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 무게감을, 실력으론 믿음을 주던 ‘골프 여제’다. 은퇴 후 4년째, 예능마저 잘하는 ‘리치 언니’가 됐다. 최고를 찍어본 자의 부와 여유란 이런 것인가.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인생 2라운드의 박세리를.
그야말로 틈을 쪼개 만났다. 인터뷰 섭외 전화를 걸었을 때도 박세리는 한창 촬영 중이었다. 예능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요청 받은 인터뷰만도 여러 개라고 했다. 섭외 난항이 예상될 쯤 반가운 답변이 돌아왔다. “코로나 때문에 스케줄이 하나 취소됐어요. 그날 인터뷰할 수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마주 앉았다. 공교롭게도 이미림 프로가 ANA 인스피레이션 정상에 올라,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했단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이었다. 기분 좋은 화두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침 뉴스를 보니 이미림 선수가 우승을 했대요. 네.(웃음) 어제 저녁 스포츠 뉴스에 나올 줄 알았더니만. 원래 메이저 첫 우승하면 이슈가 되는데 이번엔 코로나 때문인지 조명을 덜 받은 느낌이 드네요. 실시간 검색어에도 막 올라야 하거든요. 코로나 여파가 있어서 올해 시즌이 정규 시즌이랑 좀 다르게 진행됐을 거예요. 화제가 덜 된 것 같아 아쉽긴 해요.

그래도 후배들이 잘하고 있어 든든하겠어요. 든든하면서 고맙죠. 지금 다들 힘든 시기도 맞고, 대회도 어려운 상황이었을 텐데 잘 해주니 너무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이 괜히 뭉클해요. 선수생활이 쉽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잖아요. 부상이 없을 수 없고,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해도 안으로 곪은 상처는 나중에야 드러나요. 훈련을 멈추고 재활 받는 그 시간들이 대회 성적이 안 좋을 땐 감정적으로 더 힘들거든요. 우리 후배들이 그런 걸 잘 버티고 잘 해내고 있는 게 정말 대단해요.

박세리 선수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오늘이 아닌가요. 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지 않았을까 해요. 어떻게 하다 보니 제가 시발점이 돼서 골프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인정해주시니 영광스럽죠. 후배들을 통해 배워가는 점도 많아요.

‘어떻게 하다 보니’라는 표현을 썼는데, 예능 활동도 어떻게 하다 보니 시작했나요? 아하하, 그런 거 같아요. 본업이 있으니 방송을 할 거라곤 전혀 예상 못했어요. 한두 번 출연한 게 계기가 돼서 많이 하게 됐네요. 말씀하신 대로 어느 순간 방송이 많아지면서 방송인처럼 비치는 부분이 좀 있죠.

요즘 애들은 방송인으로 알 수도 있어요. 맞아요, 맞아.(웃음) 제가 신비주의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선수니까 대회 이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저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으셨던가 봐요. 선수 때 이미지랑 방송 이미지를 다르게 느끼시는 거 같아요. 사실 저는 그대로인데, 그런(예능) 저를 본 적 없어선지 반가워하세요.

당당한 여성을 선호하는 시대 분위기랑 맞아떨어졌어요. 뭘 하든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되고 싶단 마음가짐이에요. 그렇다고 못하는 것에 대해 기죽을 필요는 없고요. 방송에서 그런 면이 잘 통했던 것 같아요.

‘잘생긴 배우를 인터뷰한다’ 해도 별 반응 없던 친구들이 ‘박세리를 만난다’는 말엔 즉각 반응하더라고요. 그래요?(웃음) 여성분들이 저를 엄청 좋아하신대요. 제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성격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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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예능인

‘리치 언니’의 출발은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였다. 다이어트 중이라더니 든든한 먹방을 선보이는가 하면, 집 옥상 텃밭에 대규모 쌈 채소를 기르고 호탕하게 웃으며 TV 시청에 푹 빠진 그. 트럼프 대통령도 열광하는 ‘골프 여제’라는 사실이 잊힐 정도로 의외이고 유쾌했다. 최근 시작한 고정 예능, E채널 <노는 언니>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한데 모여 ‘놀아보는’ 세컨드 라이프 콘셉트다.
 
<노는 언니> 반응이 좋아요. 다들 운동선수라 방송에 비치는 게 실제 성격이에요. 카메라 찍는다고 일부러 뭘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만들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웃음) 제작진이 틀 짜주고 거기 맞춰서 하라고 한들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냥 저희끼리 하던 대로 하니까 자연스러워서 (시청자들이) 더 재밌게 느끼시는 거 같아요.

