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조는 한 우물만 판다. 내일이 없는 듯 오늘을 산다.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를 기막히게 지킨다. 그렇게 보낸 15년, 수없이 생겼다 사라진 동료들 틈에서 버텨냈다. ‘B급’은 ‘A급’의 밑이 아닌 옆이라고 했다. ‘B급 감성’ 노라조의 품격이란 이런 것이다.
역시 기상천외한 차림을 하고 왔다. 무슨 콘셉트냐 물으니 노라조가 “이태리타월”이란다. 다시 보니 때수건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대중이 떠올리는 ‘노라조’도 마찬가지다. 비범한 분장을 하고 시원시원 노래해 눈도 귀도 즐겁게 하는 가수.

노라조는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원년 멤버 이혁이 2017년 탈퇴를 하면서, 원흠이 그 자리를 채웠다. 2인조 그룹이기에 유난히 큰 변화였다. 노라조 고유의 색이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듬해 두 사람이 처음으로 낸 ‘사이다’는 ‘노라조’ 그 자체였다. 유쾌하되 우습지 않고 화제가 되지만 논란은 아닌, 노라조 특유의 감성이다.

실물을 보니 나이 짐작이 안 돼요.조빈 저도 동안이라고 생각하는데 원흠이 진짜 동안이에요. 원흠 언제 훅 갈지 몰라요.(웃음) 조빈 저야 뭐 콘셉트가 독특해서 이렇게 늙든 저렇게 늙든 그러려니 하는데, 얘처럼 예쁘게 생겼다가 노화가 오면 얼마나 스트레스가 클까요. 그러다 보톡스 맞고 뭐 하고 하겠죠.

이미 맞고 있는 거 아녜요?원흠 보톡스를 1년 반 정도 안 맞았어요. 만족하고 사는 중인데 괜히 또 맞았다가 이상해질까 봐서요. 포털 사이트에 ‘원흠’을 치면 ‘나이’가 연관검색어로 뜰 만큼 제 나이에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부담이에요.

원흠 씨 합류가 3년은 됐으니 유대감 형성 시기는 지났죠?원흠 적당히 데면데면하죠.(웃음) 코로나 때문에 스케줄이 뜸해서 개인 생활이 늘었는데 작년만 해도 계속 붙어 있었어요. 조빈 팀플레이를 위해서 굳이 모이질 않아요. 제 스타일이 개인 생활은 최대한 존중하는 거거든요. 범법 행위를 하지 않는 선에서 각자 삶을 영위하다 깔끔하게 스케줄을 마무리하면 돼요.

조빈 씨에게 물을게요. 원흠 씨 합류로 생긴 노라조의 변화라고 하면요?조빈 음악 느낌이 굉장히 영해졌어요. 혁이 목소리는 중저음이 강조되면서 엄청난 샤우팅의 카리스마가 있다면, 원흠이는 설득력 있고 탄력 있는 톤이거든요. 좀 더 청량하게 들려요. 저희 소중한 고객인 아이들이 봤을 때 동요와 같은 주파선이랄까요.(웃음) 애들이 좋아하고 그 모습을 보는 부모님도 “우리 애가 이렇게 좋아해요” 하면서 SNS 메시지를 보내주시더라고요.

반대로 원흠 씨는 노라조 활동이 어때요?원흠 노라조가 이어온 맥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팬 분들이 “원흠이 들어와서 실망”이라고 하실까 봐 걱정도 됐고요. 제가 이혁 형은 아니다 보니, 아무리 노라조에 맞추려 해도 제 색깔이 묻어나더라고요. 처음에는 “노라조는 이렇게 했어요? 저렇게 했어요?” 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물었었는데 지금은 노라조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요. 저를 그룹에 녹여가는 중이에요.

활동 기간이 15년이 됐더라고요. 이 정도는 예상했나요?조빈 전혀요. 미래를 꿈꾸면서 만든 팀이 아니에요. 일단 노래를 내고 밤업소를 돌면서 돈을 벌자고 시작한 팀이었어요. 내일에 대한 기대치가 없는 상황에서 하니 모든 순간이 몰빵이었어요. 내일과 상관없이 오늘, 지금 최선을 다했어요. 삼각김밥 머리하고, 고등어 분장하고.(웃음) 그렇게 ‘존버’하다 보니 15년이네요.

그 ‘분장’이요, 과한데 불쾌하지가 않아요.원흠 그렇게 생각해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정말 다행이에요. ‘선’을 판단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모든 스태프들한테 (분장에 관해) 검증 아닌 검증을 받아요. 회의도 많이 해요. 조빈 애들이 봤을 때 이상하지 않아야 하고, 따라하려 할 때 부모님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게 하는 정도의 선을 딱 지키는 거죠. 노래도 그래요. 1, 2집 때는 19금 가사도 있었는데 3집 때 ‘슈퍼맨’이 애들한테 인기를 얻으니까 기준점이 바뀌었어요. 굉장히 매운 라면도 맛을 중화시키면 누구나 먹을 수 있잖아요. 맛있게 매운맛. 마찬가지로 누군가 ‘징그럽다’, ‘흉물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요소는 빼요.

‘노라조는 B급 정서’라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많은 고민을 하네요.조빈 그 표현 되게 좋아요.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영화에서 살인 장면이 나오는데 어떤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징그럽다면,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가슴 덜컹하게 만드는 영화도 있어요. 그런 걸 찾으려는 거죠.

복장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조빈 씨한테 더 눈이 가요. 원흠 씨는 욕심 안 나요?조빈 욕심난다고 말은 계속하는데 막상 해보겠느냐 하면 안 한대요. 원흠 형 욕심이 대단해요.(웃음) 조빈 아예 이미지를 합쳐서 둘 다 멋있게 한다거나 미친 사람처럼 한다든지, 노래 콘셉트에 따라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어요.

