기도 하고요. 제 일기장을 보여준 느낌이에요.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 제 마음속 보석상자를 열어 보인 거라 더 남다르게 느껴져요.

책 주제가 사랑이에요.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었을 텐데 사랑을 주제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책을 내기로 하고 글을 많이 썼어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썼는데 에디터님이 “혜림 씨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잘 쓰는 것 같아요”라고 하셔서 방향을 사랑으로 잡았어요. 마침 결혼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스승인 박진영 씨도 책을 냈어요. 박진영 씨 역시 독자로서 피드백을 주셨나요? 책에 ‘항해’라는 부분이 있어요. 거기에 ‘이 배에 한번 타면 내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 사람과 함께하시겠어요?’ 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 부분을 캡처해서 보내주셨어요.

박진영 씨 책도 읽어봤어요? 책을 선물 받았는데 아직 읽어보진 않았어요.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아껴서 읽으려고요.(웃음)

책에 함축적이고 예쁜 표현들이 많아요. 평소에 글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어릴 때부터 일기를 되게 열심히 썼어요. 제가 열여섯 살 때 가족들과 떨어져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생각이 많고 복잡할 때마다 일기를 쓰면 많이 정리가 됐어요. 그래서 쓰는 걸 좋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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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나를 찾아준 사랑

익히 알려졌듯 혜림은 태권도 선수인 신민철과 7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이들의 알콩달콩한 만남과 결혼 준비 과정은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서 공개됐다. 무대 위에서 상큼한 미소를 짓던 걸그룹 막내는 신민철이란 남자 옆에서 더없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보였다. 이런 남자와 연애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말하자면 책 전체가 남편을 향한 러브레터인 셈이다.

사랑에 대해 쓴 책이라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책 전체가 사랑으로 꾹꾹 눌러 담은 러브레터 같았어요. 민철 씨 반응은 어떤가요? 되게 좋아해줬어요. 제가 책을 쓰면서 힘들어했던 것, 잘 쓴 것 같아서 좋아했던 것까지 가까이서 다 지켜봤으니까요. 신랑, 신랑이란 말이 아직 어색한데, 남자친구가 더 익숙해서.(웃음) 신랑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책이 어떻다는 말보다 제 생일날 책 100권을 선물해주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해줬어요.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어요. 오빠가 웹툰 말고는 책을 별로 읽지 않거든요.(웃음)

사랑이 예쁘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마음을 나누는 과정도 있고 서로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랑의 과정이죠. 사랑이 언제나 러비더비하진 않으니까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파트 원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썼다면 파트 투는 이별 같은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사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표현하지 않으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늘 대화로 표현하다가 이번처럼 책을 내거나 노래가사를 쓰면서 오빠한테 사랑을 표현할 수도 있고,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결혼까지, 이 사랑을 지키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믿음도 크고 정도 많이 들었죠. 결혼해서 이젠 가족이 되었으니까 책임감도 더해진 것 같아요. 사귈 때는 조금 마음에 안 들면 헤어져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지만, 이젠 결혼했잖아요. 한배를 탔다고 생각해요. 제가 책에도 사랑을 항해라고 표현했는데 내릴 수 없는 배에 함께 탄 동료니까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도 함께 찾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함께 항해에 오른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어때요? 생활에 안정감이 생겼어요. 얼마 전 오랜만에 오빠와 둘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같이 있어도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오랜만에 둘이서 소맥을 하면서 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오빠는 굉장히 듬직한 사람이에요.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고요. 이런 사람이 늘 곁에 있으니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결혼을 많이 안 하지만 저는 결혼을 추천해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같이 일도 하잖아요.민철 씨는 최근에 혜림 씨가 있는 소속사와 계약도 했어요.같이 일을 하면 어떤가요? 저는 기회가 있으면 같이 하는 게 정말 좋아요. 일을 하면서 서로의 색다른 모습을 보니까 좋던데요. 저희가 7~8년을 만나서 서로 새로울 게 없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점을 발견했어요. 연인으로서, 부부로서, 친구로서도 굉장히 잘 맞는데 일하는 파트너로서도 잘 맞아서 같이 일하는 게 즐거웠어요. 앞으로 부부로서 방송이든 다른 일이든 같이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매일 조금씩 당신의 낯선 모습을 찾아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했어요. 최근 발견한 남편의 사랑스러운 부분이 있나요? 매일이 새로워요. 오빠를 어제보다 오늘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오빠는 정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에게 말하면 내 비밀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말을 해도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아요. 가족이자 진짜 친구가 되어준 사람이에요.

단점이 하나도 없어요? 단점이요? 음… 아…

한참 생각하시네요? 단점이 없는 건가요?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이야기해야 할지.(웃음) 자기 고집이 엄청 세요. 좋게 이야기하면 주관이 뚜렷한 거죠.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저는 귀가 얇아서 오빠 말에 잘 치우치는 편인데 오빠는 아니에요. 다르기 때문에 더 완벽한 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빠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고 저는 심사숙고해서 이야기하는 쪽이에요. 제가 말을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면 오빠는 속 시원히 말해보라고 하고 저는 오빠한테 좀 더 부드럽게 말해보라고 조언해요. 서로 다르니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거죠.

사랑에 대한 내용이 책의 대부분이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나의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땠을까 궁금해요. 사실 지금이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워요. 사람들은 제가 아이돌이었고 책을 낸 예쁜 결과만 보지만 정작 저 자신은 여전히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어요. 이런저런 걸 펼쳐놨는데 수습이 안 되는 느낌이에요. 여러 가지 일을 해와서 커리어에서 혼란이 오기도 했어요. 요즘은 멀티플레이어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분명한 나의 것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걸 아직 못 찾은 것 같아요. 책을 냈지만 작가라고 하기에 너무 부끄러운 이름이고 원더걸스는 해체했는데 이 이름에 기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결혼했다고 현모양처로 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통번역가로 완전히 전향한 것도 아니고요. 다가오는 30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원더걸스로 데뷔했던 10대 때보다 지금이 조금 더 단단해졌을 것 같은데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다 싶은 게 있을까요? 저라는 사람은 크게 변한 거 같지 않아요. 많은 일이 있었고 경험과 경력이 쌓이면서 느끼고 깨닫는 게 많아졌죠. 하지만 저 스스로는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아요. 민철 오빠한테 저를 처음 만났을 때랑 지금 달라진 게 있냐고 물었는데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젖살 빠진 정도라고.(웃음) 저를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때는 원더걸스라는 그룹의 멤버였고 막내였으니 언니들을 잘 따라가자는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으니까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꿈꾸는 모습이 있을 텐데요? 사람들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시는데 전혀 그런 건 없어요. 지금 펼쳐놓은 많은 일들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예를 들어 책을 냈으면 다른 책을 더 내는 식으로요.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모든 점에서요.

꿈꾸는 그때 혜림 씨의 2세도 있나요? 그럼요. 저는 나중에 예쁜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아니고 몇 년 후에는 낳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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