방현영 CP가 흥행의 공을 박세리 씨에게 돌리던데요. 글쎄요. 아무래도 제 나이가 제일 많아요.(웃음) 그게(서열 정리)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거 같아요. 종목별로 선수 성격이 있더라고요. 그걸 알아가면서 저희끼리 되게 재밌어 해요.

어떤 종목이 의외던가요? 피겨요. 빙판 위에서 하는 운동이라 되게 강하지 않을까 했는데 (곽)민정이가 의외로 허약 체질이에요. 보니까 선수들이 본인 종목에서는 강한데 그거 말곤 허당이에요. 저도 뭐든 중간은 한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허당이고.(웃음) 승부 근성은 있으니 안 되면 성질을 내는데(웃음) 그게 진짜 웃겨요.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능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제가 하는 일은 따로 있는데 자꾸 방송을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근데 평소에 그런 생각은 했어요. ‘운동선수 방송 출연이 많아졌는데 여자 선수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제작진 미팅을 하게 됐는데 제가 생각했던 걸 그대로 갖고 있더라고요. ‘운동선수를 골고루 노출시켜서 그 종목에 관심을 갖게 하면 좋겠다.’ 스포츠가 무슨 종목이 있고 시즌이 언제이고, 그 선수만의 매력도 고충도 있을 것이고. 그런 거를 스포츠 뉴스에서 다 보여줄 순 없잖아요. 아무래도 종목이 관심을 받으면 후원이 많아지거나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취지가 너무 좋았어요.

두 달 가까이 됐는데 어때요? 그런 효과를 기대해볼 만해요? 네, 완전히요. 지금 고정 종목이 골프, 배구, 피겨, 펜싱, 수영이에요. 현역은 시즌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방송에) 못 나오지만, 종목별로 시즌이 달라서 그때마다 뉴 페이스를 노출시킬 예정이에요. 그게 방송의 취지고요. 코로나만 나아지면 좀 더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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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감독, 대표 박세리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 역사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악전고투 끝에 우승한 장면은, 외환 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을 위로했다. 이후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 2002년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2006년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우승을 잇고, 마침내 2007년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은퇴 뒤론 그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을 맡아, 박인비 선수의 금메달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스포츠 기업 ‘바즈 인터내셔널’을 차려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 US오픈 ‘맨발샷’ 복장 그대로 촬영한 광고를 봤어요. 너무 변함없는 모습에 놀랐어요. 에이~ 그럴 리가. 그랬으면 좋겠어요.(웃음) 처음엔 이걸 또 어떻게 입나, 그때 그 모습이 나올 수 있으려나 했거든요? 와, 입는 순간 22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나서 소름끼쳤어요.
 
그렇게 문득 선수 시절이 떠오르죠? 그럼요. 요새 대회가 잘 없어서 옛날 대회 영상이 재방되는데 볼 때마다 생각나요. 그래, 저때 그랬지. 저걸 칠 때 그런 느낌이었지. 우승했던 것만 보여주는 데 어려운 일도 참 많았거든요. 우승 못한 적도 많았고. 대회도 망쳤는데 비행기까지 놓쳐 힘들어한 적도 있고… 거저 얻는 건 없더라고요. 무엇이든 노력한 만큼 얻는 거예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는걸요.  그러게요. 저는 꿈꿨던 걸 다 이뤘으니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다 이뤘다? 선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없나 봐요.  네. 가장 큰 목표를 뒀고 그 목표를 이뤘어요. 명예의 전당 입성하는 게 가장 큰 꿈이었는데 그걸 이뤘고 은퇴 전 메이저 우승도 이뤘고. 그러니까 정말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대신 놓쳐야 했던 일상도 있었겠죠. 많죠.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잖아요. 근데 그것까지 감안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지금부터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아쉬움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은퇴도 생각보다 일찍 했어요. 사실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었죠. 힘이 달려서 은퇴한 게 아니라 ‘나는 이 정도 하면 됐다,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못 해본 걸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단 생각도 있었고요. 나이가 많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잖아요.

선수인 나를 돌아보면 어때요? 스스로에게 너무 인색했던 거 같아요. 물론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은 해요. 다만 내가 나에게 조금 여유를 주거나 아껴줬다면 선수로서 그 이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어요.

어떤 식으로 인색했어요? 모든 운동선수가 그렇겠지만 성적도 부담이고, 부상도 늘 관리해야 하고, 365일 중 365일을 대회 생각만 하고… 골프 종목은 워낙 이동이 많아서 짐 들고 다니는 그 시간조차 다 계산해야 돼요. 그런 게 생활화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거 같아요. 나는 인간인데 어느 순간 기계가 돼서 완벽주의자처럼 살고 있더라고요.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심지어 성격조차 일부러 관리하는 사람. 그게 다 나를 위한 관리라고 생각했는데 ‘독’이었어요. 결국 슬럼프가 왔죠. 대회 우승을 하고 일주일 뒤에 느낌이 좀 이상했어요. 내가 피곤한가 보다, 오늘 지나면 낫겠거니 했는데 그게 시작이었어요. 내가 나한테 힘들다고 계속 신호를 보냈는데 나는 괜찮다고, 아프지 않다고 그 신호를 계속 무시했어요.

