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배우’ 송윤아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있다. 그 느려진 속도는 작품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진심을 더 깊고 진하게 만들었다.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송윤아를 만났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인데요. 누군가가 ‘윤아야, 너 빨리 드라마 해야지. 영화도 하고’라고 말하면 진심으로 ‘어떻게 해. 애가 지금 이렇고, 내년에는 학원에도 가야 하고…’라고 대답해요. 제 진심이에요. 또 다른 진심은, 너무 일을 하고 싶어요. 저는 일하는 곳에서 가장 기운이 나고 말이 많아지고 에너지가 생겨요.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대사도 외워야 하고, 그러면 건강이 나빠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몸은 더 건강해져요. (손을 가슴에 갖다 대며) 이 안에 ‘일을 못할 것 같다’와 ‘일을 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다 들어 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 송윤아의 삶은 달라졌다. 구체적으로 작품 선택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언제가 됐던 만나게 되는 작품은 이전보다 훨씬 큰 인연으로 다가온다. 그 힘든 선택을 하게 만든, 송윤아의 표현대로 인연이 닿은 작품이 영화 <돌멩이>다.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후 10월 15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김향기와 모녀 케미를 선보였던 <웨딩드레스>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에 주연으로 돌아온 송윤아는 <돌멩이>에서 성당 산하의 청소년 쉼터 소장 김선생 역할을 맡았다. <돌멩이>는 정미소를 운영하는 8세의 마음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의 이야기다. 김선생은 석구가 가출소녀 은지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며 내심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석구의 인생을 바꿔버린 사건을 유일하게 목격한 인물이기도 하다. 

드디어 개봉을 하네요. 몇 차례 연기가 있었잖아요. <돌멩이>라는 작품이 저에게는 ‘아직도 나를 생각해주는 영화’, ‘나한테 찾아와준 영화’라는 느낌이 커요. 시작부터 아주 작은 영화였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을 끝내고 언제 개봉할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아쉽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 차례 상영을 했었죠? 그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되어서 ‘어머, 좋다’ 하고 따라가서 영화를 봤어요. 그때 처음 봤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저렇게 (연기)했구나’ 하고요. 내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상상하고 그렸던 김선생의 성격, 표현, 모습 등 모든 것들이 아니었어요. ‘나는 여기까지구나’ 생각했어요. 너무 연기를 못해서 창피하고 미안하고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때 저는 그랬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아쉬움이었나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저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제가 어떻게 할지를 상상하면서 읽는 편이에요. 그러면 인물이 그려지고 보여요. 그런데 <돌멩이>는 내가 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이 보이더라고요. ‘이 배우가 하면 진짜 잘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를 한 번도 대입시키지 못했어요. 머릿속으로 그려진 이미지가 있는데 또 어쩔 수 없이 나의 얼굴과 목소리와 몸짓이 나와서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 되는 갭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쉬움이 컸어요.


# 위로가 된 작품 <돌멩이> 

본인의 연기가 아쉬웠다며 겸손한 말을 남겼지만, 송윤아는 이번 작품에서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실제로 이번 작품을 두고 배우들의 명연기가 모든 것을 다 했다는 평이 많다. 송윤아는 두 번 보니 전혀 다른 시선으로 작품이 보이더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개봉 앞두고 영화를 보시니 어때요?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부산영화제에서는 한 번도 못 봤던 것이 보였어요.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는 거예요. 요즘은 주연이 보이는 작품이 좋은 게 아니라 지나가는 한 사람이라도 돋보일 수 있으면 그게 너무 좋거든요. 이번에 <돌멩이>를 보는데 ‘한 신 나오는데도 저렇게 대사를 잘하지?’, ‘얼굴도 안 나오는 대사는 왜 이렇게 좋지?’였어요.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같은 영화를 이렇게 다르게 볼 수도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됐어요.

김선생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점에 주력했나요. 끝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는 했어요. 지문 없이 카메라는 펼쳐져 있고요. 한 가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매뉴얼대로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으로요. ‘내 마음 같지 않다’는 표현을 쓰죠.

함께 출연한 김대명 배우는 어떻게 보셨어요.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석구만 보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대명이라는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느꼈어요. 출연했던 영화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김대명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상상하면 한 톤일 것 같은데, 출연작을 보면 모두 다른 인물이더라고요. 그 부분이 다시 한 번 놀라웠어요.

이번 작품은 송윤아의 10년 만의 영화 출연 이외에 노개런티 참여도 화제가 됐어요. <돌멩이>는 저에게 마음의 위로를 준 영화예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다 읽고 혼자 소파에 한참 앉아 있었어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상황은 다르지만, 석구가 안 되리라는 법이 없잖아요. 누구나 석구가 될 수 있고, 김선생이 될 수 있고, 마을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걸 알고 지나갈 수도 있고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저에겐 이 영화가 위로가 됐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어떤 과정을 거쳤든 결론은 늘 인연인 것 같아요. 제가 이 작품을 한 것도 그래요. 인연이죠. <돌멩이>라는 작품이 나에게 찾아와준 게 감사했는데, 나에게 위로를 주려고 찾아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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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이라는 편견 속

<돌멩이>는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영화다. 송윤아는 이번 영화를 통해 다름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인정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대중들의 많은 편견 속에 살 수밖에 없는 연예인으로서의 심정도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지난 2009년 설경구와 결혼했고, 슬하에 11세 아들을 두고 있다.

요즘 어떤 생각을 하나요? 이런 생각 많이 해요. 혼잣말처럼 ‘사람은 참 많이 달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내가 낯설어 보일 수도 있겠죠. ‘송윤아는 왜 저래?’ 할 수 있잖아요.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다름 속에서 살아가는 게 우리 인생인 것 같아요. 내 속에서 나온 아들 마음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타인을 알겠어요. 

결혼 후 작품 활동이 뜸해진 데 대한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아이 돌보다 보면 작품 활동할 시간을 잡기가 어려워요.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아이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다 제 진심이에요. 그냥 저는 제 속도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아요. 상황에 맞게 살아가는 거죠. 이 모든 게 다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상황에서 고민하는 여배우들이 많죠. 그런 분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 해줄 수 있을까요. 여기서도 사람의 다름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이론적으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근데 그 사람의 상황이 돼보지 않고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애 핑계를 대면서 일과 연관을 짓는 것이 프로답지 못하다, 일할 자격이 안 되어 보인다고 볼 수도 있겠죠. 어느 누구도 살아가는 삶의 방향에 대해 잣대를 세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맞고 틀린 게 아니잖아요. 살아가는 길의 방향이나 마음가짐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개인의 하루하루를 인정해주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하시는 말씀이 <돌멩이>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네요. 저는 <돌멩이> 감독님이 누구보다 사람을 잘 아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내가 저 사람을 아는 게 답이 아닐 수 있어요. 우리 모두는 다르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편견 없이요.

연예인은 편견 속에 사는 숙명을 갖고 있어요. 그런 편견 속에서 본인을 지탱해준 힘은 무엇인가요. 제가 감히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보니까, 사람한테 가장 상처를 주는 존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사람한테 가장 슬픔을 주는 것도 사람이고요. 그런데 그 사람한테, 가장 감사함을 주는 것도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어느 날부터 하게 됐어요.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다 알잖아요. 나도 힘든 게 있고 이 사람도 힘든 게 있다는 것을요. 저 사람도 힘든 게 있을 거야라고 인정해주면 좀 좋게 상대를 안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제 경험인 것 같아요. 저는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았지만 사람에게서 가장 큰 치유를 받았거든요. 여러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우리 모두 따뜻한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을 가져도 되는 세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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