콘셉트가 확실해서 무대 밖 일상과 괴리감이 들 것 같기도 해요.조빈 괜찮아요. 일상은 일상대로 노라조는 노라조대로. 본명이 조현준인데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턴 조현준으로 살아요. 저만의 영역에서는 완전 자유인이에요. 원흠 저도 괴리감은 없어요. 친구들이랑 놀 때 나오는 하이텐션이 TV에 비쳐지는 거예요. 원래 제 안에 있는 모습인 것이지,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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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빈과 원흠 사이
 
둘은 적당히 비슷하고 적당히 다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두 사람이 보낼 또 다른 15년이. 노라조로서, 40대 남성으로서의 계획을 묻고 싶었다. 닮은 듯 다른 답변이 쏟아졌다.

둘 사이 트러블은 없고요?원흠 이견이 있을 순 있죠. 그렇다고 삐진 적은 없어요. 적당히 싸워야 오래간다는 얘기를 들어서 좀 싸워야 할 거 같아요.(웃음) 조빈 노래 부르는 스타일에 관한 이견이 있었어요. 초반에 원흠이가 제 텐션에 맞추려고 본인이 잘 낼 수 있는 소리를 안 내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싸울 수도 있어요. 근데 그걸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 최근에 싸운 적이 있네요. 얘가 본인 마음에 안 드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저를 소개시켜준다고 해요. “왜 네가 안 만나는 여자를 내가 만나야 하느냐”면서 싸웠어요.(웃음) 원흠이는 날씬한 분을 좋아하고 저는 운동도 하고 건강한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한 여자를 두고 다툴 일은 없겠어요.조빈·원흠 어휴, 절대요. 조빈 만약에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게 됐는데 원흠이가 절절하면 저는 포기해요. 원흠 저는 되게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좋아하게 되는 스타일이라 한눈에 반하지 않아요. 조빈 원흠이는 진정한 ‘존버’인 거죠. 제가 절절하다가 결국 꺼질 수도 있잖아요.(일동 폭소) 근데 우리 지금 가상의 일을 가지고 열변을 토하네요.

40대 초중반, 결혼 계획을 묻지 않을 수 없네요.조빈 아직 없어요. 결혼은 가문이 만나는 거니까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 같아요. 30대 초반만 됐어도 ‘힘을 모아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가 통하는데 지금 제 나이에는 “자네, 지금까지 뭐 했나” 하는 반응일 거란 말이죠. 그런 여러 가지 생활들을 생각하고 계산하면… 그리고 아직 우선은 노라조에요. 저는 뭐 하나 하면 거기에 확 꽂히거든요. 연애를 하면 연애에만 미쳐서 일이 귀찮아질 것 같아요. 원흠 저는 상대방만 나타나면 결혼을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이미 늦긴 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친구처럼 지내고 싶단 생각도 해요. 그리고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결혼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아버지한테 엄청 혼나요.(웃음) 마흔 전에는 무조건 할 테니 결혼하란 말씀 좀 그만하시라고 했었는데, 마흔을 넘겨버렸잖아요. 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없어요.(웃음)

좋은 아빠가 될 거 같아요.원흠 저는 방목형으로 키우고 싶어요. 사랑은 주지만 아이가 힘든 것도 느꼈으면 해요. 조빈 아이가 좋은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겠죠. 학업과 인성은 비례하지 않잖아요.

‘학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조빈 씨 연관검색어에 ‘서울대학교’가 떠요. 서울대 출신인가요?조빈 본명이 조현준이잖아요. 효성그룹 회장님도 조현준이에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제가 굳이 먼저 아니라고 얘기하진 않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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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을 준비 중인 걸로 알아요.조빈 10월 말, 늦으면 11월 초에 나올 것 같아요. 이번에도 소재가 먹는 거예요. 아, 한식은 아니에요.(웃음)
 
나이가 들면서 음악 표현의 한계가 생길까요?조빈 우리나라에서 제 최고 교본은 조용필 선배님이세요. 선배님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시작해 ‘바운스’까지, 점점 젊어지고 계시잖아요. 성대는 잘 쓰면 나이 먹을수록 영글어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요새 발성 연습도 더 해요. 언젠가 무릎 관절이 아파서 지금처럼 춤을 못 출순 있겠지만 옷이나 무대 장치가 화려하면 되죠. 대신 ‘어르신 애쓰시네요’가 아니라 ‘와~ 역시!’ 하는 느낌이면 좋겠어요.
 
노라조에게 전성기는 왔나요?조빈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재밌는 팀으로 있을 수 있다는 자체가 전성기 같아요. 너무 감사해요. 슈퍼주니어를 포함해 어마어마한 팀들이랑 같이 데뷔했는데 저희는 정말 ‘듣보잡’이었어요. 결과적으로 그때 각광받던 팀은 해체하거나 다른 분야로 갔고 저희는 이렇게 버텼어요. 원흠 무조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중국, 일본, 미국까지 세계로 뻗어나갈 계획이에요. 이 코로나만 지나가봐라!(웃음) 지금은 손발이 묶인 느낌이지만 언젠가 풀릴 걸 대비해서 외국어 공부도 하고 있어요.
 
노라조가 어떻게 기억됐으면 해요?조빈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친구들이라고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원흠 후배 가수들이 헌정 앨범을 낼 수 있는,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죠. 이런 글을 본 적 있어요. ‘A급 밑에 B급이 아니라 A급 옆에 B급이다.’ A와 B는 등급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거예요.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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