지금 눈물이 맺힌 거죠? 이 얘기는 할 때마다 눈물이 나서…

슬럼프가 얼마나 이어졌어요? 2004년부터 시작해 1년 반 정도요. 저는 되게 빨리 빠져나온 거예요. 원래는 그때 (선수를) 그만뒀어야죠. 선수는 슬럼프에 빠지면 답이 없어요. 후배들은 저 같지 않았으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걸 다 지나고 결국 명예의 전당에 올랐어요. 인생의 정점을 찍는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은퇴식 하면서 알았어요. 아, 나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꿈을 이룬 것 자체도 행복하지만 남들이 최고라고 인정해줬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부모님은 지금도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항상 겸손해야 한다. 네가 그 자리에 가기까지 도와준 사람들이 많다.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말씀하세요. 그런 부분이 저한테 큰 도움을 줬던 거 같아요.

올림픽 무대에서 박세리 선수를 못 본 건 아쉬워요. 제가 활동할 때 이미 올림픽 관련해서 해마다 이슈가 있었어요. 1년 뒤에 정식 종목이 될 거다, 2년 뒤에 될 거다, 얘기가 긍정적이다 등등. 결국엔 제가 은퇴하던 해에 종목 채택 발표가 나서 많이 아쉽긴 했어요. 근데 제가 출전 성적이 됐다고 해도 후배한테 양보했을 거 같아요. 저는 꿈도 이뤘고 경험을 많이 쌓았으니까. 한창 성장하는 후배들한텐 경험이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우연치 않게 감독을 맡게 돼서 은퇴와 동시에 저는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걸 갖게 됐어요. 거기다가 우리 팀원이 금메달까지 따서 더더욱 좋았죠.

지난해 스포츠 기업을 열었는데, 그건 은퇴와 동시에 세운 계획이었나요? 선수 때부터 늘 갖고 있던 생각이에요. 후배들을 보면서 더 확고해졌고요. 제가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기여하고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고 기업 운영을 시작했어요. 저를 보고 자란 후배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고, 그 후배들을 보고 자라는 후배들이 또 성장하고. 그렇게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회사 운영의 궁극적인 방향이 ‘후배 양성’이라는 거죠? 맞아요. 우선은 시대가 달라졌으니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학교를 세워서 스포츠 선수들이 수업도, 훈련도 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골프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반적으로요.

막상 해보니 어때요? 자산도 키워야 하고 전문 분야 직원도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중단된 부분도 있고요. 다행히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잘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연애가 좋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라는 어느 노랫말이 꼭 들어맞는다. 박세리에게 연애는 오케이, 결혼은 글쎄다. ‘좋은 남자’도 8년째 아직이다. 그러면 좀 어떤가, 박세리는 ‘빛이 나는 솔로’인데.
 
세 자매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같이 살고 있고 되게 친해요. 저희는 동생 거, 언니 거, 이런 게 전혀 없어요. 내가 산 거고 포장도 안 뜯은 거라도 가져가도 돼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우리 자매한텐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웃음)

애가 셋이면 둘째가 서럽다고들 하잖아요. 제 성격이 그런 부분에 관심이 없어요. 욕심도 없어요. 편한 걸 좋아해서 엄마아빠가 운동복 사주면 1년 내내 그것만 입었어요. 운동은 저만 좋아했고요.

자매는 나이 들수록 더 돈독해지는 거 같아요. 맞아요. 점점 더 좋아요. 저희 보면서 부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유별나고 특별하죠. 아빠가 외모만 보면 되게 강할 것 같은데 엄청 가정적이에요. 아무리 늦어도 항상 가족들을 거실로 불러내서 차를 마시든 물을 마시든 꼭 얼굴을 보게 하세요. 장 보는 것도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아하시고, 엄청 멋쟁이라서 관리도 많이 하시죠. 그건 제 동생이 닮은 거 같아요. 저는 관심이 없어서 동생이 코디를 거의 다 해줘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사는 모습이 공개되고서 박세리처럼 싱글로 살고 싶단 2030이 많아졌어요. 성장해서 가족 꾸리고 잘 사는 게 가장 큰 행복일 순 있는데, 저희 부모님은 너무 어릴 때 결혼을 하셔서인지 자식들한테 결혼 부담을 안 주세요.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거 하다가 편할 때 가라고. 저희 셋(자매) 다 결혼에 대한 환상도 없고, 좋은 사람 나타나면 결혼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운동을 해서 더 어려워진 거죠. 또 시대가 시대니만큼 결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여자도 능력되고 맞벌이도 하고. 누가 노래에서 그러던데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웃음)

연애는 좋다는 거죠? 연애는 좋은 거 같아요. 결혼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게, 저는 워낙 혼자 지냈고 제 스케줄, 의지대로 살았잖아요. 보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보고.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 의사도 중시해야 하는데 그런 게 어려워요. 연애할 때도 어느 순간 남자친구 생활과 내 생활이 독립적인 게 좋더라고요. 서로 생각을 맞춰가는 것도 좋긴 한데 남자, 여자 생각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남자들은 친구들이랑 노는 데 여자친구가 끼면 불편하대죠? 여자들은 안 그렇거든요.(웃음) 상대가 친구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근데 없네.(웃음)

8년째 연애를안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솔직히 관심이 없었어요. 사는 생활도 재밌고 주변 지인들도 재밌고. 결혼한 지인들이 많은데 다 같이 친해요. 심지어 제가 아는 동생보다 그 친구 신랑이랑 더 친하고 반대로 와이프랑 더 친한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다 같이 노는 게 너무 즐거우니까 외로울 틈이 없어요.

외로움을 못 느끼는구나.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봐선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굳이 외로움이라면 가끔 심심하다 정도? 요새는 너무 바쁘게 살기도 하고요.

바라는 가정상은 없어요? 친구 같은 가족. 배우자와 내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물론 결혼하면 아무리 친해도 시댁하고는 어렵다고들 하는데, 저는 안 그럴 거 같아요. 물론 저희 부모님한테 편하게 하는 거랑은 다르겠지만 어렵다고까지는 생각 안 할 거 같아요. 지금 막내만 결혼했어요. 제일 늦게 가고 안 가겠다더니.(웃음)

앞으로 ‘박세리 키즈’가 생기면 골프를 가르칠 건가요? 모르겠어요. 우리 집 공주, 딱 하나 있는 조카가 골프를 치거든요. 선수는 아니고 취미로 좀 가르쳐주는데 운동시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선수를 한다고 해도 못하게 하죠. 딱 봐도 선수가 될지 안 될지 보여요.

조카의 선수로서 자질은요? 아휴, 선수가 가져야 할 그게 좀 부족해요. 운동은 시작도 끝도 본인이 선택하게 해야 돼요.

그러고 보니 유튜브도 하던데요? 요즘 트렌드래요. 어차피 저도 온라인 교육 콘텐츠 쪽으로 해야 하는 게 있으니 이런저런 콘텐츠를 보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다행히 제작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죠.

채널이 두 개나 되더라고요. 아, 제작자가 달라요. 하나는 선수생활 하느라 못했던 취미생활을 찾아주는 게 콘셉트에요. 우리나라에 동호회가 엄청 많대요. ‘슈퍼카 동호회’라고 들어보셨어요? 비싼 차 몰고 망고빙수 먹으러 가고 그런대요. 그런 별의별 모임에 가서 체험해보는 거예요. 5개 정도 해봤는데 저랑 맞는 취미생활은 아직 못 찾았어요. 또 하나 채널은 일상을 보여주는 건데 많이 부족해서 잠시 중단하고 방향을 다시 잡아가는 중이에요.

‘리치 언니’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얼마나 ‘리치’한 언니에요? 에이~ 마음만 항상 ‘리치’죠. 내가 나를 부자라고 생각하면 부자인 거죠. 한국에서 진행된 모든 계약 건은 부모님과 가족 거예요. 그동안 저를 서포트 해줬으니 그건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국에선 제가 관리하지만 한국에선 얼마나 벌었는지 관심을 안 가져서 몰라요. ‘얼마를 벌었다’는 것보다 회사 열심히 하고, 세금 잘 내고 그런 걸 잘 해야죠. 많이 벌었다고 많이 갖고 있지도 않아요. 많이 벌수록 많이 내야 하고 이것저것 생활도 해야 하고, 결국 본전이에요. 여기서 아껴도 저기서 나가더라고요.

내내 호칭을 고민했어요. 전 선수, 감독, 대표 중 뭐가 낫겠어요? ‘감독’이 좀 더 편해요. 회사 대표도 맞지만 ‘대표’라는 자리가 아직까진 낯설어요.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운동을 했었고 감독을 하고 있으니 감독이 제일 좋아요.

마지막으로, 박세리는 어느 곳에 있을 때 가장 빛나요? 있어야 할 위치에 있을 때요. 골프와 관련한 일을 할 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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